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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게임, 이제 책임을 져야하지 않나? shiraz 03-22 조회 5,202 공감 4 17

얼마 전에 중국 작업장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요. 이번에도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사실 중국 작업장의 등장에는 한국식 게임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개월간 중국 현지에서 작업장을 촬영한 거진(Ge Jin)씨는 테라노바 블로그의 관련 글에서 이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One farm owner told me that there are more than 2000 gold farms in China and more than 200,000 gold farmers. I find it possible because in the forum of 1t1t.com (a large Chinese portal for gamers) I saw recruitment ads for gold farmers from gold farms all over China. Although I only visited 4 gold farms, everyone I interviewed told me that gold farms are everywhere in China. Many of the gold farmers have worked in different farms in different cities. Three of the four gold farm owners I interviewed used to be employees of other gold farms. The gold farmer who has the longest farming history started four years ago, in a gold farm that serves Japanese and Korean customers. One gold farmer owner told me that before 2003, there are only a small number of gold farms in China. But hundreds of gold farms emerged along with the launching of Lineage II on American servers. The size and organizational structures of gold farms vary, as you see in the preview, they can be like large corporation, underground gang or home business.

 

한 작업장의 주인은 중국에 2000개가 넘는 작업장이 있고 20만명이 넘는 작업꾼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1t1t.com (중국의 커다란 게임포탈)의 게시판을 보고서 그것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 전역에서 작업꾼들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았다. 단지 네 곳의 작업장을 둘러보았을 뿐인데도 내가 인터뷰한 모든 사람들은 중국 전역에 작업장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많은 작업꾼들은 서로 다른 도시에 있는 서로 다른 작업장에서 일했었다. 내가 인터뷰한 작업장 소유주의 3/4는 예전에 다른 작업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가장 긴 경력을 가진 작업꾼은 4년 전에 한국과 일본의 고객을 위한 작업장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한 작업장 주인은 2003년 이전의 중국에는 아주 적은 수의 작업장만이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리니지2의 북미서버가 런칭된 이후 수백여개의 작업장이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서 본 것처럼 작업장의 규모와 조직은 서로 상이하다. 커다란 회사이거나 지하조직, 혹은 조그만 가내업이 될 수도 있다.

 

 위의 인용글에서처럼 리니지2의 북미 서비스를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중국 작업장은 이미 중국 내부에서는 사회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작년 엔씨소프트에서 이들 작업장에 대해 취한 조치에 반발한 중국 작업꾼들의 난동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강제적으로 이들이 게임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는 방법은 없습니다. 크레딧 카드만 있으면 접속이 가능한 해외와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 등등 그들 작업꾼들에게는 접근불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보입니다.

 

 그리고 더군다나 국내 게임계를 선도한다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기업들은 이들 중국 작업꾼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명의도용이 문제시되자 엔씨소프트가 취한 조치는 휴대폰 인증이라는 방식이었는데 모 웹진의 보도는 이것이 결코 명의 도용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계정의 실소유자가 본인의 명의로 보유한 휴대폰을 통하여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방식은 '이 사람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웃지 못할 농담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한 중국 작업장 주인의 인터뷰 : 많은 경쟁자의 등장과 더불어 라스베거스에 사는 친구가

Social Security Number(사회보장번호)를 제공하지 못해 작업장 문을 닫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리니지 시리즈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작업장은 대부분 국내 브로커와 연계하고 있습니다. 거진씨의 다큐 영상에서도 보여지듯 그들의 활동에 있어서 현지 브로커의 지원은 필수적입니다. 북미에서는 사회보장번호로 이베이와 옥션에서의 거래를 지원하고 국내에서는 주민등록번호로 아이템베이를 비롯한 거래 사이트에서 활동할 브로커가 필요합니다. 만약 국내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포폰을 구입하여 계정을 인증한다면 휴대폰 실명인증이 아닌 이상 이를 막기란 불가능합니다.

 

 엔씨소프트 측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결코 이러한 방식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실 중국 작업장들이 국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수천억원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데 만약 이를 막아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른바 한국식 게임에서 중요한 의미가 되는 아이템 거래가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덧붙여 실명인증이 보다 견고하게 되어 빈번하게 벌어지는 개인정보의 매매, 즉 계정거래가 불가능하게 된다면 이른바 게임을 하면서 현실적인 보상을 바라는 게이머들의 이탈이 심각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과 사이버세계의 결합에 암묵적으로 의존하는 게임들의 커뮤니티는 엉망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동접자수 감소와 함께 게임사의 수익성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된 기업의 방조가 이렇듯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염려하는 이가 있다면 과거 제 3세계에서 일본이 경제동물로 불리우며 퇴출된 사례를 되새겨봐야 합니다. 우리는 골칫덩이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골칫덩이는 우리의 손을 떠나버렸습니다.

 

 리니지로부터 시작한 작업꾼들이 조선족과 만나 임금이 싼 중국에 작업장을 차렸습니다. 중국 조선족 작업장에 고용된 중국 젊은이들이 거기서 나와 스스로 작업장을 만들었습니다. 중국 작업장은 위안화보다 8배나 가치가 높은 달러화($)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때마침 리니지2 북미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재미를 본 중국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북미 게이머와 마찰을 일으키던 그들은 wow에서도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북미의 많은 게임관련 포럼에서 중국 작업꾼의 행태에 대해서 성토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출한 청소년들과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청년들이 대부분인 20만명의 중국 작업꾼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돌면서 온라인 게임 세계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그들의 접근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세계적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은 커지고 있고 그들에게 그것은 새로운 기회의 땅과도 같습니다. 마치 훈족에 쫓기던 게르만인들처럼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그들의 현거래 문화를 전파할 것입니다. 하루 수입이 불과 몇 달러 미만인 나라에서 이 문화를 접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간식으로 수에서 수 십달러를 쓰는 한국, 일본, 북미, 유럽 게이머들이 몇 번의 클릭으로 지불한 달러 중 현지 브로커 몫을 뗀 나머지가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기회를 찾는 젊은이들이 작업장에 몰릴 것입니다.

 

달러는 그들에게 완벽한 유혹입니다.

 

 WoW에서 골드 파밍을 하는 이들은 오직 중국인 뿐일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 될 지도 모릅니다. 태국에서, 베트남에서, 필리핀에서, 인도네시아에서, 혹은 몽골에서, 그들 나라에서 한창 일을 해야할 젊은이들이 작업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이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개발도상국의 신종 선장엔진'이라 부르기로 합시다. 한국식 골칫덩이의 파급효과입니다.

 

 이들은 차후에 외교적인 마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젊은이 20만명이 IP 대역을 열어달라며 시위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사관에 침입해 난동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9월 엔씨소프트가 작업장 유료계정 12만개를 폐쇄하자 그들은 한국 대사관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를 '9. 5 봉호사태'라고 합니다. 또 달러를 벌어들인 후진국의 젊은이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들 사회의 주류로 편입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습니다.

 

 황당한 일이 아닙니다. 중국의 높은 실업률과 농촌경제의 붕괴는 엄청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좌절한 젊은이들이 작업장으로 몰리고 있는데 만약 달러의 원천이 되는 국가에서 중국의 IP 대역을 봉쇄해버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20만명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작업장 밖으로 뛰쳐나오게 됩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아마 시위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 천만명의 중국 남성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해 중국 사회가 군사대국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적 있습니까? 중국입니다. 어쩌면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차후에 각국의 사회학자들은 이 파급효과를 어떻게 보게 될까요? 지금 거진씨는 이 일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학계는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게임업계는? 그리고 웹진을 비롯한 언론들은?

 

 우리가 자화자찬하며 우리의 게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동안 우리가 수출한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는 골칫덩이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아바론에서 보여준 암울한 현실 속의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화 종반부의 아름다운 가상이 그들에게는 더 달콤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책임을 져야합니까? 수 십만 중국 젊은이가 세계의 수 백만 젊은이가 된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합니다. 각국의 사회학계는 작업장의 파급효과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해야할 것입니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게임의 컨텐츠 수정 등을 통하여 작업장의 젊은이들이 점차 그들 국가의 산업현장으로 흡수되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우리 게임들이 만들어낸 작업장 문화, 이 것이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들에게 결코 전파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책임있는 자세로 노력을 해야합니다. 만약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당장 오늘의 이익에 급급하는 자세로만 일관한다면 한국식 게임은 전세계에서 '용서받지 못할 자'로 낙인 찍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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