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으로 외교활동을 한다고? 한국과 핀란드니까!

시몬 (임상훈) | 2020-12-10 15: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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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해냈다. 핀란드 한국 대사관이 세계 외교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주 핀란드 한국 대사관은 12월 5일 '2020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재외공관의 공공외교도 위기였다. 게임이 돌파구가 됐다. 한국과 핀란드는 '게임'이라면 세계에서 둘째 가기 서러운 나라다. 대사관은 이 공통점에서 대회를 착안했다. 양국 대표 게임을 하나씩 활용해 양국 게이머가 국적을 넘어 참여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양국에 동시에 인터넷 생중계됐다. 전례가 없는 시도였다. 세계 외교사에 'e스포츠 종주국' 위상에 걸맞은 증표가 선명히 새겨졌다.


어떻게 이런 도전이 가능했을까? 구현에는 걸림돌이 없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천준호 주핀란드 대사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세계 외교사 최초의 시도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외국 국민과 직접적 소통을 통해 자국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자국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높여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


#코로나 시대 공공외교, 게임으로 돌파구를 찾기까지

 

디스이즈게임: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일 리셉션이나 음악회 같은 기존 공공외교 활동이 어려워졌다. 이에 대응해 QR코드와 유튜브 등을 활용한 한국 알리기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했고, 반응은 어땠나?


천준호 주 핀란드 대사: 올해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기존 공공외교는 전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재외공관에서 한해 제일 큰 행사를 꼽으라면 단연 국경일(개천절) 행사인데 이 행사도 진행불가한 상황에서 고민이 컸다. 


우리 대사관은 고민 끝에 녹차선물세트를 보내면서 동봉한 카드에 QR코드를 인쇄하고 미리 준비된 가상 국경일 리셉션 행사(대사 축사, 양국가 독창, 클래식 협주, 핀란드인 K-pop Cover 댄스 공연 등)를 바로 볼 수 있게 기획했다. 

 

 

 

국경절 리셉션 온라인 스트리밍(왼쪽)과 영상 접속 QR코드

우리가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며칠 뒤 주 핀란드 독일대사관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한 것을 보면 신박한 아이디어로 외교가에 퍼진 듯하다. 실제로 핀란드 외교부 한국담당 국장과 직원을 관저 만찬에 초대해 국경일 영상을 같이 보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사운드오브코리아’는 말그대로 랜선콘서트였다. ‘앙상블 수’라는 퓨전국악 공연단이 한국 전통음율을 선보이고 <77억의 사랑>에 출연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쥴리아’가 핀란드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사회를 봤다. ‘이다 엘리나’라는 연주자의 핀란드 전통악기 칸텔레 협연을 통해 핀란드인에게 제 2의 애국가로 여겨지는 <핀란디아>를 협연,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각자 녹음 후 화면분할과 사운드 컨트롤을 통해 협연하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아울러 전자초청장을 디자인하여 초청장을 클릭하면 바로 연주화면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고 대사관이 보유한 1,400여 명의 주요인사에게 모두 송부해 접속률을 높였다.

 

[참고] 핀란드 대사관의 코로나19 극복 노력

이외에도 핀란드 한국 대사관은 핀란드어로 여러 가지 K-beauty 상품과 문화를 소개하는’K-beauty 프로모션’, GKS 장학생 마리아와 77억의 사랑 쥴리아의 ‘한국알리기 영상 제작’, ‘SNS 한식 레서피 경연대회’, ‘온라인 영화제’ 등을 진행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에세이 공모전 또한 한국에서 공부하는 핀란드 학생들이 출연해 양국의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토의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핀란드 대사관은 인근국 에스토니아도 겸하고 있다. 2021년은 한-에스토니아 수교 3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는 슬로건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에스토니아 외교부와 함께 슬로건을 정해 내년 한해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수교 30주년을 알리는 론칭행사도 온라인으로 제작 중이며 12월 초에 대사관 유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있다. 에스토니아 외교장관의 축사를 비롯해 갖가지 문화 컨텐츠를 디지털액자에 삽입해 에스토니아 주요 인사에게 선물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디어 짜내시느라 고생했을 듯하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양국 게이머가 참여하는 e스포츠 행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한해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은 뒤돌아보면 ‘온라인으로도 공공외교가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올해 초 코로나19가 일상을 덮쳤을 때는 솔직히 ‘공공외교는 한해 접었구나’라고 생각될 만큼 아이디어가 없었다. 


다각도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 앞서 말한 행사들을 기획한 것이고 게임행사도 그와 같은 브레인스토밍에서 생각해낸 것이라 하겠다.



#게임이 만드는 공공외교의 새로운 '멋진' 가능성

핀란드 한국 대사관이나 혹은 다른 나라 한국 대사관에서 게임과 관련된 공공외교 활동을 한 사례가 있는가?


올해 10월 온두라스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현지 게이머를 대상으로 게임 대회를 진행한 사례는 있다. 그렇지만, 게임을 통해 양국 국민들이 동시에 서로 같은 팀에서 협력하는 행사는 없었다.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사위' 빌푸

특히, 양국의 e스포츠 전문가들이 모였고, 전현직 e스포츠 선수들도 참여하였으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TV 프로에 출연한 유명인 빌푸 렙빠넨(Vilppu Leppänen)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한 행사를 만들 수 있게 되어 무척 자랑스럽다. 성공적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를 계기로 공공외교 활동도 국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다양한 행사들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 관련 행사가 기존 공공외교 행사와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무엇인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이 행사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 대회는 누구나 열 수 있지만, 이런 양국의 대표 게임을 양국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양국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행사는 여건이 되어야 하고 조직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기존 공공외교 행사들은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대면 행사가 어려워지면서는 방송 영상이나 세미나 형태 등을 통해 진행되는 행사가 많았다.


이번 2020 한-핀 e스포츠 페스티벌은 양국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양국의 대표 게임들(브롤스타즈, 배틀그라운드) 중 하나씩을 국적이 섞여 있는 팀에서 같이 플레이하면서 직접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게임 행사는 언택트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 행사가 소통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을 가진 온라인 게임을 통해 진행되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형태의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보통 인적 교류라고 하면 방문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그 나라를 직접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와 같은 방식이 이상적이겠지만 게임을 통한 양국 국민간 교류도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회는 핀란드 FEL 트위치 채널에서 영어로 생중계했다. 주 핀란드 한국 대사관 유튜브 채널에서 FEL 방송을 송출했고, FEL에서 보내주는 화면을 받아 청강대생 방재혁 님과 이충인 님이 한국어 방송을 진행했다.


#한국과 핀란드의 궁합, 전문가와 자원봉사자의 협력

핀란드와 한국의 공통점: 게임 사랑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어린이날을 맞아 <마인크래프트>로 제작된 가상 청와대에 어린이 게이머들을 초청했다. 지난해 핀란드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열린 독립기념일(12월 6일) 리셉션에 <스타크래프트 2> 유명 프로게이머 '세랄'(Serral, 요나 소탈라)을 초청했다. 핀란드에는 슈퍼셀, 로비오 등 유수의 게임 회사들이 있고, 세계 5위의 e스포츠 플레이 국가다. 


핀란드 대사관에서 이런 행사를 처음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나?


아무리 우리가 골똘히 생각만 한다고 해서 이런 행사가 될 리는 만무하다. 특히 이번 게임 페스티벌은 한-핀란드 공히 IT 산업과 게임 산업의 선도국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게임행사 계획을 처음 보고했을 때 인근국 공관들에서 문의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 행사는 핀란드니까 되는 것이다”이라고 답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앵그리버드>부터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까지, 핀란드는 게임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에게는 환상의 파트너라고 본다.


행사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나? 진행하는 데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했을 듯한데.


기본 콘셉트만 대사관에서 생각했을 뿐 조금만 들어가도 우리로서는 진행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전문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도움이 절실했다. 핀란드에 살고 계신 재외국민 가운데는 게임회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 750여 명에 지나지 않는 재외국민 수 중 거의 100여 명이 개발자모임 회원이시다. 이 중 유비소프트 홍성민(총괄), 알토대학교 박사과정생 박솔잎(기획, 진행), 로비오 김수빈(홍보) 님이 이번 행사를 도와주셨다. 

 

자신의 트위치 채널에서 한국어 방송을 진행 중인 청강대생 방재혁 님.

아울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컨텐츠스쿨에서 행사 진행에 큰 도움을 주셨다. 청강대 e스포츠 동아리에서 포스터 제작을 비롯 학생 자원봉사자도 참여하는 등 행사에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핀란드에서도 알토대학교 e스포츠 동아리 등에서도 행사 홍보와 참여에 큰 도움을 주셨다.

 


#공공외교에서 게임의 미래는?

 

향후 공공외교에서  게임 관련 행사를 지속하거나 확대할 계획은 있는가?


그렇다. 올해는 처음이고 준비기간도 짧아 다소 소규모로 진행했지만 관련한 아이디어가 많다. 양국 중소 게임회사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행사로 발전을 도모하고 싶다. 또 양국 젊은이들이 함께하는 게임만들기 행사(Game Jam) 등을 병행하는 방식도 생각 중이다. 단순한 대회보다는 국가 간 게임 문화교류의 포인트를 가져갈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고 싶다. 게임과 e스포츠는 젊은이들에게는 상업적 관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핀란드 모두 게임 분야에서는 규모도 크고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나라들이어서 게임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양국 젊은이들의 소통과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아이디어로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양국의 우호 증진과 이해에도 기여할 수 있는 행사들을 더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천준호 주핀란드 대사

게임 관련 공공외교 행사와 관련해 한국 게이머나 게임업계에 하고 싶은 말씀은?


대사관의 주요 업무는 양국의 우호적이고 외교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양국의 우호 증진과 협력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공외교 행사는 상업적인 접근이 아니라 이번 행사처럼 양국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고 국민들 차원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공공외교 행사는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들을 계속 기획하고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는 신규 시장의 진출이나 해외 시장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행사들을 잘 활용하면 개인에게는 새로운 국가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업계에는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공공외교 행사는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쉽게 홍보하기가 어렵다.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대사관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계속 홍보에 노력하고 있으니 친구 추가나 구독을 해 주시면 좋은 정보를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korembfi)

*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AwWYtUshRFxEHlo3dRYB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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