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배틀그라운드 PD에게 직접 듣는 ‘태이고’와 ‘복귀전’ 기획의도

톤톤 (방승언) | 2021-07-14 12: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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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에 드디어 찾아온 한국 맵 ‘태이고’. 일주일가량이 지난 현재 익숙하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맵 디테일에 기존 팬과 신규 팬 모두 즐거움을 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에 새로 도입된 ‘복귀전’, ‘자가제세동기’ 등 혁신적 콘텐츠는 굳어진 메타를 바꾸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얼핏 봐도 여러모로 공을 들인 이번 업데이트, 개발진은 어떤 의도로 각 요소를 기획했을까? 그리고 실제 유저들의 플레이에 있어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을까? 2016년 크래프톤 입사 후 <배틀그라운드> 맵 개발을 리드해왔으며 현재는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개발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김태현 PD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Q. 디스이즈게임: 한국 배경 맵이 나오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한국 맵에 대한 기대는 쭉 있었고, 크래프톤 역시 한국 의상을 내놓는 등 한국적 소재에 관심이 없지 않았는데, 태이고가 지금에 이르러 출시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비장의 무기’였는지?

 

A. 김태현 PD: 한국인 개발자로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월드를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 출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소형 맵을 수차례 개발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이번에 오랜만에 다시 대형 맵을 만들면서 한국 맵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해본 끝에 결정되었습니다.

 

펍지 스튜디오에서는 새로운 맵을 선보일 때마다 항상 '가장 인기 있는 맵'이 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에 태이고가 '비장의 무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한국인으로서 세세한 부분까지 피드백을 반영하며 선보인 맵인 만큼, 한국 팬들은 물론 글로벌 팬들의 반응도 좋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Q. 맵을 둘러보면, 디테일이 유독 뛰어난 느낌입니다. 8~90년대 일상 잡화에서부터 사찰, 단청, 군부대, 조선소 등등 한국적·시대적 요소가 워낙 다양해 일일이 리서치하고 구현해내기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현실적 묘사를 위한 레퍼런스를 어떤 식으로 확보하고, 어떻게 게임에 반영하셨나요?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일화나 감상이 있을까요?

 

A. 처음에 태이고는 서울 지형을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요, 최종 맵의 모습은 전혀 달라졌습니다. 매주 테스트를 거쳐, 더 재미있고 플레이하기 좋은 지형으로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배틀그라운드> 맵을 개발해오면서 축적한 개발자 혹은 유저로서의 경험과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특성상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좋은 지형과 나쁜 지형이 있기 때문에, 컨셉에 맞게 실제 그대로 구현하면 오히려 플레이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질문해주신 대로, 현실적 묘사도 중요하기 때문에 강, 습지, 마을 등 디테일한 부분은 레퍼런스를 찾아서 최대한 비슷하게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 맵인 만큼, 사내 테스트에서 직원들로부터 세세한 비주얼 피드백을 받았고 그 부분을 반영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Q. 신규 아이템인 자가제세동기는 드롭 확률에 따라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드롭 확률이 높으면 게임 메타를 바꿀 가능성도 보입니다. 자가제세동기를 통해 유저 경험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고 싶으셨는지, 메타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의도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자가제세동기 아이템 획득만으로 유저들이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의도하지도 않았고, 추후에도 한 가지 피쳐를 OP(Overpowered·지나치게 강한 요소)로 만들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스폰율도 다른 아이템 대비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요.

 

다만, 해당 아이템으로 인해 중/장거리 교전에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고 있던 유저들의 기존 게임 플레이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Q. 복귀전 시스템은 생존을 강조해온 <배틀그라운드>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할 때 상당한 파격으로 느껴집니다. 내부 테스트 당시 부정적 피드백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도입하신 이유, 의도한 효과가 무엇인가요? 팀전에서 조기 사망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것 이상의 의도가 있나요? 가령 초반에 유저들이 복귀 가능성을 믿고 더 호전적으로 플레이하길 바라시는지?

 

A.​ 신규 맵과 신규 피쳐를 함께 개발해서 어우러지게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므로 많이 고민하고 나서 도입했습니다. 특히 복귀전은 유저들의 피드백은 물론, 개발자 아이디어 회의에서 계속 언급된 것입니다.

 

매치 초반에 탈락(사망)한 유저들의 허무함을 줄여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이 꾸준히 있었고, 다소 굳어진 메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느꼈습니다.

 

유저들이 일찍 탈락하더라도 앞으로의 전략을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하고, 다시 치킨에 도전할 의지가 생기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며 더욱 개선해나갈 예정입니다.

 

 

 

Q. 복귀전은 태이고 맵 전용 시스템입니다. 혹시 유저 반응이 충분히 좋으면 다른 맵에도 도입할 의향이 있나요?

 

A.​ 아직 복귀전이 완성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개선 및 발전을 해서 <배틀그라운드>의 핵심 플레이 메타로 자리잡게 된다면, 그때 다른 맵 도입을 고민해볼 계획입니다.

 

 

Q. 자가제세동기와 복귀전은 각각 <에이펙스 레전드>의 ‘4레벨 녹다운 실드’, <콜 오브 듀티: 워존>의 ‘굴라그’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유사성에 동의하시나요? 앞으로 다른 게임, 혹은 다른 장르의 요소를 참고해 도입하실 의향이 있나요?

 

A.​ 앞서도 말씀드린 대로, 복귀전은 특별히 어떤 것을 참고했다기보다는, 내부 개발자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던 것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 장르의 선두주자로서, 다른 게임과 비교나 경쟁하기보다는 <배틀그라운드>만의 재미를 더욱 극대화할 예정입니다.



Q. 사녹에서는 근접전이 많고, 미라마에서는 저격전이 자주 벌어지는 등, 맵 콘셉트에 따라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집니다. 태이고 맵의 교전 콘셉트는 어떤 방향으로 기획하셨나요? 

 

A.​ 태이고는 큰 건물, 옥상 활용, 많은 아이템 스팟, 쉬운 파밍 동선, 쉬운 건물 구조를 사용해 파밍보다는 빠른 전투가 펼쳐질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물론 유저들이 저희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다양한 플레이 양상을 보이는 것이 <배틀그라운드>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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