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 사람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20년 전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이유

우티 (김재석) | 2021-08-17 13: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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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는 1998년생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호랑이띠로 대학에 다니거나, 취직을 준비하거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나이일 겁니다. 2002년 월드컵은 기억이 안 날 겁니다.

 

<스타크래프트> 이름을 앞에 두면 여러 추억이 떠오르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아직도 배틀넷에는 '1:1 헌터 초보만' 방이 널렸습니다. 놀랄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명실상부 '<스타크래프트>의 민족'이고, 이 게임은 '민속놀이'가 되었으니까요. 

 

다가오는 9월, <스타크래프트>의 음악을 주제로 콘서트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는 분들은 다 아는 '플래직'이란 기업입니다. 그간 여러 게임 음악을 상연했던 플래직은 이번에 한번 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라섭니다. 

 

왜 앙코르 무대를 기획한 걸까요? <스타크래프트>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서면으로 플래직과 질문을 주고 받았습니다.

 

 


 

[인터뷰 참여자]

한윤미 : 플래직 편곡자, 밴드 리더.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음악감독

송현우 : 플래직 총괄팀장,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기획 및 실무

이상준 : 플래직 총괄팀 매니저.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기획 및 실무


 

Q. 디스이즈게임: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한윤미: 안녕하세요!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의 음악감독, 한윤미 밴드 리더 한윤미입니다.

송현우: 안녕하세요. 플래직 총괄팀장 송현우입니다. 공연 기획 관련 업무 전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상준: 안녕하세요. 플래직 총괄팀 매니저 이상준입니다. 저는 공연 기획부터 연주, 홍보 등 포괄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플래직에서 업무를 맡기 전까지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요?

 

한윤미: 피아노를 전공했고 오케스트레이터 일을 시작으로 작, 편곡가 그리고 대학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0여년 전 일렉톤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감사하게도 주변의 멋진 뮤지션들과 함께 한윤미밴드를 결성하게 되었고 다양한 음악 협연과 단독 공연을 통해 일렉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한윤미밴드만의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게임 음악 공연이 국내에서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던전앤파이터>, <리니지> 등 유명 게임의 10주년 기념 행사 공연이나 오케스트라에서 이벤트성으로 시네마틱 BGM, 메인 테마 곡들을 모아 공연을 하기도 했었어요.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모두의마블> 등 저 또한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게임을 즐겨온 한 사람의 유저로서 게임 공연들을 편곡할 때는 최대한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러던 중 “순수예술을 전공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뮤지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 음악 매거진의 좌담회에서 게임 음악 전문 오케스트라 회사 대표님이신 진솔 지휘자님을 만나게 되었고 “열린 사고로 클래식을 좀 더 편안하게 대중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서로의 마음이 합해져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송현우: 저는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클래식 악기 활동을 오랜 기간 배워왔고 소규모 앙상블부터 100인조 이상의 오케스트라까지 여러 형태의 클래식 음악 공연들을 제작하면서 공연 기획과 행정 업무를 맡아 왔습니다.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함과 동시에 클래식 음악 및 공연장의 저변을 넓히고 분야 간 융합을 추구한다는 플래직의 모토에 이끌려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준: 저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으며, 플래직에서 업무를 맡기 전에는 여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같은 예술단체에서 기획/홍보와 편곡을 담당했습니다. 

 


 

Q. 아직 플래직의 존재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회사 소개를 부탁합니다.

 

송현우, 이상준: 주식회사 플래직은 2017년 설립된 게임 음악 전문 플랫폼 기업입니다. 자사의 음악을 더 많은 채널을 통해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게임사와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통해 레퍼토리를 확장하고자 하는 연주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신규 가치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음악 공연 기획을 기본적인 사업 분야로 삼고 음원 제작, 편곡, 행사 대행 등 융합 콘텐츠 보급을 위해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Q. 2년 만의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앙코르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 중이신가요?

 

한윤미: <스타크래프트>는 저의 대학 시절 추억의 게임이예요. 지금도 틈틈이 즐기고 있고요. 밴드 멤버들도 모두 <스타크래프트>의 유저이기 때문에 미디 음악을 구현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즐겁고 신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유튜브에 있는 2019년 공연 영상을 보시고 그때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가득 보내주신 덕분에 이렇게 또 한 번 공연이 열리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저도 관객분들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공연을 스텝들과 열심히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있으니 꼭 오셔서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상준: 2019년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이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재공연에 대한 문의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국민게임으로 불릴 만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스타크래프트>의 OST이기에 이런 관심을 받은 것 같습니다. 유저 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Q.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역 대책을 마련하셨는지요?

 

송현우: 플래직은 세종문화회관과 협력하여 관객 여러분의 안전한 공연 관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선 거리두기 정책에 부합하는 객석 띄어앉기를 시행 중이고, 공연장 입장 시 체온 측정과 소독을 실시하며, 마스크를 필히 코까지 착용하신 상태로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입니다. 물론 세종문화회관 측에서도 공간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요. 안심하시고 저희가 준비한 공연을 마음껏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플래직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러 차례 무대를 올렸습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윤미: 클래식 공연장은 대관을 위해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대관 신청을 한 단체가 그 동안 어떤 공연들을 해왔는지, 어느 공연장에서 해왔는지, 공연하는 아티스트가 어떤 경력을 갖고 있으며 다른 공연장에서의 평가는 어땠는지 등, 다양한 시각에서 까다롭게 심사가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중에도 대형 공연, 또 순수 예술이 주로 공연되는 세종문화회관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 더 까다롭고 엄격한 심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따라서 클래식이 아닌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플래직의 공연이 여러 차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것은 그만큼 게임 음악의 예술성과 대중성, 그리고 플래직의 공연 기획 능력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스타크래프트>를 주제로 이번에도 공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윤미: 유저 분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재공연 요청 쇄도가 아닐까요?! 

 

이상준: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정말 많은 재공연 요청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영상은 100만뷰를 돌파하고 수천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이번에도 <스타크래프트>를 주제로 공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Q. 편곡과 무대 기획에 특별히 신경쓴 점이 있다면?

 

한윤미: 저 자신도 학창시절부터 즐겨온 게임이다보니 관객층과 유저들 또한 저와 비슷한 마음일 것 같아요. 지금은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그 시절, 그 게임, 그 추억을 되살려 답답한 코로나 시기에 잠시나마 향수에 젖을 수 있도록 최대한 원곡에 가깝되 오케스트라와 밴드 사운드의 매력을 한껏 살려 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송현우: 무대 기획은 관객의 시야를 꽉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케스트라만으로도 충분히 웅장하고 꽉 차는 모습이 연출되지만, 무대 뒤쪽의 고해상도 LED 스크린과 양 옆의 소형 스크린, 그리고 조명과 무대 장식을 적절히 활용해서 마치 아이맥스 영화와 같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콘텐츠의 향연을 느끼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Q. 블리자드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가 현재 매우 좋지 않습니다. 공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한윤미: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는 게임 음악 전문 오케스트라 플랫폼인 플래직의 주최로 개최되는 공연입니다. 콘서트를 통해 내가 사랑했던 게임의 음악, 게임의 추억, 그리고 나아가 게임 그 자체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준: 블리자드에 대한 소식과 평가를 저도 충분히 접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는 저 역시 굉장히 아쉽게 느낀 부분이 많았고, 향후에는 성별, 민족, 성적 취향, 개인의 배경 등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환영받는 블리자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블리자드에서 관여하지 않고 플래직이 순수하게 <스타크래프트> 유저들과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연주회입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하셨던 소중한 추억을 상기하며 음악과 콘텐츠로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Q. <스타크래프트> 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한윤미: 처음 게임을 시작할때 나오는 오프닝 음악부터 아리아, 시네마틱 음악들도 매력적이지만 종족 별로 연주되는 음악들은 각 종족마다 장르를 달리함으로서 종족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원래 프로토스 유저인데 플래직의 요청에 따라 오프닝 음악과 저그, 테란 음악들을 맡아 작업하다 보니 반대로 다른 종족들의 음악이 더 익숙해져서 (잘은 못하지만) 저그와 테란도 사용해 보게 되었답니다.

 

이상준: 저에게 <스타크래프트> 음악의 매력은 게임과 하나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종합 예술이자 디지털 시대 예술의 한 장르로써, 현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 콘텐츠 산업의 하나로 새로운 문화를 90년대부터 제시해 온 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 OST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앞으로 플래직은 다양한 게임 음악 공연을 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가능한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송현우: 플래직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걸쳐 여러 번의 대형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풍성한 사운드의 오케스트라와 밴드, 합창단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고요, 회사에 상주하고 있는 편곡자들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연주될 곡들은 더욱 발전되고 균형잡힌 사운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블리자드의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 게임사와의 IP 협업이 예정되어 있고, 또 다양한 게임 관련 행사에서도 저희의 모습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예매는 어디서 할 수 있나요? 티켓 가격은 얼마로 책정하셨나요?

 

이상준: 9월 29일과 30일 두 차례 무대를 올린다. 티켓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와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VIP석 99,000원, R석 79,000원, S석 59,000원, A석 39,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더욱 많은 유저 분들께서 조금이나마 부담없이 공연을 즐기실 수 있도록 2019년에 비해 조금 낮아진 가격으로 준비했습니다. 티켓 구매시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나 부스도 준비할 예정이다.

 

 

Q. 끝으로 무대를 기대하는 분들께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한윤미, 송현우, 이상준: 저를 포함한 연출, 조명, 영상 등 모든 감독진과 스탭들, 그리고 모든연주자들이 멋진 공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꼭 오셔서 즐겁게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장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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