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골방과 반지하의 만남, 스토리게임 신작 '연차사유: 히어로'

우티 (김재석) | 2021-09-01 14: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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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이 반지하와 만났습니다.

<골방환상곡>의 워니(본명 박종원)가 반지하게임즈와 손잡고 스토리게임 <연차사유: 히어로>를 만들어 8월 3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작년 버프스튜디오와 함께 <언더월드 오피스>를 만든 워니프레임은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상적이면서도 유쾌한 시선으로 외계인의 침공과 슈퍼히어로들의 대항을 그립니다.

<서울 2033>으로 성공을 기록한 반지하게임즈는 모바일 인터랙티브 스토리게임 개발 이력을 살려 새로운 IP를 내놓습니다. 워니프레임과 반지하게임즈의 콜라보를 통해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을 느꼈다면 기자가 지나치게 민감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큰 지진파가 감지될 만한가요?

이름도 비슷한 워니 대표와 이유원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 김재석 기자

 

반지하게임즈 티셔츠를 입은 워니 오너 캐릭터를 그리는 중

 


 

Q. 디스이즈게임: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A. 워니: 소개로 만났다.

 

 

Q. ...

 

A. 워니: 한 대행사에 우리 팀(워니프레임)을 알리려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물었더니 반지하게임즈를 만나라더라. 스튜디오 이름을 듣자마자 나를 알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골방환상곡>을 만들었으니까 반지하라면 나를 알지 않을까? 그래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만나는 자리에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때 버프스튜디오와 만든 전작 <언더월드 오피스>의 평가가 괜찮아서 다양한 게임사와 함께 일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A. 이유원: '같이 하시죠', '네 좋아요' 이런 식으로 결정이 됐다. <서울 2033>을 만든 경험이 있으니, 워니프레임으로부터 글과 그림만 받고 반지하게임즈는 개발을 맡는 방향을 구상했다. 워니프레임에서 2~3명, 반지하게임즈에서 4~5명 정도가 개발에 참여했다.

 

 

Q. 이거 대표 두 사람만 재미있고, 실무자들은 고생한 거 아닌가?

 

A. 워니: 어... 아닐 거다. (웃음)

 

A. 이유원: 플레이어도 재미있을 거다. (웃음)

 


 

# 골방과 반지하의 만남 <연차사유: 히어로>

Q. <연차사유: 히어로>는 어떤 게임인가?

 

A. 이유원:​ 모바일 스토리게임이다. 큰 틀에서는 <서울 2033>과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회사원이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서 다양한 동료를 모으고 선택지를 골라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이번에는 전작들보다 더 가볍고 명랑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일러스트도 많이 들어가고 대화체 중심으로 흘러간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골방환상곡>의 팬이었는데, 워니 작가의 개그 코드가 잘 녹아 들어갔다. 가벼운 톤에 맞춰서 피식피식 거릴 만한 콘텐츠가 많이 담겨있는데, 마냥 유치하지는 않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도 들어간다. 웹툰을 믹서기에 갈아서 글로 만들고 그 위에 게임적 요소를 얹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워니 작가는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고, 형식이 게임이 되어서도 똑같이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A. 워니: 그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만화에 비해서는 적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 보는 느낌이 날 거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반지하게임즈와 함께 잘 담아냈고, 풍자적인 부분들도 많이 들어있다. 대학 교수가 레이저 포인터로 대학원생을 소환한다던지, 외계인들이 침공을 하다가도 주말에는 쉰다던지. 이런 유머 포인트가 재밌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Q. 선택에 따라 멀티 엔딩이 준비됐나?

 

A. 워니: 게임오버는 있지만, 론칭 시점에서 플레이어가 보게 될 이야기는 큰 하나의 줄기를 따라간다. 동료 모으는 것을 카드 수집의 형태로 드러냈다. 2가지 형식의 도감성 콘텐츠가 있는데 고양이는 카드에 들어가고, 대학원생은 아이템에 들어간다. (웃음)

 


오픈 톡방에서 '지구 지킬 분'을 모아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콘셉트인데 '헬창' 캐릭터는 토르처럼 바벨을 사용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런 콘셉트에서 줄 수 있는 웃음 요소도 있을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외계인의 침공이 일상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볼 수 있다. 콘텐츠는 슬프던 웃기던 감정에 동요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닮아서 이입할 장치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진지하게 지구를 침공하지만 주 52시간 근로를 지키는 외계인은 처음이지 않을까?

 

 

Q. 쿠키 같은 재화를 판매할 계획은?

 

A. 이유원: 현재로서는 없다. 무료 플레이에, 광고 제거 옵션만 판매한다. <서울 2033>에서처럼 광고 역시 게임 내에서 재미 요소로 등장한다.

 

 

Q. 전작(골방환상곡, 서울 2033)의 성공이 그림자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담은 없었는지?

 

A. 이유원:​ ​IP 활용은 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서울 2033> 보드게임 <적자생존>도 있었다. 내가 항상 자신이 있는 분야는 스토리게임이고, 이쪽으로 끝까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 있다. 다른 테마, 다른 기획으로도 사람들을 좋아할 거라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반지하게임즈는 <도토리카>라는 하이퍼캐주얼 라인업도 있다. 스토리게임을 잘 만들면서 하이퍼캐주얼 노하우를 쌓는 중이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기획적 측면에서는 전작 때문에 부담이 되거나 얽매이지는 않는다. 나는 규칙을 비트는,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사업 쪽에서도 이런 부분이 반지하게임즈의 장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다른 회사와 협업을 하는 거고, 좋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보니 선보이는 과정에서 힘을 많이 주고 싶더라. 조바심이 들어서 고민도 많았는데 잘 마무리되어, 좋게 보이길 바란다.

 


 

# 재미는 갈등을 이긴다

Q. 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A. 워니: <서울 2033>을 따라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기획도 옷을 몸에 맞추려는 방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웃음) 서로가 서로를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내고 망할 거라도 빨리 망하고 싶었다. 석 달이면 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이슈도 터지면서 스타트 자체가 늦어졌다. 작업을 하다가도 일러스트를 보여주면서 "이게 있으면 좋겠다", "저걸 추가하자" 하면서 두 회사가 왕래하면서 게임이 커졌다.

 

A. 이유원: 처음에 결심했던 것은 워니 작가의 글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서울 2033>은 스토리 작가가 여러 명 있고 내가 중간에서 스토리를 다 검수하지만, 이거는 제시된 아이디어가 분명했기 때문에 손을 댔다간 이도 저도 아닐 거란 걱정이 들었다. 그러다가 짧고 가볍게 만화책처럼 술술 읽히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림체나 UI 등 게임적 연출도 그에 따라서 가벼워졌고, 개그 코드에 대한 부분도 진화하면서 두 회사가 합을 맞췄다.  

 

워니프레임 워니(박종원) 대표

 

Q. 두 회사가 갈등을 빚지는 않았나?

 

A. 워니: 반지하게임즈와 부딪친 일은 없었다. 코로나19와 재택근무 문제로 두 회사가 메신저로 주로 협업했다. 의사 조율 과정에서 큰 시행착오라 부를 부분은 없었다. <언더월드 오피스>를 만들면서 생긴 노하우이기도 하다. 

 

A. 이유원: ​ '이건 엎어야 한다, 저건 저래야 한다' 한 부분이 없이 창작자가 원하는 방향을 맞춰주고, 되묻는 형식으로 일을 했다. 크게 '바꿔주세요'라고 할 것 없이 워니프레임에서 보내온 원본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갔다.

 

 

Q. 어떻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나?


A. 워니: 올해 1월 전까지 스타트를 못 하고 있었다. 반지하게임즈는 '글을 써서 보내주면 시작한다'는 입장이었고.

 

A. 이유원: '이거 너무 재밌는데요?'와 같은 가벼운 의견 교환으로 출발했다. 재미있는 장면이라서 시각적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던지와 같은. 우리는 스토리를 받아서 개발만 하면 깔끔하겠다 싶었는데 우리도 일러스트든 스토리에 계속 피드백을 주게 됐다. 재밌는 걸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컸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연장된 부분도 있다.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공동대표

 

Q. 두 회사가 <연차사유: 히어로> 이후 협업할 생각은 없나?


A. 이유원: 이미 하나를 구상 중이다. <인생게임> 스타일의 게임이다. 연말에 개발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역시 워니 작가 특유의 '공감' 요소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파이프라인이 갖춰졌기 때문에 수월할 거란 기대가 있다.

 

A. 워니: 병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었다. 1년에 2개의 타이틀 정도는 협업해보고 싶다. 하나가 잘 되면 기존에 출시된 게임의 볼륨을 늘릴 수도 있고.

 

 

Q. 워니프레임은 앞으로 이런 식으로 협업할 회사를 많이 만들 것인가?

 

A. 워니:​ 필드가 구현되어야 해서 처음부터 개발을 외주해야 하는 경우처럼 장르가 바뀐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 2021년의 콘텐츠란 이런 거다! 두 회사의 자신

Q. 워니는 유명 웹툰 작가로 출발해 워니프레임을 만들어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B2B 디자인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스토리게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렇게 흘러들어온 배경은 무엇인가?

 

A. 워니: 웹툰 시장, 이모티콘 시장이 과포화 상태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특히 오늘날 이모티콘 시장은 상위 1%만 성공할 수 있는 흥행 산업이다. 기업이 되니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콘텐츠 제작에서 주도권을 더 가져가고 싶었다. '이세계 연애물' 외주 같은 것을 받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스토리게임에 도전했다. 

 

반지하게임즈와 회사 대 회사의 동등한 위치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워니프레임은 워니가 아니라 워니프레임을 알리고 싶었는데, 게임이 회사로서의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워니프레임에게는 브랜딩이 절실한 상황이다. 어딘가에 소속됐다기 보다는, 소속이 되고 싶어서 집단을 만든 결과가 워니프레임이다. 

 

프리랜서로서 그림 그리는 생리를 잘 알아왔고, 그 부분에서 돈 버는 공포가 있었다. 웹툰에서 이모티콘으로 워니프레임이 빠르게 넘어왔듯, 이번에는 스토리게임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Q. 모바일시장에서 스토리게임을 제공하려는 회사가 점점 늘고 있다. 결국 게임 쪽도 과포화로 가고 있다.

 

A. 워니: 특별히 다른 곳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고유하고도 재밌는 것을 만들고 싶다. 출판 중심의 만화가 웹툰으로 한 칸 나가게 된 계기가 댓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토리게임은 웹툰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고 생각한다. 강화된 인터랙션이 우리 콘텐츠의 미래고 다음 세대의 작업이라고 본다. 산업적 측면에서 따라오고 있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VR로 웹툰을 보는 게 웹툰의 미래라고 보지 않는다.

 

워니프레임은 여러 기업과 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를 만화에 맞출지, 영화에 맞출지, 게임에 맞출지에 따라서 어셋을 만들어 내미는 방식을 만들고 있다. IP를 만드는 작업인데, 게임을 만든다 하면 제일 맞는 팀이랑 작업해야 할 것이고 그것을 이번에 반지하게임즈와 함께 했다.

 

 

Q. 반지하게임즈 입장은?

 

A. 이유원: 사실 이건 내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 건데, 나는 항상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다. <평화로운 중고나라>도 <허언증 소개팅!>도 <서울 2033>도 그랬다. 이번 작품에는 특별히 콜라보레이션과 커뮤니케이션 경험에 의의를 두고 있을 뿐이다.

 

워니프레임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소재와 아이디어의 타이틀을 하나 더 만들 수 있게 됐다. 강점과 강점이 합쳐지니 효율적이다. 약점과 약점도 합쳐지겠지만. (웃음) 반지하게임즈는 특히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처음이라서 힘들었다. 개발과 비개발의 차이가 크다 보니 그 점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다. 서로 맞춰가는 영역이 세부적으로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서로 기존 팬이 합쳐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팬 커뮤니티에 일러스트를 올리고 워니프레임은 인스타그램에 정보를 공개했는데 서로 연결점이 찾아지더라. '이게 뭔데' 하면서 들어가 보고. 다운로드도 받아보고.

 

 

Q. <연차사유: 히어로>로 기대하는 성과는?

 

A. 이유원: 나도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웹툰과 텍스트게임의 결합이 새로운 콘텐츠 흐름으로 보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이번 작품은 BM을 열심히 짜지 않았다. 매출보다는 신호탄 같은 게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이게 맘에 드는 사람들은 워니프레임에서 만든 다른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우리가 만든 다른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반지하게임즈와 워니프레임이 이 시장의 강한 꼭지점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시장의 구석에 있다고 하더라도 글과 그림을 인터랙티브한 게임으로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A. 워니: 사람들은 즐거운 걸 즐기는 것이니까 그걸 찾아서 하면 된다.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는 우리 경쟁력을 찾으면 되는 거고. 내가 봤을 때 <연차사유: 히어로>는 재밌다.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걸 많이 만들고 싶다.

 

나란히 선 이유원 대표와 워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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