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창간 17주년] '가치와 경험' - '로오히' 클로버게임즈가 걷는 길

우티 (김재석) | 2022-04-12 15: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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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세계를 혁명시키는 게임이다. 주인공 로드가 영웅들을 모아서 혼란의 시대를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게임으로 최근 2년차를 맞이했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2020년 누적 다운로드 100만, 누적 매출 100억 원을 거두며 ​성공했다. 그 결과 개발사 클로버게임즈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렇게 돈을 벌고 유명해진 클로버게임즈는 대단히 독특한 길을 걷고 있다. 윤성국 대표는 2020년 부산에서 기자를 만나 게임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내걸었다"라며 추구하는 가치를 자연스레 드러냈다. 실로 클로버게임즈는 여러 차례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왔다.​ 장애인의 날, 아동학대 예방의 날, 제헌절 같은​ 기념일에 캠페인을 펼쳤다. 이용자들이 먼저 나서 기부가 이루어진 적도 있다.​ 클로버게임즈는 안전한 중립보다는 분명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클로버게임즈의 행보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낸 것은 아니다. 으레 그러하듯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2년 내내 이용자들의 매서운 목소리가 전해졌다. 서문에 구체적인 내용들을 모두 전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은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이용자 포럼은 그 운영이 중단됐다. 직원들의 안녕을 지키고, '위험의 외주화'를 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제 발로 이용자 커뮤니티를 닫는 게임이라니, 이렇게 클로버게임즈가 걷는 길은 결코 흔하지 않아서 기록의 가치가 있다. 간판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물론 '가상세계 이주 서비스' <잇츠미>, 기업공개까지 나눌 이야깃거리도 많다. 디스이즈게임의 창간 17주년,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2주년을 맞아 윤성국 대표와 대화를 나누었다.

 

클로버게임즈 윤성국 대표

 


 

Q. 게임대상 수상 이후 만 2년이 지났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A. 클로버게임즈 윤성국 대표: 여전히 개발 현장에 있다. 최근 <로드 오브 히어로즈>(이하 로오히) 2주년 때도 직접 나가서 인사를 드렸다. 시간이 빠르게 지난 것 같다. 회사에 살다시피 해서 코로나19도 피해 간 것 같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대표 하기 어렵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아직 할 만하다. (웃음)

 

 

Q. 클로버게임즈는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왔나?

A. 순환 근무를 하다가 작년 말부터 출근하고 있다. 우리 직원께서 방역 수칙을 상당히 잘 지켜주고 계시다. 10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지난달에야 첫 확진자가 나왔다. 그전까지는 확진자가 없었다. 앞으로 지침이 완화되면 확진자가 늘지 않을까 걱정이다.


# "진심"을 담아서 만들어낸 <로오히>의 2주년

Q.  어느덧 <로오히>의 2주년이다.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지?

A. 아무래도 최근 일이라서 그런지 지난 2주년 방송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비대면 퀴즈 코너를 만들었는데 <로오히>를 이용하는 분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인터넷 공간의 텍스트에만 노출되다 보니 화면 뒤에 계신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지 잊고 있을 때가 많다. 

<로오히>는 그런 분들의 응원 덕에 지금까지 잘 서비스될 수 있었다. 그런 응원에 늘 감사하고, 기념 방송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3주년이 된다면 오프라인 현장에서 진행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Q. 행사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뭐라고 이야기를 했나?

A. 지금까지 게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코멘트가 많았다. 이번에 출시한 물 요한을 얻기 쉽게 해달라는 의견도 많았다. 30분할 스크린에 맞게 30분을 초청했는데, 보통 이런 이벤트의 신청을 받으면 수백 명에서 천 명까지 신청을 해주신다. 응원을 많이 받았는데, 개발자 입장에선 기분이 좋은 일이다. 직접 응원을 받게 되어 기억에 남는다.


Q.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시대에 <로오히>는 2년을 버텼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클로버게임즈는 진심을 담아 업데이트를 한다. 아무래도 아직은 중소기업이라서 부족함이 있다. 조금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한도 내에서는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규모와 수준에 대해 이용자께서 양해를 많이 해주신다. 그러면서 시너지가 나오는 거 같다. 

작년부터 연간 방송을 20회 정도, 2주에 1번꼴로 진행했다. 그러면서 캐릭터 성우 분들과 협업도 하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가 생기고, 게임 외적으로도 재미가 생기게 된 것 같다.

회사 한편에 <로오히> 2주년을 기념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Q. 마도대전 스토리가 업데이트 중이다. 아직 새 줄거리를 접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하자면?

A.  오늘날 <로오히> 세계로부터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업데이트다. 전부터 과거에 거대한 전쟁이 있었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바로 그 전쟁을 다루고 있다. 

과거의 영웅들을 만나고,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특이한 지점은 기존 업데이트에서 제공되는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는 이전 것들을 클리어한 상태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이용자께서 플레이 순서를 선택할 수 있다. 과거의 영웅들이 전장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돌아보는 기획이기 때문에 기존 플레이와는 차별화가 된다.


Q.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

A. 그간 여러 이용자께서 '마도대전 좀 풀어달라', '지금 캐릭터들이 왜 이렇게 생각하나' 등을 물어오셨다. 굉장히 기다려지던 업데이트였고, 그 결과 2021년보다 지금 이용자가 더 많아졌다. 유저가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에 변동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재밌어 하셔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Q. 작년엔 잘 안 됐나?

A. 작년에도 잘 됐다. 올해 더 잘 됐다는 것이다. (웃음) 다만 작년에는 스토리가 부족해서 잠시 플레이를 멈추신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이번에 대거 복귀하셨다. 친구랑 같이할 수 있는 기부 이벤트도 진행하다 보니까 시너지가 생긴 듯하다. 

클로버게임즈는 여러 차례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사진은 현재 진행 중인 기부 캠페인.

Q. <로오히> 이용자는 어떤 경향을 보이고 있었나?

A. 이용자의 90%가 10~20대다. 글로벌하게 봐도 그 세대가 많다. 성비로 다지면 여성이 6, 남성이 4다. 해외에서도 다른 게임에 비해 여성 접속이 더 높게 잡힌다. 우리도 이런 부분들이 궁금해서 작년 설문조사를 했다. 7,000명 정도가 응답을 주셨는데, 신기하게도 RPG 경험이 없었던 분들이 70% 정도였다. <로오히>가 생애 첫 RPG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로오히>가 게임 설계가 좀 쉽다. 장비, 스킬을 맞추고 공략을 알아야 하는 RPG도 많지만, 우리 게임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강점 내세우다 보니 접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공략을 몰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고, 성능을 몰라도 엄청나게 막히는 스테이지가 없다 보니까 더 쉽게 접근이 되지 않았나 싶다. 플레이 타임도 타 RPG에 비해서 길지 않다.


Q. <로오히>는 한국 말고 어디에서 많이 하나?

A. 근래 미국 접속이 많이 잡히고 있다.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로오히>를 '가챠 게임'으로 많이 검색해 들어온다. 소환 시스템에 업데이트에 대한 반응이 제일 좋은 곳도 미국이다. 미국 다음은 일본이다.


# 칭찬과 비난의 외줄타기... "위험의 외주화"는 안 하겠다는 클로버게임즈


Q. 때로는 칭찬을 받고, 또 때로는 비난 내지는 비판을 받는 게 숙명처럼 된 듯하다. 그간 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A. 서비스 초기에는 반응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감정의 기복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의견들을 장기적인 흐름 내에서 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로,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상처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Q. 과거 <로오히> 포럼이 "서비스 담당자의 스트레스" 등을 근거로 문을 닫았는데, 일각에서는 그 포럼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 

A. 포럼의 부재로 불편을 겪고 계시고, 부활을 원하는 분들도 계셔서 죄송하기도 하다.일단 내가 힘든 것과 일하는 직원이 힘든 것은 다른 문제다. 포럼이라는 게 텍스트 중심이다 보니 양방향 소통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포럼을 닫은 뒤, 불특정 다수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나온 게 지금의 라이브 방송이다.

사전에 질문을 받고, Q&A를 진행했는데 내부적으로 스트레스도 낮추면서 조금 더 활기차게 소통할 방법이었다. 자체 서비스를 하는 중소기업 측면에서는 스트레스가 많다. 포럼을 폐쇄할 때 분명 우려도 있었다. 많은 게임회사들이 자회사를 만들거나, 계약 맺은 별도 업체를 통해서 그런 소통을 진행하는데, 그것이 '위험의 외주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클로버게임즈는 유저와 소통을 담당하는 분들도 다 우리 직원이기 때문에 고민이 컸고, 그 결과 포럼의 폐쇄를 진행하게 됐다. 물론 아직 포럼을 대체할 만한 수단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라이브 방송이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 재밌는 양방향 소통이 작동했고 앞으로도 이런 방송을 강화시켜 나가면서 이용자분들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경청하려 한다. 그 쪽이 개발에도 더 힘이 되어왔다.


Q. 그래도 중요한 변경 사항, 업데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포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A. 게임 내에서도 공지 시스템이 갖추어졌고 정량적으로 클릭은 얼마나 했는지, 얼마나 읽어봤는지 체크 중이다. 포럼을 없애면서 어떻게 전달성을 확보할까 고민했고 많이 개선되어있다. 정보의 전달 측면에서는 현재의 방식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커뮤니티가 있다면 퍼뜨리는 것들이 주요하게 될 텐데, 아무래도 방송의 위력이 좋았다. 


Q. 그간 게임사들의 라이브 방송에서는 여러 쿠폰을 배포하며 이용자들의 민심을 잠재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받은 쿠폰을 '사료'라고 자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로오히>는 어떤가?

A. '사료'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우리가 방송에서 동시 시청자 보상을 정하기도 하고,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나눠 드리기도 하지만 절대로 유저를 길들이겠다는 측면에서 주고받는 게 아니다. 재미의 측면에서 즉석에서 회의해서 배포하기도 하고, 이번에 소환 시스템이 추가되었으니 그에 따른 재화를 드리기도 했다.



#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추구하는 <로오히>

Q. 유니세프와 <로오히>에서 사회 공헌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A. 2년간 <로오히>를 서비스하면서 기부 증서를 많이 받았다. 지금도 사무실 한쪽에 쌓여있는데 영웅들의 생일이 되면, 생일 카페를 열고 그 수익금을 동물단체나 장애인단체에 기부를 해주셨다. 그리고 그 증서를 클로버게임즈에서 보관하면 좋겠다며 보내주셨다. 이런 행동들이 굉장히 고마운데, '우리도 잘해야지' 생각도 함께 든다.

<로오히>를 하면서 제일 뿌듯한 순간이 뭐냐면, 우리 콘텐츠 덕에 많은 사람이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이 사회에 실제로 좋은 일을 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다. 2주년 때에는 우리가 먼저 그런 일에 앞장서자는 생각이 들었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일사천리로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 기부 이벤트는 간단하다. 친구를 초대해서 4-12 페르사 지역 보스를 깨고 코드를 입력하면 일정 금액이 기부된다. 지금까지 20만 개 이상의 계정이 참가해주셨다.


Q. 장애인의 날에도 캠페인을 전개했다.

A. 10대, 20대가 주로 하는 게임이다 보니 인권, 자유, 평등 같은 가치에 대한 공감 수치가 높다. 그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기리는 날들이 있다. 헌법이 제정된 날, 장애인의 날 등등. 그런 날들에 소소하게 캠페인 배너를 만들고 포스터를 공유한 정도다. 그저 '같이 기억합시다' 하는 것이다. 그런 이벤트를 해서 얻는 이득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용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 <로오히>는 공감하고 있습니다'라는 의미가 강하다.


Q. 좋은 일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왜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A. 그런 이벤트를 진행할 때 게임의 세계관에서 공감할 만한 캐릭터를 뽑아서 진행한다. 콘셉트에 맞추어서 이벤트를 열고 있다. 수집형 RPG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톤 앤 매너가 맞지 않는 이벤트는 열지 않는다.


Q. 3월부터 소환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다. 간단히 말해서 예전에 못 가진 영웅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는 콘텐츠인데.

A. 획득한 캐릭터는 계약으로도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걸 좀 더 빨리 얻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기다리면 언젠가 나의 영웅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크게 부담스러운 것들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Q. 돈은 어떻게 버시려고?

A. <로오히>에서는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으로 더 나은 30대, 40대를 대하듯이 과금 구조를 설계할 수가 없다. 캠페인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하고 그에 따른 매출을 내는 구조가 건강하다. '사료'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에도 특정 소수에게 많은 돈을 걷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지 않은가? 우리 모델은 이용자 당 평균 결제 금액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게 아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용자와 오래도록 함께 가는 게 더 중요하다.

클로버게임즈가 받은 응원의 메시지

Q. 앞으로 <로오히>의 업데이트/운영 방향에 대해서 듣고 싶다. 

A. 앞으로도 <로오히>에서 집중해야 할 일은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시간선에 대한 선택권을 드린다거나 플레이 전개 구조를 새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 

작년에 업데이트했던 것 중 '자유의 광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만나기 싫다'라는 것이었다. 막상 추가해놓고 보니 쓰시는 분들은 잘 이용하시더라. 자유의 광장처럼 로드분들이 만나서 웃고 떠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려고 한다.  '친구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혼자 즐기기 좋은 게임이라서 찾기 힘든 거지 막상 만나게 되면 그것대로 즐길 수 있다고 본다. <로오히>를 친구들이 모이는 장으로 만들면 좋겠다.

여담으로 라디오에서 들은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영국에서 미국까지 가장 빨리 갈 방법을 응모했는데 어른들은 콩코드 비행기, 로켓, 배 이런 것들을 써서 냈는데 한 어린이가 1등을 했다고 그랬다. '좋은 친구랑 함께 갈 때'를 써서 말이다. 그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니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로오히>를 기억하는 요소로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겠지만, 관계도 있었으면 좋겠다.


# <잇츠미>는 무엇인가?

Q. 예전부터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클로버게임즈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A. 앞서 밝혔듯 기념해야 하는 날에 기업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뭔가를 한다면 문화 산업의 일원으로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이야', '하기 싫어' 이런 것보다 문화 산업에서 좋은 쪽으로 기여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명절은 매출을 올리기 좋은 날이지만, 우리는 뭔가를 더 하려고 하는 편이다. 지난 설에도 한복 입은 성우와 새해 인사하고 속담 퀴즈를 냈다. 명절을 보내면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에 동참했고  거기에 (이용자들이) 호응해주셨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게, 문화 만들어나가는 활동이 아닐까 한다. 게임은 수익화가 잘 된 산업이다. 게임뿐 아니라 음악이라던지 여러 분야와도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다. <도깨비>, <그해 우리는>의 남혜승 음악감독과 OST를 내는 것도 그 일환이다. 마케팅에만 쓰이고 마는 OST가 아니라 실제 게임 스토리 상 엔딩이나 아카이브에서 나오는 곡들이다. 미래에도 이런 결합들을 통해서 좋은 문화를 일구려 한다.


Q. 시장에서 오랜 기간 인정받아온 수집형 RPG를 서비스 중이다. <로오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NFT로 발행할 생각은?

A. 클로버게임즈는 인정받는 IP를 만들고 싶다. 그 어떤 일을 벌이든지 그 존재 가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캐릭터 기념일도 챙기고, 사람들에게 기억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NFT에 대한 호응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Q. 새 프로젝트 <잇츠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카카오 채널을 통해서 1년 전부터 소통하고 있는데, 가상세계 이주 서비스로 준비 중이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그렇고 게임에서도 그렇고 새로운 모습을 꿈꾼다. 수많은 곳에서 캐릭터를 생성한다. 엘프일 때도 있고 드워프일 때도 있고, 영웅, 용병, 기사, 학생, 마법사, 직장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작가, 가수가 될 수도 있다. 어느새 '부캐'(부 캐릭터)에 관해서들 생각하고 있는데, <잇츠미>는 부캐를 만들어서 재능을 표현하는 서비스다. 

잇츠미의 세계에서는 사진사나 패션모델 등 원하는 모습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역할들이 세계에 구현되어있고, 그 세계 안에서 놀 수 있다. 검과 방패를 다루는 캐릭터들도 생길 수 있다. 자유도가 높은 세계인데, 게임이 아니라 소셜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 출시된다. 


Q. <잇츠미>는 게임이 아닌가?

그간 17년 동안 게임업계에서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이 가진 가능성은 굉장한데 그걸 너무 수익화 측면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게임은 그 어떤 취미보다 저변이 넓어질 수 있는데, 적은 이용자에게 많은 금액을 지출하게 하는 모델이 발전하면서 그 문이 좁아지고 있다고 본다. <잇츠미>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까 생각했을 때 고개를 돌려 다른 카테고리를 봤다.

유튜브, 넷플릭스, 스냅챗 같은 어플리케이션의 설명들을 읽으면 되게 게임 같다. 일상을 즐겁게, 오늘을 재밌게 이런 식이다. <잇츠미>가 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소셜, 엔터 성향이 강해졌다. 물론 게임적 동기 부여 로직이 갖춰졌고 스토리와 캐릭터까지 제공된다.  



Q. 그렇다면 <잇츠미>로 '메타버스'에 올라타려는 것인가?

A.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 발전과 인프라 개선,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를 메타버스라고 본다면, <잇츠미>는 메타버스로 분류하기에는 시기상조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재미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게 <잇츠미>다. 

이 서비스가 커지면 '가상세계 이주 서비스'에 본인의 부캐를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잇츠미>의 설계는 2018년 말부터 시작했다. 그때 내가 메타버스를 알고 있었느냐? 모르고 있었다. (웃음) 2019년과 2020년에도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때 "이건 우리가 알던 거랑 장르가 다른데요?"라는 반응이 많았다. 소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데 스토리와 캐릭터가 강하다 보니 나온 반응이다.


Q. 게임으로 분류했을 때 심의의 어려움을 피하려고 이런 개념적 모호함을 채택한 것인지?

A. 어느 쪽을 선택하든 모바일 마켓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심의를 거치게 되어있다. <잇츠미>를 게임으로 분류할 때보다 소셜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했을 때 심의 등급이 올라갔다.


Q. 그렇다면 왜 해외에서 먼저 예약을 받고 있는 건가? 누가 'P2E를 집어넣기 위해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안 하는 것 아니냐​'라던데.

A. 아니다. 우리는 콘텐츠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게임의 동기부여 로직에 대해서는 많이 참고했다. 아이템을 구매하는 일들은 다 가능하다. 기존의 게임의 로직 속에서 소셜 엔터테인먼트가 가미됐다고 보면 좋겠다.

또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콘텐츠가 많다 보니까,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높은 지역이다. 해외에서 먼저 소프트 론칭을 하고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인 뒤에 한국에 내려고 한다. 해외에서는 <제페토>, <로블록스>뿐 아니라 <아바킨 라이프>, <IMVU> 등 수많은 서비스가 있다. 이런 서비스 이용자들로부터 의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잇츠미> 메인 이미지

Q. 사실 기자는 언급한 종류의 서비스들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일부 못된 성인이 특정 서비스에 접속해서 미성년자에게 몹쓸 짓을 시킨다는 사례가 여러 경로로 보고되고 있다. 그게 믿고 할 만한 서비스겠나?

A. <잇츠미>는 12세 이용가다. 그런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말 조심하려 한다. 신고를 받으면 프로필을 멈추게 한다거나,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분쟁 행위에 대해서도 월드와 플레이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 중이다. 자녀들이 안심하고 부캐를 생성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 것이다. <잇츠미>에 행운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는 긍정적인 도움을 많이 준 사람에게 0.01, 0.02 씩 플러스가 될 것이다.


Q. 그러면 반대로 어른들은 거기서 뭐 하고 놀까?

A. 현재 동종 서비스에 들어가면 성인들이 할 거리를 못 찾는다. 재밌게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잇츠미>는 스토리 기반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플레이가 이뤄지면서 '여기 사는 게 재밌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그런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없으면 무질서가 펼쳐진다. <잇츠미>는 가족과 조카들이 함께 즐겨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의 범주에서 가이드가 들어간다. <잇츠미>의 스토리는 일종의 '이민자 적응 프로그램'과 같다.


Q. <잇츠미> 광고에서 'RPG의 혁신을 꿈꾼다'라는 문구를 읽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지점들이 혁신에 해당하는 걸까?

A. 그렇게 도전하려 하고 있다. 사용자 객단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이용자에게 우리 세계를 펼치는 게 목표다. 마케팅 로직으로 따지면 절대 좋지 않다. 수익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제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지금껏 클로버게임즈에 투자하신 분들도 이런 가치에 공감하셨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그래서 클로버게임즈 상장 언제 해요?"

Q. 투자자들은 클로버게임즈의 기업공개(IPO)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척 상황을 공유하자면.

A. 클로버게임즈는 외감법인이므로 전자공시가 전부 공개된다. 2021년 매출이 2020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로오히>의 누적 다운로드는 500만, 누적 매출은 500억 원을 기록하며 해외 매출 역시 증가했다. 우리 게임의 이용자 객단가가 별로 높지 않은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포럼 관리보다 20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소통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 적자 폭도 재작년에 비해서 소폭 줄어들었다.

2022년은 3년간 개발한 <잇츠미>가 출시되는 연도다. 매출 확대는 물론 흑자전환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상장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흑자가 나는 기업으로 거래소에 골인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에게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이 기업가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


Q. 그 말은 <잇츠미>가 잘 안되면 상장을 안 하거나 미룰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A. <로오히>도 그렇고 <잇츠미>도 그렇고 장기간의 호흡을 가지고 서비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현재 성과가 났다'고 그러면 개선을 통해서 그 성과를 끌어올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잇츠미>의 콘셉트가 독특하기 때문에 개선점이 많을 것이다. 그 개선 포인트를 잘 잡아내면 잘 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의 콘텐츠를 확충하면 또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Q. 추가 투자를 모집할 의향은?

A. 2020년에 마지막 라운딩을 했다. 그 이후에는 라운딩을 열지 않았다. 작년 7월 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된 이후 투자 의향을 타진해온 곳이 많다. 올해도 문의가 오고 있다. <잇츠미>가 출시되며 사업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므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다음 투자 라운딩을 준비해야지 않나 싶다.


Q. 현재 업계는 개발자 인력난을 겪고 있고, 중소 규모 업체는 구인이 더 힘들 것으로 짐작된다. 귀사는 어떻게 대응 중인지?

A. 우리도 쉽진 않다. 작년 말부터 팀별 인터뷰를 진행해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이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저 직군은 어떤지 올려두었다. 취업을 위해서 '이것을 준비하세요'까지 정리해놨다. 게시 이후 취업 사이트에 공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지원하신 분들이 계셨다. 입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로오히>의 경우 해보신 분들이 많아서 100명 이상의 지원이 오기도 한다. IP가 있다 보니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다. 방송에서도 언급했는데, 이용자분이 실제로 회사에 지원해 일하고 있는 케이스도 있다.


Q. 2018년 창립 때부터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있다. 경영에 있어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

A. 작년은 론칭이 바빠서 스톡옵션만 진행했다. 직원들이 주주가 되면 회사에 좀 더 몰입되는 측면이 있다. 경영 안건이 있을 때도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투명하게 "이 기업이 이렇게 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현재 동의를 보내주고 있는 듯하다. 


Q. 마지막으로 클로버게임즈가 어떤 회사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A. 우리 게임에 10대와 20대가 많다. 그분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 자녀나 조카에게 '젊은 시절에 이거 했는데 재밌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로 기억되면 좋겠다.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서비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그 서비스에 관해서 가족들이 서로 권할 수 있고,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다. 계속 정진하고 있다.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새로운 경험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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