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발더스게이트를 현실에서? TRPG 전문 공간 '깔깔 고블린 스페이스' 10월 오픈

디스이즈게임 (디스이즈게임) | 2023-09-13 17:23:07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 깔깔 고블린 스페이스]


게임 <발더스게이트3>나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의 소재가 된 TRPG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10월 오픈한다.


TRPG 전문 공간 '깔깔 고블린 스페이스'는 10월 중 매장을 연다고 밝혔다. '깔깔 고블린 스페이스'는 2018년 오픈한 TRPG & 보드게임 카페 '깔깔 고블린'을 리뉴얼하고 개칭한 공간이다.



# TRPG? 던전즈앤드래곤즈?


드워프와 엘프, 그리고 인간 모험가가 힘을 합쳐 드래곤을 쓰러뜨리는 소재의 수많은 소설과 영화, 심지어 경험치를 모아 레벨을 올리는 게임이라면 <던전즈앤드래곤즈>(Dungeons & Dragons)라는 시스템의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던전즈앤드래곤즈>(이하 D&D)는 1974년 처음 출시된 놀이로, 오늘날 판타지 RPG처럼 다양한 종족과 직업의 모험가들이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며 각종 사건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도와 미니어처를 이용해서 마치 ‘소꿉놀이’와 같이 얘기를 즉흥적으로 나누면서 게임을 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는 이후 TRPG(Table-top Role Playing Game)라는 장르로 불리게 됐다. 게이머들이 RPG라고 부르는 장르의 원형이자, 오프라인 버전이다.


<D&D>는 수 차례 진화를 거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디지털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로 재해석됐다. 근래 인기를 얻고 있는 <발더스게이트3>도 <D&D> 시스템과 일부 세계관을 차용한 게임이다.



# TRPG 전문 공간 '깔깔 고블린'


TRPG는 특성 상 오프라인에서 여러 유저가 모이는 공간이 필요하다. <D&D>가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도 정기적인 게임 행사가 조직돼 <D&D>를 즐기는 동호인이 상당수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내의 <D&D>는 소모임이나 지인들끼리 플레이를 하는 정도의 점조직으로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국내의 <D&D> 동호인 모임이 새로운 분기를 맞은 것이, 2018년 문을 연 전문 TRPG 카페 ‘깔깔 고블린’ 매장이었다. TRPG만을 위한 공간으로는 국내에서 최초인 셈이다. 


LGS(Local Game Store)문화가 정착된 국외의 오프라인 게임 문화를 벤치마킹해 보드게임카페 형태로 문을 연 ‘깔깔 고블린’은 5년 간의 운영기간 동안 국내 <D&D> 동호인이라면 한번쯤 찾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TRPG 명소가 되었다.


천여 종이 넘는 미니어처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언제든 가능한 정규 던전마스터(TRPG를 할 때 사회자 겸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게임 진행자)들이 머물고 있다는 장점은 색다른 취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 장소가 되었다. 



# 초심자와 경력자 모두를 위한 고민


매장을 찾는 게이머들의 일관성 있는 플레이 경험을 위해 수많은 던전마스터들의 의견을 모으고 정리하는 역할도 필요하게 되었다. ‘람자’라는 닉네임의 권지훈씨는 ‘깔깔 고블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D&D> 동호인 저변 확대의 성패가 곧 게이머들의 게임 경험의 질과 관계돼 있다고 믿었다.


새로운 게임 경험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D&D> 체험 행사를 조직했고, 국내 여타의 오프라인 게임 매장과 연계해 ‘고블린라떼콘’이라는 대형 TRPG 컨벤션을 주최하기도 했다. 양질의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던전마스터들이 모였고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는 다시 ‘깔깔 고블린’ 운영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주기적으로 TRPG 초심자들을 위한 행사를 열고, 이들이 TRPG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TRPG 입문의 폭을 넓혔다.



# 리뉴얼과 '깔깔 고블린 스페이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온 이후 오프라인 게임의 풍속도도 크게 변화했다. 다수가 북적이는 대형 컨벤션이나 <D&D> 행사는 열리지 못하거나 더 이상 게이머들이 원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깔깔 고블린’의 운영과 함께 TRPG 게임을 깊게 이해하고 즐기게 된 게이머들은 이제는 자신만의 팀을 길게 운영하거나 독립된 공간에서 게임 경험을 원했고 스터디룸이나 파티룸으로 향했다. 



게임 <발더스게이트3>로 한 차원 더 높은 <D&D> 세계의 서사를 경험한 게이머들의 수준에 발맞추기 위해, ’깔깔 고블린’은 개장한 지 5년만에 같은 장소에서 형태를 바꿔서 다시 한번 국내 <D&D> 문화에 공간적인 기여를 하려고 한다. 마치 방탈출 카페 혹은 <D&D> 세계 속의 주점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로 공간을 조성하고, 더 진지한 게임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카페 형태의 오픈된 공간에서 스터디룸 형태의 집중도 높은 게임 환경으로 변화한 셈이다.



# 새로운 원천 IP의 가능성을 가진 TRPG


‘람자’씨는 <D&D>를 알게 되고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많아지는 것을 단순히 같은 동호인 풀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가 가속화되는 대중 문화 산업에서 개성 있는 원천 IP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데, TRPG와 <D&D> 게임에서는 각각의 게임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즉흥적이고 단 하나 밖에 없는 유니크한 것이다. 때문에 웹툰이나 웹소설에 이어서, TRPG에서 생겨나는 각각의 담화들은 아주 중요한 고유 IP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람자씨는 이미 수많은 해외 히트 드라마, 영화 작가들이 ‘<D&D>의 게임 경험이 자신의 상상력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하며, 프로슈머(Pro-sumer; 문화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사람들)의 시대에 가장 잠재력 있는 문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D&D> 속 유명 세계관 중 상당수는 게이머들이 <D&D>를 즐기며 만들어낸 이야기와 세계에 기반한 경우도 많다. 


영화 제작사인 주식회사 윤곽이 새로운 ‘깔깔 고블린’의 운영을 맡고, 서브컬처 게임계의 마당발인 ‘카프레제’ 김수민씨가 합류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새로운 ‘깔깔 고블린’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윤곽의 윤수현 대표는 앞으로도 ‘모험자 리그’를 통해서 게이머들의 게임 경험의 성장을 독려하고 정교한 지형지물과 풍성한 미니어처로 결코 모니터에서 볼 수 없었던, ‘상상력’이 그리는 게임 세계관 표현을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나오는 즉흥적인 서사들이 원천 IP로의 가치를 획득하기를 기대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깔깔 고블린’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TRPG 및 웹소설 연구를 선도적으로 전개하는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신호림 교수는, TRPG 게임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즉흥 서사가 향후 새로운 K-인문학의 원천 소스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깔깔 고블린’의 국내 문화에 대한 기여도를 높게 평가했다.


새롭게 리뉴얼해 개장하는 <던전즈앤드래곤즈>, TRPG 전문 공간 ‘깔깔 고블린’은 ‘깔깔 고블린 스페이스’로 개칭해 10월 중 문을 열어 게이머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오픈 이후엔 기존처럼 주기적으로 TRPG 유저와 초심자를 위한 입문용 이벤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