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원칙에 맞서라" 나이언틱과 포켓몬 고, 코로나19를 마주하다

무균 (송주상) | 2020-04-09 14: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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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소 탐사 및 발견', '운동' 그리고 '다른 사용자와 실세계 교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어다. 이 표어는 바로 <포켓몬 고>를 개발한 'AR(증강현실) 게임 장인' 나이언틱의 개발 기본 원칙이다. 지도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에 뛰어든 나이언틱은 "지도와 게임을 결합하면 세상을 훨씬 마법과도 같이 만들 수 있다"라며 게임 개발에도 나섰고, 그렇게 <포켓몬 고>가 나왔다.

출시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는 물론, 나이언틱은 자신들의 모든 AR 게임에서 세 가지 개발 원칙을 지켜왔다. 하지만 나이언틱은 자신들의 개발 원칙과 반대에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코로나19 사태로 마주하며 큰 위기에 봉착한다.

 


 

출시 이후 줄곧 '개발 원칙' 지켰던 나이언틱과 포켓몬 고

2016년 출시된 <포켓몬 고>는 전 세계 포켓몬스터 팬들이 기다리던 게임이었다. 팬들은 AR 기술을 통해 자신들이 사랑하는 포켓몬스터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많은 게이머는 집 밖으로 나왔고, 사람들과 교류했다. <포켓몬 고>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었다.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지도 데이터 문제로 <포켓몬 고> 출시가 늦었던 국내에서 게임을 조금이라도 일찍 하고 싶었던 게이머들은 속초를 찾기도 했다. 당시 속초는 국내에서 <포켓몬 고>가 되던 유일한 지역이었다.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톱'이 많은 곳과 특정 포켓몬이 다수 나오는 '포켓몬 둥지'에는 <포켓몬 고> 게이머로 북적였다. 

▲ <포켓몬 고>유저가 가장 기다리는 이벤트 중 하나인 '커뮤니티 데이' 3월은 물론 4월에도 개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후에도 나이언틱은 <포켓몬 고>에 야외 콘텐츠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며 개발 방향을 고수했다. 매달 개최되는 '커뮤니티 데이'를 통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고,  '언제나 모험 모드' · '레이드' 그리고 'GO배틀 리그' 등을 통해 게이머가 더 걷는 이유를 만들었다. 단순한 걷는 행위를 모험으로 바꾼 것이다.

나이언틱이 그리는 <포켓몬 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상황이 변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여념이 없다. 모임을 자제하고, 밖으로 나서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많은 사람은 집에서 머무르며 할 일로 '게임'을 많이 선택했지만, 오히려 밖으로 나서서 교류해야 되는 게임 <포켓몬 고>는 플레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나이언틱은 개발 방향을 '약간' 선회한다.

 

▲ 'GO배틀리그'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를 걷거나 구매해야 한다. 
나이언틱은 이런 제한 조건을 모두 제거하여 모두가 집에서 배틀을 즐길 수 있도록 조치했다

 

 

# 원칙은 원칙일뿐! 유연한 접근으로 코로나19 마주하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외부활동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넘쳤던 <포켓몬 고>는 실내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조금씩 콘텐츠에 변화를 줬다. 2월 27일, 나이언틱은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지역인 한국, 일본, 이탈리아 게임 콘텐츠를 제한했다. 특정 시간에 진행되는 이벤트도 모두 취소했으며, 매달 개최되는 커뮤니티 데이를 연기했다.

대신 유저가 최대한 적게 움직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업데이트 내용을 추가했다. 특정 거리를 걸어야 참가할 수 있는 GO배틀리그를 제한 없이 누구나 할 수 있게 했고, 제자리에서 포켓몬스터를 만날 수 있는 향로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또, 기본 부화기도 반만 걸어도 알이 부화할 수 있도록 패치했다(예를 들어, 기존 5km → 2.5Km).

▲ 국내에서는 2월부터 야외 콘텐츠가 없다시피 했다. 일부 진행된 콘텐츠도 집 근처 산책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은 한국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나이언틱은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자체를 추가했다

언제나 모험모드를 개선하여 실내에서 돌아다녀도 이동 거리가 측정됐고, 레이드와 포켓스톱을 인식할 수 있는 거리를 두 배로 늘려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유도했다. 또, 집에서 레이드 · 가상 장소 방문 · 기존 이벤트 등을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업데이트한다고 예고했다. 

이런 업데이트는 나이언틱의 기존 개발 원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언틱은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는 모험'이라는 나이언틱의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권장되는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하게 원칙을 해석했다.

▲ 실내 콘텐츠를 최우선 순위로 올렸다. 야외 콘텐츠가 중심이었던 <포켓몬 고>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 출시 이후 첫 위기, 진화된 원칙과 콘텐츠로 기회 만들까?

 

<포켓몬 고>는 출시 이래 북미 ·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대부분 플랫폼 매출과 인기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그랬던 <포켓몬 고>가 코로나19로 모든 지역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포켓몬 고> 기존 콘텐츠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국내는 구글플레이 스토어 기준 백 위 권 밖이며, 북미지역은 약 일 년 만에 탑텐에 들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포켓몬 고>와 나이언틱이 첫 번째 겪는 위기인 셈이다. 일,단 위기 인식 능력은 '현실적'이다. 그들은 기존 원칙의 유연한 해석을 통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로드맵 최우선 순위에 뒀다. 지금까지 <포켓몬 고>에서 보기 힘들었던 콘텐츠가 추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이언틱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다.

▲ 미국에서 계속해서 매출 순위는 떨어지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실내 콘텐츠 추가는 수익 구조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출처: 게볼루션)

<포켓몬 고>의 이번 위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AR게임이지만,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것까지 준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개발 원칙이 있던 나이언틱이 현재 상황에 맞게 게이머를 위한 콘텐츠 제공하고, 개발에 나선 것은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나이언틱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세계가 그럴 준비가 될 때까지 우리도 그때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포켓몬스터가 진화하듯 이번 위기로 나이언틱과 <포켓몬 고>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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