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배그 게 섰거...라? 인도판 ‘배그 모바일’이 등장한 이유는?

체리폭탄 (박성현) | 2020-09-10 18: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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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게임 시장에 난리가 났습니다. 9월 2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이 차단됐습니다. 텐센트가 서비스 중이라는 이유였죠. 인도 정부는 ‘중국 앱이 가하는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이유를 댔습니다.

 

텐센트는 물론 펍지와 크래프톤에게 대형 악재입니다. 크래프톤에게는 내년 상장이 전망되는 상황이니까요. 인도 게이머도 혼란에 빠졌습니다. 1등 게임이 하루아침에 증발했으니까요.

 

급기야 <배그 모바일>의 빈자리를 노리는 ‘발리우드 게임’까지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한 걸까요? <배그 모바일>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엄청난 국제적 분쟁에 휩싸인 인도 <배그 모바일> 사태를 들여다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갑자기 인도에서 <배그 모바일>이 왜 금지된 거래? 

 

<배그 모바일>만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인도는 지금 중국 불매 운동이 한창입니다. 중국 국기와 시진핑 사진을 불태우고 중국 제품을 부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을 정도죠.

 

2020년 6월 틱톡, 위챗 등 50여 개 앱을 금지했습니다. 9월 2일에는 여기에 더해 중국과 연결되거나 중국에 기반을 둔 118개 앱도 차단했죠. 텐센트가 서비스하던 <배그 모바일>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앱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제2외국어 교육에서 중국어가 제외됐고, 호텔에 중국인 숙박이 금지됐으며, 5G 장비도 중국 회사는 배제됐죠. 2019년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도 협조 안 했던 인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직접적인 원인은 2020년 6월 발생한 인도-중국 국경분쟁입니다. 

 

그런데 이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에요. 두 나라는 1950년부터 접경 지대에서 국경 분쟁을 벌여 왔거든요. 한반도 면적보다 1.3배 가량 넓은 13만 제곱 km를 놓고 다퉈왔습니다. 1962년에는 전쟁이 일어나 중국군이 인도 내륙까지 진격할 정도로 심각했죠. 미국과 소련이 개입해 전면전 직전에 마무리됐습니다.

 

두 나라는 96년 국경지역에서 발포하면 안 된다는 합의에 서명했죠. 그런데 2017년 이후 다시 위기가 도래했고, 2020년 6월 양군 난투극에 수십 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습니다. 9월 8일에는 합의를 깨고 45년 만에 총격전까지 벌어졌죠.


당연히 인도에서 반중정서가 하늘을 찔렀고, 인도 정부도 중국 제품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있는 거죠.

 

그럼 인도 게이머들은 어떻게 반응하는데?

 

젊은이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인도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미국산 앱보다 틱톡, 위챗 같은 중국산 앱이 잘나갔는데, 이게 하루 아침에 차단됐으니까요. 특히 ‘틱톡’은 인도 사용자가 1억 2,000만 명 가량 됐으니 이용자들의 불편이 매우 컸겠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왕자영요>나 <AFK 아레나> 등도 그랬지만 <배그 모바일> 차단은 게이머들에게 대미지가 컸습니다. <배그 모바일>은 인도 다운로드 수만 1억 8,000만으로 국민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니까요.

 

반면 노년층 입장은 다릅니다. 이런 앱들을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국경 분쟁과 별도로 평소 탐탁치 않게 여겨 왔으니까요. 인도의 한 지방정부는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라며 <배그 모바일>을 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고, 2019년 3월에는 금지에도 불구하고 <배그 모바일>을 플레이한 10대 10여 명이 체포됐다가 훈방된 사례도 있었어요.

 

 

<배그 모바일>이 빠진 자리에 인도판 ‘배그’가 나왔다는 건 무슨 소리야?

 

인도에서는 중국 게임 빈자리를 자국 게임으로 채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은 3인칭 슈팅게임 <FAU-G>입니다. CNBC TV18, 에코노믹 타임스를 비롯한 인도 주요 매체에서도 <FAU-G>를 집중적으로 보도할 정도죠.

 

경쟁을 위해 <FAU-G>가 꺼내든 카드는 ‘애국심입니다’. 현재 진행형인 인도-중국 분쟁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죠. 개발사는 “인도군이 국내외 위협에 대응한 실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게임 첫 미션 갈완 계곡은 인도와 중국의 주요 분쟁 장소입니다.

 

홍보를 맡은 인도 유명 배우 악쉐이 쿠마르는 “플레이어는 인도 군인의 희생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순수익 20%를 순직 군인 신탁(Bharat Ke Veer)에 기부된다”고 밝혔죠. 인도 정부도 거드는 모양새입니다. 8월 22일 인도 나렌드라 모리 총리는 ‘인도 문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인도 게이머 반응은 어때?

인도 젊은 층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 있겠냐’는 반응이 대다수인데요, 대형 개발사도 아닌 곳에서 <배그 모바일>급 게임을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개발 목적도 게임성보다 인도 정부의 눈치를 너무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불만에는 <배그 모바일>이 갑작스레 금지된 점도 큽니다. 인도 국민게임 <배그 모바일>을 다시 하고 싶었을 뿐인데, 생뚱맞은 애국심 고취 게임을 해야 될 처지니까요. 이에 인도 게이머들은 <FAU-G>에 대한 밈을 만들며 자신들의 처지를 풍자합니다.

게임 공개 시점이 시점인지라, ‘배그 빈자리를 노골적으로 훔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배그 모바일>이 9월 2일 차단되자, <FAU-G>는 9월 5일 공개됐으니까요. 개발사는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습니다. 게임은 2월부터 제작되고 있었다는 주장이죠.

출처: 트위터Tonishark3

 


그나저나 <배그 모바일>은 완전히 아웃된 거야?


펍지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텐센트와 펍지 수익도 문제고, 크래프톤 상장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특히 전 세계 다운로드의 4분의 1이 인도에서 발생했으니 더더욱 악재입니다.

텐센트와 펍지는 우회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9월 8일 펍지는 텐센트 대신 <배그 모바일> 인도 서비스를 직접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앱이 아니면 ‘복권’을 노릴 수 있을 테니까요. 

펍지가 직접 서비스를 담당하면 인도 정부의 ‘중국 불매’ 방침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텐센트가 기존 퍼블리셔이자, 공동 개발사이자, 크래프톤 2대 주주라는 점 때문에 여전히 발목이 잡힐까요?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래없는 시츄에이션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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