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스위치' 부터 '용산'까지, 2020년 하드웨어 핫이슈 7가지

체리폭탄 (박성현) | 2021-01-14 1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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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우리 삶은 코로나19에 지배당했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였다. 팬데믹은 전 세계 공장과 운송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반면, 수요는 급증했다. 소비자는 ‘집콕’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이슈 상당수가 품귀현상과 관련된 이유다. ‘지르고 싶은’ 하드웨어도 넘쳐난 해였다. 통장을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2020년 하드웨어 핫이슈 7가지를 짚어봤다.

 

 

1. 닌텐도 스위치 동숲 대란

없어서 못 산 물건 1호는 ‘닌텐도 스위치’다. 2월 초, 코로나19가 중국을 시작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있는 닌텐도 스위치 공장에 바로 영향을 끼쳤다. <링 피트 어드벤처>를 비롯, 3월 발매 예정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품귀현상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발매되며 시작됐다. 게임의 뜨거운 인기에 비해 스위치 수량은 부족했다. 집콕이 늘면서 인기가 계속되자 ▲끼워팔기 ▲웃돈거래 ▲현금거부 등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도 늘어났다. 정가 약 36만 원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은 4월 중반 온 · 오프라인에서 60만 원대에 팔렸다. 같은 기간 <링 피트 어드벤처>도 200%가량 가격이 폭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치로 가장 득 본 곳은 대형마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스위치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대형마트는 정가로 판매되기 때문에 평소 게임기 구매 시 기피됐다. 품귀 현상 속에서 이는 대형마트가 지닌 장점이 됐다. 스위치로 재미를 톡톡히 봤는지, 대형마트는 이후 신형 콘솔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2. 더 강력해진 9세대 콘솔

없어서 못 산 두 번째 물건은 신형 콘솔이다. 전세계에서 품귀현상을 겪는 ‘귀한 몸’이다. 2021년 1월에도 사재기, 배송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다.

PS5와 Xbox 시리즈 X/S는 소니와 MS 양사가 7년 만에 선보인 차세대 콘솔이다. 세대가 바뀐 만큼 공통된 특징도 달라졌다. 이전 세대는 ▲원가 절감 ▲소셜 기능 ▲다운로드 구매가 특징이다. 두 회사 모두 게임기 보급에 힘을 썼다. 반면 이번 8세대 콘솔들은 하드웨어 성능을 더욱 끌어당겼다. 공통된 특징은 ▲SSD 적극 활용 ▲레이트레이싱 ▲발열 제어다. ‘햅틱 피드백’, ‘프로젝트 어쿠스틱스’처럼 새롭게 선보이는 기술도 눈에 띈다.

2020년 콘솔 전쟁은 유별 특별했다. 코로나19로 E3와 게임스컴 같은 대형 행사가 모두 취소 됐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신형 콘솔과 독점작을 선보일 기회가 사라진 탓일까? 두 회사는 신형 콘솔 정보를 연말까지 꼭꼭 숨겼다. 그 탓에 루머가 유난히 많았던 한 해였으며 기기 발매 전까지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3. RTX 3080 대란

 

없어서 못 산 세 번째 물건은 그래픽카드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30시리즈’는 성능 공개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기상조로 여겨지던 4K와 RTX를 가능케 하는 성능, 그런데도 이전 세대와 동일한 가격 덕이다. 또한 많은 유저가 사용한 ‘지포스 10시리즈’의 수명이 점차 끝에 이르며 세대교체 시기도 찾아왔다. 많은 유저가 30시리즈를 원한 이유다.

 

그렇지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30시리즈 중 RTX 3080은 국내외 가리지 않고 구매가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감소와 수요 폭증이 겹친 탓이다. 

 

2020년 12월에는 비트코인 열풍으로 가상화폐 ‘이더리움’도 폭등했다. 암호화폐 채굴이 다시 활기를 찾으며 채굴용 그래픽카드 수요도 폭증했다. 수요는 지포스 30시리즈로 몰려들었는데, 이는 지포스 20시리즈의 단종과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채산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21년 1월 11일, RTX 3060 Ti 가격은 약 80% 폭등한 90만 원 대다. 

 

 

4. ‘용산 프리미엄’

30시리즈는 국내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바로 ‘용산 프리미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IT나 게임 매체를 넘어, 대중 매체에까지 보도됐다. KBS에서 용산을 다룬 다큐멘터리마저 방영했을 정도다. (KBS는 2007년 ‘손님 맞을래요’를 보도한 바 있다.)

PC부품 유통 구조는 오랫동안 지적받은 문제다. 한국은 지리 및 문화 특성상 단일 시장인데, 그 규모가 작아 박리다매 정책이 어렵다. 수입사가 제조사로부터 들여오는 가격부터가 비싸다. 여기에 흔히 ‘용산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지나친 유통 수수료도 더해진다. 제조사 권장소비가 약 84만 원에 불과한 RTX 2080이 한국에서 최소 150만 원부터 판매된다.
 
다행히 몇몇 유통사에서 직접 30시리즈 판매를 시작했다. 150만 원대로 예상된 RTX 3080의 실제 거래가는 100만 원 안팎이 됐다. 쿠팡을 비롯한 오픈마켓으로 물량을 공급해 유통 과정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5. 그저 빛! AMD 라이젠 4세대 5000번대 CPU

‘게임용 CPU하면 인텔’은 옛말이 됐다. AMD가 인텔을 역전했다. 하드웨어 마니아 사이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8년간 인텔이 CPU 개발을 축소하는 데 반해, AMD는 연구에 적극적이었다. 그 성과가 AMD CPU 라이젠 4세대다.

성능과 가격 모두 출중하다. 메인스트림 제품군 5600X는 제조사 권장소비가 약 33만 원(299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인텔의 플래그십 CPU  i9-10900K와 동등한 성능이다. 10900K는 라이젠 4세대 발매 이전까지 최고급 게이밍 CPU로 불렸다. 그에 걸맞게 권장소비가도 약 54만 원(488달러)이고, 2020년 5월 국내 정발가격은 80만 원대로 비싼 편이었다. 그야말로 인텔의 자존심이 담긴 CPU인데, AMD 메인스트림 제품에 압도당한 셈이다.

CPU시장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있다. 생산라인 확보가 시급하다. AMD는 2020년 연말까지 PS5, Xbox 시리즈 X/S에 납품될 CPU 및 GPU 생산에 집중했다. 이로 인해 신규 GPU RX 6000시리즈는 초기 물량이 없다시피 한 상태였고, 라이젠 4세대 CPU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심각한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AMD 리사 수 CEO가 라이젠 4세대 CPU를 선보이고 있다.

 

 

6. VR의 새로운 기준점: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오큘러스 퀘스트 2

<하프라이프: 알릭스> 발매와 오큘러스 퀘스트 2는 VR 시장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전자는 VR게임에, 후자는 VR기기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

여태껏 VR은 ‘대작’의 부재가 치명적이었다. 기기가 지닌 문제점을 고사하더라도, VR에서 플레이하고픈 게임이 마땅히 없었다. ▲높은 개발비 ▲개발의 어려움 ▲작은 유저층 등의 문제로 VR 게임들은 어딘가 부족했다. 거의 모든 VR 게임은 아래와 같이 나뉘었다.

 

① <H3VR>, <본웍스>처럼 VR의 특정 기능 활용에 집중한 게임

② ‘VR방 게임’, <서머 레슨>처럼 단기간 즐길 어트랙션용 

③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VR>처럼 VR로의 단순 이식

④ <에이스 컴뱃 7>, <바이오하자드 7>처럼 부분적으로만 VR 구간이 존재

 

 

반면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예외다. 부족한 점이 없다. VR 상호작용을 적극 활용한 게임 디자인, 13시간의 적당한 플레이 타임, VR 경험을 극대화하는 게임 연출 등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기존 VR 게임과 차별화된 경험으로 인해 ‘VR게임의 새로운 기준점’이라는 플레이 평가가 압도적이다. 

 

한편 페이스북의 보급형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도 파장을 일으켰다. ▲PC 불필요 ▲강력한 트래킹 시스템 ▲높은 기기 확장성을 통해 기존 VR기기가 지닌 문제점을 극복했다. 가격은 약 40만 원부터 시작한다. VR기기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 기능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이 대다수로, ‘보급형 VR기기의 규격’처럼 자리 잡고 있다.

 


 

 

7.  노트북 시장의 혁명, 애플 M1 칩셋

발표마다 황당한 디자인으로 비웃음거리가 돼온 애플, 하지만 작년 발표는 달랐다. 자체개발 SoC ‘애플 M1’ 덕이다. 일반 소비자와 게이머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개발자들은 M1 칩이 하드웨어 시장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 중이다.

M1 칩의 최대 강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낮은 전력 소모다. 이전 세대 맥 칩셋보다 CPU 3.5배, GPU 6배 더 빠른 성능을 보이면서도 배터리 수명은 2배 더 길어졌다. 하나의 칩셋에 CPU, GPU, D램 메모리 등을 모두 넣어 데이터 전달 효율을 극대화한 결과다. 노트북에서 가장 중요한 발열과 배터리 수명도 동시에 해결됐다.

두 번째는 강력한 호환성이다. M1 칩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와 동일한 ARM 기반으로 동작한다. 맥OS와 iOS를 나누던 장벽이 사라졌다. 여기에 애플은 프로세서 에뮬레이터 ‘로제타2’도 탑재했다. 로제타2는 인텔 프로세서용 애플리케이션을 M1 칩에 맞게 ‘번역’한다. 이를 통해 기존 맥에서 사용한 애플리케이션도 별도 과정 없이 실행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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