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청문회로부터 9개월… 에픽세븐은 정말 리버스(Re:birth) 했을까?

깨쓰통 (현남일) | 2020-04-12 12: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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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년 7월 15일

 

지난 2019년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게임을 꼽으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에픽세븐>이다. 이 게임은 운영에 대해 유저들의 불만이 1년 가까이 누적되던 와중, 속칭 ‘치즈 사태’라 불리는 보안 이슈가 계기가 되면서 대폭발. 개발사 대표까지 나오게 만드는 간담회, 아니 ‘청문회’를 치르는 안타까운 사태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러한 청문회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게임 업계 전체의 이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청문회는 장장 8시간이 넘게 진행되었지만, 불행히도 청문회로 모든 문제가 봉합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월광 영웅 천장 40회 도입 예정’이라는 (게임사 빼고) 그 누구도 예상 못한 발언 하나로 인해 오히려 불이 더 크게 번졌다. (월광 소환은 ‘정가’ 기준으로 한 번 소환에 33만원이다. 즉 40번이면...) 게임을 하던 유저들은 크게 실망하고 떠났으며, 게임사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심지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을 타겟으로도 비난이 이어질 정도였다.

 

결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장인아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문제의 월광 소환 천장은 철회되었다. 게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약속했으며, 유저들과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유저들의 성난 민심은 결국 청문회 종료 2개월 후 진행된 ‘에픽세븐 1주년 기념 파티’를 기점으로 간신히 진정되었지만, 게임에 남겨진 상처는 심대했다. 유저들은 굉장히 많이 게임을 떠났으며, 그 떠난 유저들은 고스란히 ‘안티’가 되었다. <에픽세븐> 을 하지 않는 게이머들조차 <에픽세븐>이라고 하면 일단 비난부터 할 정도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은 덤이다.

 

[기자수첩] 전환점 맞이한 에픽세븐,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청문회 이후 그나마 유저들로부터 호평 받으며 종료된 1주년 기념 행사 ‘에픽 버스데이’ 

 

# 2. ‘근본 해결’ 대신 선택한 것은 ‘보완’

 

외부의 싸늘한 시선과 다르게 어찌되었든 <에픽세븐>은 청문회 이후 지난 9개월 동안 치열한 변화의 시간을 거쳤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이 게임은 문제가 된 여러 부분에 대한 ‘근본 해결’ 보다는 ‘보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 게임에서 유저들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월광 소환’의 경우, 청문회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 월광 소환은 2020년 4월 기준으로도 여전히 정가 기준으로 1회 시도에 33만원이다. 

 

하지만 이 월광 소환을 둘러 싼 플레이 환경적인 부분에서는 대대적으로 보완을 진행했다. 출석체크, 콘텐츠 클리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월광 소환 재화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제3의 뽑기였던 ‘신비 소환’을 개편해 천장을 낮추고, 픽업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유저들의 ‘월광 영웅을 가지고 싶다’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대폭 낮췄다. 물론 이 정도로도 여전히 다른 게임에 비하면 아쉽다는 비판이 많기는 하지만, 9개월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유저 친화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다. 

 

월광 영웅을 얻을 수 있는 채널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 신비 소환. 산은 여전히 높고 등반루트는 암벽등반이지만, 그 옆에 길을 하나 뚫어준 느낌이다.

 

소환을 제외한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9개월 전부터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 중 하나였던 ‘자동사냥 부재’ 문제에 대해서도 <에픽세븐>은 ‘펫 시스템을 통한 간접 도입’ 이라는 보완을 선택했다. 

 

그나마 이 ‘간접 해결’조차 개발사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도입 초기에는 ‘자동사냥을 돌리려면 재화를 사용해야 한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결국 지난 2월에서야 간신히 ‘자동사냥 다운’ 자동사냥이 도입될 수 있었고, 유저들은 드디어 이 게임에서 ‘자동사냥’을 마음 놓고 돌릴 수 있게 되었다.  

 

9개월 전에 게임을 접었다면, 지금 가장 체감되는 변화가 바로 이 자동사냥의 도입일 것이다.

# 3. 소통? 쇼통?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다

 

운영 쪽을 살펴보면 <에픽세븐>은 확실히 9개월 전과 비교하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공지 사항에서 유저들은 이제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고, 개발사에서 게임에 대해 패치노트나 개발자 노트, 기타 안내를 개시하는 주기도 짧아졌다.

 

무엇보다 이제는 패치 노트 공개에 있어 ‘인터넷 스트리밍’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게이머들과 만나는 채널을 늘리고 있다. 이 스트리밍에는 때때로 개발자가 직접 나와서 게임에 대한 이슈를 설명하고 개선 방향을 밝히는 등. 확실히 9개월 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삐딱한 시선으로 <에픽세븐>을 보는 유저들은 ‘쇼통’ 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개발사의 이러한 ‘노력하는 모습’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신규 캐릭터의 최초 공개도 진행하고, 패치에 대한 설명도 진행한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가장 방송을 잘 활용하는 게임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 4. 그리고 4월 16일 ‘리버스’(Re:birth) 대규모 업데이트 

 

이 밖에도 9개월 전과 비교하면 <에픽세븐>은 많은 부분이 보완되었고, 콘텐츠도 많이 추가되었다. 비록 ‘핵심 콘텐츠’는 여전히 토벌 11단계(중에서도 와이번)라는 비판은 여전하지만, ‘월드 아레나’, ‘시련의 전당’ 같은 모드도 추가되었고, 장비 제련이나 강화 시스템의 추가 및 개편, 강화에 필요한 재화 하향 등 ‘유저 편의성’ 부분 또한 대폭 개선되었다. ‘메인 시나리오’ 면에서 보자면 ‘에피소드 2’ 총 10개 챕터도 완결되었다.

  


그리고 오는 4월 16일, 이 게임은 <에픽세븐 리버스>(Re:birth)라는 이름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1년 넘게 업데이트가 없었던 일반 미궁, 토벌 상위 단계 등이 차례대로 추가되고 기타 다양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이로 인해 <에픽세븐>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며,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고 가고 있다. 

 

물론 게임이 유저 친화적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해서 9개월 전에 <에픽세븐>을 ‘증오’하며 떠난 유저들, 그리고 이 게임에 여전히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의 시선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이 게임이 ‘좋은 기세’를 타긴 했지만, 이후 또 어떠한 기상천외한 사건사고로 또 다시 추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찌되었든 <에픽세븐>은 9개월 전에 공약한 대로 (최소한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의 ‘리버스’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더 기세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게임의 변화가 게이머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이후가 주목된다. 

 

이번 기사에 대한 조금 자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내용은 아래 영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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