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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셀프 감금된 21세기 파타피지션들의 히트상품 '링피트'

디스이즈게임 (디스이즈게임 기자) | 2020-05-08 17:01:43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닌텐도의 <링피트>는 한 편으로는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깊은 인상과 함께 영감을 준 타이틀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재 게임 개발팀 '잼아이소프트'의 리더이자, 게이미피케이션 종사자인 '소금불' 님께서 디스이즈게임에 <링피트>에 대한 게임 리뷰를 기고해왔습니다. 과연 게이미피케이션 관점에서 바라본 <링피트>는 어떠한 게임일까요? / 글쓴이: 소금불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집 밖은 위험해’ 

 

지긋지긋한 삼한사미의 겨울철을 지나, 이제야 따스한 봄볕이 묻은 벚꽃들로 눈부신 풍경을 만끽하러 신발끈을 조이고 집밖을 나서지만, 어김없이 신종 바이러스 안내 문자 알림 소리가 요란하게 귓가를 때리고 그렇게 현관문 앞에서 ‘목숨’을 건 꽃놀이 의 의지가 꺾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지겨운 쇼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티비 속 뉴스 앵커가 방송 말미에 친절히 틀어 주는 썰렁한 벛꽃 거리의 영상으로 봄맞이를 대신한다.  

 

출입금지 안내팻말이 덕지덕지 붙은 벚꽃풍경을 소개하는 앵커(jtbc뉴스룸)

바야흐로 ‘집 밖은 위험해’의 시대. 실내에서 먹거리조달, 취미생활, 운동까지 모든 걸 해결 해야 하는 덕분에 택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수많은 게임평론가들로부터 엄지척을 받은 게임 <데스 스트랜딩>에서 고립된 시민들을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독특한 설정이 화제였다. 그것이 과연 역병으로 인한 대택배시대가 닥쳐올 거라는 코지마(게임감독)의 신기어린 선견지명이었을까? 이런 엉뚱한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치며 쓴웃음을 지었던 게이머들이 한 둘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절된 사회, 영웅으로 거듭난 우리의 koo팡맨 (데스 스트랜딩)

 

 

# 체감형 게임에 대한 닌텐도의 뚝심 

 

2019년 가을 경 닌텐도가 야심 차게 내놓은 피트니스 어드벤쳐 게임 <링피트>는 이런 집콕족들과 궁합이 잘 맞아 대흥행을 이뤘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게임 스트리머들도 앞 다퉈 제각기 유쾌한 방법으로 <링피트>를 다뤄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자발적인 바이럴 마켓팅까지 가세하게 되어 고가의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사례와 높은 판매차트를 기록하며 그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링피트를 얕봤다가 혼쭐나는 스트리머 (유튜버 풍월량)

 

이미 닌텐도는 오래 전부터 <위테니스>, <위피트>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뚝심 있게 체감형 게임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링피트>의 전작 격인 <위피트>는 밸런스보드를 참신하게 활용하여 기능성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거기에 더 발전을 시켜 피트니스와 롤플레잉 장르요소를 믹스한 <링피트>라는 작품을 통해 또 한번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닌텐도의 고집이 이렇게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하드성능위주로 어필하던 소니와 MS를 제치고 닌텐도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대표적인 게임(닌텐도 위피트 플러스)

 


# 21세기 ‘파타피지션’

 

게이머는 닌텐도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허공에서 우스꽝스럽게 휘두르지만, 모니터 화면 속 아바타는 유저의 모션데이터에 맞춰 정확히 팔을 휘둘러 네트 반대쪽으로 멋 지게 공을 받아 친다. 점점 머릿속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게임 유저는 이 신기한 막대기를 손에 쥔 채 닌텐도가 만든 이 ‘사이비 테니스’에 몰입하게 된다.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철학 혹은 사이비과학’이라는 뜻의 용어,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오늘날의 게이머들의 행동양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 현대 의 파타피지션(Pataphysicain)들은 모니터 안 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그리고 과학기술로 빚어진 소품(게임 컨트롤러)을 이용하여 능동적인 쾌락을 얻는다. 테크놀로지가 깃든 인터페이스를 통해 플레이어의 상상과 현실이 합체가 되는 순간이다. 즉, 파타피지컬(Pataphysical)이다. 허경영의 ‘롸잇나우’ 랩을 진지하게 믿어주는 척하며 어색한 가사 라임에 맞춰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의 춤도 파타피지컬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저 유치한 3등신 아바타에 홀딱 감정이입 해 테니스 삼매경에 빠진다 (닌텐도 wii스포츠)

 

허벅지에 모션장치를 붙이고 스쿼트를 하여 뜬금없이 몬스터를 때려잡고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의 이 황당한 운동게임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파타피지컬한 유희에 익숙한 게이머들 덕분이다. ‘미래에 우리는 모두 파타피지컬한 종이 될 것이다’라는 제프리 쇼(미디어 아티스트)의 예언은 이미 21세기 게이머들에게서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링피트> 대유행이라는 괄목할 만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스크린 속 특이한 텍스트로 연출된 명소를 탐험하는 작품 
(Jeffrey Shaw, <The Legible City>, 1988-1991)

 

<링피트> 조깅플레이와 위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 게이미피케이션의 으뜸 모범사례 <링피트>

 

오랫동안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일을 해온 필자로선 <링피트>의 성공이 무척 흥미로웠다.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은 게임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 혹은 어떤 분야의 학습을 자연스럽게 성취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소변기 파리그림으로 물총(?)놀이의 재미와 쳥결 효과를 유도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인트보상과 계급을 부여해 참여자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일까지,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게이미피케이션 응용사례이다.  

남자들은 하루 수차례 옛날 수렵시대의 사냥본능을 발휘한다

 

게임과 교육 두가지 요소는 자칫 기계적인 결합으로 인해 재미도 없고 교육효과도 별로인 컨텐츠가 되기 쉽다. 그러나 닌텐도는 <링피트>를 통해 게임의 재미와 운동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게이머피케이션의 한계를 멋지게 극복했다. 

 

그래서 필자가 게임기와 <링피트>를 구입하여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게이미피케이션의 네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링피트>의 장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은 말만 거창하지 게이머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요소이므로 편한 마음으로 읽기를 바란다.  

 

 

# <링피트>의 동기부여  

 

모든 일의 시작은 흥미가 있어야 존재하는 법, <링피트>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은 역시나 링콘이다. 

 

2개로 분리가능한 게임기 컨트롤러를 각각 필라테스링과 플레이어 허벅지에 부착해서 다양한 피트니스 모션을 인식하게 한 아이디어는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여러 제스처(장풍 쏘기, 점프)를 통한 링콘의 다양한 활용은 단조로운 게임진행을 탈피하고 유저에게 장난감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주었다.  

 

링콘을 쪼물딱거리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기만 해도 재밌다 (닌텐도 링피트)

 

턴제 배틀, 피트스킬 레벨업, 장비(유니폼)업그레이드 등 이러한 대중에게 친근한 롤플레잉 장르의 요소들을 과감히 채용한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매 스테이지 마 다 새롭게 등장하는 귀여운 헬스용품 몬스터들도 친근함을 물씬 풍기는 흥미요소다. 게다가 20개가 넘는 다양한 방식의 미니게임 제공은 자칫 빡 센 게임플레이 겪고, 포기의 유혹을 느낄 만한 플레이어들에게 타이밍 좋은 쉼표가 되었다. 

 

지쳐서 잠든 빅케틀벨을 귀엽다고 봐주지는 말자

 

수십가지 미니게임 컨텐츠도 <링피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즐길거리

 

 

# <링피트>의 레벨업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어떤 분야이든 입문단계에서 마스터의 경지까지 천천히 한 단계씩 밟으면서 레벨업을 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피트스킬을 써서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를 쌓고 레벨업을 해 능력치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피트스킬을 배우고, 획득한 돈으로 유니폼장비를 맞추어 다음 피트니스 배틀에 대비하는 등 롤플레잉 장르의 특성이 컨텐츠에 충실히 반영됐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여러 퀘스트와 도전거리로 다채롭게 꾸며진 스테이지가 유저의 수준에 맞춰 차례대로 알맞게 제공된다. 

 

웬만한 RPG게임 뺨치는 스킬트리
 

피트니스 자세 하나 제대로 못해서 빌빌거렸던 필자가 스테이지를 하나씩 격파하게 하면서 피트스킬을 몸으로 익히고, 결국 최종보스를 쓰러트려 엔딩의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개발사의 세심한 레벨디자인(스테이지 설계) 덕분이다. 어떤 날엔 몇 번 패배의 고배를 마시게 되어 분한 마음에 좋은 장비를 살 돈을 벌기 위해 몇 번이나 같은 스테이지를 돌은 적이 있다. 

 

결국 얼굴에 땀이 흠뻑 젖은 채 평소보다 30분을 오버해서 링콘 조깅을 뛰고 말았다. 상쾌한 기분으로 샤워를 하면서 이런 롤플레잉 요소가 얼마나 위력적으로 작용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롤플레잉 장르 와 피트니스 조합의 시너지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높이고 꾸준한 참여도를 유지하는데 강력한 촉진제가 됐다. 

 

숨겨진 스테이지와 서브 퀘스트 성격의 보너스 미션도 풍부하다

 

 

# <링피트> 몰입감의 3가지 비결 

 

사용자로 하여금 게임에 홀딱 빠지게 되는 데 최고로 여기는 건 시청각적인 요소와 조작감이다. <철권>에서 적을 때릴때 주먹에서 터지는 화려한 불똥 이펙트와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타격음을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로 능숙하게 필살기를 시전하여 적을 날려버리고 그 통쾌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원활한 조작시스템이 없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링피트>에서도 이 세 가지 요소가 정교하고 멋지게 구현되어 있다. 

 

적 복부에 시원하게 작렬하는 붕권의 쾌감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남코 철권)

 

첫 번째로 꼽을 건 피트배틀이다. 피트스킬을 시전하면 적 근처에 특정 아이콘이 떠서 적을 때리는 애니메이션이 연출되는데, 피트스킬 종류별로 공격하는 연출이 다르다. 가령 복근운동을 하면 복근 모양의 조각상이 나타나 적의 머리를 때리고, 손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하면 팔 모양 아이콘이 적 턱주가리에 어퍼컷을 날리는 식이다.

  

그 중에 양팔을 옆으로 뻗고 돌리면서 상반신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전사자세라는 피트스킬이 있다. 필자는 그 피트 스킬을 시전하면 과연 어떤 모양의 아이콘이 출연 하여 몬스터를 공격을 할까 궁금했다. 

 

약간의 기대를 품고 시전해보니 연꽃 봉오리가 적 근처에 나타나 활짝 열리는 멋진 애니메이션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연출이지만 유저의 몸동작을 만개하는 꽃에 비유한 것은 정말 개발사의 멋진 아이디어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은 게임은 넘쳐나지만 이런 미학적인 센스까지 돋보이는 게임은 매우 보기 드물다. (박수 다섯번) 

 

개인적으로 <링피트>에서 최고로 인상 깊었던 장면

 

두 번째로는 심혈을 기울인 사운드 디테일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플랭크 엉덩이 들기 피트스킬은 바닥에 엎드려서 하는 동작이라 게임화면을 볼 수가 없어서 눈으로 동작의 타이밍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고무줄을 당기는 듯한 느낌의 효과음은 엉덩이를 들어야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안내해줬다.

  

그리고 같은 BGM이라도 피트 스킬의 종류에 맞춰 음악의 템포가 느려지거나 빨라지기도 한다. 유저는 이렇게 다양하게 편곡이 된 BGM에 맞춰 각기 다른 텐션으로 피트 스킬에 몰입하게 된다. 아이콘, 그림, 색깔 등 시각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뿐만 아 니라 청각적인 인터페이스도 배려했다. 이쯤 되면 <링피트>의 만듦새가 얼마나 탄탄한지 여실히 알 수 있다.  

 

특정 방어자세에서, 편곡된 BGM을 들으면 긴장감이 배가 되며 자세에 더 집중하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게임을 제어한다고 느끼는 조작감이다. 아무리 그래픽과 사운드가 뛰어난 게임이라도 조작감이 형편없으면 쓰레기라고 외면 받기 쉽다. 

 

구입 전까진 필자는 컨트롤러의 모션인식에 대해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대체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었다. 뻣뻣한 몸이라 몇 개의 피트 스킬은 포기한 것도 있었지만 튜토리얼 배려가 잘 되어있어서 60여 개 넘는 피트 스킬들을 대부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기계의 한계가 있어서 어떤 동작은 건성으로 해도 합격이라고 판정되기도 한다. 이 문제는 각잡고 제대로 해야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약간의 책임감만 갖으면 충분히 커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난이도 자세를 취해 나무로 위장하여 땡벌 무리로부터 위험을 모면하는 이벤트

 

# <링피트>의 보상과 고찰 

 

마지막으로 보상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헬스 바보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가까스로 쟁취한 승리의 기쁨, 레벨업을 하여 얻은 업그레이드 포인트, 그리고 게임 광고카피처럼 칼로리 소모와 가벼운 실내운동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다. 

 

하루 한 시간 <링피트>를 마치고 흐뭇한 표정으로 칼로리 리포트를 읽으며 ‘스쿼트 1000개’를 돌파했다는 빵빠레를 들었을 때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뿌듯함까지, 일일이 이렇게 심리적인 보상을 챙겨주는 일도 정말 괜찮은 점이다. 

 

별것도 아닌 칭찬 문구 한 줄이지만, 유저에게 자신감 부여과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연 <링피트>로 진짜 운동이 될까?'라는 까다로운 의문이 있었다. 필자는 두 달 동안 <링피트>를 하면서 3킬로그램 감량이라는 ‘보상’을 얻었지만 이런 유치한 스토리의 게임 말고 차라리 매트를 깔고 프랭크나 팔굽혀펴기같은 맨몸운동을 하는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중구난방으로 여러 피트 스킬을 한 번씩 돌아가며 하는 것도 그렇게 효율적인 운동이라고 보기 힘들다. 좋게 봐줘야 실내서 깔짝깔짝 하는 유산소 운동정도? 때론 일일이 링콘을 조립하고 게임팩을 껴서 모니터 앞에서 운동을 한다 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게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리지 못하다가 커피 포트 물을 올렸다. 한참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글을 써서 그런지 몸이 뻐근했다. 무심코 제자리에서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엉덩이를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했다. <링피트>를 구매하기 전까진 생각도 안 한 일인데 근질거리는 몸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겸 자동적으로 움직인 모양이다. 커피잔을 놓고 책상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질문을 바꿔 보기로 했다.  

 

‘<링피트>는 운동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의 대답은 ‘예스’ 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그 이유는 <링피트>를 통해 스 쿼트의 재미를 알고 생활속에서 피트니스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 문이다. 

 

별거 아닌 작은 습관을 얻은 거지만 이것 만으로도 링피트는 충분히 의미 있 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재미를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을 유도하는 것, 이 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수다. 두 어 달 간의 내 몸을 통한 링피트 실험의 결론은 바로 이 거다.  

 

코스를 마무리 지을 때 항상 스쿼트로 마침표를 찍는다. 개발사가 최고로 권장하는 운동

 

 

# 셀프 감금된 21세기 파타피지션들을 위한 추천 작품 

 

가짓수가 적은 몬스터 컨텐츠와 후반부 맵 구성을 재탕하는 부분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링피트>는 여러모로 칭찬할 점이 많다. 그리고 국내에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서 이런 멋진 창작물을 선보인 닌텐도의 눈부신 활약이 샘나기도 하다. <링피트>는 단순한 히트상품이 아니고 게임역사와 미디어문화에서 다룰 만한 의미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컨텐츠의 성공엔 21세기 초입에 닥친 판데믹으로 셀프 감금이 되어 좀이 쑤신 파타피지션들의 몸부림, 그리고 닌텐도의 저력이 뒷받침 된거라고 본다. 이 게임 하나면 최소 석 달 간 집에서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 집 밖이 두려운 21세기 파타피지션들이여, 그대들에게 자신있게 이 게임을 추천하는 바이다.  

 

 

참고: 파타피직스 위키백과,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글쓴이 소개: 게임 개발팀 '잼아이소프트'의 리더이자 게임작가를 꿈꾸는 닌텐도 키드. 첫 번째 액션게임 <배지몹 헌터> 이후 두 번째 작품과 콘텐츠 기획사 '잼아이피게이션'을 준비중.

 글쓴이: 소금불

bluesjinsoo@gmail.com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닌텐도의 <링피트>는 한 편으로는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깊은 인상과 함께 영감을 준 타이틀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재 게임 개발팀 '잼아이소프트'의 리더이자, 게이미피케이션 종사자인 '소금불' 님께서 디스이즈게임에 <링피트>에 대한 게임 리뷰를 기고해왔습니다. 과연 게이미피케이션 관점에서 바라본 <링피트>는 어떠한 게임일까요? / 글쓴이: 소금불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집 밖은 위험해’ 

 

지긋지긋한 삼한사미의 겨울철을 지나, 이제야 따스한 봄볕이 묻은 벚꽃들로 눈부신 풍경을 만끽하러 신발끈을 조이고 집밖을 나서지만, 어김없이 신종 바이러스 안내 문자 알림 소리가 요란하게 귓가를 때리고 그렇게 현관문 앞에서 ‘목숨’을 건 꽃놀이 의 의지가 꺾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지겨운 쇼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티비 속 뉴스 앵커가 방송 말미에 친절히 틀어 주는 썰렁한 벛꽃 거리의 영상으로 봄맞이를 대신한다.  

 

출입금지 안내팻말이 덕지덕지 붙은 벚꽃풍경을 소개하는 앵커(jtbc뉴스룸)

바야흐로 ‘집 밖은 위험해’의 시대. 실내에서 먹거리조달, 취미생활, 운동까지 모든 걸 해결 해야 하는 덕분에 택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수많은 게임평론가들로부터 엄지척을 받은 게임 <데스 스트랜딩>에서 고립된 시민들을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독특한 설정이 화제였다. 그것이 과연 역병으로 인한 대택배시대가 닥쳐올 거라는 코지마(게임감독)의 신기어린 선견지명이었을까? 이런 엉뚱한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치며 쓴웃음을 지었던 게이머들이 한 둘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절된 사회, 영웅으로 거듭난 우리의 koo팡맨 (데스 스트랜딩)

 

 

# 체감형 게임에 대한 닌텐도의 뚝심 

 

2019년 가을 경 닌텐도가 야심 차게 내놓은 피트니스 어드벤쳐 게임 <링피트>는 이런 집콕족들과 궁합이 잘 맞아 대흥행을 이뤘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게임 스트리머들도 앞 다퉈 제각기 유쾌한 방법으로 <링피트>를 다뤄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자발적인 바이럴 마켓팅까지 가세하게 되어 고가의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사례와 높은 판매차트를 기록하며 그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링피트를 얕봤다가 혼쭐나는 스트리머 (유튜버 풍월량)

 

이미 닌텐도는 오래 전부터 <위테니스>, <위피트>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뚝심 있게 체감형 게임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링피트>의 전작 격인 <위피트>는 밸런스보드를 참신하게 활용하여 기능성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거기에 더 발전을 시켜 피트니스와 롤플레잉 장르요소를 믹스한 <링피트>라는 작품을 통해 또 한번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닌텐도의 고집이 이렇게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하드성능위주로 어필하던 소니와 MS를 제치고 닌텐도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대표적인 게임(닌텐도 위피트 플러스)

 


# 21세기 ‘파타피지션’

 

게이머는 닌텐도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허공에서 우스꽝스럽게 휘두르지만, 모니터 화면 속 아바타는 유저의 모션데이터에 맞춰 정확히 팔을 휘둘러 네트 반대쪽으로 멋 지게 공을 받아 친다. 점점 머릿속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게임 유저는 이 신기한 막대기를 손에 쥔 채 닌텐도가 만든 이 ‘사이비 테니스’에 몰입하게 된다.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철학 혹은 사이비과학’이라는 뜻의 용어,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오늘날의 게이머들의 행동양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 현대 의 파타피지션(Pataphysicain)들은 모니터 안 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그리고 과학기술로 빚어진 소품(게임 컨트롤러)을 이용하여 능동적인 쾌락을 얻는다. 테크놀로지가 깃든 인터페이스를 통해 플레이어의 상상과 현실이 합체가 되는 순간이다. 즉, 파타피지컬(Pataphysical)이다. 허경영의 ‘롸잇나우’ 랩을 진지하게 믿어주는 척하며 어색한 가사 라임에 맞춰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의 춤도 파타피지컬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저 유치한 3등신 아바타에 홀딱 감정이입 해 테니스 삼매경에 빠진다 (닌텐도 wii스포츠)

 

허벅지에 모션장치를 붙이고 스쿼트를 하여 뜬금없이 몬스터를 때려잡고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의 이 황당한 운동게임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파타피지컬한 유희에 익숙한 게이머들 덕분이다. ‘미래에 우리는 모두 파타피지컬한 종이 될 것이다’라는 제프리 쇼(미디어 아티스트)의 예언은 이미 21세기 게이머들에게서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링피트> 대유행이라는 괄목할 만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스크린 속 특이한 텍스트로 연출된 명소를 탐험하는 작품 
(Jeffrey Shaw, <The Legible City>, 1988-1991)

 

<링피트> 조깅플레이와 위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 게이미피케이션의 으뜸 모범사례 <링피트>

 

오랫동안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일을 해온 필자로선 <링피트>의 성공이 무척 흥미로웠다.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은 게임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 혹은 어떤 분야의 학습을 자연스럽게 성취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소변기 파리그림으로 물총(?)놀이의 재미와 쳥결 효과를 유도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인트보상과 계급을 부여해 참여자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일까지,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게이미피케이션 응용사례이다.  

남자들은 하루 수차례 옛날 수렵시대의 사냥본능을 발휘한다

 

게임과 교육 두가지 요소는 자칫 기계적인 결합으로 인해 재미도 없고 교육효과도 별로인 컨텐츠가 되기 쉽다. 그러나 닌텐도는 <링피트>를 통해 게임의 재미와 운동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게이머피케이션의 한계를 멋지게 극복했다. 

 

그래서 필자가 게임기와 <링피트>를 구입하여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게이미피케이션의 네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링피트>의 장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은 말만 거창하지 게이머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요소이므로 편한 마음으로 읽기를 바란다.  

 

 

# <링피트>의 동기부여  

 

모든 일의 시작은 흥미가 있어야 존재하는 법, <링피트>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은 역시나 링콘이다. 

 

2개로 분리가능한 게임기 컨트롤러를 각각 필라테스링과 플레이어 허벅지에 부착해서 다양한 피트니스 모션을 인식하게 한 아이디어는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여러 제스처(장풍 쏘기, 점프)를 통한 링콘의 다양한 활용은 단조로운 게임진행을 탈피하고 유저에게 장난감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주었다.  

 

링콘을 쪼물딱거리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기만 해도 재밌다 (닌텐도 링피트)

 

턴제 배틀, 피트스킬 레벨업, 장비(유니폼)업그레이드 등 이러한 대중에게 친근한 롤플레잉 장르의 요소들을 과감히 채용한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매 스테이지 마 다 새롭게 등장하는 귀여운 헬스용품 몬스터들도 친근함을 물씬 풍기는 흥미요소다. 게다가 20개가 넘는 다양한 방식의 미니게임 제공은 자칫 빡 센 게임플레이 겪고, 포기의 유혹을 느낄 만한 플레이어들에게 타이밍 좋은 쉼표가 되었다. 

 

지쳐서 잠든 빅케틀벨을 귀엽다고 봐주지는 말자

 

수십가지 미니게임 컨텐츠도 <링피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즐길거리

 

 

# <링피트>의 레벨업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어떤 분야이든 입문단계에서 마스터의 경지까지 천천히 한 단계씩 밟으면서 레벨업을 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피트스킬을 써서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를 쌓고 레벨업을 해 능력치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피트스킬을 배우고, 획득한 돈으로 유니폼장비를 맞추어 다음 피트니스 배틀에 대비하는 등 롤플레잉 장르의 특성이 컨텐츠에 충실히 반영됐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여러 퀘스트와 도전거리로 다채롭게 꾸며진 스테이지가 유저의 수준에 맞춰 차례대로 알맞게 제공된다. 

 

웬만한 RPG게임 뺨치는 스킬트리
 

피트니스 자세 하나 제대로 못해서 빌빌거렸던 필자가 스테이지를 하나씩 격파하게 하면서 피트스킬을 몸으로 익히고, 결국 최종보스를 쓰러트려 엔딩의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개발사의 세심한 레벨디자인(스테이지 설계) 덕분이다. 어떤 날엔 몇 번 패배의 고배를 마시게 되어 분한 마음에 좋은 장비를 살 돈을 벌기 위해 몇 번이나 같은 스테이지를 돌은 적이 있다. 

 

결국 얼굴에 땀이 흠뻑 젖은 채 평소보다 30분을 오버해서 링콘 조깅을 뛰고 말았다. 상쾌한 기분으로 샤워를 하면서 이런 롤플레잉 요소가 얼마나 위력적으로 작용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롤플레잉 장르 와 피트니스 조합의 시너지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높이고 꾸준한 참여도를 유지하는데 강력한 촉진제가 됐다. 

 

숨겨진 스테이지와 서브 퀘스트 성격의 보너스 미션도 풍부하다

 

 

# <링피트> 몰입감의 3가지 비결 

 

사용자로 하여금 게임에 홀딱 빠지게 되는 데 최고로 여기는 건 시청각적인 요소와 조작감이다. <철권>에서 적을 때릴때 주먹에서 터지는 화려한 불똥 이펙트와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타격음을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로 능숙하게 필살기를 시전하여 적을 날려버리고 그 통쾌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원활한 조작시스템이 없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링피트>에서도 이 세 가지 요소가 정교하고 멋지게 구현되어 있다. 

 

적 복부에 시원하게 작렬하는 붕권의 쾌감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남코 철권)

 

첫 번째로 꼽을 건 피트배틀이다. 피트스킬을 시전하면 적 근처에 특정 아이콘이 떠서 적을 때리는 애니메이션이 연출되는데, 피트스킬 종류별로 공격하는 연출이 다르다. 가령 복근운동을 하면 복근 모양의 조각상이 나타나 적의 머리를 때리고, 손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하면 팔 모양 아이콘이 적 턱주가리에 어퍼컷을 날리는 식이다.

  

그 중에 양팔을 옆으로 뻗고 돌리면서 상반신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전사자세라는 피트스킬이 있다. 필자는 그 피트 스킬을 시전하면 과연 어떤 모양의 아이콘이 출연 하여 몬스터를 공격을 할까 궁금했다. 

 

약간의 기대를 품고 시전해보니 연꽃 봉오리가 적 근처에 나타나 활짝 열리는 멋진 애니메이션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연출이지만 유저의 몸동작을 만개하는 꽃에 비유한 것은 정말 개발사의 멋진 아이디어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은 게임은 넘쳐나지만 이런 미학적인 센스까지 돋보이는 게임은 매우 보기 드물다. (박수 다섯번) 

 

개인적으로 <링피트>에서 최고로 인상 깊었던 장면

 

두 번째로는 심혈을 기울인 사운드 디테일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플랭크 엉덩이 들기 피트스킬은 바닥에 엎드려서 하는 동작이라 게임화면을 볼 수가 없어서 눈으로 동작의 타이밍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고무줄을 당기는 듯한 느낌의 효과음은 엉덩이를 들어야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안내해줬다.

  

그리고 같은 BGM이라도 피트 스킬의 종류에 맞춰 음악의 템포가 느려지거나 빨라지기도 한다. 유저는 이렇게 다양하게 편곡이 된 BGM에 맞춰 각기 다른 텐션으로 피트 스킬에 몰입하게 된다. 아이콘, 그림, 색깔 등 시각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뿐만 아 니라 청각적인 인터페이스도 배려했다. 이쯤 되면 <링피트>의 만듦새가 얼마나 탄탄한지 여실히 알 수 있다.  

 

특정 방어자세에서, 편곡된 BGM을 들으면 긴장감이 배가 되며 자세에 더 집중하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게임을 제어한다고 느끼는 조작감이다. 아무리 그래픽과 사운드가 뛰어난 게임이라도 조작감이 형편없으면 쓰레기라고 외면 받기 쉽다. 

 

구입 전까진 필자는 컨트롤러의 모션인식에 대해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대체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었다. 뻣뻣한 몸이라 몇 개의 피트 스킬은 포기한 것도 있었지만 튜토리얼 배려가 잘 되어있어서 60여 개 넘는 피트 스킬들을 대부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기계의 한계가 있어서 어떤 동작은 건성으로 해도 합격이라고 판정되기도 한다. 이 문제는 각잡고 제대로 해야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약간의 책임감만 갖으면 충분히 커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난이도 자세를 취해 나무로 위장하여 땡벌 무리로부터 위험을 모면하는 이벤트

 

# <링피트>의 보상과 고찰 

 

마지막으로 보상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헬스 바보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가까스로 쟁취한 승리의 기쁨, 레벨업을 하여 얻은 업그레이드 포인트, 그리고 게임 광고카피처럼 칼로리 소모와 가벼운 실내운동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다. 

 

하루 한 시간 <링피트>를 마치고 흐뭇한 표정으로 칼로리 리포트를 읽으며 ‘스쿼트 1000개’를 돌파했다는 빵빠레를 들었을 때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뿌듯함까지, 일일이 이렇게 심리적인 보상을 챙겨주는 일도 정말 괜찮은 점이다. 

 

별것도 아닌 칭찬 문구 한 줄이지만, 유저에게 자신감 부여과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연 <링피트>로 진짜 운동이 될까?'라는 까다로운 의문이 있었다. 필자는 두 달 동안 <링피트>를 하면서 3킬로그램 감량이라는 ‘보상’을 얻었지만 이런 유치한 스토리의 게임 말고 차라리 매트를 깔고 프랭크나 팔굽혀펴기같은 맨몸운동을 하는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중구난방으로 여러 피트 스킬을 한 번씩 돌아가며 하는 것도 그렇게 효율적인 운동이라고 보기 힘들다. 좋게 봐줘야 실내서 깔짝깔짝 하는 유산소 운동정도? 때론 일일이 링콘을 조립하고 게임팩을 껴서 모니터 앞에서 운동을 한다 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게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리지 못하다가 커피 포트 물을 올렸다. 한참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글을 써서 그런지 몸이 뻐근했다. 무심코 제자리에서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엉덩이를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했다. <링피트>를 구매하기 전까진 생각도 안 한 일인데 근질거리는 몸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겸 자동적으로 움직인 모양이다. 커피잔을 놓고 책상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질문을 바꿔 보기로 했다.  

 

‘<링피트>는 운동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의 대답은 ‘예스’ 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그 이유는 <링피트>를 통해 스 쿼트의 재미를 알고 생활속에서 피트니스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 문이다. 

 

별거 아닌 작은 습관을 얻은 거지만 이것 만으로도 링피트는 충분히 의미 있 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재미를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을 유도하는 것, 이 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수다. 두 어 달 간의 내 몸을 통한 링피트 실험의 결론은 바로 이 거다.  

 

코스를 마무리 지을 때 항상 스쿼트로 마침표를 찍는다. 개발사가 최고로 권장하는 운동

 

 

# 셀프 감금된 21세기 파타피지션들을 위한 추천 작품 

 

가짓수가 적은 몬스터 컨텐츠와 후반부 맵 구성을 재탕하는 부분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링피트>는 여러모로 칭찬할 점이 많다. 그리고 국내에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서 이런 멋진 창작물을 선보인 닌텐도의 눈부신 활약이 샘나기도 하다. <링피트>는 단순한 히트상품이 아니고 게임역사와 미디어문화에서 다룰 만한 의미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컨텐츠의 성공엔 21세기 초입에 닥친 판데믹으로 셀프 감금이 되어 좀이 쑤신 파타피지션들의 몸부림, 그리고 닌텐도의 저력이 뒷받침 된거라고 본다. 이 게임 하나면 최소 석 달 간 집에서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 집 밖이 두려운 21세기 파타피지션들이여, 그대들에게 자신있게 이 게임을 추천하는 바이다.  

 

 

참고: 파타피직스 위키백과,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글쓴이 소개: 게임 개발팀 '잼아이소프트'의 리더이자 게임작가를 꿈꾸는 닌텐도 키드. 첫 번째 액션게임 <배지몹 헌터> 이후 두 번째 작품과 콘텐츠 기획사 '잼아이피게이션'을 준비중.

 글쓴이: 소금불

bluesjin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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