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엔씨와 넥슨의 금융사업, 뿌듯함과 아쉬움

시몬 (임상훈) | 2020-12-23 12: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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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신한은행이 12월 18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게임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혁신산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은 10월 6일 합작법인 출범 조인식을 가졌다. 'AI 간편투자 증권사'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1992년 <폭스레인저> 성공 이래 국내 게임 역사상, 혹은 1909년 한국은행 설립 이래 금융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다.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의 합작법인 출범 조인식

 
# 혹시 들어봤어요, 비바리퍼블리카?

회사 이름은 모르지만 서비스 이름은 웬만하면 안다. ‘토스'(TOSS). 이 간편한 송금서비스 앱은 2014년 2월 론칭했다. 불편했던 송금이 간편해졌다. 다들 토스를 깔았고, 토스를 만든 스타트업은 5년도 안돼 유니콘 기업이 됐다. 2018년 12월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 1조 3,000억 원.

금융 회사는 안전한 대신 느리다. 토스가 기존 금융 질서에 균열을 내자 금융 회사들은 딴지를 걸었고, 테크 회사들은 빠르게 쫓아갔다. 그들은 송금 대신 결제를 노렸다. 휴대폰을 가진 삼성은 2015년 3월부터 삼성페이를 밀었고, NHN(구 NHN엔터테인먼트)은 2015년 8월 ‘페이코'를 출시했다.

모바일과 PC 인터넷 플랫폼을 쥐고 있는 카카오톡과 네이버도 가만 있지 않았다. 카카오페이(2014년 9월)와 네이버페이(2015년 6월)가 생겨났다. 카카오는 은행까지 만들었다. 2017년 7월 문을 열자마자 라이언 통장은 불티나게 팔렸다. 기존 은행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4대 금융지주사, 테크 기업과 손잡다


우리나라에는 4개의 큰 은행이 있다. 이를 ‘4대 금융지주사’라 부른다.

 

테크기업 공세에 네 공룡도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내부에 한참 부족한 테크는 외부 얼라이언스를 통해 해결했다. 하나금융은 2017년 9월 SKT와 손을 잡고 금융 앱 ‘핀크'(Finnq)를 출시했다. 우리금융 회장은 2020년 5월 말 KT 대표와 전격 회동을 가졌다. 8월 우리금융과 KT는 ‘디지털금융 동맹'을 맺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텔레콤 회사 대신 두 N사에 손을 내밀었다. 바야흐로 금융과 ICT가 결합하는 시대, 핀테크 또는 테크핀(테크를 금융보다 강조) 격변 속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의 지원을 받아 금융업에 깃발을 꽂았다. 

앞마당을 빼앗기게 생긴 4대 금융지주는 기술력을 담보하기 위해 텔레콤과 게임사와 손을 잡았다. 텔레콤과 게임사 역시 든든한 동맹을 통해 금융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됐다. 그 전장의 중심에는 ‘마이데이터’가 있었다.


 
# '마이데이터', 꼭 알아야 해요

 

마이데이터(MyData)는 남의 데이터가 아니다. 내 데이터다. 그러니까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이냐고? 기존에 쇼핑몰 등을 이용하다 보면 다른 회사로 내 데이터를 넘길 때 내 동의를 물었다. 내 정보를 주고받는 주체는 회사들이었다. 나에게 딱히 효용이 없었다. 2020년 8월 5일 데이터 3법이 개정되면서 이게 달라졌다.


이제는 내 동의를 받은 회사가 다른 회사들에게 내 데이터를 달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는 회사는 고객 동의를 받아 은행, 카드, 병원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고객 금융정보를 분석・컨설팅하고, 추천・제안하는 사업이 가능해진다.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 모두 다 사업에 다 달려들고 있다. 내년 초 라이선스를 줄 예정인데,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페이코, 핀크, KB증권, 신한은행, 우리금융 등 이 글에서 앞서 언급한 모든 회사들이 신청했고, 35개 예비허가 신청자에 선정됐다.

2020년 8월, 국회에서 개정된 '데아터 3법'이 통과됐다.


# 게임사로는 뿌듯한 일, 게이머로서는 살짝 아쉬움이...

게이머가 동의하면 엔씨소프트나 넥슨 게임에서 결제하는 정보가 엔씨소프트와 KB증권 합작법인이나 넥슨과 신한은행 합작법인으로 전송될 수 있다. 게이머는 그 합작법인을 통해 게임말고도 다른 사이트나 금융기관에 흩어진 정보들을 모을 수도 있다. 그를 통해 어떤 효용이 있을지는 이후에 알게 될 것이다.

두 게임사가 금융지주사의 러브콜을 받아 핀테크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게임 개발사의 역량을 보여주고, 게이머의 규모와 구매력을 인정받는 뿌듯한 일일 수 있다. 다만, 국내 게임사가 프로그래밍 역량을 넘어선 창의력과 기획력에서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로컬보다 글로벌에서 더 날개 펴기 바라는 필자 마음 한 구석에는 슬며시 아쉬움도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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