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유니콘 오버로드, 운빨존많겜, 마블 스냅이 만만합니까?

음주도치 (김승준) | 2024-11-25 16: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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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세기전> 팬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이 박힌 사건이 있었다. <창세기전> IP로 2종의 게임을 만들고 있는, 뉴노멀소프트가 2025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창세기전 3 리버스>(rebirth)의 모습을 일부 공개한 직후 큰 파장이 일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가 바닐라웨어의 <유니콘 오버로드>와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 유저들 사이에선 "이렇게 만드는 게임은 우리가 바라던 <창세기전>이 아니다"라는 성난 반응이 쏟아졌다.


커뮤니티에서 더 큰 화제가 된 것은 <창세기전 3 리버스>였지만, 더 심각해 보이는 쪽은 뉴노멀소프트가 여름부터 서비스 중인 <그만 쫌 쳐들어와>다. 111퍼센트가 만든 <운빨존많겜>의 아트, 사운드, 기본적인 룰까지 모두 복사 붙이기를 한 수준의 게임이라는 유저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뉴노멀소프트의 첫 게임인 카드게임 <템페스트> 또한 세컨드 디너의 <마블 스냅>과 많은 부분이 유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뉴노멀소프트 또한 '부끄러움'은 아는 듯하다. 지난 주까지 뉴노멀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던 <창세기전 3 리버스> 소개 페이지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정확히 무엇이, 얼마나 비슷했길래 <창세기전>, <유니콘 오버로드>, <운빨존많겜>, <마블 스냅> 팬들이 모두 그토록 화가 났던 것인지, 그리고 이런 개발 행태가 게임 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목조목 살펴보려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뉴노멀소프트의 <창세기전 3 리버스>, <그만 쫌 쳐들어와>, <템페스트> 3개의 게임이
비판 받는 '유사성'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본다.

# <창세기전 3 리버스>와 <유니콘 오버로드>

게임 기자들 사이에선 정식 출시되지 않은, 아직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해서는 과한 비판을 자제하는 게 예의라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을 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비판 받아 마땅한 지점이 있다면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뉴노멀소프트가 개발 중인 <창세기전 3 리버스>는 극히 일부 장면만 공개됐음에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유니콘 오버로드>와 '인터페이스' 유사성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 또한 엄연한 창작물이다. <유니콘 오버로드>에서 '의도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말풍선부터 대미지 표기 방식까지 바닐라웨어는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인터페이스를 구성했을까. 


<유니콘 오버로드>의 팬들만 성난 게 아니다.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뿔이 난 쪽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팬들이다. 떳떳하지 못한 신작을 기대한 팬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긴 말이 필요할까. 세부 항목을 함께 보자.


지역 표시 인터페이스의 모양, 디자인, 색상. 왼쪽은 <유니콘 오버로드> 오른쪽은 <창세기전 3 리버스>다.


말풍선 테두리 및 색상, 글꼴. 위쪽은 <유니콘 오버로드> 아래쪽은 <창세기전 3 리버스>다.

기술명 표기 방식. 위쪽은 <창세기전 3 리버스> 아래쪽은 <유니콘 오버로드>다.

대미지 표기 방식 및 글꼴. 대미지 수치까지 비슷한 건 우연의 일치일까?
왼쪽은 <창세기전 3 리버스>, 오른쪽은 <유니콘 오버로드>다.

# <그만 쫌 쳐들어와> 그리고 <운빨존많겜>

뉴노멀소프트는 지난 8월부터 <그만 쫌 쳐들어와>라는 디펜스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111퍼센트가 개발한 <운빨존많겜>과 룩 앤 필, 사운드, 룰, 인터페이스, 배치 방식까지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만 쫌 쳐들어와>의 유료 광고를 진행한 유튜버들의 영상 제목, 내용, 태그에도 <운빨존많겜>이 (매우 비난 일색인 어조로) 함께 언급되고 있다. 주로 <운빨존많겜>보다 <그만 쫌 쳐들어와>가 BM이 저렴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유료 광고를 진행할 때 뉴노멀소프트가 검수를 안 했을 리 없고, 결국 이와 같은 영상 구도로 나가도 좋다고 승인(또는 의도)했다는 의미다. 


<그만 쫌 쳐들어와> 유료 광고를 진행한 유튜버 A와 B의 영상 설명란. 
<운빨존많겜>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거나, <운빨존많겜> 태그를 함께 달고 있다.
이런 행태는 <운빨존많겜> 기존 팬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왼쪽이 뉴노멀소프트의 <그만 쫌 쳐들어와> 오른쪽이 111퍼센트의 <운빨존많겜>이다.

비슷하게 옮겨왔으면, <운빨존많겜>만큼 재밌을까. '재미' 자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완성도'의 측면에서 먼저 접근해보자.


일단, <그만 쫌 쳐들어와>는 <운빨존많겜>보다 가시성이 훨씬 떨어진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캐릭터 디자인의 화풍까지 옮겨왔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그만 쫌 쳐들어와>는 캐릭터끼리 구분이 잘 안 되고, 산만하다는 인상이다.


사운드 또한 마찬가지다. <그만 쫌 쳐들어와>는 <운빨존많겜> BGM의 뉘앙스까지 흡사하게 따왔지만, <운빨존많겜> 특유의 플레이어를 긴장시키는 맛은 적게 느껴졌다. 재미있게도 <그만 쫌 쳐들어와>는 프로 성우들의 보이스를 적극 활용했는데, 사운드 밸런스가 깨진 구간이 많아 보이스가 게임플레이의 집중을 깨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래는 두 게임의 플레이 비교 영상이다.



기자가 최근 반 년 사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 가장 참신한 캐주얼 게임으로 많은 개발자들이 손에 꼽았던 작품이 <운빨존많겜>이다. <운빨존많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덤'으로 기회를 계속 주는 뽑기 방식과 '미션'으로 메타까지 바뀔 수 있는 전략의 재미다.

일례로, 지금은 업데이트로 사라진 <운빨존많겜>의 '주마등'(몬스터가 90마리 이상 모였을 때 추가 보상을 주는) 미션은 두 플레이어가 일부러 템포를 늦췄다 시작하는 독특한 전략의 근간이었다. <그만 쫌 쳐들어와>는 <운빨존많겜>의 외관을 상당 부분 따라했지만, 정작 이런 핵심 요소는 옮겨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아래에서 설명할 <템페스트>와 <마블 스냅>의 관계에서도 보이던 모습이다. 
기자는 <운빨존많겜>을 만든 111퍼센트에 연락해 입장을 들어봤다. 111퍼센트 관계자는 "뉴노멀소프트 측에 표절에 대한 시정을 요청했고, 시정 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 두 장의 사진은 <운빨존많겜>에서 '덤'으로 더 주는 뽑기 기회에 대한 장면이다. 
충분히 '운'만 좋으면 여러 차례 추가 기회가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오른쪽의 사진은 <그만 쫌 쳐들어와>의 뽑기 장면이다. 일반적인 10회 뽑기의 형태로 구현됐다.

# <템페스트> 그리고 <마블 스냅>

뉴노멀소프트가 지스타 2023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이번 년도 3월에 정식 출시한 카드게임 <템페스트> 또한 <마블 스냅>과 많은 부분이 비슷해 논란이 됐었다. <마블 스냅>은, <하스스톤> 디렉터였던 '벤 브로드'가 세컨드 디너를 설립한 이후 출시한 카드게임으로, 3개의 구역 중 2개의 구역에서 이기면 승리하는 특유의 룰과 신선한 카드 효과로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템페스트>와 <마블 스냅>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을까. 


<템페스트>와 <마블 스냅>의 공통점
▶ 3개의 구역 중 2개의 구역에서 이기면 승리하는 핵심 룰이 동일하다.

▶ 전반적인 인터페이스가 매우 흡사하다.
▶ 두 게임 모두 한 구역에는 카드를 4장까지만 낼 수 있다.

▶ 핵심 메카닉 및 일부 덱 타입(패 버리기, 액티브=출현, 패시브=지속)이 같다. 
▶ 
<템페스트>에선 '탭', <마블 스냅>에선 '스냅'이라 부르는 승점을 건 배팅 시스템이 있다.

<템페스트와 <마블 스냅>의 차이점
▶ <템페스트>의 카드는 '동화'와 '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세컨드 디너는 '마블'과 라이선스를 맺었다는 차이가 있다)
▶ <마블 스냅>은 6턴까지 12장의 덱으로, <템페스트>는 7턴까지 14장의 덱으로 진행된다.
▶ <템페스트>에는 대전이 시작되기 전 밴, 픽 시스템이 있다.
▶ <템페스트>에선 특정 카드로 구역에 효과를 부여하기 전엔, 모든 구역이 아무 효과가 없는 빈 구역이다.

왼쪽이 <마블 스냅>, 오른쪽이 <템페스트>다.


<템페스트>에서도 뉴노멀소프트는 <마블 스냅>의 핵심 요소를 놓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예를 들어, <마블 스냅>에서 '매 판 구역 효과가 새롭게 부여되는 요소'는, 12장으로 구성된 덱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성보다 훨씬 큰 변수로 작용해, 지속적인 플레이 안에서도 게임이 질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코어 메카닉이다. 그러나 <템페스트>는 모든 구역이 바닐라(효과 없음)인 상태로 게임을 반복하게 한다. 


지난 해, <템페스트>가 기자들에게 처음 공개된 때, 기자는 뉴노멀소프트 박장수 대표에게 따로 질문을 했다. 다른 부분은 <마블 스냅>과 모두 유사하게 했으면서, 왜 핵심인 '구역 효과'를 축소한 것인가. 그는 랜덤한 구역 효과가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일부러 배제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줬다. 론칭 때부터 <마블 스냅>을 계속 했던 기자가 바라보는 <마블 스냅>의 재미와는 정반대의 해석을 했던 것이다.


뉴노멀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뉴노멀소프트는 지난 해 <템페스트>를 공개한 쇼케이스 자리에서, '1년에 두 개 이상 다른 장르 게임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모든 게임을 글로벌 론칭할 것'이라 밝혔다. 빠른 출시와 다작보다 더 중요한 미덕은 '신작'다운 '신작', 유저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서문에 언급한 것처럼 뉴노멀소프트 홈페이지에서는 <창세기전 3 리버스> 소개 페이지가 사라졌다. <창세기전 3 리버스>를 포함한 <창세기전> IP 게임 2종과 JRPG로 추측되는 <프로젝트 SS> 등 향후 출시될 뉴노멀소프트의 신작들은, 이미 출시된 <템페스트>, <그만 쫌 쳐들어와>가 비판 받은 지점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것이 <유니콘 오버로드>, <창세기전>, <운빨존많겜>, <마블 스냅>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11월 25일 18시 업데이트
기사 출고 이후, 뉴노멀소프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하 사과문 전문 인용이다.

"안녕하세요, <창세기전 3 리버스> PD 장원우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창세기전 3 리버스>(가칭)의 초기 개발 버전으로 인해 혼란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창세기전 3 리버스> 개발 초기에, 약 6~8개월간 다양한 아트 스타일과 장르를 테스트하며 방향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이러한 초기 테스트 중 하나로, 최종적으로 <창세기전>의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폐기된 개발 방향입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개편 과정에서 잘못 전달된 자료가 업로드되어 혼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창세기전 3 리버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으로 개발 중이며, 장르부터 아트 스타일까지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추후 현재 개발 중인 <창세기전 3 리버스>를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뉴노멀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 25일 오후 올라온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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