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계속되는 '게임 행사' 테러 예고, 이제는 장난이 아니다

사랑해요4 (김승주) | 2024-11-25 15:45:52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지난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던전앤파이터> 게임 행사 '2024 던페 페스티벌 1부'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협박성 글'로 인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행사장에서 긴급 대피한 관람객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오랫동안 재개를 기다려야 했다. 행사는 오후 9시 45분에 재개되었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입장권을 구매했음에도 귀가를 선택한 관람객이 많았다.

게임 행사장에 테러를 예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로 인한 대피 소동은 2023년부터 본격화되어 2024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일 같은 장소인 킨텍스에서 열린 '호요랜드' 행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24 던페 페스티벌 1부' 현장에서 대피하는 관람객들

피해 역시 막심하다.

'2024 던파 페스티벌'은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의 향후 흥행을 좌우할 주요 업데이트 공개 행사였기에, 주최 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행사 이후에는 여러 미디어를 초청해 핵심 개발진과의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간 문제로 전면 취소되고 말았다.

입장권 환불, 현장 스태프의 추가 근무 수당, 그리고 자사 게임의 핵심 업데이트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넥슨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는 예상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까지 테러 예고로 피해를 입은 행사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최소 3시간 이상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출동 시간, 관람객 대피 시간, 폭발물 테러 전담팀의 현장 확인 시간을 모두 합치면 최소 3시간이 소요되며, 관람객 재입장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이 걸린다. 결국 테러 협박이 발생하면 해당 일의 행사는 사실상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 게임사는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게임사는 이른바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입장 전 행사장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엄격한 보안 검사를 실시했더라도, 테러 위협 신고가 접수되면 인파 통제에 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경찰에게 있다. 경찰이 테러 가능성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대피를 요청할 경우, 게임사는 이를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

협박성 글이 등장했을 때 테러 가능성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23년 대한민국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빠진 바 있다. 따라서 협박 글이 올라오면 이를 단순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악의적인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사 차원의 대응 역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게임사들은 '엄정 대응'을 선언했으나, 실제로 범인이 검거되어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테러를 예고한 악성 이용자가 이른바 촉법소년인 경우 대응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있다.

대응을 해도 민사 소송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그나마 이를 제기할 경우, '이용자를 고소하는 게임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할 수 있어 게임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던파 페스티벌 입장 전 보안 검사를 받고 있는 관람객들


반면, 테러 협박을 일삼는 악성 이용자에게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엄중한 처벌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하나로 수천 명의 관람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심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게임 행사는 더없이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유사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현재보다 더 큰 규모의 행사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의 파장이다. <던파> 페스티벌이 열린 이후 킨텍스에서는 누적 입장객이 수만 명에 달하는 'AGF'와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오프라인 행사가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 엄정 기조로 돌아서는 게임사들,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

최근 게임사들이 오프라인 행사에 주력하는 이유는 충성 고객 만족과 이용자와의 직접 소통, 그리고 향후 업데이트 로드맵 공개에 있다. 그러나 경제 불황으로 게임 업계에도 '보릿고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심 고객 만족을 위한 중요 오프라인 행사들이 잇따른 테러 위협으로 차질을 빚고 있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동일한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는 가운데, 게임 관련 오프라인 행사와 그 참여 인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해당 글이 주로 게시되는 커뮤니티에서의 대응이든, 정치권에서의 대응이든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행사 일시 중단 수준에 그쳤으나 압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게임사들 사이에서 협박 행위에 대한 대응 기조가 '엄정'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게임사가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게임사는 강력한 처벌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 행사 테러 협박은 게임사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해결 방안 모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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