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원작은 거들 뿐? 슬램덩크 모르고 해도 재밌는 '슬램덩크 모바일'

우티 (김재석) | 2020-07-09 14: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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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안으로 들어온 <슬램덩크>, 첫 인상은 합격점

7월 3일까지 7일까지 <슬램덩크 모바일>의 CBT가 열렸다. 북산이라고 했는지 쇼호쿠(北山, SHOHOKU)라고 했는지, 서태웅이라고 했는지 루카와 카에데(流川楓)라고 했는지 궁금해서 게임을 받았다. 게임은 원래 디엔에이(DeNA)가 중국에서 서비스해오다가, 이번에 한국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애니메이션 <슬램덩크>를 일본의 게임 개발사가 게임으로 만들어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지에서 나름 흥행했고, 이제 한국 출시를 앞두게 되었다. 근데 우리에게 <슬램덩크>란 무엇이냐?

90년대 대한민국의 농구 전성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들이 있다.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 조던의 불스, 그리고 <슬램덩크>. 기자는 앞의 둘은 잘 모르고, 조던보다는 코비의 경기를 많이 봤다. 반면에 <슬랭덩크>는? 기자의 가슴 한편에는 언제나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가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저녁마다 SBS에서 <슬램덩크>를 보고, 만화방에서 <슬램덩크>도 빌려보고, 농구 코트에 나가서 친구 목마 태워주면서 덩크슛 흉내를 내던 기억들 있지 않나? '우리'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지칭하기는 어렵지만, <슬램덩크>는 강렬한 이름이다.

말 구름은 없어도 될 거 같다.

한국 유저들이 중국보다 쪽수는 밀릴지 몰라도 <슬램덩크>에 대한 마음은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다. <슬램덩크 모바일>이 그런 기자의 추억을 뭉개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게임을 실행했는데, 게임은 기자가 알던 <슬램덩크>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일단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SBS에서 방영됐던 <슬램덩크> 오프닝 곡 '너에게 가는 길'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초장부터 감성 자극 제대로다. 게임에는 엔딩 곡 '너와 함께라면'과 '너에게 가는 길 2'도 삽입되어있다. 그만큼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는 인상이다. 북산은 북산으로, 서태웅은 서태웅으로 나온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일본어 음성에 한국어 자막이 나오지만, 용인 가능한 수준이다.

TVA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는 메인 스토리 모드에는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명대사, 채치수와 강백호의 첫 만남 같은 명장면까지 모두 구현돼 있다. 팬이라면 한 번쯤 동전을 집어넣어봤을, 윤대협이 초 사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아케이드 게임 <슈퍼슬램>(1995)에선 빈약했던 스토리라인이 이쪽에선 잘 살아났다는 느낌이다.

DeNA는 중국에서 <슬램덩크> 외에 <유유백서>, <헌터헌터>, <세인트세이야> 등의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한 적 있다. 그들 게임의 매운 과금이 비판을 받았을지언정, 원작에 대한 애티튜드가 문제시된 적은 별로 없다. <슬램덩크 모바일>도 게임 곳곳에 원작의 요소가 잘 묻어나 있다. 그러니 합격.

애니메이션에 간단한 인터랙티브 기능을 넣었다

 

 

# 고도화된 육성 시스템, 그럼에도 일단은 컨트롤 게임

플레이어는 매치마다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등등 <슬램덩크>의 등장인물을 선택해 게임을 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골밑슛, 미들슛, 레이업, 스틸, 파워 등등 능력치가 구별되며 훅훅 디펜스 (강백호), 과거 회상 (정대만), 고릴라 덩크 (채치수) 등 원작에서 본 캐릭터별 특별 스킬이 기본으로 장착되어있다.

특히 특별 스킬을 시전할 때 SD였던 인물 비율이 애니메이션 컷신으로 바뀐다. "내가 기를 모아서 멋지게 궁극기가 들어갔어!"라는 느낌을 제대로 주는데, SD에서 애니메이션 풍으로 바뀌면서도 부자연스럽지 않고 게임에 잘 녹아들었다.

정식 서비스가 아닌 CBT 빌드에서 캐릭터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재화를 사용해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의 스킬을 고도화할 수 있는 마스터리와 추가 능력치값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도 올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마다 등급이 있지만, 뽑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최하 등급부터 차근차근 성장시켜야 한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과 별개로 플레이어는 각종 훈련을 하면서 플레이 숙련도를 올릴 수도 있다

'안경 선배' 등 자신의 최애캐 하나만을 골라 열심히 키우는 재미도 있지만, PvP에서 원치 않는 포지션을 플레이할 때도 왕왕 있다. 때문에 플랜 B, 플랜 C를 갖춰두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각기 다른 캐릭터마다 시너지 효과도 부여되기 때문에 고려가 필요하다.

기자는 3:3 반코트 모드로 자주 플레이했는데, 특별한 포지션이 강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궂은 일 도맡는 센터 없이 포인트가드 셋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황은 그렇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왜 RPG에서도 탱딜힐의 균형이 중요하지 않은가? 불스의 로드맨처럼, 누군가는 반드시 골밑을 지키며 리바운드를 따내야 한다.

앞서 정리했듯 <슬램덩크 모바일>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꽤 고도화됐다. 그렇지만 기자가 체험한 수준에서는 능력치보단 컨트롤을 더 강하게 타는 듯했다.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에 가서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은 입력해야 한다. 스틸도 마찬가지다. 슛 능력치가 높아도 상대방 커버가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오면 좀처럼 그물을 흔들기 쉽지 않다.



# 정리: 방해받지 않은 추억, 무과금도 컨트롤만 되면...?

<슬램덩크 모바일>은 원작을 해치지 않고, 그 요소를 충실히 담아냈다. SD 캐릭터로 경기를 펼친다는 것에 대한 불호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자는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아무쪼록 <슬램덩크 모바일>에서의 느껴지는 추억은 그다지 큰 방해요소 없는 <슬램덩크>에 가까웠다.

CBT까지만 보면, 잘 만든 실시간 대전 농구 게임이다. <슬램덩크>를 모르는 게이머가 <프리스타일>이나 <피버 바스켓> 하듯이 그냥 해도 재밌게 할 만한 스포츠 게임이다. 위치선정, 타이밍, 팀 플레이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PvP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경기 매칭 때 불리할 수 있겠지만 무과금, 소과금 유저라도 캐릭터 하나만 키우고 나름의 컨트롤만 되면 매치에서 '밥값'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도 AI가 아닌 플레이어 매칭이 잘 잡히게 하려면 무과금, 소과금 유저가 플레이할 길을 열어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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