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넥컴박] 특별한 손님 '시즌 2' 네오플 윤명진 디렉터의 내 인생의 컴퓨터

넥컴박 (넥슨컴퓨터박물관) | 2022-08-31 12:01:14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내 인생의 컴퓨터 시즌2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2013년부터 지속해 온 ‘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즌의 첫 손님은 네오플의 윤명진 디렉터입니다.  

 


 

 

# 첫 번째 컴퓨터는? 

 

 

1987년도, 7살에 처음 컴퓨터를 샀거든요. 8086 XT였는데, 어린 시절부터 오락실을 너무 자주 다니다 보니까 부모님이 집에서 가지고 놀게 하려고 무리해서 PC를 사 주셨어요.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PC로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지 않았어요. GW 베이직(GW-BASIC) 책을 하나 사 주셨는데 컴퓨터도 하나 밖에 없고, 책도 하나 밖에 없으니까 매일 코딩을 하면서 컴퓨터와 친해졌어요. 

 

 

퍼즐을 생성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길을 찾아 나가는 퍼즐 찾기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같이 플레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키보드도 다 영문밖에 없었던 시절이라서 어머니가 키보드 위에 펜으로 한글 자판을 써서 글씨가 안 지워지게 해 주셨어요. 

 

그리고 나서 아버지가, 지금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워드프로세서 같은 프로그램을 하나 구해 주셔서 그걸로 일기를 썼었거든요. 스프레드시트도 로터스(Lotus)를 만져봤고, 계산도 했어요. 일찍부터 컴퓨터를 활용해서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제 인생에 영향을 많이 준 것 같기도 하고요.

 

 

# 전공은? 그리고 컴퓨터가 삶에 가져온 변화가 있다면? 

 

대학은 경영학과를 가게 됐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친구들과 계속 게임을 만들고 있었어요. 도트가 움직이는 RPG 게임이 유행했거든요. 월드맵 만들어 놓고 스토리 넣어서 전투하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기획도 하고 코딩도 하고 작곡도 하고 다 했죠. 

 

계속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졸업 후에 여러 가지 사건으로 게임 업계로 돌아오게 되어서 결국은 이게 인생의 길이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컴퓨터가 가져온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기억이 있어야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할 것 같은데 컴퓨터와 너무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함께해 와서 오히려 컴퓨터와 같이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 나에게 컴퓨터란?

 

 

저에게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부터 항상 컴퓨터만을 해왔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돌아와서 컴퓨터를 이용한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으니까요.  

 

컴퓨터 하는 것을 많이 좋아하거든요.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냥 파일 정리를 하고 폴더 바꾸고 하는 것처럼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 것 자체를 굉장히 좋아해서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요. 

 

 

# 인생 게임이 있다면?

 

인생 게임과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정하게 된 계기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인생 게임은 저에게 <던전앤파이터>이고요. 워낙 저의 인생을 많이 바꿨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라는 것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버블보블>(Bubble Bobble)은 제가 오락실을 다니게 된 계기였어요. 어린 나이의 저는 게임을 깨지 못해서 형들이 하는 걸 뒤에서 하루 종일 서서 구경했어요. 계속 할 수가 없으니까 너무 분한 마음에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서 하루 종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 <던전앤파이터>에 대해서

 

 

<던전앤파이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액션성이라고 생각해요. 더 액션성이 뛰어난 게임들도 있지만 <던전앤파이터>에서의 액션성은 특별한 것이라고 봐요. 특히 입사 후에 개발 구조를 보고 나서 더 많이 그렇게 느끼게 되었어요. 

 

<던전앤파이터>의 전체적인 게임 설계나 개발 방식,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때 고민하는 모든 것들은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기초 액션 설계를 벗어나지 않거든요. 기본적인 설계 자체가 액션성이 강화될 수 있는 부분들이 굉장히 강조되어 있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보안이나 여타 최적화에 대한 관리 같은 부분에 대해서 손해를 많이 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손해를 감수하고 '온라인에서의 액션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최초 개발자들의 의지가 코드에 녹아 있어요. 그것이 정말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많은 플레이어분들도 공감했기 때문에 이 게임이 재밌다는 판단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게임 회사에 입사한 계기가 있다면? 

 

<던전앤파이터>를 너무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나도 같이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사할 수 있는 직군을 찾아봤더니 제가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였던 통계 데이터밖에 없었어요. 입사하고 나서는 게임 기획으로 시작한 분들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데이터를 보고 수치 분석을 해서 상황을 계산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강해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오히려 개발로 바뀌고 나서는 입장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데이터가 굉장히 옳은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느낀 것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데이터를 많이 보고 이해한 다음에 하고 싶은 대로 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네오플에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8년 던파 페스티벌

 

페스티벌에 처음 나갔을 때 업데이트 발표를 직접 할 것인가 아니면 캐스터에게 맡길 것인가에 대해서 내부에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개발하고 있는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갔어요.

 

발표가 힘들어서 끝나고 나서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였는데 ‘모험가’라고 부르는 플레이어분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내용도 그렇고 발표한 방식도 너무 좋아해주어서 지금은 매해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개발을 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중요한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 온라인 게임의 특징은? 

 

 

오랫동안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정확한 엔딩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재화 관리와 같이 패키지 게임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써야 되거든요.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온라인 게임에 더 애정을 갖고 사랑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단순히 업데이트도 잘 되고 소통도 중요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이 했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보통 게임을 많이 하고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 개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냥 게임을 많이 하는 것과 게임을 하는 동안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하는 건 굉장히 다르거든요. 

 

단순히 플레이어로서가 아니라 개발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을 해보는 거죠. '왜 이렇게 디자인을 하고 설계를 했을까' 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형태의 게임을 만들었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면 단순히 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요. 게임 개발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하고 또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 보니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넥슨컴퓨터박물관에게 남기는 한 마디

 

​사실 저는 박물관을 많이 갔어요. 아들이 어릴 때 제주도에 살아서 식당이 있을 때는 밥도 많이 먹고 뒤에 공원에서 모래놀이도 많이 했어요. 저에게는 추억이 많은 곳이라서 오랫동안 좋은 모습으로 잘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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