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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연재) 서울 2033 포스트모템③ 사람들은 이 게임 왜 할까

반지하게임즈 (반지하게임즈 기자) | 2020-01-31 09: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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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1위, 2019년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의 인디게임', 모바일 양대 마켓 인기차트 1위. 모바일 텍스트 어드벤처 <서울 2033>은 2019년 한국 인디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될 만한 게임입니다.

 

<서울 2033>은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이 부족했는가?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가 <서울 2033>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떤 일들과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트모템을 보내왔습니다. 

 

외부 연재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포스트모템

 

① 반지하게임즈, 이들은 누구인가 (링크)

② 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링크)

③ 사람들은 이 게임 왜 할까

④ 이 게임으로 어떻게 먹고살까

⑤ 우리 이제 뭐 할까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서울 2033> 이벤트 중에는 쓰레기장을 배회하는 불쌍한 고양이를 지켜달라는 퀘스트를 주는 아주머니 이야기가 있다.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상상한 주인공은 별 생각 없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대답하고 쓰레기장으로 향하는데, 주인공의 눈앞에 나타난 고양이는 방사능의 영향인지 몸집이 엄청나게 커지고 강력해진 괴물 고양이였다는 간단한 이야기다.

 

<서울 2033>을 재밌게 하던 내 친구는 이 이야기가 가장 웃기고 재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뛰어난 사격술로 거대 고양이의 머리를 쏴서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플레이어가 이전에 플레이해온 발자취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는 달라진다. 보통은 거대한 고양이에게 압도당해 도망치듯 쓰레기장을 빠져나오지만, 권총이 있고 사격술을 연마한 적 있는 플레이어였다면 정확하게 고양이를 처치해 두려움에 떨던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방 속에 개박하를 챙겨둔 것을 까맣게 잊은 채로 여행을 하던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방에 반응하는 거대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와 마을 사람들을 화해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놀라워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자 "나만의 이야기"를 선사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어느 정도 통한 것 같아 뿌듯했다.

 

 

 

# '서울 통신망'과 커뮤니티의 중요성

자신의 플레이 경험이 고유한 것이 되어 남들과 나누고 공유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은 이 게임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재미였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있으면 유저나 개발자나 서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대로 11월에 나무위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수용인원 수 초과로 지금은 사라졌다)으로 가는 외부 링크 3개를 게임 내에 달아 ‘서울 통신망’이라고 이름붙였다. 공식 카페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인디’다운 접근 방식이었지만, 오히려 관리의 부담도 덜어지고 접근성도 꽤 좋아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팬분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네이버 <서울 2033> 카페. 커뮤니티가 있으면 개발자 입장에서도 무척 즐겁다.

 

서울 통신망이라는 자체 커뮤니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첫째는 출시 초창기에 개발을 이어나가는 데 동기 부여가 되었다는 점이다. 서울 통신망에서는 마치 모험가들이 여관에서 술잔을 맞부딪히며 자신의 모험담을 늘어놓듯이 유저들이 자신의 플레이 경험을 공유하곤 했는데, 비록 출시 초창기에 유저 수도 얼마 되지 않고 수입도 거의 없었지만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무척 설레고 뿌듯했다. 

 

매일같이 서울 통신망을 확인하면서 우리 게임의 유저들이 서로 게임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업데이트한 뒤 언제쯤 찾아낼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결국 실적에 대한 고민이나 좌절은 미뤄두고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자주 업데이트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준 원동력이 된 셈이었다.

 

둘째는 직접적으로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초창기엔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QA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던 탓에 버그도 무척 많았지만, 그런 버그는 대부분 유저들의 적극적인 제보 덕에 빠른 시간 내에 수정될 수 있었다.

 

또한 게임 밸런싱 측면에 있어서도,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유저들이 때로는 환영하고, 때로는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감’을 잡는 것이 수월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남기는 날것의 경험과 감정을 보면서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데이터의 소중함을 모르던 우리는 유저 데이터 수집 및 통계 시스템이 전무했는데, 다행히 유저 분들의 이런 소중한 피드백으로 게임 기획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서울 2033> 마이너 갤러리

 

2018년 12월, 트위치 인기 스트리머 ‘풍월량’ 님을 시작으로 많은 스트리머 분들이 <서울 2033>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당시 많은 유저 분들이 유입되었는데, 서울 통신망은 대거 유입된 뉴비들을 위한 공략과 팁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통신망에서 자신들의 플레이 경험을 공유하고 세계관과 설정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새로 유입된 유저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서울 2033>은 반복되는 게임 방식과 적은 인터랙션 때문에 자칫하면 단조롭고 외롭다고 느끼기 쉬운 게임인데, 서울 통신망이란 커뮤니티의 존재만으로도 유저들에게 좀 더 풍성하고 연결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 <서울 2033>의 재미 요소 분석

 

게임 개발자로서 게임을 만들다보면, 자기가 신나게 만들다가도 자기가 만든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어리둥절해지는 타이밍이 온다. 처음엔 하나같이 다 빛나고 소중한 자신의 아이디어였지만, 워낙 게임 개발 과정이 힘들고 외롭다 보니 쉽게 찾아오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개발자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것을 잊고 테스크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전체 게임의 완성물이 자신이 바랐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고,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특히 스토리 작가이자 기획자인 나는 이 게임의 모든 스크립트의 분기와 전개를 한 자도 빠짐없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게임을 즐길래야 즐길 수가 없었다. 승민이 역시 아직도 이 게임의 스토리를 모른다. 테스트를 해보라고 시키면 글은 안 읽고 버그가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마구 누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커뮤니티 개설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져다 준 이점은 컸다. 유저들이 우리 게임의 요소 중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정도 매니아층이 생기고 커뮤니티가 그럭저럭 활성화되면서 기획자인 나에게는 그제서야 우리 게임의 재미 요소를 분석하고 공부할 좋은 환경이 생겼고 중구난방이던 스토리 업데이트나 기능 업데이트의 양, 주기, 방식 등에 기준을 조금씩 세워나갈 수 있었다.

 

<서울 2033>의 유저들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바로 ‘루돌로지(ludology)’ 취향의 유저들과 ‘내러톨로지(narratology)’ 취향의 유저들이었다. 

 

루돌로지는 플레이어가 목표를 세우고, 규칙 안에서 놀이를 하고, 그 과정에서 유희를 즐기는 개념이다. <서울 2033>에선 3칸밖에 되지 않는 제한된 자원과 다양한 아이템들을 관리하여 위기에 대비하고 정해진 퀘스트를 완수하는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내러톨로지는 서사, 즉 이야기 자체를 즐기는 개념이다. <서울 2033>에 등장하는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장소, 단체, 인물들과 함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다양한 선택지를 선택하며 새로운 전개를 확인하는 과정이 여기 해당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플레이에 도움이 될 능력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선택지를 고르는 이벤트, 루돌로지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플레이어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이야기는 내러톨로지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플레이에 도움이 될 능력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선택지를 고르는 이벤트(왼쪽)는 루돌로지적인 측면을, 플레이어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이야기(오른쪽)는 내러톨로지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루돌로지 취향의 유저들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런 유저들은 대부분 커뮤니티에 자신만의 공략이나 팁을 작성하기도 하고, 게임 밸런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남기기도 한다. 또는 엄청나게 강력해진 캐릭터를 자랑하거나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나 어려운 조건으로만 나타나는 순간을 캡쳐해 커뮤니티 사람들과 공유한다. 

 

반면 내러톨로지 취향의 유저들은 게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서울 2033> 세계의 세계관과 설정, 캐릭터, 스토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다. 이 유저들은 <서울 2033> 속 캐릭터와 세력간의 관계, 전투력, 숨겨진 떡밥 등에 대한 소재로 즐겁게 토론한다. 팬아트나 팬픽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자체 제작된 스토리를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 업데이트가 뜸해지기 시작하면 커뮤니티에는 다른 게임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업데이트될 때까지 OOO이나 해야겠다’던가, ‘이거랑 비슷한 게임 추천해달라’던가 하는 식인데, 게임 기획자 입장에서 서운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유저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더 좋은 공부 기회라 생각되어서 반갑다. 

 

실제로 루돌로지 취향의 유저들의 선호 게임 풀과 내러톨로지 취향 유저들의 선호 게임 풀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전자는 랜덤성과 전략성이 강한 <하스스톤>, <슬레이 더 스파이어>, <아이작의 구속> 등을 <서울 2033>의 대체재로 추천한 반면, 후자는 스토리텔링이 강하고 플레이어의 주인공으로서의 몰입도가 높은 <세븐데이즈> <사이버펑크 2077>(미발매) 등을 추천해줬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

물론 이 두 취향을 함께 가지고 있는 유저도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내 게임의 유저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나서는 기획의 기준이 견고하게 잡혔다. 

 

첫번째 기획 목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나만의 이야기’였지만, 두번째 기획 목표는 ‘루돌로지와 내러톨로지의 조화’였다. 지금 <서울 2033>은 작은 볼륨의 자잘한 랜덤 인카운터들(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아이템을 얻는다던가, 모기에게 물린다던가, 길에 자란 풀을 뜯어먹는다던가 등등)과 상대적으로 큰 볼륨의 스토리들(가족의 원수를 찾는 메인 스토리, 도봉구의 악당 세력과 싸우는 엽우회 스토리, 기계 던전이 되어버린 용산 스토리 등등)로 구성되어 있다.

 

자잘한 인카운터들의 역할은 플레이어의 자원 관리 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 그리고 운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 스토리는 큼직큼직한 이야기 덩어리가 마치 ‘네가 지금까지 잘 헤쳐나가왔으면 더 보여줄게’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루돌로지 취향의 플레이어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들과 업적은 자신들의 전략의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다가온다. 내러톨로지 취향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동기 삼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유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루돌로지적인 과정’과 ‘내러톨로지적인 결과’라는 2단계 구성은 지금까지도 <서울 2033>에 새로운 스토리나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중요한 기준이다. 

 

 

# 시각장애인 보조 기능 업데이트

2019년 1월, 시각장애인 유저로부터 리뷰를 받은 이후로 3월까지 순차적으로 시각장애인 보조 기능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것이 연합뉴스와 SBS를 통해 보도되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처음 시각장애인 유저의 리뷰를 확인했을 때 우리 모두 무척 놀랐다. 사실 텍스트 게임이라는 <서울 2033>의 특성 때문에 시각장애인 지원 기능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는 출시 초기부터 어렴풋이 있었고 팀원들 모두 그 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보이스오버’나 ‘보이스 어시스턴트’와 같은 시각장애인 보조 기능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어 앱 내에 별도로 TTS(Text to Speech, 글자를 음성으로 바꾸어주는 기능) 기능이 내재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투자를 받게 된다거나 할 때나 생각해보자고 하고 있었는데 이미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이 플레이를 하고 계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목표했던 시각장애인 지원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우리가 진행한 기능 개선은 거창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표현된 정보들을 시각장애인 보조 프로그램이 잘 읽을 수 있게끔 별도의 가이드를 달아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템창을 열었을 때 나오는 X자 모양의 버튼은 손으로 훑었을 때 ‘아이템창 닫기’라는 음성이 나오도록 적어두는 식이었다. 원래는 그냥 ‘이미지’라고만 읽었다.

 

기능 개선은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이 적극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순탄하게 이루어졌고, 3월에는 일단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까지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콘텐츠 추가나 UI 변경이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시각장애인 유저 전용 가이드를 달았다.  

 

처음 받았던 시각장애인 유저 분의 피드백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거창한 뜻이 있어서 시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대단한 사람들인 것처럼 비춰져서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순수하게 우리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과 정말 우리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과 가깝게 소통한 과정이 재밌었다. 

 

지금까지도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께서 각자 한 명의 팬으로서 <서울 2033> 얘기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주시곤 하는데, 덕분에 도움도 많이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이나, 시각장애가 생기고 좋아하는 게임을 못 해서 아쉬웠는데 덕분에 예전처럼 즐겁게 지낸다는 이야기, 처음으로 아들과 같이 즐기는 게임이 생겼다는 이야기 등을 전해주실 때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뿌듯하고 행복하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확고한 게임 철학을 공유하고 있던 우리 자랑스런 팀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년 6월에는 2019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 20, TOP 3, 인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특히 그 중에 인기상은 수많은 유저 분들이 직접 투표해주신 덕분에 받은 상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

 

2019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상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좋았다. 같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만나게 된 것이 좋았고, 직접 우릴 응원해주러 찾아와주신 유저 분들을 만난 것도 좋았다. 인디게임 개발은 정말 외로운 일인 것 같다. 이 게임이 재미있을지, 이 게임이 돈을 벌어다줄지, 이 게임에 시간을 쓰는 게 과연 맞는지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러나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서로 응원도 하고, 우리 유저 분들과 우리가 만든 게임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유저 분들은 ‘서울 통신망’을 통해 화면 너머로만 보다가 실물로 보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만든 게임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단 사실이 그제서야 새삼 느껴졌고, 그래서 더 감사하고 가슴이 벅찬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순탄해보여도 항상 걱정은 있었다. 바로 먹고 사는 걱정이다. 

 

BM(Business Model, 비즈니스 모델) 구성은 항상 인디게임의 적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해준다고 돈이 알아서 벌리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경우는 유저가 늘면서 서버비 지출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독특한 장르 탓에 참고할 만한 선례도 거의 없는데, BM이나 사업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 초보 개발자들이었던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마구잡이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서울 2033>의 BM과 그 기획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계속)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1위, 2019년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의 인디게임', 모바일 양대 마켓 인기차트 1위. 모바일 텍스트 어드벤처 <서울 2033>은 2019년 한국 인디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될 만한 게임입니다.

 

<서울 2033>은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이 부족했는가?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가 <서울 2033>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떤 일들과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트모템을 보내왔습니다. 

 

외부 연재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포스트모템

 

① 반지하게임즈, 이들은 누구인가 (링크)

② 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링크)

③ 사람들은 이 게임 왜 할까

④ 이 게임으로 어떻게 먹고살까

⑤ 우리 이제 뭐 할까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서울 2033> 이벤트 중에는 쓰레기장을 배회하는 불쌍한 고양이를 지켜달라는 퀘스트를 주는 아주머니 이야기가 있다.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상상한 주인공은 별 생각 없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대답하고 쓰레기장으로 향하는데, 주인공의 눈앞에 나타난 고양이는 방사능의 영향인지 몸집이 엄청나게 커지고 강력해진 괴물 고양이였다는 간단한 이야기다.

 

<서울 2033>을 재밌게 하던 내 친구는 이 이야기가 가장 웃기고 재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뛰어난 사격술로 거대 고양이의 머리를 쏴서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플레이어가 이전에 플레이해온 발자취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는 달라진다. 보통은 거대한 고양이에게 압도당해 도망치듯 쓰레기장을 빠져나오지만, 권총이 있고 사격술을 연마한 적 있는 플레이어였다면 정확하게 고양이를 처치해 두려움에 떨던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방 속에 개박하를 챙겨둔 것을 까맣게 잊은 채로 여행을 하던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방에 반응하는 거대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와 마을 사람들을 화해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놀라워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자 "나만의 이야기"를 선사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어느 정도 통한 것 같아 뿌듯했다.

 

 

 

# '서울 통신망'과 커뮤니티의 중요성

자신의 플레이 경험이 고유한 것이 되어 남들과 나누고 공유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은 이 게임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재미였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있으면 유저나 개발자나 서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대로 11월에 나무위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수용인원 수 초과로 지금은 사라졌다)으로 가는 외부 링크 3개를 게임 내에 달아 ‘서울 통신망’이라고 이름붙였다. 공식 카페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인디’다운 접근 방식이었지만, 오히려 관리의 부담도 덜어지고 접근성도 꽤 좋아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팬분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네이버 <서울 2033> 카페. 커뮤니티가 있으면 개발자 입장에서도 무척 즐겁다.

 

서울 통신망이라는 자체 커뮤니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첫째는 출시 초창기에 개발을 이어나가는 데 동기 부여가 되었다는 점이다. 서울 통신망에서는 마치 모험가들이 여관에서 술잔을 맞부딪히며 자신의 모험담을 늘어놓듯이 유저들이 자신의 플레이 경험을 공유하곤 했는데, 비록 출시 초창기에 유저 수도 얼마 되지 않고 수입도 거의 없었지만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무척 설레고 뿌듯했다. 

 

매일같이 서울 통신망을 확인하면서 우리 게임의 유저들이 서로 게임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업데이트한 뒤 언제쯤 찾아낼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결국 실적에 대한 고민이나 좌절은 미뤄두고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자주 업데이트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준 원동력이 된 셈이었다.

 

둘째는 직접적으로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초창기엔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QA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던 탓에 버그도 무척 많았지만, 그런 버그는 대부분 유저들의 적극적인 제보 덕에 빠른 시간 내에 수정될 수 있었다.

 

또한 게임 밸런싱 측면에 있어서도,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유저들이 때로는 환영하고, 때로는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감’을 잡는 것이 수월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남기는 날것의 경험과 감정을 보면서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데이터의 소중함을 모르던 우리는 유저 데이터 수집 및 통계 시스템이 전무했는데, 다행히 유저 분들의 이런 소중한 피드백으로 게임 기획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서울 2033> 마이너 갤러리

 

2018년 12월, 트위치 인기 스트리머 ‘풍월량’ 님을 시작으로 많은 스트리머 분들이 <서울 2033>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당시 많은 유저 분들이 유입되었는데, 서울 통신망은 대거 유입된 뉴비들을 위한 공략과 팁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통신망에서 자신들의 플레이 경험을 공유하고 세계관과 설정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새로 유입된 유저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서울 2033>은 반복되는 게임 방식과 적은 인터랙션 때문에 자칫하면 단조롭고 외롭다고 느끼기 쉬운 게임인데, 서울 통신망이란 커뮤니티의 존재만으로도 유저들에게 좀 더 풍성하고 연결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 <서울 2033>의 재미 요소 분석

 

게임 개발자로서 게임을 만들다보면, 자기가 신나게 만들다가도 자기가 만든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어리둥절해지는 타이밍이 온다. 처음엔 하나같이 다 빛나고 소중한 자신의 아이디어였지만, 워낙 게임 개발 과정이 힘들고 외롭다 보니 쉽게 찾아오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개발자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것을 잊고 테스크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전체 게임의 완성물이 자신이 바랐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고,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특히 스토리 작가이자 기획자인 나는 이 게임의 모든 스크립트의 분기와 전개를 한 자도 빠짐없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게임을 즐길래야 즐길 수가 없었다. 승민이 역시 아직도 이 게임의 스토리를 모른다. 테스트를 해보라고 시키면 글은 안 읽고 버그가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마구 누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커뮤니티 개설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져다 준 이점은 컸다. 유저들이 우리 게임의 요소 중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정도 매니아층이 생기고 커뮤니티가 그럭저럭 활성화되면서 기획자인 나에게는 그제서야 우리 게임의 재미 요소를 분석하고 공부할 좋은 환경이 생겼고 중구난방이던 스토리 업데이트나 기능 업데이트의 양, 주기, 방식 등에 기준을 조금씩 세워나갈 수 있었다.

 

<서울 2033>의 유저들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바로 ‘루돌로지(ludology)’ 취향의 유저들과 ‘내러톨로지(narratology)’ 취향의 유저들이었다. 

 

루돌로지는 플레이어가 목표를 세우고, 규칙 안에서 놀이를 하고, 그 과정에서 유희를 즐기는 개념이다. <서울 2033>에선 3칸밖에 되지 않는 제한된 자원과 다양한 아이템들을 관리하여 위기에 대비하고 정해진 퀘스트를 완수하는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내러톨로지는 서사, 즉 이야기 자체를 즐기는 개념이다. <서울 2033>에 등장하는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장소, 단체, 인물들과 함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다양한 선택지를 선택하며 새로운 전개를 확인하는 과정이 여기 해당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플레이에 도움이 될 능력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선택지를 고르는 이벤트, 루돌로지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플레이어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이야기는 내러톨로지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플레이에 도움이 될 능력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선택지를 고르는 이벤트(왼쪽)는 루돌로지적인 측면을, 플레이어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양한 이야기(오른쪽)는 내러톨로지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루돌로지 취향의 유저들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런 유저들은 대부분 커뮤니티에 자신만의 공략이나 팁을 작성하기도 하고, 게임 밸런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남기기도 한다. 또는 엄청나게 강력해진 캐릭터를 자랑하거나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나 어려운 조건으로만 나타나는 순간을 캡쳐해 커뮤니티 사람들과 공유한다. 

 

반면 내러톨로지 취향의 유저들은 게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서울 2033> 세계의 세계관과 설정, 캐릭터, 스토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다. 이 유저들은 <서울 2033> 속 캐릭터와 세력간의 관계, 전투력, 숨겨진 떡밥 등에 대한 소재로 즐겁게 토론한다. 팬아트나 팬픽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자체 제작된 스토리를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 업데이트가 뜸해지기 시작하면 커뮤니티에는 다른 게임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업데이트될 때까지 OOO이나 해야겠다’던가, ‘이거랑 비슷한 게임 추천해달라’던가 하는 식인데, 게임 기획자 입장에서 서운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유저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더 좋은 공부 기회라 생각되어서 반갑다. 

 

실제로 루돌로지 취향의 유저들의 선호 게임 풀과 내러톨로지 취향 유저들의 선호 게임 풀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전자는 랜덤성과 전략성이 강한 <하스스톤>, <슬레이 더 스파이어>, <아이작의 구속> 등을 <서울 2033>의 대체재로 추천한 반면, 후자는 스토리텔링이 강하고 플레이어의 주인공으로서의 몰입도가 높은 <세븐데이즈> <사이버펑크 2077>(미발매) 등을 추천해줬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

물론 이 두 취향을 함께 가지고 있는 유저도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내 게임의 유저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나서는 기획의 기준이 견고하게 잡혔다. 

 

첫번째 기획 목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나만의 이야기’였지만, 두번째 기획 목표는 ‘루돌로지와 내러톨로지의 조화’였다. 지금 <서울 2033>은 작은 볼륨의 자잘한 랜덤 인카운터들(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아이템을 얻는다던가, 모기에게 물린다던가, 길에 자란 풀을 뜯어먹는다던가 등등)과 상대적으로 큰 볼륨의 스토리들(가족의 원수를 찾는 메인 스토리, 도봉구의 악당 세력과 싸우는 엽우회 스토리, 기계 던전이 되어버린 용산 스토리 등등)로 구성되어 있다.

 

자잘한 인카운터들의 역할은 플레이어의 자원 관리 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 그리고 운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 스토리는 큼직큼직한 이야기 덩어리가 마치 ‘네가 지금까지 잘 헤쳐나가왔으면 더 보여줄게’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루돌로지 취향의 플레이어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들과 업적은 자신들의 전략의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다가온다. 내러톨로지 취향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동기 삼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유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루돌로지적인 과정’과 ‘내러톨로지적인 결과’라는 2단계 구성은 지금까지도 <서울 2033>에 새로운 스토리나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중요한 기준이다. 

 

 

# 시각장애인 보조 기능 업데이트

2019년 1월, 시각장애인 유저로부터 리뷰를 받은 이후로 3월까지 순차적으로 시각장애인 보조 기능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것이 연합뉴스와 SBS를 통해 보도되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처음 시각장애인 유저의 리뷰를 확인했을 때 우리 모두 무척 놀랐다. 사실 텍스트 게임이라는 <서울 2033>의 특성 때문에 시각장애인 지원 기능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는 출시 초기부터 어렴풋이 있었고 팀원들 모두 그 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보이스오버’나 ‘보이스 어시스턴트’와 같은 시각장애인 보조 기능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어 앱 내에 별도로 TTS(Text to Speech, 글자를 음성으로 바꾸어주는 기능) 기능이 내재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투자를 받게 된다거나 할 때나 생각해보자고 하고 있었는데 이미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이 플레이를 하고 계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목표했던 시각장애인 지원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우리가 진행한 기능 개선은 거창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표현된 정보들을 시각장애인 보조 프로그램이 잘 읽을 수 있게끔 별도의 가이드를 달아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템창을 열었을 때 나오는 X자 모양의 버튼은 손으로 훑었을 때 ‘아이템창 닫기’라는 음성이 나오도록 적어두는 식이었다. 원래는 그냥 ‘이미지’라고만 읽었다.

 

기능 개선은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이 적극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순탄하게 이루어졌고, 3월에는 일단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까지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콘텐츠 추가나 UI 변경이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시각장애인 유저 전용 가이드를 달았다.  

 

처음 받았던 시각장애인 유저 분의 피드백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거창한 뜻이 있어서 시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대단한 사람들인 것처럼 비춰져서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순수하게 우리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과 정말 우리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과 가깝게 소통한 과정이 재밌었다. 

 

지금까지도 시각장애인 유저 분들께서 각자 한 명의 팬으로서 <서울 2033> 얘기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주시곤 하는데, 덕분에 도움도 많이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이나, 시각장애가 생기고 좋아하는 게임을 못 해서 아쉬웠는데 덕분에 예전처럼 즐겁게 지낸다는 이야기, 처음으로 아들과 같이 즐기는 게임이 생겼다는 이야기 등을 전해주실 때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뿌듯하고 행복하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확고한 게임 철학을 공유하고 있던 우리 자랑스런 팀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년 6월에는 2019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 20, TOP 3, 인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특히 그 중에 인기상은 수많은 유저 분들이 직접 투표해주신 덕분에 받은 상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

 

2019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상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좋았다. 같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만나게 된 것이 좋았고, 직접 우릴 응원해주러 찾아와주신 유저 분들을 만난 것도 좋았다. 인디게임 개발은 정말 외로운 일인 것 같다. 이 게임이 재미있을지, 이 게임이 돈을 벌어다줄지, 이 게임에 시간을 쓰는 게 과연 맞는지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러나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서로 응원도 하고, 우리 유저 분들과 우리가 만든 게임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유저 분들은 ‘서울 통신망’을 통해 화면 너머로만 보다가 실물로 보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만든 게임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단 사실이 그제서야 새삼 느껴졌고, 그래서 더 감사하고 가슴이 벅찬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순탄해보여도 항상 걱정은 있었다. 바로 먹고 사는 걱정이다. 

 

BM(Business Model, 비즈니스 모델) 구성은 항상 인디게임의 적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해준다고 돈이 알아서 벌리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경우는 유저가 늘면서 서버비 지출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독특한 장르 탓에 참고할 만한 선례도 거의 없는데, BM이나 사업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 초보 개발자들이었던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마구잡이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서울 2033>의 BM과 그 기획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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