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OK' 감정표현 삭제 이유는?

톤톤 (방승언) | 2020-07-09 18: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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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이용자 6천 만 명의 진기록을 세운 미국 최고 인기 FPS 게임에서 갑자기 ‘OK 손동작’이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애용하는 이 동작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에 현지 유저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게임은 출시 3일 만에 7,000억을 벌어 화제가 됐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이하 <모던워페어>)다. 인피니티워드가 개발했고, 액티비전이 유통하고 있는 이 게임은 무료 배틀로얄 모드인 <워존>을 추가하면서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공식 패치노트에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최근 1~2주 사이에 해당 업데이트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OK 손동작은 세계 곳곳에서 ‘괜찮다’, ‘좋다’는 의미로 흔하게 사용된다. <모던워페어> 유저 사이에서는 일종의 ‘승리 세레머니’로 활용되기도 했다.

 

<모던워페어>의 OK 손동작 사용 예 (출처: 모던워페어 서브레딧)

 

현재까지 인피니트워드는 동작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유저 대부분은 이 손동작을 둘러싼 ‘백인우월주의 논란’이 원인이었을 것이라 짐작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OK 손동작이 지난 3년여 동안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일종의 비밀 신호처럼 자리잡았다. 이는 지난 2017년 거대 웹사이트 4Chan의 일부 유저가 장난삼아 ‘OK 사인의 유래는 백인우월주의’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 시작됐다.

 

곧 KKK등 미국의 극우 인종차별 단체들이 가짜뉴스 확산에 가세했고, 결국 OK 손동작에는 전에 없던 인종차별적 의미가 부여됐다. 이후 미 육·해군 사관생도, 전 백악관 보좌관, 전 언론사 편집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OK 손동작을 취하면서, 백인우월주의 동조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2016년 연설에서 OK 손동작을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공교롭게도 이 손동작은 미국 극우주의자들에 널리 사랑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전부터 보여 온 습관이기도 하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 모습을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가 황급히 삭제한 뒤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인피니티워드는 현재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흑인차별 반대 시위 흐름에 맞춰 <모던워페어> 게임 안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슬로건을 출력하는 등 인종차별 반대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OK 동작 삭제 또한 인종차별 이슈 때문이라는 분석의 근거다.

  

<모던워페어>와 <워존>에 삽입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 슬로건

 

한편 83만 명 규모 해외 <모던워페어> 온라인 커뮤니티(모던워페어 서브레딧)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반대하는 유저들은 OK 동작의 본래 의미를 무시한 채 최근 논란만 고려하는 것은 편파적이란 의견이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특정 심볼에 부적합한 의미가 덧씌워져 금지당하는 일은 자주 있다며 삭제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운영정책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한 유저는 “아이디에 ‘n워드(흑인 차별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방치하면서 OK사인은 혐오 표현이라는 말이냐”며 회사의 허술한 관리 행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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