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유비소프트 부조리 뒤엔 '사내 고발 무한막기' 있었다

톤톤 (방승언) | 2020-07-15 18: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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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 임원진이 가혹행위 혐의로 연달아 사퇴한 가운데, 유비소프트 인사부가 그간 직원 고충처리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현 사태에 일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7월 3일 막심 벨랑드(Maxime Béland) 편집팀 부사장이 성추행, 인종차별 논란으로 사임했다. 11일에는 세실 코네(Cécile Cornet) 글로벌 인사부장을 포함해 임원 3명이 추가로 물러났다. 현재 유비소프트는 내부 부조리 폭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 부조리 막지 '않았던' 인사부

10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리베라시옹’은 심층 취재를 통해 유비소프트 인사부가 그간 사내 가혹행위 고발을 수시로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유비소프트 인사부는 피해자를 회유, 겁박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심층 취재 기사 (출처: 리베라시옹 홈페이지)

기사에 따르면 인사부는 피해자에 “그들(가해자)은 창작가들이어서 원래 그런 식으로 일한다”거나 “그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면 네가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였다.

더 나아가 리베라시옹은 인사부 고위 직원의 말을 인용, ‘근래 드러난 일련의 인권 침해 사례 중 절반 가량은 과거 인사부에 신고됐다가 묵살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폐단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일례로 <파크라이> 프랜차이즈 제작에 수년 동안 참여했다는 전 직원은 캐나다 언론 주르날 드 몽레알과 한 인터뷰에서 “당시 정신적·성적 괴롭힘, 모욕 등에 시달렸으나 인사부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는 ‘괴롭힘 방지 행동수칙’을 만들자는 움직임을 인사부가 나서서 무산시킨 적도 있다. “직원들에게 괴롭힘이 정말로 발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게 된다”는 것이 인사부가 내세운 논리였다.


# 전사적 성과중심주의도 문제

문제의 원인을 일개 부서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신을 ‘카트린’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유비소프트의 기업문화 전반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도 인사부에게 ‘사업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일러준 적 없다. 유비소프트에서는 오직 제 때에 게임이 출시되는 것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제보자에 따르면 11일 물러난 글로벌 인사부장 세실 코네도 본인 입으로 임원 사이에 팽배한 성과지상주의를 드러내는 발언을 했었다. 2019년 코네는 “경영진이 유해한(toxic) 성향을 지녔다고 해도 그 유해성을 넘는 성과만 내놓는다면 CEO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앞으로의 행보는?

유비소프트 인사부는 폭로 이후에도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세실 코네는 폭로 직후 90여 명에 달하는 부서 직원을 회의에 소집, 폭로 사태와 인사부는 관련 없다는 여론을 조성하려 애썼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의 인사부장은 “CEO가 ‘이번 사태에 있어 인사부는 잘못 없다’는 성명을 내놓지 않으면 부하 직원 절반을 데리고 퇴사하겠다”는 과격한 선언까지 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직원이 여기 동조했다고 내부고발자는 밝혔다.

한편 세실 코네 사임 이후 이브 기예모 유비소프트 CEO는 직원들에 인사 프로세스 개혁을 약속했으며, 그 첫 번째 방안으로 ‘익명 고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2년 전 이미 도입됐으나 세실 코네의 반대로 인해 부패 신고 창구로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2일 신설된 인권 담당부서 ‘리스펙트 앳 유비소프트’도 개혁의 일환이다. 해당 부서에는 현재까지 벌써 100건 이상의 괴롭힘, 성폭행 등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현재는 가해 직원 20여 명에 대한 내부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리베라시옹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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