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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미군은 왜 '게임홍보'에 집중했을까

톤톤 (방승언 기자) | 2020-07-31 17: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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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군대’. 

 

‘미군’을 설명하는 짧지만 정확한 수식어다. 하지만 대감집이든 여염집이든 고민은 있기 마련. 미군은 오랫동안 ‘만성 신병 부족’을 앓아 왔다. 고질병에 맞서기 위해 미군이 꺼내든 무기는 다름아닌 게임이다. 미군 중 신병 모집규모가 가장 큰 미 육군의 대표사례를 통해 미군이 밟아 온 ‘게임 홍보’ 20여 년 역사를 간단히 되짚어봤다.

 

[흥미기획] 미 육해공군은 신병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게임에 뛰어들었다. 2020년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배경이 있었고 성과는 어떤지, 이 현상에 관해 어떤 논란과 비판이 제기되는지 들여다보자.


① 육해공 안 가리고 신병 모집에 e스포츠 활용하는 미군

② 미군은 왜 '게임홍보'에 집중했을까 (현재기사)

③ 잘 나가던 미군 e스포츠팀, 논란의 도마 위에

④ [부록] 다양하게 얽혔던 대한민국 국군과 게임

 

1973년 3월 베트남전에서 철수하고 같은해 7월 완전 모병제로 전환한 이래 미군은 수십년간 신병모집 목표인원을 완전히 채운 적이 없었다.

 

 

# 20세기 말 최악의 신병부족 대책: FPS <아메리카스 아미>

 

1999년에는 30년만에 최악의 신병부족 현상이 찾아왔다. 사태 심각성을 느낀 미국 의회는 군에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모병 전략을 요구했다. 이에 미 육군은 민간 광고 에이전시 전문가들을 초청, ‘육군 마케팅 브랜드 그룹’을 조성하며 홍보전략 쇄신에 주력했다.

 

이때 제작을 시작해 2002년 완성된 게임이 바로 미군 최초의 홍보용 게임 <아메리카스 아미>(이하 <AA>)다.

 

 

<AA> 제작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미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수 캐이시 와딘스키 대령이었다. 와딘스키 대령은 <AA>의 개발 목표가 젊은 세대 공략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대학교 인류학 박사 로버트슨 앨런의 저서에 따르면 대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편안하게 느낄 만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대화를 거는 것이 우리 목표였다. 광고나 포스터로 다 담을 수 없는 미군의 전체적 그림을 전달하고자 했다.”

 

미군은 2003년에 <AA> 2편, 2009년에 3편을 출시하며 시리즈를 이어나갔다. 이와 함께 2009년에 필라델피아에서 400평 규모 군사 시뮬레이션 체험장인 '아미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운영했다. 그리고 2007~2010년에는 전국을 순회하는 군사 게임 체험 행사도 진행하는 등 다각적 게임 홍보 전략을 폈다.

 

여러 게임 솔루션 중 특히 <AA>는 육군 모병에 크게 기여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2008년 연구에서 “<AA>의 모병효과는 다른 모든 미 육군 홍보수단의 효과를 합친 것보다 크다”고 밝힌 바 있다.

 

 

# 2018년 다시 찾아온 위기의 대책: e스포츠팀의 창설

 

이후 미 육군의 모병에 다시 한 번 위기가 닥친 것은 2018년이다. 신병모집 목표인원은 7만 6,500명이었지만 7만 명만 지원하면서 10여년 만에 모집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다시 찾아온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미 육군은 TV광고 등을 줄이고 ‘Z세대’에 익숙한 게임과 소셜미디어 홍보에 나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새 전략에 따라 미군은 게이머와 만화팬이 몰리는 미국의 서브컬쳐 박람회 ‘코믹콘’, 그리고 북미 게임쇼 ‘팍스’ (PAX) 등에 참가하며 인재 확보에 나섰다.

 

 

더 나아가 2018년 11월 공식 e스포츠 팀 ‘US 아미 e스포츠’(US Army Esports)를 창단했다. 창단 시점 모집 인원은 16명이었지만 무려 7,000명의 병사가 지원하는 등 군 내부 반응부터 폭발적이었다. 

 

미군 e스포츠 팀원은 3년 임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단기 보직이다. 체력단련, 무기숙달 등 군인 본연의 훈련도 계속 받으며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게임 연습에 할애한다.

 

2018년부터 팀은 <콜 오브 듀티>, <리그 오브 레전드>, <포트나이트> 등 인기 e스포츠 종목을 모두 플레이했고 관련 대회에도 참가했다. 또한 전용 홍보 트레일러 차량을 끌고 전국 각지 학교와 게임쇼를 방문해 존재를 알렸다.

 

2019년 ‘팍스 이스트’(PAX East) 전시회에 참여했을 땐  민간인들이 1시간 이상 줄을 서 이들과 대전을 벌이는 등 호응을 얻었다. ‘팍스 사우스’(PAX South)에서는 소속 병사 2명이 <스트리트 파이터 V>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종합적 노력의 결실로 2019년 9월을 기점으로 미 육군은 신병 모집 목표 6만 8,0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듬해 2020년 1월과 4월에는 미 공군과 해군도 각각 자체 e스포츠 팀을 만드는 등, 육군의 게임 마케팅 행보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군은 두 차례 심각한 ‘신병 부족’ 상황에서 거듭 ‘게임’ 솔루션을 꺼내들었다.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인의 e스포츠 관람 횟수가 2019년 4억 5,400만에서 2023년에는 6억 4,600만까지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고작(?) 48만 명 규모 미 육군과 130만 명 규모인 미군에게 게임은 앞으로도 수 년간 귀중한 ‘홍보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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