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닉네임에 부적절한 반응... 미군 스트리밍에 ‘적신호’

하라 (한지희) | 2020-09-24 18: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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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없이 몇 시간씩 스트리밍하고, 즉흥적으로 방송을 이끌고, 사람들 공격에 답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일들로 봐서 군을 대표해 스트리밍하는 사람들이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미국 유명 매체 바이스(VICE)가 미군 스트리머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트위치 스트리머가 방송 중 ‘금기시된 닉네임’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미국 육해공군은 게임 및 e스포츠를 통해 군대를 홍보하고 신병을 모집한다. 하지만 가짜 경품, 수정헌법 제 1조 위반 등으로 비판받았다. 여기에 ‘스트리머 자질 논란’까지 덧붙여진 것이다.

 

 

# 홀로코스트 관련 닉네임에 ‘팔로해줘서 고마워~’

 

미국 주 방위군 소속 스트리머 ‘토레스(ZexsOG)’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관련 닉네임을 읽어 논란이 일었다. 8월 27일 트위치 스트리밍 도중 생긴 일이다.

 

토레스는 스트리밍 도중 자신을 팔로한 유저의 이름을 읽으며 ‘6 million wasn’t enough, 6millionwasnt_enough), 팔로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600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6 million is not enough)’는 문장 속 600만은 2차 대전 중 홀로코스트로 사망한 유대인 수를 의미한다. 바이스(VICE)는 ‘백인우월주의자나 네오 나치 사이에서나 사용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토레스가 닉네임 뜻을 알고 말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의도가 없었더라도 금기시되는 표현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토레스 개인 SNS도 언급됐다. 성 소수자 관련 잘못된 정보 공유나 ‘복지가 흑인 가족을 망친다’는 등 글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바이스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침투한 극단주의 이념에 대비를 못했다’고 주장했다. 

 

“육군 주 방위군 소속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유대인적 발언을 이야기하거나,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정보를 공유하는 토레스와 같은 사람이 군대를 대표하는 스트리머가 되기는 너무 쉽다. 이는 게임 커뮤니티를 포함해 온라인 속 많은 부분에 침투한 극단주의 이념에 대해 군대가 대비하고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육군 주 방위군 중령 제이미 알란 데이비스는 바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운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포괄성과 다양성을 육성한다는 군대 가치와 어긋난다. 주 방위군 트위치 페이지에서 인종차별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의미하는 닉네임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모병자(스트리머)들은 타겟 시청자와 소통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게 됐다. 하지만 언제나 완벽할 수 없고, 새로운 도전이 늘 요구되는 상황이다. 클립은 삭제했으며 앞으로 이런 이름을 스트리밍 도중에 말하지 않을 것이다.”

 

 

# 흑인 비하 닉네임에 부적절한 대응

 

육군 주 방위군에 이어 해군도 논란에 휩싸였다. 미 해군 e스포츠 팀 ‘고트 앤 글로리’ 스트리머 ‘챈들러’가 유사한 문제로 팀에서 퇴출됐다. 게임 중 부적절한 닉네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문제가 된 닉네임은 ▲Japan 1945 ▲Nagasaki▲Gamer word다.

 


1945년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하지 않자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Japan 1945’와 ‘Nagasaki(나가사키)’는 이를 뜻하는 닉네임으로 추정된다. 1945년에 일본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스트리밍을 지켜보던 팀 멤버 ‘리드’는 ‘이건 그냥 숫자놀이일 뿐’이라 답했다. 

 

‘Gamer word*’의 경우 어원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게임 속 맥락에서는 흑인 비하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유저가 검은색 캐릭터를 선택했고, 챈들러 및 다른 유저가 ‘말해선 안 되는 닉네임’이라 칭했기 때문이다. Gamer word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자 챈들러는 “우리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음, 사람아(Just waiting on you, uh, individual)”라고 말했다. 

 

다른 유저도 그에게 “말하지 마! 그의 이름을 말해선 안 돼!”라며 동조했다. 

* Gamer word는 한국어 ‘검열삭제’와 비슷한 뜻이라는 의견도 있고, n-word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작은 스트리머 ‘퓨디파이’다. 그가 게임 도중 n-word를 직접 사용했고, 한 팬이 그를 쉴드치기 위해 ‘게이머들이 다 쓰는 단어야!’라는 의미로 ‘Gamer word’를 사용한 데서 시작됐다. (출처: 레딧 - The N-word is a "Gamer word" now )

“꽤나 인종차별주의자네”/ “25만 명을 죽인 사건에 대한 끔찍한 농담이네” 등의 반응

 

챈들러는 닉네임에 대해 별다른 피드백 없이 40분가량 게임을 진행했다. 그러나 채팅창에서 논란이 일자, 몇 분 후 스트리밍을 멈췄다. 잠시 후 문제가 된 3명을 제외하고 게임을 재개했다. 

챈들러는 ‘우리가 봐줬어(They’ve been excused)’라고 말했다. 이후 게임 진행 중 ‘기술 문제 등으로 조금 일찍 끝내야 할 것 같다’며 스트리밍을 종료했다. 

해군은 14일 미국 게임 매체 ‘코타쿠’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와 향후 방안에 대해 공개했다. 

“최근 해군이 아닌 3명의 유저가 극도로 부적절한 닉네임을 사용했다. 우리는 이런 닉네임을 용납할 수 없다. ‘고트 앤 글로리’의 반응이 빠르지도, 정확하지도 않았다. 우리 스트리머는 게임을 즉시 떠나, 그 유저들과 게임하지 말았어야 했다. 스트리머 반응이 적절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우리 일원이 아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트리밍에서 함께 게임하는 유저를 고르는 방법도 의논 중이다.” 

미군은 육해공 가리지 않고 신병 모집에 게임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e스포츠 팀 창단 및 트위치 방송까지 시작하며 군대에 대한 청년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 덕분에 지원자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거세다. 게임 스트리머를 통해 군대에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부터, SNS나 방송이 군대를 대표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인싸’ 국회의원 AOC는 ‘게임은 전쟁이 아니다’며 게임, e스포츠를 통한 모병 활동 자체를 비판했다. 

이런 논란 속에 ‘스트리머 자질’까지 덧붙여졌다. 바이스는 ‘미 국방부가 트위치 방송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은 여러 비판을 이겨내고 모병활동을 계속 진행할까? 아니면 백기를 들까?

 

관련 기사: 잘 나가던 미군 e스포츠팀, 논란의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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