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라떼는 달랐지”… 북미 게임계 ‘원로’들이 말하는 콘솔전쟁

톤톤 (방승언) | 2021-01-28 15: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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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콘솔 전쟁’이 뜨거웠다. 예전에는 어땠을까? 시장이 좀 더 작고, 기회는 더 많았던 1990~2000년대 콘솔 시장에는 지금보다 더 끈끈한 ‘동류의식’이 있었다. 개발사와 플랫폼의 관계도 많이 달랐다. 1월 27일 트위치에서 ‘뉴욕 게임 어워즈’ 사전 행사로 진행된 특별 라운드테이블은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기회였다.

 

패널들은 각자 소니, MS, 닌텐도를 대표했다. 잭 트레튼은 95년 소니에 입사해 PS1을 담당했다. 레지 필스-에이메는 2003년 닌텐도에 들어가 2006~2019년 미국 법인 사장을 했다. 1988년 MS에 들어가 22년 간 엑스박스 사업을 담당한 로비 바흐도 참석했다.

 

세 사람이 말하는 1990~2000년대와 현세대 콘솔 전쟁의 두드러지는 차이, 그리고 게이밍의 미래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어’

 

초기 콘솔 전쟁은 지금보다는 ‘덜 살벌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쟁의 강도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 게임 산업은 당시부터 이미 각광받으며 급성장하던 중이고 더 큰 파이를 차지하려는 싸움은 당연하게도 뒤따랐다.

 

3사 중 시장에 ‘꼴찌’로 진입한 MS에게는 상황이 더 각박했다. 그럼에도 타사 직원들에게 ‘개인적 감정’은 품지 않았다고 바흐는 말한다. 그는 “회사끼리는 서로 이기려는 하드코어한 경쟁이 있었지만 직원들 사이엔 감정이 없었다”고 전했다. 트레튼은 “MS보다는 소니에 날 화나게 한 사람이 더 많았다”고 회상해 웃음을 줬다.

 

 

필스-에이메는 좁은 업계 환경이 서로 간의 유대감을 키워줬다고 말한다. 각종 행사를 치르며 업계 사람들끼리 얼굴 볼 일이 워낙 많았던 까닭에 서로의 삶과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그는 “경쟁은 있었지만 작은 업계에서 교류하다보니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전했다.

 

 

# 현재와 조금 달랐던 ‘개발사 대 콘솔기업’ 관계

 

시장 변화에 맞춰 갑을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은 쉽게 볼 수 있다. 콘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콘솔들을 저울질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던 게임 개발사들은 지금보다는 다소 ‘고자세’였다.

 

필스-에이메는 “콘솔 기업들끼리 치고 박는 상황을 가장 즐겼을 사람들은 아마 개발사들이다. 우리가 더 싸우기를 원했을 것이다”고 말한다. 콘솔 기업들과 협상할 때면 개발사들은 다른 기업이 내세운 조건들을 언급하며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퍼스트파티 게임에 주력했던 닌텐도는 사정이 나았지만 MS와 소니에게는 한동안 개발사 설득이 큰 과제였다.

 

 

# 세 기업 생존전략 무엇이었나

 

시장 진입 시기가 각자 달랐던 세 기업의 ‘생존법’은 서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닌텐도는 ‘세가 대 닌텐도’라는 단순한 양강체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필스-에이메에 따르면 추후 PS, Xbox와 경쟁하던 새로운 삼자구도 속에서도 닌텐도 아메리카의 전략은 늘 같았다. 고객과 파트너사를 만족시키고, 시장 상황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 단순해 보이지만 “그러다 보면 기회가 만들어지고, ‘승리’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미 거대해진 닌텐도와 경쟁해야 했던 소니의 해법은 시장 확대였다. 점유율 경쟁보다는 파이 자체를 키우는 쪽이 가능성 높다고 봤다. 90년대 게임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아직 아동층 이외에는 게임에 빠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소니는 청소년 이상의 성숙한 고객을 타깃 삼으면서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MS는 시장 진입이 가장 늦었다. 차별화가 간절했던 MS의 선택은 ‘온라인’이었다. 바흐는 “세 기업에 각자의 강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닌텐도는 콘텐츠 창작이 강했다. 우리는 온라인 게이밍에 많은 것을 걸었다. 경험 있는 엔지니어,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브로드밴드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 게임 정보의 범람, 어떻게 보나?

 

한때 ‘게임 리뷰’는 게임 전문지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였다. 이제는 누구나 게임에 관해 말하는 시대다. 소비자와 개발사에게 득일까, 실일까? 패널들의 생각도 분분하다.

 

트레튼은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내가 업계에 뛰어들었던 초기 10년이 생각난다. 당시엔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중간 마케팅 비용 없이 게임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전처럼 큰 기업들을 끼우지 않아도 되는 구조여서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필스-에이메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정보의 양이 늘어났지만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시장에 ‘잡음’이 너무 많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평가를 남길 수 있는 ‘메타크리틱’같은 시스템은 의미가 없어졌다. 게이머들이 좋은 게임을 찾고자 하면 그런 잡음을 솎아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게이밍의 미래는?

 

콘솔 전쟁을 치르며 게이밍의 변화상을 목도한 이들이 보는 게이밍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바흐는 ‘하드웨어 경쟁’의 시대가 가고 소프트웨어 경쟁의 시대가 왔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콘솔이 게이밍의 주축이었던 시대는 갔다. 수많은 방법으로 게임을 할 수 있고, 개발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게이밍 플랫폼은 전과 비할 수 없이 많아졌다. 대형 콘솔 기업들의 도움 없이도 게임사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미래 게임 플랫폼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까?

 

트레튼은 일각에서 예상하듯 클라우드 게이밍이 다른 게이밍 수단을 모두 ‘몰아 내는’ 그림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모든 게이밍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리가 다 똑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만약 클라우드 게이밍이 대세가 되려면 다른 어떤 게이밍 디바이스보다도 나은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 개발사들도 다 동참해야만 한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다 다르다. ‘절대적’인 게이밍 수단은 없다 본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다른 게임 플랫폼을 모두 전멸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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