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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코로나19 이후 게임은 '일상', 하드코어 유저는 밀려날 것"

톤톤 (방승언 기자) | 2021-02-25 18: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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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전망하려는 움직임은 많다. 전대미문의 변화를 겪고 있는 게임업계도 그렇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의 게임시장 변화를 내다보는 연구 결과가 새로 발표돼 눈길을 끈다. 2월 2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연세대학교 게임문화연구센터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게임 가치의 재발견’ 연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 목표는 코로나19로 유발된 외부활동 제한, 실내 여가생활 증대가 ‘포스트 코로나’ 게임생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간 진행된 코로나19 영향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게임이용량 증가, 매출 향상 등 산발적 데이터를 종합했을 뿐, 총체적 변화 양상은 짚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문헌리뷰,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등 세 가지 연구 방법을 동원했다. 먼저 문헌리뷰에서는 신문기사, 방송, 연구보고서, 통계자료 등에서 예상되는 코로나19 이후 게임문화의 총체적 흐름을 살폈다. 설문조사는 만 15~19세 시민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심층인터뷰는 콘솔게이머·PC방 이용자·통근자·노년층 등 4개 집단의 구성원 총 17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중 특히 심층 인터뷰에서 연구팀은 통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은, 코로나19 상황 속 각 게이머 집단의 흥미로운 변화상을 몇 가지 짚어냈다. 해당 내용을 간략히 살펴봤다.


# 늘어난 콘솔 게이머, 잔류는 '글쎄'

 

코로나19 이후 콘솔 게임을 향한 인식은 개선됐다. 집 안에 머물면서 즐기는 콘솔 게임은 안전하고 편안한 오락 경험을 선사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속 '가상 모임'을 가능케 했다. 어린이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부모들에 '양육 보조'의 수단으로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긍정적 인식 변화에 힘입어 콘솔 게임에 입문한 신규 게이머들은 주로 '독점작'을 기준으로 콘솔 기기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각자 마음에 들었던 독점작을 즐기기 위해 콘솔기기를 구매한 이들 게이머는 그러나 곧 난관에 봉착했다. 목표했던 게임은 일단 즐겼지만, 추가로 게임을 구매하기에는 몇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콘솔 게임 고유의 '이용 방식'이었다. 인터뷰 참가자들 콘솔게임 경험을 "정 자세로 앉아서 시간과 비용을 내서 투자해야 하는" 혹은 "게임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활동으로 서술했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은 이용시간 감소로 이어졌고, 결국 스스로 '나는 진성 콘솔 게이머가 아니다'는 인식까지 불러일으켰다.


콘솔 게임 이용에 잘 적응했다 하더라도 난관은 남아있었다. 평소 영화감상을 즐겼다는 한 응답자는 성향에 맞게 영화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PS 게임을 몇 가지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게임은 주로 트리플A 작품이고 그 수가 많지 않다. 결국 취향에 맞는 게임을 모두 '소진'한 뒤 콘솔 플레이를 중단하게 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야기된 환경 변화가 콘솔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만들고 적극적 활용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일시적 현상일지, 아니면 신규 이용자가 고정적 소비자로 남을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 대체재 찾아 떠난 PC방 게이머,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

PC방에서 주로 게임을 즐기던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PC방 제한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이들은 '즉시' PC방으로 복귀할까? 1주 20시간 이상 PC방을 이용한 '헤비 유저' 학생들을 인터뷰한 연구팀의 결론은 "꼭 그렇지는 않다"에 가깝다.

친구들과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팀 게임'을 즐기려 PC방을 방문하던 유저들은, 이용제한 상황에서 브롤스타즈 등 다른 '팀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PC방 운영이 재개되더라도 '새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해당 유저들이 PC방을 찾는 최대 목적이 교우관계 유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PC방 이용이 어려워지자 이들은 다른 게임을 찾았고, 이들 게임으로도 교유관계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구팀은 "해당 유저들에게 있어 PC방 게임이란 사회적 기능을 했을 뿐, 대체 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 달라진 '통근 게이머'들의 일상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에 돌입한 직장인은 많다. 블라인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7.6%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게임을 즐기던 '통근 게이머'들의 플레이 패턴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먼저 출퇴근 시간에만 즐기던 모바일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게 된 게이머들이 있다. 출퇴근이 사라지고 공적인 업무 공간(회사)과 사적 공간(집)이 통합되면서, 모바일게임을 일상적 업무 중에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다른 유형의 게임 때문에 모바일게임을 줄이게 된 사례도 있다. 본래 PC게임을 즐기던 한 응답자는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모바일게임 이용을 아예 중단했다. 원래 모바일게임만 하던 다른 응답자는 코로나19 이후 무료함을 달래고자 시도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고, 더는 모바일게임을 하지 않게 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는 통근하며 모바일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의 일상을 뒤흔들었다"면서도 "그러나 출퇴근길의 모바일게임 시간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서 이들의 전체 게임 시간이 줄어들거나, 획기적 대체 오락물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 게임시장의 새로운 주역? '그레이 게이머'

'그레이 게이머' (60대 이상 게이머)는 새롭게 주목할 만한 게이머 집단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2021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86세대'가 60세에 진입하였으며, 이들은 20대에 오락실을 경험한 세대다. 이제 노년 게이머라고 해서 게임 경험이 없지 않다는 의미다.

그레이 게이머들의 주요 게이밍 플랫폼은 접근성이 가장 높은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들이 실질적 매출을 발생시키는 고객층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레이 게이머 전반에 나타나는 강력한 '결제 회피' 성향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그레이 게이머들은 소액 결제에 대한 거부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한 응답자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나 게임 결제를 한다"고 답변했다. 다른 게이머는 "돈을 써서라도 이루고 싶은 목표치 같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성향 때문에 그레이 게이머들은 특정 F2P 게임의 무료 플레이 시간이 모두 소진될 경우, 다른 무료 게임 플레이로 전환하는 행동을 쉽게 나타냈다. 특히 인게임 광고에 등장하는 다른 F2P 게임을 설치하고 옮겨가는 패턴도 많이 보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 코로나19 이후 게임 씬 전체의 변화상 예측

 

연구팀은 설문과 심층면접 결과를 종합해 도출해 낸, 코로나19 이후 게임 씬의 변화 예측으로 보고서를 마무리 지었다.

 

첫째, 디지털 게임은 일상의 당연한 일부로 편입될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년층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이 여러 종류의 게임을 더 긴 시간 동안, 더 빈번하게 즐길 것이다. 게임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접근 가능하며 특별하지 않은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될 전망이다.

 

둘째, 게임 일상화는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가져올 것이다. 단순히 부정적 인식이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지한 취미보다는 휴식에 가까운 가벼운 소일거리라는 인식이 보편화할 것이며 여기에 적합한 '가벼운' 게임 유형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새로 편입된 게이머들에게는 별도의 선행학습이 필요 없는 게임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게임 일상화는 ‘하드코어 게이머’를 주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체 게임문화의 중요 부분으로 남긴 하겠지만,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면서 ‘소수의 별난 진성 게이머’로 간주될 개연성이 크다. 연구에서 실시한 ‘PC방 게이머’ 분석 결과는 이 추론의 근거가 된다. 무거운 PC 게임을 오래 즐기는 이들 PC방 이용자들조차 자신을 하드코어 게이머와 차별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드코어 게이머의 목소리는 늘 과대표되어 왔다. 매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임 유형과 게임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게임 유형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변곡점을 넘으면서 하드코어 게이머와 일반 대중 게이머의 분리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넷째, 게임 문화에서 PC방의 중요성도 감소할 것이다. PC방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게임을 하며 교류가 강화/확대되는 구조에 균열이 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PC게임과 PC방의 대안이 적지 않게 개발되었다. 물리적으로는 “혼자 잠깐” 즐기는 게임의 비중이 커지고 사회적으로는 “기존 친지 친구들을 게임 속 공간에서 만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즉 우리나라 사회에서 PC방이 가지던 ‘청소년 놀이문화의 물리적․ 심리적 핵심공간’으로서의 지위는 서서히 약해질 것이다.

 

다섯째,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가정에서 게임의 새로운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콘솔게임은 육아/교육 도구로써 재평가되었고, 모바일게임은 타 미디어와 병용 가능한 '주변 미디어'(ambient media) 역할을 부여받았다. 게임이 가상의 미팅 장소이자 친교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 경우도 많아졌다. 게임에 전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막연했던 게임의 긍정적 요인들을 대중이 실제 경험하는 계기가 생겼다.

 

여섯째, 노년층 게이머 수는 급증하고 있고,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지만 소비를 꺼리는 연령층이기 때문에 게임산업에 직접적 영향이 크진 않을 듯하다. 그러나 소비자 확대는 언젠가 시장 성숙을 유도한다. 노년층 게임 문화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학계와 업계의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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