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섭종'해도 아이템은 그대로? 가상화폐 게임, 국내선 어려운 이유

톤톤 (방승언) | 2021-04-05 18: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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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어렵다. 그러나 그 ‘기능적' 장점은 이제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야기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별함은 ‘탈중앙화’와 ‘데이터 조작 불가’(신뢰도)라는 두 가지 특징에서 온다. 은행이나 공공기관과 같은 ‘중앙 시스템’ 없이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계약·거래 시스템은, 기술을 잘 몰라도 그 자체로서 혁신적으로 다가온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 중 최근 가장 화제인 것이 바로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다. 지난달 NFT가 적용된 디지털 회화작품 ‘매일’(Everyday)이 경매가 6,930만 달러(약 782억 원)에 낙찰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거품’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지만, 이 무시무시한 가격의 합리성을 인정하는 견해도 충분히 많다.

 

한편 국내에서는 NFT가 또 다른 각도에서 조망되고 있다. 3월에 스카이피플이 만든 NFT 게임 <파이브스타즈>가 등급심사를 거부당하면서다. ‘게임법’의 엄격한 규제가 ‘신규 산업’인 NFT 게임을 과하게 규제한다는 관련 업체들의 불만이 다시금 터져 나온다.

 

그런데, ‘NFT 게임’이라는 관념부터가 일반 게이머에게는 다소 낯설다. NFT게임은 무엇일까? 게임법과 NFT 게임은 어떻게 엮여 있을까? 최대한 간략하게 살펴봤다.

 

 

# NFT와 블록체인

 

‘토큰’은 블록체인 상의 암호화된 가치 단위, 즉, 일종의 가상 화폐다.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의 자체 화폐로 쓰이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같은 종류의 토큰은 서로 같은 값어치를 지녀 1대1로 ‘대체 가능’하다. 내 100원을 옆 사람의 100원과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각자 고유한 값을 가진 ‘대체 불가능 토큰’을 발행할 수도 있다. 이런 유일무이한 토큰에 음악, 그림, 계약서 등의 디지털 데이터를 넣어 만들어지는 개념이 바로 NFT다. 디지털 데이터에 위조 불가능한 ‘진품 증명서’를 발부하는 것과 같다.

 

행위예술가 비플의 디지털 회화 작품 '매일'

 

미국의 행위예술가 ‘비플’(마이크 윙켈만)은 2007년부터 17년 동안 매일 그림을 하나씩 그려왔다. 2020년에 그는 이 그림들을 모두 합쳐 ‘매일’(Everyday)이라는 회화 작품으로 엮어 냈다. 비플은 ‘매일’을 NFT화 한 뒤 경매에 부쳤다. 작품의 최종 낙찰가는 782억 원이다. ‘매일’의 진품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NFT는 이처럼 그간의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디지털 원본’을 만들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향후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실물 창작품처럼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을 계기가 드디어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NFT가 게임과 만나면?

 

이런 NFT 기술이 활발히 접목되는 기술 분야 중 하나가 게임이다.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만든 창작물, 획득한 재화 등을 NFT화 하는 게임이 적지 않게 출시됐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크립토키티>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NFT를 활용한 게임으로, 게임 상의 고양이들 하나하나가 토큰으로 존재한다. 고양이들 사이에 난 후손도 NFT로 만들어진다.

 

<크립토키티>의 ‘토큰 고양이’들은 일반적인 게임 아이템과 달리 ‘유일무이’하고, 그만큼 고평가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양이들의 ‘소유권’은 기존 게임들의 아이템과 달리 게임사가 아닌 플레이어에게 있다.

 

게임 시스템에만 종속된 데이터가 아니라,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토큰이기 때문이다. 설령 게임이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토큰 고양이’들은 블록체인에 남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한 게임의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복제 불가한 나만의 가상 아이템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개념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그 덕분인지 NFT게임들은 나름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는 <크립토키티> 외에도 <악시 인피니티> 등 NFT 게임이 흥행을 기록했다. 각 게임의 인기 아이템이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크립토키티>

 

# 게임법과 NFT의 불협화음

 

국내의 경우 NFT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기존 출시된 NFT게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NFT 아이템의 ‘거래소’ 기능을 넣은 게임은 현재까지 모두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개발사들은 해당 기능을 제외한 채 게임을 내놓거나, 해외에서만 서비스하는 상황이다.

 

이는 게임위가 NFT 아이템의 현금 거래 가능성과 이로 인한 사행성 조장 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초 결정된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등급거부 결정에서 이 점은 잘 드러난다. <파이브스타즈>는 2020년 7월에 NFT 아이템 거래 기능을 제외한 채 등급분류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 기능을 넣어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하자 게임위는 이를 거부했다.

 

게임법 제32조 제7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해서는 안 된다. 기존 온라인 게임들의 경우, 게임의 현금화를 공식적으로 금지해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NFT 아이템’은 그 소유권이 유저에게 있다. 현금 거래가 용이한 특성상 NFT 아이템 거래 기능은 그 자체로 ‘환전’을 알선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렇듯 NFT 아이템 거래를 지원하는 게임은, 근본적 구조상 게임위가 우려하는 ‘환금성’ 이슈를 완벽하게 불식시킬 방법을 현재로서 고안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국내법이 NFT 아이템을 비플의 ‘매일’과 같은 개인의 개별적 자산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그 자유로운 처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그 가능성은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등급분류를 ‘우회’하는 정황도 포착된다. 3월 스카이피플은 <파이브스타즈>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출시하면서 자율심의를 통한 등급분류를 받아 서비스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비추고 있다.  심지어 이에 따른 광고도 집행 중이다. 

 

해당 문제를 제보받은 게임위는 이들 게임의 등급을 재분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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