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스팀 PC방, 직접 가보니…아직은 ‘미완성’ 서비스

톤톤 (방승언) | 2021-05-10 18: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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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하지 않은 스팀 게임을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5월 6일부터 플레이위드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 PC 카페’에 대한 설명이다. 꽤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친구들을 모아 코옵 게임을 하거나, 평소 눈독 들였던 싱글 게임을 저렴하게 체험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그렇지만 '스팀 PC 카페'는 아직 검증 안 된 서비스이기도 하다. 실제 이용 경험이 기대만큼 좋을지 쉽게 짐작이 안 된다. 그렇다고 ‘속는 셈’ 치고 헛걸음하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시절도 수상하다.

 

혹시나 이런 고민에 빠져 있을 일부 게이머들을 대신해, 스팀 PC 카페를 직접 방문해봤다. 결론부터 ‘스포’하자면 스팀 PC 카페는 아직 미완성 서비스에 가깝다. 어째서 그런지, 장단점 및 개선사항을 두루 알아봤다.

 


 

 

스팀 PC 카페 지원 게임목록 안내 페이지


# 쉽지만은 않았던 가맹점 찾기

 

주변의 스팀 PC 카페 위치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네이버에서 ‘스팀 PC방’ 내지는 ‘스팀 PC 카페’를 검색하는 것이다. 플레이위드가 운영하는 스팀 PC 카페 검색 페이지로 즉시 이동할 수 있다. ‘플레이위드’라는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구글에서 검색할 경우 해당 페이지가 잘 나오지 않으니 주의.

 

검색 페이지에 진입하면 도로명 주소 혹은 매장명을 직접 입력해 가맹점을 찾게 되는데 여기서 약간의 불편이 따른다. 아직은 가맹점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고, 입력한 주소에 스팀 PC 카페가 없을 확률이 높은데, 이때 인접 위치의 매장이 자동으로 검색되지 않는다.

 

즉, 이용자가 인근의 도로명 주소를 일일이 입력하며 직접 검색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는 뜻. 플레이위드는 이에 대해 “검색 기능에 불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곧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적당한 위치의 스팀 PC 카페를 찾았더라도, 방문 전 반드시 매장에 연락해 확인 절차를 거치는 편이 좋다. 검색 페이지에서는 가맹점으로 안내되어 있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니 서비스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내 계정'으로 쉽고 편하게 접속

 

스팀 PC 카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쉽다. PC방 회원 아이디로 컴퓨터에 접속한 뒤, 스팀을 열어 자기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끝이다. 스팀의 2차 인증 시스템 ‘스팀가드’를 활성화 해뒀다면 스마트폰 스팀 앱에 전송되는 인증 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PC방에서 한 번쯤 스팀에 접속해 본 스팀 유저라면 아주 익숙한 절차다.

 

‘내 계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이점은 또 있다. PC방에서 게임을 저장하면 세이브 파일도 내 스팀 클라우드에 온전히 저장된다. 나중에 게임을 개인적으로 구매하게 된다면 PC방에서 플레이하던 세이브 파일을 그대로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

 

 

# 치명적 '복병'

 

접속이 됐으면 라이브러리 페이지를 열어보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게임들 외에 스팀 PC 카페에서 지원되는 45개 게임이 별도의 카테고리로 보기 편하게 분류돼있다. 이제 원하는 게임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기자의 실제 체험에서는 ‘복병’을 만났다. 플레이하려던 게임이 설치되어있지 않았던 것. 알고 보니 지원되는 45종 게임 중 미리 설치된 게임은 <어몽 어스> 등 2~3개에 그쳤다. 문제는 스팀의 다운로드 속도가 시간대나 회선 상태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고, 심하면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기자 역시 <헌트: 쇼다운> 설치를 기다리던 끝에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이용 시간만큼 요금을 내야 하는 PC방에서, 게임 설치에만 길게는 수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중대한 단점일 수밖에 없다. 과연 대책은 무엇일까? 플레이위드는 “협업 중인 노하드 업체들에 해당 스팀 게임들을 빠르게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약 10년 전 등장한 ‘노하드’ 시스템이란 중앙 서버에 게임 파일을 설치하고 PC방 컴퓨터에서 이를 네트워크로 읽어 들여 게임을 실행토록 해주는 솔루션이다.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 없이 PC를 구성할 수 있고, 게임 업데이트나 신작 설치가 한 번에 해결되는 장점이 있다. 월등한 편의성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의 PC방이 노하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플레이위드의 설명대로 노하드 제공업체들이 게임 설치를 완료하고 나면,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다만 그 시점까지는 이용고객 상당수가 불편을 느끼거나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 못 할 가능성이 커, 관련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플레이하고 싶었지만 다운로드 속도 문제로 포기한 <헌트: 쇼다운>

 

 

# 게임 라인업 보완점 및 총평

 

지원 게임들의 면면을 보면, 플레이위드가 모객 및 재방문 유도에 섬세하게 신경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아크: 서바이벌>, <포레스트>, <GTFO>와 같은 중견 코옵 게임으로 친구와 친목을 다지고 싶어하는 '단체 손님'을 노렸고, <시티즈: 스카이라인>, <킹덤컴: 딜리버런스>, <디스코 엘리시움> 등  중독성 높고 매니악한 게임들로 진득한 플레이를 좋아하는 1인 게이머들도 타게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대부분 ‘코어 게이머’ 대상의 게임이란 점에서 모객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 코어 게이머들은 게이밍 PC가 있거나 게임을 직접 구매할 확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 이 경우 스팀 PC 카페를 이용할 동기가 현저히 적어진다. 서비스를 보다 넓게 어필할 수 있는 ‘킬러 타이틀’의 부재가 아쉬워진다. 다만 지속적인 라인업 확대가 예정된 만큼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한편, 심각한 고객 불편을 일으킬 수 있는 미비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식 서비스’를 선언했다는 사실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서비스의 초기 품질은 장기적 신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속한 대처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스팀 PC 카페 지원 게임 중 하나인 <GT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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