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DC 2021] 넥슨이 '듀랑고'와 아름답게 이별한 방법

홀리스 (정혁진) | 2021-06-10 14: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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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왓스튜디오가 2018년 내놓은 <야생의 땅: 듀랑고>는 여러 모로 여운이 남는 게임입니다. 6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약 2년의 굴곡진 서비스를 하며 대동소이한 양산형 게임 가운데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게임이거든요. 유저나, 넥슨 모두에게 말이죠.

 

2019년 12월 18일 서비스를 종료하기까지 <듀랑고>는 프로그래밍부터 아트, 운영까지 다양한 주제로 NDC에 수년간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비스 종료한 해인 2019년 NDC에도 나왔었네요.

 

게임은 더 이상 즐길 수 없지만, <듀랑고>는 2년 만에 다시 NDC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넥슨 신규개발본부 HP의 오현근 기획자는 게임의 엔딩 업데이트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며 준비한 과정, 고민을 나눴습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일까요? 뭔가 아쉽지만 한 번 얘기를 들어봅니다.

 

넥슨 신규개발본부 HP의 오현근 기획자.

 

강연자: 오현근

소속: 넥슨 신규개발본부 HP

이력:

2007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2012 <카오스 온라인>

2016 <프로젝트 RED>, <던 폴>

2018 <야생의 땅: 듀랑고>

2021 <프로젝트 HP>

 

 

# 서비스 종료가 아닌 '엔딩' <듀랑고>, 아름다운 일몰을 선택하다

 

게임의 소개와 함께, 오현근 기획자는 <바람의 나라> 20주년 처럼 <듀랑고>도 오랜 시간 서비스를 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바를 채우지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콘솔 게임의 경우 의도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존재하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서비스 종료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죠.

 

하지만 <듀랑고>는 2019년 가을, 서비스 종료를 공유 받는 자리에서 여느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종료와 달리 '듀랑고의 우아한 종료'라는 마지막 비전을 삼게 됩니다. 바로 '엔딩'이라는 개념으로 유저와 이별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프로젝트명도 그 의미에 걸맞는, <듀랑고 선셋(Sunset)' 입니다.


 

강연에서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팀이 하고자 한 업무들, 그리고 유관부서의 협조 과정을 얘기합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 위해, 개발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9월부터 서비스 종료 시점인 12월까지 3개월 간, 오현근 기획자는 마무리를 위한 과정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제공될 엔딩을 통해 <듀랑고>가 더 오랫동안 기억되기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여운을 넘어 실제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도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 유저의 추억과 가치 보존을 위해, 마지막까지 준비한 것들

 

<듀랑고>의 마무리는 새로움 보다 기존에 있던 것에 변화를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플레이를 완화해 유저가 마지막까지 추억을 공유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도왔습니다. 비극적 엔딩은 넣지 않았고요.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한 엔딩 퀘스트, 그리고 마지막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 종료 이후에도 들를 수 있도록 하는 창작섬, 항공뷰 등 각종 거리들과 플레이 경험을 다양하게 하기 위한 장치까지. 개발팀은 꽤 많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게임을 해본 분이라면 익숙한, 시작 부터 유저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NPC인 요원 K는 엔딩 퀘스트에서 협력자로 <듀랑고>의 붕괴원인을 찾는 구도로 바뀝니다. 이러한 메인 퀘스트와 함께 수 많은 서브 퀘스트까지, 개발팀은 어찌 보면 TMI일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소중히 담아 <듀랑고>가 서비스 중인 10개 국가에 엔딩 이야기를 전달하게 됩니다.

 

또, 창작섬, 항공뷰 등 각종 즐길 거리는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따로 실행파일을 제작, 배포하는 별개의 게임 개념이라 연령 등급 심사도 다시 준비해야 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로그인 화면부터 게임 곳곳에서 엔딩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K로부터 시작한 유저의 마지막 여정은 어김없이 K와 함께 하게 됩니다.

 

 

# NDC 2014년부터 꾸준히 보인 <듀랑고> 강연... 이제 정말 마지막?

 

오현근 기획자는 보통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서비스 종료 발표 이후 유저가 크게 이탈하는 반면, <듀랑고>는 기존 유저의 60% 이상이 남아 게임과 마지막 이별하는 순간을 함께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약간 상승했다고 하네요. 클리어 비율도 상당했고요.

 

개발자 신분은 아니지만, 개발자 분들에게 게임은 모두 자식이나 다름 없는 소중한 존재일 겁니다. 그런 게임을 종료한다는 건 꽤 마음 아픈 일이죠.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개발팀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선셋 프로젝트도 그런 과정이지만, 다소 차가우면서 느닷없는 서비스 종료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보여준 개발진의 노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위 엔딩 지표도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겠죠.

 

마지막으로, 그는 "<듀랑고>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엔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2014년부터 NDC에 꾸준히 모습을 보인 <듀랑고> 강연은 마지막인 듯 합니다...만. 또 모르죠. 어떤 소식으로 유저를 찾아올지도? 아래 강연을 통해 개발팀이 준비한 과정을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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