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국회입법조사처 ‘메타버스 자체는 게임 아니야’… 무슨 뜻일까?

톤톤 (방승언) | 2021-07-30 16: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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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지난 6월 한국 법인 ‘로블록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 국내 정식 진출을 예고했다. <로블록스>는 많은 경우 게임으로 인지되고 있지만, 대표적 메타버스 서비스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하는 상황. 이에 국내 법률이 <로블록스>를 어떻게 분류하고 처리하게 될지 관심이 몰린다.

 

이미 네이버는 자사 <제페토>를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넣고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 앱으로서, 게임법에 따른 등급분류 대상이 아니다'는 태도다. <로블록스>는 '게임' 카테고리에 등록됐다는 점에서 다소 상황이 다르지만, 서비스 성격상 <제페토>와 같은 처우를 받게 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정의는 아직 제대로 합의된 적이 없다. <제페토>와 <로블록스> 등의 콘텐츠는 과연 게임일까, 메타버스일까? 게임이 아니라면 메타버스는 법률상 어떤 위치에서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 메타버스라는 새 플랫폼에 대해, 법적 준비가 이뤄지고 있기는 한 걸까?

 

이런 가운데 국회 소속 정책 연구기관인 입법조사처가 국가 기관 최초로 메타버스의 법적 의미 규정에 관한 소견을 내놓아 시선을 끈다. 이는 김승수 국민의 힘 의원의 메타버스 관련 법률 규정 검토 의뢰에 대해 입법조사처가 회신한 조사회답서를 통해 드러났다.

 

 

# ‘인접한’ 법률 적용해야 하는 메타버스

 

김승수 의원의 구체적 요청 내용은 ‘메타버스’ 및 ‘메타버스 사업자’에 대한 법적 의미 규정 검토였다.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 관련 문헌자료 및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검토, 조사분석을 했다고 적었다.

 

회답서에서는 “국내외적으로 메타버스를 직접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존 법률을 메타버스 서비스 및 사업자에 적용하고 있다”고 짚는다. 관련법이 새로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현 법률 체계에 기존하는 법안 중 메타버스 사업에 적용 가능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네이버 <제페토>

 

 

# ‘메타버스’의 정의는?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를 “인간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경험하는 온라인상의 세상”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아바타를 조정해 상대방의 아바타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의 주된 이용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SNS 등 기존 서비스들과 구분되는 세부적 특징으로는 ▲인간이 직접 사진과 글을 올리는 SNS와 달리, 메타버스에서는 자신의 아바타가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 ▲현실 세상을 온라인에 모방하거나, 온라인에 별도의 가상 세상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아바타가 경험·학습·소비·소통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메타버스 서비스는 작업환경·게임·여가·일상생활·사회관계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들 서비스를 하나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형태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예시로는 네이버의 <제페토>(Zepeto), 에스케이텔레콤의 <이프랜드>(ifland) 등이 언급됐다.

 

<로블록스>

 

# “메타버스 서비스에 게임법 적용 어려워”

 

메타버스가 현행법상 게임으로 구분될 것인지 아닌지는 현재 업계 초유의 관심사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로 가상세계에 접속해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MMO 등 일부 게임 장르와 흡사한 특징을 지니며, 그 안에서 직접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 ‘게임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의 직접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메타버스 자체가 게임은 아니다’라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입법조사처가 내세운 논리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게임이 제공되는 플랫폼의 한 형태로서 메타버스가 활용되기 때문에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시할 수는 없음

▲예를 들어,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는 일반인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로블록스에서 등록된 게임 수는 4,000만 개 수준임

▲따라서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으로 보거나, 메타버스 사업자를 게임사업자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음

 

상기한 내용에서는 메타버스를 플랫폼의 일종으로 보고, 게임은 그 플랫폼에 종속된 콘텐츠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보편 논리상 특정 콘텐츠(게임)와 그것을 제공하는 플랫폼(메타버스 서비스)을 등치로 볼 수는 없다.

 

페이스북상에서 웹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해서 페이스북을 곧 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따라서 특정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 게임 콘텐츠가 존재하더라도, 해당 서비스 전체가 ‘게임’이 될 수는 없다.

 

다만 ‘페이스북’과 ‘웹게임’은 일반적 시각으로도 상호 비슷한 점을 찾기 힘든 이질적 서비스들이지만, ‘메타버스’와 ‘게임’은 앞서 이야기했듯 유사성이 강하다. 따라서 입법조사처의 해석에서처럼 게임과 메타버스를 완전히 별개의 개념으로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SK텔레콤 <이프랜드>

 

# 메타버스에 등록된 게임 콘텐츠는 '게임'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게임법상 게임물의 정의’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법이 정의하는 게임물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

 

즉, 게임법에 의하면 게임물의 정의에 속하기 위한 제반 조건은 오락성의 존재다. 따라서 메타버스 플랫폼상에서의 경험·학습·소비·소통 행위는 오락(게임)에 ‘부수’하는 개념이 아닌, 별도의 활동으로서 게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해외에서 통상 ‘메타버스’로 불리는 서비스 중 국내법상으로는 ‘메타버스’로 정의하기 힘든 사례도 몇 가지 있다. 이를테면 인게임에서 가상 콘서트를 벌인 <포트나이트>는 광의의 메타버스 사례로 꾸준히 거론되지만, 국내법으로 볼 때는 메타버스가 되기 힘들어 보인다.

 

한편, 회답서는 그 목적에 맞게 ‘게임을 서비스하는 메타버스’에 대한 법적 의미 규정은 살피고 있지만, ‘메타버스 속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에 대한 검토는 생략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향후 연구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으로 보기 힘들다”는 해석은 “메타버스 내 게임 콘텐츠도 게임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 메타버스 안에서 제작, 제공되는 게임은 메타버스 내 다른 활동과는 구분되는 오락 활동으로서, 게임물로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

 

쉬운 예시를 들면, 로블록스 자체는 게임이 아닐지라도, 그 안에서 서비스되는 <입양하세요>, <펌킨 프라이데이> 등은 현재 게임으로 인지된다. 로블록스에 등록 된 4,000만개의 게임을 국가에서 모두 등급 분류 할 수 없다면, 로블록스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서라도 움직여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된 '트래비스 스콧'의 가상 공연

 

 

# 현시점 ‘메타버스 서비스’가 준수해야 할 법률은?

 

메타버스는 의미 범주가 넓어 분야에 따라 적용 가능한 법률도 달라진다. 그중 게임업계와 가장 밀접한 ‘메타버스 플랫폼’ 및 ‘메타버스 서비스’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보통신서비스’ 규정과 ‘전기통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해석이다. 회답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수요자 맞춤형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은 일반적인 형태의 정보통신서비스로 볼 수 있다. (중략)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연결해 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용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적용을 받게 된다.”

 

법률상 또 하나 간과해서 안 되는 사안은, 일부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서비스 내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기능'이다. 일례로 로블록스에서는 개발자가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판매해 '로벅스'라는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이 로벅스는 개발자 환전 프로그램을 통해 현금으로 환산되어 제작자에게 직접 입금된다.

 

현재 게임법 상 이처럼 인게임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환금성'을 지닌 게임은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도박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처럼 환금성을 지닌 특정 메타버스 서비스-혹은 그 안의 게임 콘텐츠-를 게임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향후 메타버스 시장 확장에 따라 반드시 답변되어야 하는 질문으로, 그 답에 따라 자연스럽게 게임법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회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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