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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디 게임계에 큰 족적을 남겼던 '핫라인 마이애미' 이야기

4랑해요 (김승주 기자) | 2022-01-03 17: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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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해치길 좋아하나?"(Do you like hurting other people?)

2012년 발매된 데네톤 게임즈의 액션 인디 게임 <핫라인 마이애미>는 여러모로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핫라인 마이애미>는 탑 다운 뷰 액션 게임으로, 적을 한 방에 처치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도 공격 한 번에 사망하는 점이 특징이다. 외에도 인상 깊은 OST, 버튼 한 번으로 스테이지를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시스템, 극도로 잔인한 연출 속에서 보여주는 폭력의 역설로 게이머와 평론가의 극찬을 받았다.

다수의 해외 웹진에서도 <핫라인 마이애미>를 2012년 최고의 게임에 후보로 등재했으며, 출시 7주 만에 13만 장을 넘게 판매하는 등 '게임메이커' 엔진으로 발매된 게임 중에선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덕분에 <핫라인 마이애미>는 여러 인디 게임, 나아가 중규모 스튜디오의 액션 게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예로는 2019년 스위치로 발매된 <트레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 : 노 모어 히어로즈>가 있다. 디렉터 '스다 고이치'는 <핫라인 마이애미>에서 큰 영향을 받았음을 직접 언급했다. 외에도 극단적인 폭력에서 오는 미학을 추구한 게임은 공통적으로 <핫라인 마이애미>의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국내 인디 씬에도 <쿠산 블루스>가 있다.

그러나, 개발사 데네톤 게임즈는 2015년 후속작인 <핫라인 마이애미 2>를 출시한 후 오랜 기간 동안 신작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2021년 초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에 2022년에는 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 데네톤 게임즈의 신작 발표 전 <핫라인 마이애미> 시리즈가 걸어온 길을 살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주의 : 잔인하거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게임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핫라인 마이애미>를 제작한 데네톤 게임즈는 '조나단 쇠더스트롬'과 '데니스 웨딘'으로 구성된 2인 개발 팀이다. 

먼저 조나단 쇠더스트롬은 2004년, 나이로는 18세였을 때부터 게임을 개발해 왔다. <핫라인 마이애미 2>를 출시하기까지 그가 게임메이커로 제작한 게임만 약 40여 가지에 이른다. 여기서 <핫라인 마이애미> 시리즈가 모태가 된 게임은 <슈퍼 카니지>인데, 스테이지 내의 적을 처치하면 끝나는 단순한 게임이다. 그러나 AI의 길 찾기 문제로 쇠더스트롬은 <슈퍼 카니지>를 미공개 상태로 남겨 뒀다.

 

<슈퍼 카니지> (출처 : 데볼버 디지털)

 

쇠더스트롬의 하드 한켠에 보관되어 있던 <슈퍼 카니지>가 빛을 볼 수 있었던 '데니스 웨딘' 덕분이었다. 본래 메탈코어 밴드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웨딘은 쇠더스트롬과 몇몇 게임을 공동 작업하게 되었고, 이윽고 자금 문제로 둘은 제대로 된 상용 게임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후의 인터뷰에 따르면 <핫라인 마이애미>를 개발하면서 두 개발자는 게임 출시 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상용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쇠더스트롬의 미공개 게임을 살펴보던 웨딘은 <슈퍼 카니지>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보다 명확한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감상하던 그들은 하나의 방향성을 정하게 된다. 게임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게 <핫라인 마이애미>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애미 마약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코카인 카우보이>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들은 이런 미디어가 보여 준 폭력에 대한 역설적인 메시지와 연출이 게임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드라이브>. 주인공인 '드라이버'는 폭력을 사용하는 장면에선 항상 자켓을 입고 있는데, 이는 게임에 그대로 오마주됐다. 
<핫라인 마애이미>의 주인공 명칭부터 '자켓'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핫라인 마이애미>의 기본 시스템은 극도로 단순하다. 스테이지 내에서 돌아다니는 전부 적을 죽이면  끝이다. 모든 적은 공격 한 번에 처치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도 단 한 번이라도 피격될 경우 곧바로 사망한다. 대신 버튼 한 번만 클릭하면 스테이지 시작점으로 즉시 되돌아간다. 무한한 반복 속에서 최선의 계획을 짜 모든 적을 죽이는 것이 기본 골자다. 콤보 시스템도 존재해 적을 빠르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죽일수록 가산점을 얻는다.

여기에 사이키델릭한 그래픽과 여러 인디 아티스트가 참여해 제작한 단순하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OST가 힘을 얻어줬다. 덕분에 <핫라인 마이애미>는 타 인디 게임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느낌과 액션을 제공했으며, 게임의 성공으로 OST에 참여한 아티스트가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설명만 들어 보면 단순히 폭력적인 액션 게임이라 여길 수 있지만, <핫라인 마이애미>에는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 모든 적들을 처치했다고 <핫라인 마이애미>는 곧바로 점수 정산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마지막 적을 처치하면 귀청이 터질 것처럼 울리던 음악은 갑작스레 멈추고, 기분 나쁜 음악이 재생된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죽인 적의 시체를 보며 시작 지점까지 되돌아와야 한다. 시체는 플레이어가 처치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즉, <핫라인 마이애미>는 '콤보 시스템'을 통해 폭력을 권장함에도, 폭력의 결과에 대한 "기분 나쁨"을 플레이어에게 역설을 통해 전달한다. "의도적인 불편함"을 지향한 것. 

스토리 또한 전화를 통해 지령을 받고, 이에 대한 의문 없이 무의미하게 명령에 따라 러시아 마피아를 학살하는 '자켓'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핫라인 마이애미>

 

그렇게 2D 그래픽 속 과장된 폭력에서 오는 역설, 스피디한 게임플레이와 반복 플레이 시스템을 통해 <핫라인 마이애미>는 상업과 비평 양 측면에서 '대박'을 치게 된다. 개발진 또한 <핫라인 마이애미>가 대중성있는 게임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인터뷰를 통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통해 두 개발자는 파산 직전에서 가사회생하고, 후속작 개발을 위한 자금까지 마련했다. 인디 게임계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수많은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이스터에그 출현도 이어졌다.

재미있는 비화도 하나 있는데, 용량도 적고 불법 플레이 방지 시스템도 없는 덕분에 <핫라인 마이애미>는 토렌토 등지에서 성황리에 유포됐다. 이에 한 불법 사용자가 게임 버그에 대해 불평하자, 쇠더스트롬은 직접 불법 버전을 위한 버그 픽스를 배포했다. 불법 복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고, 어찌 되었던 보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기 바란다는 것이 이유였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스팀 평가. 5만여 개가 넘어가는 평가에도 불구, 96%의 호평을 통해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유지 중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에 등장한 <핫라인 마이애미> 이스터에그 (출처 : 레딧)


# 시작은 장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핫 라인 마이애미 2>


​<핫라인 마이애미>가 크게 성공하자 데네톤 게임즈는 곧바로 후속작 개발에 착수했다. 

 

후속작 <핫 라인 마이애미 2: 롱 넘버>(이하 롱 넘버)는 본래 전작 DLC로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게임 규모가 커지며 스탠드얼론 후속작으로 개발됐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전작에 비해 참여 아티스트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인데, 1편의 성공을 보고 수많은 아티스트가 직접 개발사에 OST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왔기 때문. 전작은 OST에 참여한 아티스트가 9명에 불과했지만 <롱 넘버>는 무려 34명에 이른다.

 

이 덕분에 기자 개인의 생각으론, <롱 넘버>는 "최고의 OST를 가진 인디 게임"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는 만큼 발전했다. 전작에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90년대의 향수를 물씬 품고 있으며, 수많은 인디 아티스트가 참여한 각각의 곡이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게임이 추구하는 사이키델릭한 느낌과 완벽히 어울린다는 평가다.

 


 

게임 규모도 그만큼 늘어났다. 스테이지 수는 2배 이상 늘어났으며, 개별 스테이지 클리어에 걸리는 시간도 전작보다 훨씬 길어졌다. 팬들의 기대를 타고 <롱 넘버>는 2015년 3월 출시됐다. 

그러나, 높았던 기대감이 독이 된 탓인지 <롱 넘버>는 팬들 사이에서 복합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테이지가 커지고 다양한 적들이 등장하면서 전작처럼 '무쌍'이 어려워졌고, 시야 바깥에서 적이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빈도도 늘어났기에 철저한 암기가 없다면 스피디한 액션을 느끼기 어려워졌기 때문. 생각 없이 플레이하면 게임 오버 화면만을 보기 일쑤다.

특히 1회차 클리어 후 진행할 수 있는 하드 모드의 경우에는 적이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는 각이 늘어나 수많은 시행착오가 없다면 진행조차 힘든 난이도로 설정됐다. 몇몇 스테이지는 "악의적"으로 디자인됐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 

 

<롱 넘버>

 

덕분에 더욱 스피디해진 게임 시스템에도 불구, <롱 넘버>는 피지컬과 암기 능력이 부족한 게이머는 1회차 엔딩조차 보기 버거울 정도로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총을 쏴 적들을 유인하고, 코너에서 하나씩 처치하는 방법이 그나마 해결책이었다.

 

상당히 피로도가 높은 게임이다. 나름 팬을 자처하는 기자도 하드 모드 클리어를 앞두고 결국 피로감에 지쳐 게임을 그만둬야 했다.​


스토리 또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탓인지 지나치게 모호하고, 전작의 팬들을 조롱하는 뉘앙스로 논란을 샀다. 커지는 스토리를 감당하지 못해 개연성 없이 핵폭발로 끝내 버린 엔딩도 의문을 자아냈다. 지나치게 많은 등장 인물과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덕택에 "폭력에 대한 역설"이라는 메시지도 흐려졌으며, 숨겨진 스테이지에서 대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도 "후속작은 절대 없다"는 메시지를 못박았으니 팬 입장에서는 반기기 어려웠다.

여러 액션 게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전작의 아성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적응만 할 수 있다면 특유의 액션에 대한 감각은 여전하기에, 본편 출시 이후 실장된 '레벨 에디터'를 통해 모더 중심으로 아직 <롱 넘버>의 유저 커뮤니티가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롱 넘버>에 등장하는 <핫라인 마이애미 3> 이스터에그
그러나 개발진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후속작이 개발되지 않을 것임을 못박았다
폭력에 대한 역설이 핵심인 게임인 만큼, 해당 이스터에그도 후속작을 원하는 팬에게 보내는 반어법에 가깝다

 

<롱 넘버>의 레벨 에디터. 모더 입맛대로 스테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 (출처 : 데네톤 게임즈)

 

# 데네톤 게임즈가 걸어갈 길은?

 

데네톤 게임즈는 ​어찌 보면 <핫라인 마이애미> 시리즈의 모태가 됐던 영화 <드라이브>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드라이브> 이후 연속으로 흥행에 참패하며 평론가에게나, 일반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품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비주얼에 집중한 나머지 스토리나 흐름 면에서 빈약하다는 평가다. 

개발사 데네톤 게임즈도 <롱 넘버>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출시하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걸어가고 있다. 과연 2022년에는 데네톤 게임즈의 신작을 볼 수 있을까? 본작 <핫라인 마이애미>는 게임계 전반에 꽤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인 만큼, 데네톤 게임즈가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금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다.

 

쇠더스트롬과 웨딘  (출처 : Complex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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