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밸브까지 응답하게 만든 해외 #SaveTF2 운동은 뭘까?

4랑해요 (김승주) | 2022-05-27 14: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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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순히 <팀 포트리스 2>를 하고 싶을 뿐이다"

2022년 5월 경, 해외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로 #SaveTF2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한 운동이다. 현재 <팀 포트리스 2> 유저들은 정상 게임 플레이를 막는 '봇과 악성 프로그램 문제'에 대한 밸브의 관심과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팀 포트리스 2> 팬들은 언론사에 해당 문제를 적극 제보하고 있다. 이에 직접 게임 성우가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밸브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는 등 규모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유저들이 왜 이런 운동까지 진행하게 됐을까? 

사연이 꽤 있는 만큼 사건의 시발점(始發點)부터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출처 : 레딧)

 

 


 

<팀 포트리스 2>는 2007년 10월 발매된 하이퍼 FPS 게임이다. 9명의 병과 중 하나를 선택해 상대 팀과 경쟁하는 방식이며, 병과의 상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아군과 협동이 중요하다. <팀 포트리스 2>는 출시 당시 게임계에 유행했던 '하이퍼 FPS' 장르의 스피디한 게임플레이와 팀원 간의 유기적인 협동 플레이를 통해 대표적인 명작 게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팀 포트리스 2>는 게임 홍보용 시네마틱 트레일러인 '팀원을 만나다 시리즈' 등 각종 캐릭터의 개성이 명확했고, 소스 엔진으로 개발된 덕분에 모딩과 2차 창작이 활발해 출시 15년이 지난 현재도 스팀 상위권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 사이트 steamDB를 살피면 <팀 포트리스 2>는 현재도 5만 명 이상의 동접자를 유지하고 있는데, 무료화 이후 유저 수가 크게 떨어진 적이 없다는 것에 주목하자.

<팀 포트리스 2>

2010년 ~ 2012년 사이 그래프가 크게 상승했을 때가 무료화를 적용한 시기다 (출처 : steamDB)

 

 

그리고 <팀 포트리스 2>는 2011년 패키지 판매 방식에서 무료 플레이로 수익 모델을 변경하고, 유저 간 거래가 가능한 각종 유료 치장 아이템을 추가했다. 이는 게임 동접자와 매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디스이즈게임과 해외 매체 가마수트라(현 게임 디벨로퍼)의 제휴 기사에 따르면 무료화 전환 후 <팀 포트리스 2>의 매출은 약 12배 증가했다.

다만, 부작용도 있었다.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악성 유저나 치장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통한 수익을 보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대거 유입된 것이다.

2011년 무료화된 <팀 포트리스 2>
여담으로, <팀 포트리스 2>는 무료화와 함께 '랜덤 박스' 시스템을 적극 도입한 해외 게임 중 하나다 출처 : 밸브)

 

 

더욱 큰 문제는 게임 연차가 쌓이며 '수익이 나오는' 치장 아이템 추가 외에는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점이다. 

밸브가 공식적으로 "지원 중단"을 밝힌 적은 없다.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수의 팬은 밸브의 사내 문화를 원인 중 하나로 추측하고 있다. 밸브는 직원이 자유롭게 부서(프로젝트)를 옮길 수 있는데, 상당히 연차가 쌓인 게임인 만큼 <팀 포트리스 2>를 담당하고 있는 개발자나 관리자가 극히 적다는 추측이다.

현 <팀 포트리스 2>가 겪고 있는 문제도 이와 연계되어 발생했다. <팀 포트리스 2>는 관리 인력이 적고,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불법 프로그램(핵) 사용 유저"에게 상당히 취약했다. 불법 프로그램의 수준도 높아 실제 실력인지, 핵을 사용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검색만 해 봐도 악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오래된 게임인 만큼 보안이 취약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단순히 핵을 사용해 타인을 학살하는 것을 넘어, AI가 조작하는 '봇'을 서버에 대거 투입해 인종 차별적인 대사나 기분 나쁜 음성을 타인에게 송출하는 유저도 있다. 심지어 강퇴조차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봇 또한 존재한다. 이에 몇몇 유저는 높은 동접자의 상당수가 사실상 봇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을 정도다.

외에는 취약점을 악용, 치장 아이템을 복제해 판매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2020년에는 특정 년도의 게임 소스코드가 유출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출처 : 트위터)


밸브 측도 심각성을 깨닫고 2021년 6월 소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대비책을 내놓았지만, 지금도 <팀 포트리스 2>에는 악성 유저가 가득하다. 다수의 <팀 포트리스 2> 유저는 사실상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항상 불법 프로그램 사용 유저와 매칭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보를 접하고 <팀 포트리스 2>를 플레이한 해외 에디터들 또한 사실상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인정했다. 

#SaveTF2 운동은 여기에서 시작했다. 참다 못한 유저들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밸브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움직였다. 유저들은 각종 웹진, 개발자, 밸브 고객 지원 메일로 해당 문제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으며, <팀 포트리스 2>에 성우로 참여한 '로빗 앳킨 다운스'가 이런 움직임에 응해 해당 문제를 밸브에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 트위터)

 

 

결국, 팬들의 성원 끝에 밸브는 해당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할 계획임을 밝혔다. 5월 27일 <팀 포트리스 2> 공식 트위터는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문제가 얼마나 커졌는지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팬들의 염원은 해결될 수 있을까? <팀 포트리스 2>를 둘러싼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출처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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