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하나의 게임, 두 개의 리메이크?

4랑해요 (김승주) | 2022-11-30 16: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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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파라곤> IP를 계승한 두 게임이 맞붙는다.

바로 '오메다 스튜디오'의 <프레데세서>와 넷마블의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이다. 무료로 공개된 <파라곤>의 에셋을 가져와 만들어진 두 게임은 공교롭게도 얼리 액세스 출시일까지 겹치며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됐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두 게임은 어쩌다 만나게 된 걸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공교롭게도 출시일이 겹친 <프레데세서>와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 어떻게 이런 일이?

 

2016년 3월 18일, 에픽게임즈는 <파라곤>을 얼리 액세스 형식으로 출시했다. 3인칭 백뷰 시점에서 진행되는 MOBA 장르 게임이었으며, '언리얼 4' 엔진의 기술력을 마음껏 활용해 2022년 기준으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그래픽을 뽐냈다. 또한, 당시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2> 같은 MOBA 게임이 시장에서 대세였기에 시기적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에픽게임즈의 적극적인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파라곤>의 흥행은 상당히 부진했다. 전반적인 게임 템포가 너무나 느렸으며, MOBA 장르 게임이 일반적으로 차용하는 '아이템 구매'를 통해 성장하는 방식 대신 '카드 덱'을 통해 성장하는 시스템이 유저들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게임의 패치 방향성 역시 명확한 목표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작 <파라곤> (출처: 에픽게임즈)

 

덕분에 18년 1월 26일, 에픽게임즈가 <파라곤>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을 때 플레이어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파라곤>에 배정된 에픽게임즈의 인력은 당시 어마어마한 흥행 몰이를 하고 있었던 <포트나이트>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픽게임즈는 <파라곤>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결정을 했다. 1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파라곤>의 리소스 대부분을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파라곤> 에셋을 무료 공개한 에픽게임즈 (출처: 에픽게임즈)

 

이에 많은 <파라곤> 유저와 재야의 개발자가 공개된 에셋을 통해 <파라곤>을 되살리려 뭉쳤다. 대형 개발사가 아닌 모드 팀이라는 한계 덕분인지 수많은 프로젝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사라졌지만, 이 과정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다. 바로 영국의 오메다 스튜디오가 개발한 <프레데세서>와 넷마블에프앤씨의 <오버프라임>이다.

오메다 스튜디오의 <프레데세서>는 <파라곤>의 핵심 시스템을 최대한 계승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게임이다. 개발진 역시 전 <파라곤> 개발자나 이용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라곤>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티브 슈퍼빌'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21년 12월에는 에픽게임즈의 '메가그랜트' 행사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으며, 3월에는 220만 달러(한화 28억 원) 규모의 펀딩 투자를 받았다.

 

 

반면, 넷마블에프앤씨의 <오버프라임>는 <파라곤>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원작이 마주했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템포를 빠르게 바꾸고 자신들만의 어레인지를 섞어 낸 게임이다. 

<오버프라임>은 <오버쓰로우 파라곤>을 개발하던 개발자 '로켓마니아'와 <프라임-X>를 개발하던 국내 개발 팀이 뭉친 '팀 소울이브'가 개발하고 있었으며, 가능성을 눈여겨본 넷마블이 개발팀을 인수하면서 현재 넷마블에프앤씨 소속으로 개발 중에 있다. 10월에는 에픽게임즈로부터 <파라곤>의 상표권을 공식적으로 양도받아 게임 제목을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즉, 두 게임 모두 <파라곤>을 계승했다는 나름의 정통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해온 셈이다.

 


 

 

# 원작 최대한 계승 vs 재미 위해 시스템 바꾼다

 

먼저, 맵에서부터 두 게임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파라곤>의 원본 맵을 가져와 세 공격로와 다양한 샛길이 존재한다는 점은 같지만, <프레데세서>는 보다 원본 <파라곤>의 맵에 가까우며 억제기까지 타워가 두 개가 존재하는 등 장기전을 고려한 모습이다. 

반면 <오버프라임>은 보다 맵이 대칭을 이루도록 변화했으며, 1차 타워를 파괴하면 곧바로 억제기 타워가 등장한다.

 

(좌) <프레데세서>, (우) <오버프라임>

그리고 <오버프라임>은 게임의 재미와 속도감을 늘리기 위해  '스프린트 모드' 시스템을 추가했다. 시프트 키를 누르면 일정 시간 후 일반 이동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능인데, 덕분에 넓은 맵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아군과 합류할 수 있기에 교전 빈도가 늘어난 편이다. 대신 스프린트 모드에서 적에게 피격되면 속박 상태에 걸리는 페널티가 있다.

맵의 오브젝트 역시 <프레데세서>와 <오버프라임>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가령 두 게임 모두 '안개 벽'이라는 원작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은 같다. 안개 벽은 직접 벽을 넘어가지 않는 이상 너머의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적을 쉽게 기습할 수 있도록 하는 <파라곤>의 고유한 오브젝트다. <프레데세서>는 <파라곤> 처럼 맵에 다수의 안개벽이 존재하기에 각 구획을 나누는 역할을 맡으며, 이를 이용한 갱킹이나 교전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프레데세서>의 안개벽 (출처: 오메다 스튜디오)

반면 <오버프라임> 안개벽 시스템을 가져오면서도, 기존 MOBA에서 등장한 요소를 차용해 변화를 줬다. 안개벽이 존재하긴 하지만 개수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MOBA 플레이어에게 익숙한 '부쉬'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그림자 연못', 맵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포탈'을 추가해 보다 많은 교전이 발생하고 게임 템포가 빨라지도록 했다.

원작 <파라곤>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두 게임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암살자로 디자인된 '칼라리'가 있다. <프레데세서>는 칼라리의 궁극기를 돌진기로 바꾸면서도, 다른 스킬 디자인은 원작을 그대로 계승한 편이다. 반면 <오버프라임>은 더블 점프를 삭제하는 대신 조건부 속박이 포함된 일반 스킬을 추가하고 궁극기를 속박과 함께 큰 대미지를 주는 형식으로 변경해 보다 캐릭터가 공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도 플레이 동영상을 확인하면 두 게임은 템포나 시스템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버프라임>의 그림자 연못 (출처: 넷마블)

<프레데세서>는 12월 1일, <오버프라임>은 12월 8일 얼리 액세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게임 모두 콘솔 버전까지 계획하고 있는 만큼, 출시 초기 흥행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라곤>을 계승했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방향성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두 게임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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