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인터뷰] 게임과 정치의 '접점'을 찾는 사람, 이도경 비서관

우티 (김재석) | 2020-04-23 12: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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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과 테헤란로의 중간 지점에서 이도경 비서관을 만났다. 그는 20대 국회의 친(親) 게임 국회의원이었던 이동섭 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 일한 사람이다.

 

이 비서관은 이동섭 의원실에서 '대리게임 처벌법'과 '게임핵 처벌법'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 e스포츠 정책 전문가로 2019년 LCK '그리핀 사태' 당시 적극 나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뉴스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그 얼굴과 이름이 익숙할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데, 수천 명의 국회의원 보좌진 중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이 케이스다.

 

이동섭 의원이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이 비서관도 야인이 됐다.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그간 못했던 게임을 하다가도, 다음 국회에서 못다 이룬 꿈을 완수하려는 그를 불러내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이 비서관은 쉬지 않고 접점을 언급했다. 게임과 정치의 접점을 찾는 게 자기 소임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모호하다 할 접점에서 이도경 비서관이 꾸는 꿈은 '게이머 권익 보호'였다.

 

출처: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

 



 

백수가 되셨다.


이도경 비서관: 3kg이나 쪘다. (웃음) 미친 듯 먹으면서 쉬고 있다. 편하긴 한데 마음은 불편하다.

 


왜?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의원실에서 게임 쪽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딱딱한 이야기는 뒤에 하고, 요즘 게임은 좀 하는가?

 

(가방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꺼내며) <풍화설월>(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진짜 개 쩐다. 

 


어디 구경 좀 하자. 

 

(닌텐도 스위치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링피트 어드벤쳐>, <테트리스 99> 등이 들어있다)

 


'여명의 빛'을 획득할 정도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에 빠졌던 것으로 안다. <와우>는 좀 하고 계시나? 

 

<와우>를 할 시간까지는 없다. 대신에 게임 방송을 틀어놓는다. 이용자들의 니즈를 확인하려면 그런 방송을 계속 봐야 한다.

 


프로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FA 시장에 나온 상황이다. 현재 기상도가 어떤지?

 

맑은데 곳곳에 구름? 게임이 마이너 분야라서 선뜻 나서려는 의원이 많지 않다. 21대 국회에서는 게임 분야를 주요 주제로 끌고 가려는 분이 계실지... 이 영역은 진짜 자신 있는데... 

 


보좌진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영감님'도 계시다던데, 이 인터뷰 괜찮은 거 맞나?

 

나 좋자고 하는 인터뷰가 아니다. 성격이 히키 아싸(히키코모리 아웃사이더)라서 말도 잘 못한다. 나를 드러냄으로써 이 정책 분야에 관심있는 국회의원님께 어필도 하고,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의원실이라면 나도 가기 싫다. 

 

흐-뭇

 

# '젠틀한' 지지 속에서 만들어낸 게임 정책

 

정책비서관이란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5급 공무원이다. 상임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질의서를 쓰거나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법안과 정책을 입안하고 피감기관이나 담당 부처가 일을 제대로 했나 검증하는 일을 한다. 국회의원의 연설문이나 입장 같은 메시지를 많이 다루기도 한다. 4년 동안 이동섭 의원실에서 정책비서관을 해왔다.

 


게임 특화 비서관으로 이동섭 전 의원을 어떻게 보좌했나?

 

처음에는 의원님이 게임에 대해 잘은 모르셨다. 의원님께 디테일하게 "아마추어 개발자를 위한 시스템이 어쩌고 현행 게임법이 뭐가 어떻게 문제로" 이런 것을 설명드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장 쉬운 언어로 가장 간단하게 각종 사안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또 그렇게 쉬운 언어로 질문하시게 했다. 

 

2016년 처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질의 때 질문 타이틀을 이렇게 뽑았다. "장관, <오버워치>를 아십니까?" 당시 <오버워치>가 인기 있었고 파생 시장도 성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헤드라인을 뽑으니 반응이 좋고 기사도 많이 나왔다. 이렇게 반응이 나오니 의원님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화제의 '황금 후라이팬'도 가장 쉬운 언어와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연장선에 있었다.

 

그렇게 의원님이 스피커가 되는 자리에서는 쉽게 가고 보좌진 선에서 법안을 내거나 성명서를 낼 때는 깊이 접근했다. 의원님은 저렇게 질문을 하시고, 우리는 "<오버워치> 한국 유저는 '호갱'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의 성명서를 내면서 "유럽, 미국 서버와 비교해 아시아 서버의 틱레이트는 1/3 수준"이라고 전문적으로 말했다.

 

 

외국 게임사에게 "한국에 게임 서비스할 거면 제대로 해 줘!"라는 메시지였는데 당시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실제 <오버워치> 플레이어였으니까. 우리나라에서 <오버워치>가 엄청 인기였는데, 외국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다.

 

 

그렇게 움직이려면 의원을 설득해야 할 것 같은데.

 

보좌진이 하고 싶은 마음이 커도 결국 스피커는 의원이다. 무슨 문제든 의원이 하지 말자고 하면 할 수 없다. 의원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이동섭 의원님은 보좌진이 이슈를 뽑아서 오면 밀어주는 타입이셨다. 그 정도로 보좌관들의 자율성을 믿어주셨다.

 

사실 게임이라는 게 국회에서는 굉장히 마이너한 분야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해봤자 표 떨어지는 분야라는 인식이 있다. 지역에서는 학부모 표가 더 크니까. 그럼에도 정책비서관 입장에서 "게임 쪽은 꼭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해보라고 지시 주셨다.

 

 

그렇게 이동섭 전 의원이 '친 게임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는데 아쉽겠다. 이 전 의원이 보좌진들에게 끝까지 존대했다고?

 

맞다. 처음에는 스포츠인 출신이라고 하셔서 괄괄하고 화도 잘 내실 것만 같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진짜, 굉장히 젠틀하신 분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끝나고 너무 슬프더라. 14일 밤에 직원들 모아놓고 "고생하셨다, 미안하다"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나왔다.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선거 캠프로 넘어온다고 하면 중간에 이탈하는 직원이 생기는데 우리 의원실은 보좌관부터 인턴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따라갔다. (이동섭 전 의원이) 좋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이동섭 전 국회의원  (출처: 이동섭 의원실)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대 국회 대리게임 & 게임핵 처벌법 막전막후

이도경 비서관은 게임 특화 비서관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영화 특화 비서관은 없는 것 같다. 왜 게임인가?

 

'노동' 전문 비서관처럼 특정 의제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게임은 있으면 안 되는가?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게임이 가진 파이가 가장 크다. 그런데 게임의 가치는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받고 있다. 저평가 우량주인 셈이다.

 

그런데 현재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국회 역할이 너무 중요한데, 무슨 방치형 게임처럼 알아서 굴러가라는 듯하고 있었다. 누군가 나서서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 이야기를 꺼내면서 전문성도 없는데 정치적으로만 접근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생태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모르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어떻게 해야지" 이런 마인드로 움직이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문제는 맞다. 다만 제 말은 부작용도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접근하자는 것이다.

 

판교에 내걸린 '게임중독 현수막'도 그런 사례다. 게임이라는 의제가 활용만 되고 버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좋아하고 또 잘 아는 보좌진이 있어야 한다.

 


대리게임 처벌법의 주역이다. 어떻게 이 법을 만들고 통과시켰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

 

실제로 <오버워치>랑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런 대리게임 플레이에 많이 당하기도 했다. 하루는 아침에 샤워하는데 전날 경쟁전에서 당한 게 너무 빡치더라(열받더라). 샤워하면서 "이거 어떻게 조지지(고치지)" 생각했다. 

 

그전까지 대리게임 처벌을 법제화시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당하고 나니 이런 실태를 그대로 두면 e스포츠까지 망칠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법의 와꾸(틀)를 짰다. 

 

실제 시장 상황을 찾아보려고 조사에 나섰는데 문체부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는 자료가 없다는 거다. 대리게임의 정의를 모르는 눈치였다. 법적 근거마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 물어보고, 인터넷 검색하면서 직접 현황을 살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버젓이 광고하고, 메신저에서 광고하고,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포털사이트에 링크까지 걸더라. 개중에는 사업자 등록까지 해놓은 업체도 있었다.

 

이걸 왜 가만 놔두는지 라이엇게임즈에 문의하니 대리게임의 위법성에 대한 근거가 없어서 막을 방법이 없다더라. 그래서 대리게임이 위법인 근거를 찾았다.

 

게임 세계에서 얼마나 대리게임이 횡행하는지 데이터를 찾았는데,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관계 부처에 최근 3년, 최근 5년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요구해야 하는데 받을 게 없었다. 답답했지만 발품을 팔아서 법의 초안과 그 제안 배경 등을 마련했다.

 

 

말만 들어도 수고가 느껴진다.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 가장 큰 관문이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다. 법안소위에서 법안에 대해 다수결로 표결을 하는데 사실상 전원동의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보류가 된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모 의원이 대리게임 처벌법에 반대를 피력해서 계류 상태가 되어버렸다.

 

당시 모 의원의 주장은 이랬다. "내 돈 맡기면서 내가 게임 못하는 시간에 랭크를 올려달라는 건데, 이걸 막는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계류된 법안을 다시 끌어올려서 통과시키긴 어렵다. 한 번 계류된 법안은 '묵은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 법만은 꼭 통과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원실마다 찾아다니며 대리게임의 문제를 설명했다. 

 

그렇게 법안소위를 넘길 수 있었고 법사위원회, 본회의에서는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 모든 과정이 1년 반 정도 걸렸다.

 



그 고생을 해서 통과를 시켰는데 아직도 '롤 대리', '옵치 대리'로 검색하면 버젓이 장사하는 업체가 있다.

 

그들이 이제 불법이 된 거고 처벌받을 수 있는 거다. 보통 사법기관이 먼저 가서 수사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때렸어요"라는 신고가 들어가야 수사를 하는 것처럼 신고가 들어가야 움직인다.

 

대리게임에 당한 이용자들이 사법기관에 직접 문제를 어필해주셔야 한다.​ 법이 통과됐으니 대리 업자들이 자연 소멸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게임자이용보호센터도 있고 게임위도 있고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있고... 신고 루트는 많다. 경찰서에 신고하셔도 된다. 이용자들을 통해 대리게임이 처벌되는 유의미한 사례들이 쌓이면 앞으로 대리게임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또 네이버에서는 대리게임 광고가 상당히 많이 줄었다.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핵 처벌법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 건가?

 

대리게임 처벌법이랑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게임핵이야 워낙 오랜 문제였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올 때부터 법으로 막아야겠다 생각했다. 특히 당시에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에 핵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대리게임 처벌법 경우에는 사업자가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게임핵은 유포자가 국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적용이 어려운 지점이 있어 안타깝다. 대부분의 게임핵이 외국에서 건너오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한국 법으로 해외에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어렵다. 그래서 게임핵을 유통시키는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인게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핵을 만들고 유통하는 게 어니라, 핵을 직접 이용하는 경우 아닌가? 게임핵 처벌법이나 대리게임 처벌법이나 이용자 처벌 조항은 넣지 않았다. 심정적으로는 넣고 싶었지만, 마약류와 같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구매자를 처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게 법을 짜면 처벌 범위가 너무 커지고, 사용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용자 처벌에 관한 부분은 덜어냈다.

 


 

# e스포츠 정책에 두각 드러냈던 이동섭 의원실... 'e스포츠진흥원'은 못다 이룬 꿈


이동섭 의원실에선 e스포츠 분야에도 적극성을 드러냈다.

 

우리가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들 말하지만, 이미 규모와 자본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에 따라잡힌지 오래다. 그래서 시스템을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다듬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그리핀 사태가 e스포츠의 전근대적 측면을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나? 우리는 중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빨리 시작했는데 선수들의 보호 조항과 표준계약서도 잘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었다.

 

계약 문제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전근대적인 폭행까지 발생했다. 소위 '1부 리그'에서 꽤 좋은 대우를 받는 팀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나머지 영역은 어떻겠나? (한숨) 예전 <스타크래프트> 리그 시절에는 소양 교육이라도 진행했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없어졌다.

 

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선수들이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기 책임은 어떻게 지는지, 승부 조작 같은 이슈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종사자별 영역에서 가이드라인을 국가 차원에서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처음에는 현행 e스포츠진흥법의 전부개정안을 준비했다.

 

그렇다. 각종 진흥법을 보면 대개 체계가 갖춰져 있다. 바둑과 씨름에도 진흥법이 있는데, 대상은 뭐고 국가는 어떻게 지원할 거고 이런 식으로 틀이 있다. 18대 국회에서 e스포츠진흥법이 통과됐는데 이 틀에 우겨넣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더라. 

 

이런 것들은 대체로 전통 스포츠와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는데,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전혀 다른 별개의 성격을 가지지 않나? 그래서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처음부터 만들었다. 그런데 준비하다 보니 조세특례법이라던가 청소년보호법 같은 다른 법들과 충돌하는 지점이 다소 발생했다.

 

 

그 대안이 새로운 기관 'e스포츠진흥원'이었나?

 

e스포츠진흥원을 만들어서 국가 정책으로 밀고 가면 관계법까지 한 번에 끌고 들어오면서 한 큐에 개정을 가져갈 수 있겠다 싶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긍정 답변도 얻었고 이후 문체부, 방송국, 감독, 선수, 법조인 등이 포함된 테스크포스까지 꾸려 1차 골자를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것에 유예적인 입장이어서 현재 기다리는 중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법안을 제대로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스포츠와 관련해 논의하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우측)과 이동섭 전 의원 (출처: 이동섭 의원실)


일각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e스포츠 진흥을 장려할 필요가 있나?" 묻는다. 게임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기업의 소유물이라는 것인데.

 

일견 동감한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 폐지 문제도 있지 않았나?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생긴 배경을 봐야 한다. IP 종목사(IP 홀더)가 너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는 라이엇게임즈가 하는 거지 케스파(KeSPA)에서 관여하는 바가 적다.

 

IP 종목사가 자기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보호받지 않는 영역이 생겼다. 팀도 그렇고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가가 영역을 차지해야 한다. 보호되지 않는 영역을 보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면, 정부가 회색 지대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제도화가 되면 IP 종목사들이 그렇게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거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회사, e스포츠계, 정부 모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공정한 운영​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에서 e스포츠의 종목 채택을 의논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이 과정에서 IP 종목사들이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IP를 소유한 기업이 국가가 방향타를 잡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저 e스포츠 던짐 ㅅㄱ" 해버리면?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조율의 묘다. 너무 많은 영역을 컨트롤하려고 나서서는 안 된다. 기업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조율을 하도록 접근해야 한다. 기업을 협박하는 성격으로 가면 안 된다.

 

결국 국가가 e스포츠진흥원을 통해 접점을 잘 잡고 협치를 해야 한다. 그 테스트베드가 바로 이번에 발족한 e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e공위)다. 차후 e공위가 정부와 IP 종목사의 중간 영역에서,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종목사에 권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e스포츠 문제에 관해 국가의 개입 방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올림픽 이야기를 했는데, 올림픽 헌장은 스포츠의 자율성과 독립성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e스포츠 종목이 기업의 사유재인 이상, 둘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e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진행되려면 게임을 공공재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인가?

 

'게임을 공공재로 해야 한다'라는 접근은 아니다. 단, 앞으로 자기 게임의 e스포츠화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공익적 측면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도 과거의 틀의 맞춰진 것은 아닌지, 인식 변화가 필요하지 않은지 되돌아볼 때다. 그렇게 양자의 접점을 찾아야겠지.

 

 

e스포츠 정책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먼저 게임과 e스포츠가 분리됐다고 보는 분들이 있는데, 분명 교집합이 있다. 게임은 개발사의 것이지만 스포츠의 영역으로 끌어오면 이용자가 시청하게 되고, 선수가 생기고, 구단이 생기면서 하나의 생태계가 구성된다. 생태계가 생기면 개발사가 100% 맘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발생한다.

 

게임은 국내 게임사가 모인 협회 중심으로 현안에 대응하고 정책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런데 e스포츠는 어떤 집단화된 목소리가 잘 전달되어오지 않았다. 그리핀 사태가 생기고 나서 목소리가 모일 기회가 생겼다. 

 

e스포츠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현안에 관해 직접 목소리를 내주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 21대 국회의 게임법 전면개정, 어떻게 될 것인가?

21대 국회가 열릴 것이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이슈부터 이야기해보자. 국회 역할이 있을까?

 

당연 있다. 문체부와 보건복지부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한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협의체가 구성됐는데 4차 회의를 이후로 멈췄다. 3차에서는 게임진흥론 측에서, 4차에서는 게임규제론 측에서 발언했는데, 5차가 안 열리고 있다. 국무총리도 이낙연 당선인에서 정세균 현 총리로 교체된 이후 실무 라인의 교체도 있었고. 이후 소식이 없다. 누군가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묻힐 공산이 있다. 

 

 

모쪼록 민관협의체에서 문체부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한다. 그나저나 국회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문체부 게임 라인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게임 분야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과(게임과​)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오갔던 과장들 중에 2년을 채운 인물이 없다. 부처별 갈등은 커지는데,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거다.

 

사실 게임과가 문체부 안에서 기피 부서로 꼽힌다. 워낙 일도 많고 참견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사무관 1명이 e스포츠 담당하고, 또 다른 사무관 1명이 게임법 담당하는 실정이다. 산업은 날로 크는데 말이 안 되는 거다. 확대 개편도 필요하고 역량 강화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도 해야 한다.

 

게임이라는 의제가 종합 콘텐츠로 워낙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도 게임은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지 않나?

 

그렇다. 내가 일했던 문체위 쪽은 게임 진흥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게임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내 자리(문체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국회 상임위원회를 기준으로 보면, VR과 같은 기술적 이슈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노동권 이슈는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해당한다. 중국 판호 같은 이슈는 문체부에서도 나서야겠지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가 더 큰 역할을 가져간다. 셧다운제 문제는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다. 많은 게임사가 중소기업인데 중소기업 지원 문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서 다룬다.

 

게임 의제에 문체부가 역할이 많기는 하지만, 얽혀있는 상임위만 6~7군데나 되는 것이다. 부처 개편 이전에는 다른 쪽에서 "게임은 산업인데 왜 문체부가 게임을 가져가느냐?" 주장을 하기도 했다.

 

 

21대 국회의 가장 큰 덩어리는 문체부의 게임법 전부개정안이다. 여당이 180석이나 가져갔으니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것 같다는 전망이 있다.

 

협치 문제가 될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법안소위를 넘지 못하면 법안이 계류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여당 마음대로 부처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안을 들고 나온 만큼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하다.

 

 

지난 2월, 문체부가 15년 만에 게임법 전면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총론과 각론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거시적 관점에서는 과거보다 확실히 진일보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게임법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규제의 탈을 쓴 진흥법'이라고 평가한다. 불필요한 규제의 완화와 진흥의 취지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다.

 

2월 18일 '게임산업 대토론회'에서 전면개정안 완성 직전본으로 설명하는 성격을 가진 자리였다. 그런데 현장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의 의견이 나와서 현재 고치는 중이라고 한다. 게임법이 조항마다 이해관계 집단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법안을 만든다 하더라도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게임법에 이용자 보호 내용을 담은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권익은 어떻게 보호되고, 이용자는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관한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 이런 조항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법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은 게임사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자의 목소리가 소외되어 아쉽다.

 

또 아시겠지만, 게임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다. 법은 점이고 게임은 선으로 둬야 한다. 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어느 한 지점에 점을 찍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선이 잘 움직이도록 하고, 그 중간 중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2월 18일 열린 게임산업 대토론회

 

선이 잘 움직일 수 있게 공간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 게임법 전면개정에서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는 이용자 권익 보호고. 

 

 

딱 10년 전, 문체부와 여가부가 셧다운제를 놓고 갈등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셧다운제 시행이다.

 

셧다운제는 부처 간 싸움에 기인한 문제가 크다.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청소년보호법은 정부에서는 여성가족부, 국회에서는 여성가족위원회가 담당한다. 여가부에서는 청소년매체보호과가 이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데, 여기 주무과장이 10년 동안 이 과에만 재직하면서 셧다운제를 방어하고 있다. 반면에 앞서 말했듯이 문체부 게임과는 기피부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반 게임 성향이 강하다. 부처와 국회 모두 강제적 셧다운제 해제 반대 목소리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 전향적인 토론이 필요한데, 어딜 가나 게임을 아시는 분이 너무 적다.

 

 

현행 심의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모바일은 사후심의, 기타 게임은 사전심의로 모니터링단의 전문성, 심의 비용 등의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말한 것처럼 현행 심의제도는 전반적으로 문제다. 사전 심의율이 매우 낮은데, 그마저도 게임에 대한 이해가 낮은 모니터링단이 하고 있어서 전문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해외 사례처럼 사후심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 자율에 맡기는데, 혐오 콘텐츠가 보이거나 문제가 생기면 처벌 수위를 세게 가져가자는 거다.

 

 

이동섭 의원실에서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만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확률형아이템 규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다. 고양이 보고 생선을 지키라는 꼴이다. 마지못해 최소한의 규제만 준수하는 형국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 게임이 국내에 유통되는 경우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데, 법으로 (확률형아이템을) 강하게 틀어막으면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그래서 법이 아닌 제도와 정책을 통해 규제를 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문제가 외교의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어서 이런 부분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 게임과 정치의 접점을 찾는 이도경, "앞으로도 게이머 민생 법안 내도록 노력하겠다"

 

인터뷰 내내 '접점'을 강조했다. 그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 같다.

 

내 캐릭터 자체가 중도적이다. (웃음)

 

나는 극단을 싫어한다. 어느 언론사에서 300명 국회의원이 4년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의 성격을 분석해서 1부터 10까지 성향을 분석했다. 가장 중도적인 의원이 김진표 의원실이었고, 우리가 2위였다. 법안 만들고 발의한 게 나니까, 내가 그만큼 중도적인 사람이란 뜻도 된다.

 

국회라는 게 한쪽 주장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협치가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밀실 야합으로 가면 안 되겠죠?

 

 

20대 국회에서 게임 의제의 협치를 '대한민국 게임포럼'이 모색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좌하던 의원님을 포함해 소속 의원이 많이 낙선한 상황이다.

 

국회에는 보통 소수의 친 게임 의원과 대다수의 반(反) 게임 의원이 존재했다. 게임에는 당론이 없다는 취지로 김세연 의원, 조승래 의원, 이동섭 의원이 당은 다르지만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 이용자들과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의원이 나오면 좋겠다.

 

 

게임과 정치의 '접점'을 찾는 일을 해왔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됐나?

 

외국 로스쿨에 합격했지만 사정이 생겨 외국에 못 갔고, 그 결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게 됐다. 뭐,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도경 비서관은 꼭 이직에 성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정책과 게임을 두루 다루는 사람이 적다 보니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풀어내지 못한 과제가 많다. 21대 국회에 꼭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싶다. 이용자의 편에서 '게이머 민생 법안'을 많이 내겠다. 앞으로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

 

 

그러다 재취업 못하면? 플랜 B는 없나?

 

그런 건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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