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서브노티카' 개발사의 전혀 새로운 도전, '문브레이커'

시몬 (임상훈) | 2022-08-30 17: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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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가 '자기 분야'를 벗어나 장르를 넘나들기란 쉽지 않다. 장르마다의 문법과 노하우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 게임 개발에서는 사정이 더하다. 그래픽 애셋이나 코드 같은 기존 프로젝트의 자산을 충분히 재활용할 수 없다면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함께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장르로 '점프'하길 즐기는 개발사가 더러 있다. 온라인 PVP 슈터 <네추럴 셀렉션>을 개발·서비스하다가 돌연 싱글 오픈월드 생존 크래프팅 장르 <서브나우티카>로 급선회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둔 '언노운 월즈'도 그 예시다.

2021년 10월 언노운 월즈는 크래프톤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번 2022년 게임스컴에서 다시 한번 전혀 새로운 도전인 턴제 전략 PVP 게임 <문브레이커>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이 이렇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게임스컴 현장에서 찰리 클리블랜드 언노운월즈 대표,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그룹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쾰른(독일)=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 정리=방승언 기자


 

찰리 클리블랜드 언노운 월즈 대표(우)와 임우열 크래프톤 그룹장

Q. 디스이즈게임: 크래프톤에 합류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크래프톤과 언노운 월즈의 개발 방향과 크래프톤의 경영방침이 좋은 시너지를 이루는지, 그리고 크래프톤과 협업하게 된 소감도 알려주세요.

A. 찰리 클리블랜드: 크래프톤에 합류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희가 <문브레이커>라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하고 싶었는데, 사실 우리 회사가 45명 규모의 작은 회사이다 보니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 게임을 세계로 가져올 수 있는 파트너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크래프톤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회사이기도 하고, 저희 스스로의 힘으로 하기 어려운 인도, 중국, 중동, 한국 등 시장 진출에 크래프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크래프톤과 함께한다면 게임이 폭발할 수 있는 연료를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크래프톤은 좋은 팀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철학을 믿는 회사입니다. 이런 믿음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게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며, 좋은 게임이야말로 게이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고 사업과 게임의 성공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저희도 느끼는 바입니다. 또한, 크래프톤과 언노운 월즈 모두 커뮤니티 기반의 모드가 있습니다. 커뮤니티 중심적이며, 게이머들과 정직하고 솔직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저희의 독립성을 존중해줬습니다. 언노운 월즈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크래프톤에 모든 걸 일일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대로 운영하고 정할 수 있었고, 크래프톤은 저희의 비전을 믿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크래프톤은 저희가 크래프톤의 직원이라는 이유로 이것저것 지시를 하지 않았고 저희의 정체성을 존중해줬습니다. 이런 점이 굉장히 좋았고, 이 부분에서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언노운 월즈가 이번에 게임스컴에서 공개하는 <문브레이커>의 개발 배경과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전반적으로 소개해준다면요?

A. 찰리 클리블랜드: <문브레이커>의 개발배경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내추럴 셀렉션> 시리즈가 끝난 이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멀티 플레이어 슈팅 게임에서 벗어나 폭력적이지 않은 싱글 플레이어 기반의 해저 탐험 게임인 <서브노티카>를 만들었습니다.

큰 도전이었죠. 이렇게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것은 저뿐 아니라 팀한테도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서브노티카> 시리즈 이후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많은 프로토타입을 시도했습니다.

<문브레이커>의 경우, 첫 한 주일 동안 플레이하면서 이상한 부분도 많이 보이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이 게임만의 재미와 희열, 특별함을 느꼈고 이 게임을 반드시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 전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문브레이커>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 게임을 얼리 액세스로 출시하려면 5년 정도 걸리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비슷하게 시간이 걸렸습니다.

굉장히 긴 개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개발 기간 내내 게임 개발도 해야 하고 브랜든 샌더슨 작가와 함께 세계관도 만들어야 하고 아트 스타일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 게임이 미래에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지고 준비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저는 <문브레이커>에 담긴 저희의 고민과 이야기들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Q. 크래프톤은 퍼블리셔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계획인가요?

A.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그룹장: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크래프톤은 개방형 개발 모델(Open development), 운영 친화적인 개발, 그리고 개발사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앞으로도 여러 커뮤니티와 게이머들과 소통하면서 각각의 개발사에서 만들어주신 좋은 게임들을 글로벌 무대에 더욱 넓게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이 점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주신 개발사들과 크래프톤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문브레이커>에서 미니어처 도색 시스템은 매우 전문적이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색 시스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 배경이 있다면?

A. 찰리 클리블랜드: 도색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미니어처는 장르 자체가 사실 취미잖아요. <워해머> 같은 게임만 봐도 게임이지만 공예 작업을 할 수 있잖아요. 게임이지만 취미인 거죠. 스토리가 들어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처음 작업을 시작한 날부터, 도색 시스템은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색 시스템 없이는 미니어처 게임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개발 테스트를 할 때 유저들이 <문브레이커>에 들어가서 도색 작업을 시작하면 수 시간 동안 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 도색하는데 시간을 그렇게 많이 쓸 줄은 몰랐어요. 유저들에게 도색 작업은 자기만의 유닛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고 특히 코로나 기간에 평화롭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죠.

도색 시스템이 유저들에게 편안한 시간을 제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유저들이 브러시와 스프레이로 작은 디테일을 채워 나가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갖기를 원합니다.



Q. 언노운 월즈가 크래프톤에 큰 금액에 인수된 이후에도, 스튜디오를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언노운 월즈에 남아 게임을 개발하는 배경은?

A. 찰리 클리블랜드: 저는 게임을 돈 때문에 만들지 않습니다. 돈 때문에 할 수는 있겠으나, 이런 게임은 개발에 사실 수년이 걸립니다. 사실 이 게임도 여러 번 개발이 중단될 뻔했었어요. 게임 제작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돈을 생각했다면 절대 게임을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저는 게임 개발을 절대 돈 때문에 하고 있지 않아요.


Q. 향후 <서브노티카> 시리즈에 대한 전략이 궁금합니다. 시리즈를 잇는 신작 출시 계획이나 기존 작품의 DLC 또는 신규 모드를 선보일 계획이 있는지?

A. 찰리 클리블랜드: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브노티카 팬분들,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소식이든 곧 있을 겁니다. 기대하세요.


Q. <내추럴 셀렉션>은 <하프라이프>의 모드로 출발했습니다.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도 모더들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 게임입니다. 언노운 월즈에게 모딩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찰리 클리블랜드: 좋은 질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모딩(Modding)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저희 스튜디오 차원에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저희 스튜디오에서 모드(Mod)를 많이 만든 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모딩 커뮤니티를 보면 개발 정신을 가진 모더(Modder)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를 통해 모드를 공개한 뒤,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게 진정한 개발 정신인 것 같아요. 이러한 개발 정신은 모딩 커뮤니티, 저희의 문화, 그리고 크래프톤의 비전에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Q.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해준다면?

A. 찰리 클리블랜드: <문브레이커>는 턴제 디지털 미니어처 게임이고, 디지털 미니어처 게임은 이전에 없었던 최초의 게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보드게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유저들이 미니어처를 사서 스토리를 읽고, 도색을 하고, 주사위를 굴려서 게임을 하는 것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저 또한 30여 년간 테이블탑 게임을 취미로 즐겨왔는데, 게임 개발자로서 보드게임이 가진 매력을 디지털 세상으로 갖고 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했죠. 치밀하게 세계관을 집필하고, 실제 미니어처 도색 작업을 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전 세계의 미니어처 게임 장르가 현대화되기를 원했습니다. 원래 미니어처 게임 장르가 오래된 취미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는데, 미니어처 게임을 디지털 세계에 가져와 많은 게이머가 이 장르를 즐기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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