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미술관] "게임 아트의 완성, 한 채의 집을 짓는 과정과 같다"

홀리스 (정혁진) | 2020-03-30 18:05:22

디스이즈게임은 ‘게임예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 2월 20일, 조이시티가 네오위즈의 PC MMO인 <블레스> IP를 활용한 모바일 신작, <블레스 모바일>을 선보였습니다. 개발사 씽크펀은 원작 리소스를 활용,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 '반전이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PC 서비스 당시 주목 받기도 했던 <블레스> IP 지만, 이를 다른 플랫폼으로 옮긴다는 것은 단순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죠. 원작의 특징도 살리면서, 동시에 모바일만의 개성을 뽐내야 하니까요.

 

특히, 아트적인 부분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게임예술관에서 만나볼 인물은 <블레스 모바일>에서 게임의 그래픽을 맡은 서규석 아트디렉터를 만나봤습니다. 
  

▲ 씽크펀의 서규석 아트디렉터.

 

먼저, 본인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블레스 모바일> 아트디렉터 서규석이라고 한다.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을 개발했고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에 연출 디렉터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기 전에는 크래프톤에서 <에어>와 <발키리 블레이드> 아트디렉터를 담당했다.

 

 

콘텐츠의 경우 원작<블레스> IP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픽의 경우, 원작 어셋을 대부분 활용했다. 어느 부분까지 활용했나?

 

먼저, <블레스>원작의 방대한 리소스 활용은 개발의 속도와 비용 부분에서 많은 이점이 있었다. 완성도 높은 캐릭터 복식과 몬스터 외형은 대부분 활용할 수 있었고 디테일하게 제작된 프랍들도 상당 수 활용할 수 있었다.

 

초기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당시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원작의 리소스가 대부분 활용 되었었고, 차차 품질개선과 <블레스 모바일>만의 콘텐츠 성격에 맞게 제작된 새로운 리소스들로 교체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선보이게 됐다.

 

반면 새롭게 추가되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개발 되어야 했던 리소스도 상당 수 있었다. 커스터마이징의 경우,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면서 관련된 캐릭터 외모는 모두 새로 개발되고 제작했다.

 

UI도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변경하면서 모바일 UX에 적합하도록 처음부터 새롭게 디자인하고 개발해야 했다. 배경 레벨과 이펙트의 경우에는 엔진 버전이 달라지면서 제작 방식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역시 처음부터 새롭게 디자인하고 개발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소스를 활용하기에 작업에 수월할 수도 있겠으나, 어떻게 보면 표현의 제약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겠다. 자체 창작을 할 여지가 줄어들게 되니까.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리소스가 활용되더라도 개임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경험하는 것 자체는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게임 아트를 완성하는 것은 '집을 완성하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게임 어셋들은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벽돌과 자재들과 같고, 건축가들은 같은 벽돌과 자재을 사용 하더라도 각각 다른 외형의 건물을 완성할 수 있듯이 같은 어셋과 엔진이 사용 되더라도 다른 감성의 그래픽으로 재 창조 하는 것 역시 아트 디렉터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또한, 게임 아트가 완성되기까지 철저한 설계와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건물을 올리기 위한 기초공사와 튼튼한 프레임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트 디렉터는 프로젝트를 시작함과 동시에 시장에 출시 되는 단계까지의 상황까지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한정된 자원과 기간 내에서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이 필요했고 지금의 프로젝트를 완성 단계까지 리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프로젝트를 시작함과 동시에 아트 방향성을 정리하기 위해 직접 제작했던 프로토타입 영상이다. 이 영상으로 아트 방향성 정리와 함께 <블레스 모바일>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릴 수 있었고 2년 뒤 완성된 <블레스 모바일>을 또 한번 세상에 알리기 위해 트레일러 영상도 직접 제작했다. 

 

 ▲ 조이시티 신작 <프로젝트 블레스 모바일> 영상



▲ <블레스 모바일> 시네마틱 트레일러 풀버전 공개 (BLESS Mobile Official Trailer)

 

 

(위 질문에 이어) <블레스 모바일> 만의 개성 어필을 위해, 그래픽적인 부분에 있어 신경을 쓴 부분은?


<블레스 모바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랜더링’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자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여 개발된 다른 게임들과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십 수년 동안 쌓아온 랜더링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개발한 작품이다.


실제 플레이 중인 유저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화면은 캐릭터가 가장 작게 보이는 전투 화면이고, 나는 이 화면에서 다른 게임과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랜더링 프로세스를 설계하여 적용했다. 말씀 드린 전투화면에서 만큼은 현존 모바일 MMORPG 중에 최고의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신한다.


지금의 결과를 만들기까지 그 동안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예전에 <아이온>을 개발할 당시 약 3년 동안 엔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쉐이더 1.0 에서 리얼타임 랜더링으로 엔진을 업그레이드하는 업무를 맡아 진행 하면서 자연스럽게 TA 업무도 병행하게 되었는데 이 때 정말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하늘을 보면 빛 산란과 구름들이 모두 랜더링 공식으로만 생각 될 정도로 수 년간 랜더링에만 미쳐 있었던 것 같았다. <블레스 모바일> 프로젝트는 그 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낸 프로젝트라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다. 

 




▲ <블레스 모바일> 렌더링이 적용된 인게임 배경 이미지들.

더불어, 원작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종족 설정이나 클래스 복식 외형, 그리고 블레스 원작에서부터 연결된 세계관을 표현한 배경 등은 원작의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설정들이 적용되어 있다.  

원작의 감성을 기대하는 분들과 새로운 감성을 기대하는 분들 모두 만족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블레스> 원작의 외형을 계승한 판테라 종족의 복식.

원작을 개발한 네오위즈에서, 모바일 버전의 외형에 대한 피드백은 어땠나.

지난 쇼케이스에서 관계자 분들을 뵐 수 있었는데, <블레스 모바일>의 외형에 대한 피드백은 매우 좋았다. 좋은 IP를 잘 선보였다는 생각에 기뻤다.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을 변경해서 시도한 만큼, 이를 담아내기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땠나?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플랫폼 변경으로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PC 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사용자의 경험과 콘텐츠 접근성이다. 변화되는 UX를 기반으로 모두 UI 를 개편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 동안 PC MMORPG만 개발해오던 저에게는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처음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이미 시장에 서비스 되고 있는 다양한 게임들의 UX와 UI를 분석했고, 여러 실패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충분히 우리 <블레스 모바일>만의 UX/UI가 디자인 되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원터치 핑거 무브' UX는 현재 특허 출원도 진행중일 만큼 유니크한 결과도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최적화다. 목표는 원작보다 밀도 높고 렌더링 품질이 뛰어나면서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원활히 작동하는 그래픽을 만드는 것이었다. 시작 단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말 어려운 과정도 많았으나 TA조직과 엔진 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현재는 품질과 최적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원작과 달리, 특징에 맞게 '수호신'으로 일정 시간 변신할 수 있다. 일종의 필살기 개념이다. 외형을 어떤 컨셉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블레스> 원작의 리소스 중에 가장 유니크 한 것을 선정하여 수호신 설정에 맞도록 리뉴얼을 진행해서 완성했다. 동일한 리소스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 <블레스 모바일> 수호신 외형.

재밌는 것은, 마스쿠 종족의 경우 타 종족과 다르게 단신으로 표현되는데, 수호신 역시 신체 비율이 그대로 적용되더라.

그렇다. 마스쿠 종족을 선택하시는 유저분들은 종족 특유의 아담함과 귀여움 때문에 선택하신다고 생각했다. 외형은 변하더라도 아담한 체형과 아장아장 귀엽게 움직이는 마스쿠의 장점은 유지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 <블레스 모바일> 마스쿠_팔라딘 수호신 변신

 

커스터마이징이 제법 인상적이다. 많은 곳이 PC와 버금가는 세세한 조작을 목적으로 세밀한 조작을 집어넣는데, <블레스 모바일>은 간편하면서도 손쉽게 여러 캐릭터를 만들 수 있더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알려달라.
 
<블레스 모바일>의 커스터마이징은 간편하면서도 손쉽게 여러 외형을 제작할 수 있다. 예전부터 한 번은 꼭 개발해 보고 싶었던 콘텐츠기도 했다.

MMORPG 특성상 다양한 국가, 다양한 나이, 다양한 성격, 다양한 취향의 유저들이 모여 게임을 즐기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유저분들에게 획일화된 외형을 제공하기 보다 보다 다양한 외형 뿐 아니라 다양한 그래픽 스타일까지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싶었고 선정적이거나 특정 취향을 저격하는 스타일의 그래픽보다는 아이들과 여성분들도 좋아 할 수 있는 그래픽, 좀 더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그래픽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복잡한 조작 보다는 손쉬운 조작으로 쉽게 외형을 바꿔볼 수 있는 UX까지 고안하게 됐다. 향후 커스터마이징을 경험해 보면 이미 대중화를 이뤄낸 디즈니 풍의 얼굴 뿐 아니라 실제 동물 외형에 가까운 얼굴, 그리고 실사형 그래픽에서 보기 힘든 캐주얼한 카툰 풍의 외형까지 다양한 타겟을 합성하여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 Project BLESS Mobile - Customization (프로젝트 블레스 모바일 -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비전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1년 넘게 개선을 거듭하여 서비스 가능한 수준의 콘텐츠로 완성 될 수 있었다.

 ▲ 조이시티 모바일 신작 '블레스 모바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영상


▲ 커스터마이즈 판테라 타겟 이미지.

 

 

 ▲ 커스터마이즈 아쿠아엘프 타겟 이미지.


 

기존 모바일게임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세세함을 표현할 수 있나?

 

세세함의 표현보다 과감한 변화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다. 세 개의 얼굴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시각적 임팩트를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블레스> IP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콘셉트의 그래픽을 선보일 수도 있을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계획이 있다면, 어떻게 선보일 예정인지.

 

아직 계획은 없다. <블레스>는 특유의 웅장함과 거대한 세계관을 고증한 듯한 디테일까지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그 표현법을 유지한다면 얼마든지 정체성을 유지하며 신비로운 컨셉의 그래픽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블레스 모바일>의 그래픽이 유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 되었으나 PC에서 플레이 해야만 좋은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바일에서 100% 품질의 그래픽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개발했다. 저 사양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PC 버전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만큼 고품질을 유지하며 즐길 수 있을 만큼 최적화가 잘 되어 있으며 당연히 PC 앱 플레이어를 통해서도 좋은 품질의 게임을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 되어 있다.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현존하는 모바일 MMORPG중에 최고의 그래픽인 게임이 블레스 모바일이라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게임 CBT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블레스 모바일>을 기다려 주시는 독자 분들께 깊은 감사에 말씀 드린다. CBT를 통해 말씀해주시는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더욱 재미있고 안정적인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욱 멋진 그래픽으로 찾아오겠다.

※ 아래는 <블레스 모바일> 관련 캐릭터 모델링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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