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MSI 낭중지추(囊中之錐) – '리버' 김동우

Amitis (주보국) | 2021-06-01 09: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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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囊中之錐) -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

 

2021 MSI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DFM의 날카로운 경기력, 세계를 놀라게 한 C9,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 준 RNG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회였죠. 이번 기사에서는 올해 다가올 롤드컵을 기대하게 만든 선수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PSG의 한국인 정글러 ‘리버’ 김동우입니다. 

 

PSG의 날카로운 경기력은 리버의 동선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MSI는 정글러 초반 동선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경기가 많았는데요. 리버가 어떤 동선으로 게임을 설계했는지, 초반 동선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럼블 스테이지 3일 차 RNG와 PSG의 경기를 통해 돌아봅니다. 주보국 필자(Amitis),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리버' 김동우 (출처 : PSG Talon)

 

# 바위게 내꺼야

첫 정글링 상황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리버의 스마트한 동선은 시작부터 날카로웠습니다.

 

RNG의 럼블은 나르의 리시를 받아 블루 버프에서 정글링을 시작했고, 리버는 리시 없이 레드 버프에서 시작했습니다. 보통 리시를 받은 쪽이 풀캠프 속도가 더 빠르다고 여겨지지만, 여기서 리버 선수의 숙련도가 돋보였습니다. 레드를 잡을 때 정확히 W로 마무리되는 체력만 남겨 놓고 돌거북으로 이동한 후, 재빨리 돌거북에 강타를 사용해 W의 효율을 극대화시켜 속도를 올린 것이죠. 

 

또한 모르가나가 레드 버프에서 정글링을 시작하면 마지막 두 캠프인 블루 버프와 독두꺼비는 동시에 잡을 수 있어 럼블보다 정글링이 빠릅니다. 

 

리시 없이 3분 11초에 모든 정글 몬스터를 정리한 모르가나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마침 풀캠프를 마친 럼블도 자연스레 바텀 바위게로 항했습니다. 미드와 바텀에선 RNG가 라인을 밀어 넣고 있는 상황. 당연히 모르가나가 탑 바위게를, 럼블이 바텀 바위게를 나눠 가지는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모르가나는 블루에서 탑 바위게까지 움직여야 해 동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죠. 여기서 리버의 센스가 빛을 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레드에서 시작한 정글 모르가나가 풀 캠프를 돌면 블루에서 용 둥지 방향으로 직진해 자리를 잡는 플레이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RNG의 바텀이 라인을 밀어 넣고 있어 상대 바텀이 먼저 합류하는 그림이 그려지자 모르가나는 블루를 빙글 돌고, 솔방울탄까지 활용하며 미드 라인 밑 부시로 움직입니다.

 

모르가나가 이런 판단을 한 이유는 미드 라인의 상황도 주요했습니다. 바로 빅토르가 라인을 밀어넣기 위해 마나를 전부 소모했기 때문이죠. 

 

주황색은 RNG의 동선, 노란색은 PSG의 동선이다

라인을 푸쉬하기 위해 마나를 전부 소모했던 빅토르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사소하지만, 중요한 움직임이었습니다. 덕분에 바텀 바위게를 ‘당연히’ 가져가야 했던 럼블이 오히려 바위게를 내주게 되었죠. RNG도 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럼블이 바위게로 향할 때 레오나는 합류하는 움직임 대신 노틸러스에게 '천공의 검'을 사용하며 딜 교환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르가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타워 안까지 들어갔던 미드 라인이 초기화되고, 탑 라인은 PSG가 우위에 있단 점을 바탕으로 재빠르게 미드를 가로질러 탑 바위게로 향했습니다. 결국 럼블은 모든 바위게를 내주고 집으로 귀환해야 했죠. 빈약한 주도권에도 불구, 센스있는 동선을 통해 모든 바위게를 가져가는 플레이였습니다. 

 

 

# 과감한 동선 돋보인 칼날부리 교전

 

카운터 정글링을 시도하는 럼블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동선이 제대로 꼬인 럼블은 먼저 귀환 타이밍을 잡았다는 점을 활용해 카운터 정글링을 시도합니다. 

 

모르가나는 다시 생성된 몬스터 순으로 정글링을 하기 위해 돌거북으로 향했고, 미드 라인에선 빅토르가 딜 교환을 통해 조이를 빈사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카운터 정글링의 근거는 명확했죠. 이 과정에서 럼블은 점멸을 소모해 조이의 귀환을 방해하고, 칼날부리까지 챙겨갑니다.

 

모르가나도 가만히 당하진 않았습니다. 곧바로 상대 칼날부리로 달렸죠. 근거도 충분했습니다. 빈사 상태가 됐던 조이가 빅토르보다 먼저 집에 다녀와 합류가 빨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모르가나가 빅토르의 귀환을 한 번 저지했기 때문에, 아무리 텔레포트가 있더라도 빅토르의 합류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PSG의 바텀이 바텀 교전에서 승리해 라인을 밀어 넣은 상황이란 점도 중요했습니다. 때맞춰 부활한 트리스타나도 이미 라인이 상대 타워 안으로 들어간 바텀 대신 재빨리 미드 라인으로 움직였죠.

 

미드를 가로지르며 빅토르의 귀환을 끊어내고 칼날부리로 향한 모르가나. 뒤를 보면 트리스타나도 합류하고 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반면 RNG의 카이사는 빅웨이브가 타워로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버리고 합류하기엔 너무나 리스크가 컸습니다. 따라서 레오나만 합류가 가능했고, RNG는 상황을 길게 가져가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트리스타나가 로켓 점프로 뛰어들면서 RNG가 예상한 구도는 무너지게 됩니다. 여기서 모르가나는 두 개의 어시스트를 챙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이어진 바텀 교전에서 '레벨 5' 럼블과 '레벨 6' 모르가나의 차이가 발생했죠. 모르가나는 럼블을 보자마자 곧바로 궁극기를 사용했고, PSG는 타워 다이브까지 하면서 4킬을 챙겨내 초반 스노우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턴을 잡았을 때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PSG의 경기력엔 리버 선수의 동선이 큰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모르가나의 절묘한 설계로 초반부터 앞서나가는 PSG.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앞선 교전으로 벌어진 차이는 이어진 바텀 교전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여기서 얻어낸 이득을 바탕으로 PSG는 RNG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앞으로의 PSG가 더 기대되는 이유

RNG와 PSG의 럼블 스테이지 3일 차 경기는 초반 정글 동선의 중요함을 알려줬습니다. 물론 적극적인 딜 교환으로 라인전을 승리한 PSG의 바텀이나, '하나비' 쑤자샹의 탑 리신 등 다른 선수의 활약도 주요했지만 리버의 초반 동선도 무시할 수 없었던 승리 요인이었죠.

PSG는 다가올 롤드컵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팀입니다. 과연 리버는 이번 롤드컵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요? 만약 PSG가 롤드컵에서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분명 그 중심에는 '리버' 김동우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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