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션비앰'과 '코리안 퍽즈'? 담원의 승부수에 담긴 이모저모

4랑해요 (김승주) | 2021-06-22 1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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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LCK에 '절대 흔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1승 1패로 1주 차를 불안하게 마무리한 담원 기아가 과감하게 포지션을 바꾼 것이죠. 원딜러 '고스트' 장용준이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미드 라이너인 '쇼메이커' 허수가 원딜로,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가 미드로 향했습니다. 빈 정글 자리는 2군에서 콜업한 '말랑' 김근성이 채웠습니다.

해당 포지션 변경 전 솔로 랭크에서 쇼메이커가 원딜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포착되긴 했지만, 팬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2020년 롤드컵을 우승하며 '세체미'(세계 최고 미드)에 올랐던 쇼메이커가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 변경을 한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없던 일이니까요.

놀랍게도 담원 기아는 포지션 변경을 통해 2주 차 전승에 성공하는 등 쏠쏠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꺼내든 조커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죠. 이번 기사에서는 담원 기아의 포지션 변경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출처 : LCK)


# '코리안 퍽즈'와 '션비앰'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 변경을 한 쇼메이커를 보며 C9의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퍽즈 또한 유럽 정상 미드 라이너 자리에서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했기 때문이죠.

재미있게도 두 선수는 일부 공통점이 있습니다. 쇼메이커가 2020년 시즌 롤드컵을 들어 올렸듯이, 퍽즈도 2019년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하기 전, 2018년 롤드컵에서 팀을 4강까지 이끌었습니다. 비록 4강에서 IG를 만나 3:0 패배하긴 했지만, 2017 롤드컵에서는 조별 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성과였죠.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 악동 이미지와는 다르게 한국 선수에 대한 존중을 비추기도 하는 등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2019시즌, 원거리 딜러로 전향한 퍽즈는 미드 라인에서 보여준 피지컬을 살린 공격적인 모습을 통해 유럽 최고 원딜러 자리에 올랐죠. 본래 미드 라이너였던 만큼, '야스오'와 '신드라' 같은 비원딜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단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쇼메이커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담원기아는 전성기 시절 보였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전을 열고 있는데, 쇼메이커가 자신의 피지컬을 믿고 '앞 비전'이나 '앞 점멸'로 진입하기도 하는 등 필요할 때마다 선봉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팬들은 쇼메이커에게 '코리안 퍽즈'라는 친근한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죠.

 

베릴과 함께 과감하게 진입하는 쇼메이커. 해당 노림수는 실패로 끝났지만, 해설진도 "한 번 더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할 정도로 변화한 담원기아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출처 : LCK)

 

반면 캐니언의 포지션 변경은 흔치 않은 예입니다. 미드 라이너가 정글로 간 사례는 있지만, 최정상 기량을 뽐냈던 정글러가 미드로 포지션을 변경한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커뮤니티에서는 미드에서 정글로 포지션 변경을 한 후 롤드컵을 우승한 '앰비션'과 정반대로, 롤드컵을 우승하고 정글에서 미드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는 점에서 '션비앰'이라는 재치 있는 별명을 캐니언에게 붙여주기도 했죠.

 

두 선수에게는 기묘한 연결고리가 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캐니언은 미드 라인 포지션 변경 후, 정글에서의 부진한 모습과는 다르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되려 '성장에만 치중한다'는 캐니언의 단점이 라인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하는 모습인데요. 아프리카전에서는 라이즈를 꺼내 해설진에게 "LCK에서 라이즈를 잘 쓰는 선수가 몇 안 되는데, (캐니언은) 잘 사용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DRX전에서는 아칼리를 1픽으로 꺼내 활약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또한, 같은 팀에 쇼메이커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순 없죠. 쇼메이커는 DRX전 승리 인터뷰에서 "(김)건부가 아칼리 연습을 되게 많이 했는데,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캐니언 또한 쇼메이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캐니언이 아칼리를, 그것도 1픽으로 꺼내 활약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적었을 것이다 (출처 : LCK)

 

# '말랑' 김근성, 드디어 날개 펼칠 수 있을까?

 

259일 만에 1군 무대에 얼굴을 비춘 '말랑' 김근성의 활약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 아마추어팀 '위너스'에서 데뷔한 말랑은 공격적인 초반 갱킹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2019년 진에어 그린윙스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전령 캔슬 실수, 바론 스틸 등 실수를 연발한 이후 지나치게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죠.

 

심각한 실수 후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했던 말랑 (출처 : LCK)

 

보는 사람이 "안쓰럽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말랑의 폼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적극적인 격려와 지지로 말랑은 서머 시즌에 다시 공격적인 본 모습을 되찾았죠. 진에어의 '소년가장'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이후 KT를 거쳐 말랑은 담원 기아 2군에 합류하게 됩니다. 담원 2군은 6승 12패로 2021 챌린저스 스프링을 9위로 마감했지만, 말랑은 진에어 시절처럼 팀 내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9위라는 성적에도 불구, 말랑은 몇몇 지표에서는 날카로움을 뽐냈습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1군으로 콜업된 말랑은 자신이 현 메타에 가장 적합한 정글러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성장형 정글러를 선택해 파밍에 주력하기보다는, 초반 설계와 갱킹이 중요한 메타에 적합한 선수기 때문인데요. 특히 1티어 정글러로 꼽히는 럼블 숙련도가 눈부십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는 럼블로 바텀에서 솔로 킬만 세 번을 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죠.

게다가 말랑의 폼이 좋다는 점이 캐니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만일 포지션이 본래 자리로 되돌아가더라도, 현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말랑이 활약하는 동안 캐니언이 다시 메타를 분석한 후, 폼을 끌어올려 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말랑의 활약은 담원기아의 분위기 반전에 큰 힘이 되었다 (출처 : LCK)
 

 

# 영원할 수는 없지만... 팀과 팬 모두에게 신의 한 수가 된 포지션 변경

 

쇼메이커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해당 포지션 변경은 갑작스럽게 결정됐습니다. 그런 만큼 담원기아의 파격적인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상위권 팀을 만났을 때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솔로 랭크에 집중하고 있는 고스트의 폼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LCK 1주 차 기준 마스터 100점대였던 고스트의 솔로 랭크 계정은 2주 차를 거치며 그랜드마스터 600점까지 상승했죠. 솔로 랭크 점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한최원' 후보로 항상 거론되는 '룰러' 박재혁의 솔로 랭크 점수가 그랜드마스터 500점대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결코 나쁜 수치가 아닙니다. 

담원 기아 선수들도 인터뷰에서 고스트가 다시 스크림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20시즌 고스트의 합류가 담원 기아에게 날개를 달아줬음을 생각하면, 고스트가 폼을 되찾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담원 기아)

향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담원기아의 선택은 LCK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결국 이 과감한 변화는 2주 차 기준 매치 4연승에 성공하며 팀 분위기를 뒤집은 신의 한 수이자, 포지션을 바꾼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과 말랑의 선전을 통해 여러 논란으로 착잡했을 팬들의 마음을 녹이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과연 담원의 포지션 스왑은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요? 다음 주차에서도 담원은 변경된 포지션으로 경기를 펼칠까요? 담원은 3주 차에서 프레딧 브리온, 한화생명e스포츠와 대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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