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덕후론_23] 기후 변화가 사람들을 이동하게 해요

scarletOhara (스카알렛 오하라 기자) | 2022-11-21 13: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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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기원전 9,700년, 추웠던 플라이스토세가 끝나고 살만 한 세상, 홀로세가 시작되었어요.

 

유라시아에서 빙하는 점차 북쪽으로 물러가고 산과 들판은 점차 푸르러졌어요. 풀과 과일이 들과 숲에 자라고 얼음이 녹아 수량이 많아진 강엔 물고기가 많아졌죠. 채집과 사냥이 더 쉬워지자 인류의 수가 급격히 많아졌어요.

 

지금의 중동지방에는 다양한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채집하러 다니던 곡식이 많이 자라는 곳을 발견하고 그 주변에 정착해 살기 시작했어요. 또 어떤 사람들은 사냥하던 동물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어 가두며 정착해 살기 시작했어요.

 

'홀로세'는 플라이스토세 빙하가 물러나면서 시작된 시기를 말해요. 다른 말로 현세(現世​)라고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산 능선과 강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며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았지만, 근거지를 마련해 정착해 살기도 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한 곳에 많이 모이는 정착촌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차탈회윅이나 여리고 (출애굽기의 여호수아가 부숴버린 바로 그 도시가 맞아요) 같은 곳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죠.

 

여전히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던 어떤 사람들이 먼 곳을 다니다가 이런 정착촌들을 발견했어요. 정착민들이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따라서 정착하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부럽긴 하지만 그들이 힘들게 노동을 하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살던 대로 살아요.

 

사냥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던 사람은 정착 농경인들이 먹는 곡식을 먹어보니 그것도 먹을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자기가 잡은 물고기나 가죽을 그들에게 주고 곡식을 얻어요. 정착민도 고기나 가죽을 얻으니 만족해해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정착민을 본 어떤 사람은 정착민들이 서로 다른 곡식이나 고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람일 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죠. 어떤 사람이 문득 깨닫아요. 늘 곡식만 먹는 사람이 새로운 먹을 거리를 얻으면 기뻐하며 자신의 곡식을 후하게 준다는 것 을요. 

 

어차피 자신은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데, 이왕 정착민 주변에 간 김에 보리를 키우는 정착민과 양을 키우는 정착민 사이에서 교환을 중개해주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좋은 루트를 발견하는 누군가는 이렇게 얻는 이득이 사냥이나 채집을 위해 보내며 얻는 이익보다 더 크게 되기도 해요.

 



 

작은 배를 만들어 강줄기를 따라 돌아다니던 어느 사람도 이걸 깨닫아요. 그 사람은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실어나를 수 있었어요. 배에 실을 수 있으니까요. 아나톨리아와 아르메니아 고원, 자그로스 산맥 등지에 이렇게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어요. 

 

이들에 의해서 아르메니아 고원이나 아나톨리아에서 쉽게 캐낼 수 있던 흑요석이나 새로운 곡물이 이 정착촌에서 저 정착촌으로 전파되기도 했어요. 그 덕에 농경기술이 조금씩 발전해 갔어요.

 

기원전 6200년경,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그러니까 지금의 중동지방에 수백년간 지속되는 기후변화가 찾아왔어요. 날씨는 좀 더 추워지고, 예전보다 더 건조해졌어요. 기후 변화는 생태계를 변하게 해요. 우선 각 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 바뀌죠. 식물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니 동물들이 이동을 해요. 식물을 채집하거나 동물을 사냥하던 사람들도 역시 이동을 하게 되죠.

 

 

홀로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끼쳤던 지구 온도 변화. 지금으로부터 11,700년전(BC 9,700), 8,200년전(BC 6200), 5900년전(BC 3,900), 4200년전(BC 2,200) 등이 이 글에서 주로 다루는 기후 변화 사건들이다. - The Origin and Development of the Central European Man-made Landscape, Habitat and Species Diversity as Affected by Climate and its Changes, Peter Poschlod, Universität Regensburg, 2015

 

아라랏산을 중심으로 한 아르메니아 고원을 비롯, 북쪽 산악 지방의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의 고향을 지켰지만, 일부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이주를 결정한 이들은 배를 타고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해요. 산악지역이 끝나고 드디어 평지가 나타났어요. 이제 좀 덜 춥고 다른 사람들도 사는 곳이예요.

 

하지만 유프라테스 강 상류 쪽은 셈족들이 이미 대부분 터전을 잡고 있어요. 일단 정착해서 살아보려 하다가도 셈족들의 텃세에 살기 힘들어 좀더 내려가 보고 또 내려가 보며 남하해가요. 어느덧 유프라테스강 하류의 끝, 페르시아만 바닷가까지 이르렀어요.

 

비록 땅은 위쪽보다 척박했지만, 이곳은 셈족들의 마을이 적었어요. 이곳까지 내려온 이들은 정착에 성공하고 큰 마을을 세웠어요. 에리두라는 마을이예요. 이것이 대략 기원전 5400년경이었어요. 오랜 동안 배를 타고 이동하며 살아온 이들은 배로 이동하는데 익숙했어요.

 

에리두 사람들은 이전 정착지에서 배웠던 방식으로 농사도 짓기 시작했어요. 그들이 아르메니아 고원 지방에서 가져온 흑요석 덕분에 풀과 곡식을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배를 다루는 데도 익숙했어요. 유프라테스 강 상류 쪽을 오르내리며 그간 그들이 만났던 정착촌들을 오갔어요. 강을 끼고 남북으로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 여러 마을의 서로 다른 문화도 접하고, 그 마을들 간에 물건을 배에 싣고 다니며 교환해주는 덕에 쉽게 이득을 얻을 수 있었어요.

 

 

 유프라테스강의 수면과 하저면의 해발고도 변화. 바다(우측 끝)로부터 700km에 이른 곳의 해발 고도가 40m 정도밖에 안된다. 바다에서 100km도 안 되는 한강 팔당대교 부근이 해발 20m 수준임을 고려하면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보다 3배 이상 경사가 느린 강줄기임을 알 수 있다. - Geometric properties of the River Euphrates, Moutaz Al-Dabbas, 바그다드대학, 2006

 

유프라테스 강을 통해 에리두는 강 상류의 셈족 정착민들보다 견문도 넓히고 더 풍요로워질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보통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하늘이나 태양신을 최고의 신으로 삼았어요. 에리두 사람들의 최고신, 엔키는 담수의 신. 즉, 강의 신이었어요. 동시에 지혜의 신이기도 했죠. 이들은 강을 오가며 견문을 넓혔고 그것이 이들의 힘이었으니까요.

 

인구가 점차 많아져 에리두에서 조금씩 상류로 올라가며 다른 마을들을 세워요. 아직은 셈족 정착민이 많지 않은 곳들에 자신들의 마을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해요. 우루크라는 마을도 세워졌어요. 마을은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점점 북상하며 세워졌어요. 셈족이 많이 살고 있는 유프라테스 강 상류에까지 북상했고, 셈족들과 섞여 살기 시작했어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지도. 우측 하단의 빗금 표시 지역은 이 당시 해수면이 높아 “바다”였던 곳이다. 즉, 에리두는 바닷가의 마을이었다. - Households and the Emergence of Cities in Ancient Mesopotamia, Jason. Ur, Cambridge Archaeological Journal, 2014년

 

유프라테스강 중상류를 중심으로 넓은 지역에 정착해 살던 셈족은 자신들과 머리색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이 현명한 이들을 '수메르인'이라고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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