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팬텀 리버티' D-0, CDPR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춘삼 (안규현) | 2023-09-26 11: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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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대상은 <팬텀 리버티> 출시를 앞둔 CD PROJEKT(이하 CDPR)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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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PR, 요즘 어때요?


▲ 오픈월드 RPG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출시 전 <사이버펑크 2077>가 ​(전세계적으로)불러일으켰던 기대감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역대급' 기대작이었던 <사이버펑크 2077>가 발매됐던 2022년, CDPR은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 여러 차례 출시를 연기한 끝에 2020년 12월에야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CDRP은 전년 대비 4배의 매출과, 약 7배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큰 비판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미비한 최적화와 더불어 게임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버그가 발생하는 등의 완성도 이슈와, 홍보 영상에선 확인할 수 있었던 요소가 실제로는 축소되거나 삭제되어 있어 '과대광고'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CDPR 주가 추이 (출처: 구글 파이낸스)

 발매 약 1주일만에 PS와 Xbox 양 콘솔 버전에 대한 환불이 진행되었고, 미국의 전자제품 판매점 '베스트 바이'는 이례적으로 ​개봉된 게임 패키지에 대해서도 환불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 그 결과 게임 발매 전 폭등했던 CDPR 주가는 약 3주 동안 425즈워티(약 125,000원)에서 240즈워티(약 70,600원)로 40% 이상 하락했습니다.


 CDPR은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사후지원을 약속했고, 2022년 9월까지 6번에 걸쳐 대규모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6번째 업데이트의 이름은 '엣지러너 업데이트'였는데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엣지러너 맞습니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하는 실적의 개선이 있었는데, CDPR은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효과라고 설명했습니다.


▲ 역시 IP의 힘은 위대합니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통한 IP 확장) 덕에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후 2년이 흐른 2022년 9월 스팀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위쳐> 드라마 시리즈 또한 성황리에 3개 시즌이 공개된 바 있죠.


 ​<팬텀 리버티> 출시를 앞둔 지난 9월 22일 2.0 업데이트에선 게임의 유지 보수에 그치지 않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스킬, 특전, 특성, 사이버웨어, 경찰 추적, 전투 등 거의 모든 게임 핵심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진행됐습니다. 2.0 업데이트를 통해 지루한 전투 등의 단점은 줄이고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장점을 살렸다는 평입니다.


9월 26일 기준, <사이버펑크 2077>과 <팬텀 리버티>는 모두 스팀 리뷰에서 '매우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활발한 마케팅을 진행한 <사이버펑크 2077>을 두고 당시 "예산의 3분의 2를 마케팅에 썼다."는 설까지 있었는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비용의 기능별로 구분한 영업비용 내역을 보면, 2020년 CDPR은 4억 9천만 즈워티(약 1,500억 원)의 매출원가와 4억 즈워티(약 1,237억 원)의 판매비를 기록했습니다. 일단 마케팅 비용은 판매비에 포함됩니다.


 ​개발 비용의 경우 조금 복잡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사와 달리 CDPR은 개발에 소요된 금액을 바로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개발자산, '개발비'라고도 표현하나 이해를 돕기 위해 개발자산으로 표기함)으로 계상한 뒤 게임의 판매에 따라 점진적으로 매출원가로 반영하는 회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2020년 <사이버펑크 2077>을 판매함에 따라 그 해에 인식한 매출원가가 1,500억 원일 뿐, 실제로 게임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2020년 CDPR은 개발자산에 대한 현금 유출액으로 2억 즈워티(약 6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아마 판매비와 개발비 현금 유출액의 비율을 두고 "예산의 3분의 2를 마케팅에 썼다."는 설은 나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회계 자료는 상당 부분 추정과 모형에 근거하고 있어 (장부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닌 한)상세한 내역까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예산의 3분의 2를 마케팅비로" 쓴 것은 아닙니다.



# 언젠간 비용에 반영될 '1,800억 원' 개발자산


▲ 다만 2023년 6월 기준 CDPR은 60만 즈워티(약 1,800억 원)의 개발자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산은 결국 이전에 소모된 금액을 매출 발생에 따라 비용화하기 위해 쌓아두고 있는 숫자에 불과한데요. 


▲ ​개발이 완료된 개발자산의 규모가 2020년 급증하고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점과 개발 규모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 <사이버펑크 2077>의 개발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국제회계기준상 개발자산은 연 1회 이상 예상되는 미래의 경제적 효익에 대한 평가 등 손상검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 결과 비용 반영 방식이 달라지거나 일거에 큰 비용이 기록될 수 있는데요. <팬텀 리버티>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그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고 발생한 기간에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CDPR 개발팀 규모 (출처: CDPR)

▲ CDPR은 <팬텀 리버티> 외에 다른 게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우선 <폴라리스>(Polaris)라는 프로젝트명의 <위쳐> 신작입니다. CDPR은 2022년 3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위쳐> 시리즈의 후속작 제작을 발표했습니다. 개발팀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팬텀 리버티> 이후 가장 먼저 선보일 게임은 <폴라리스>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폴라리스>는 에픽 게임즈와의 제휴를 통해 CDPR 사상 최초로 언리얼 엔진 5로 개발됩니다. 이후 CDPR 공식 X(구 트위터)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폴라리스>는 새로운 <위쳐> 3부작의 시작이고 출시 6년 이내 나머지 두 개의 후속작이 모두 공개될 예정입니다.​

▲ 또 하나의 프로젝트 <시리우스>(Sirius)는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위쳐> 세계관의 스핀오프라는 것 외에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 "침묵은 위대한 게임을 만드는 비용이다"... CDPR 이모저모


▲ CDPR 창립자 마르친 이빈스키(Marcin Iwinski)와 미하우 키친스키(Michał Kiciński​)는 각각 CDPR 지분의 12.89%, 10.44%를 보유해 1대,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 1989년 ​폴란드 공산 정권이 붕괴하고 자유 시장경제로 들어서던 시대의 혼란기, 이빈스키와 키친스키는 ​바르샤바 시장에서 불법복제 게임 CD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 1994년 폴란드에도 게임 저작권법이 생겼고, 이븐스키와 키친스키는 게임 CD를 유통하는 퍼블리셔를 설립했습니다. 그 회사가 바로 'CD 프로젝트'입니다.

▲ ​CDPR 텍스트 한국어화에 그치지 않고 '풀 더빙'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몇 안 되는 개발사인데요. 초창기 CD 프로젝트가 흥행한 계기도 '현지화'였습니다. 바로 외국 게임을 폴란드어로 현지화해서 판매한 것이죠.

​▲ 우려 속 폴란드어로 현지화한 <발더스 게이트>가 5만 장 이상 판매되며 CD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CD 프로젝트는 이후 자체 개임 개발 스튜디오 CD 프로젝트 레드(CDPR)를 설립했고, CD 프로젝트 레드가 커지며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 CDPR은 2008년 게임 유통 플랫폼 지오지닷컴(GOG.com​)을 설립했습니다. 지오지는 오래된 좋은 게임들(Good Old Games)의 줄임말로 고전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시작했는데요. 사업 확장도 시도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고 2021​년 CDPR은 지오지닷컴이 다시 고전 명작 게임을 유통하는 처음의 방향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알렸습니다. 



▲ CDPR은 심각한 '크런치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런치는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 주말 근무 등 초과 근무 행위를 일컫는 IT 업계의 은어입니다.

▲ 2017년 온라인 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에 CDPR의 크런치 문화를 비판하는 전 직원들의 글이 올라와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CDPR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놓았고, <사이버펑크 2077>이 계획대로 제작 중이라 전했는데요. "침묵은 위대한 게임을 만드는 비용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마무리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이후 CDPR은 <사이버펑크 2077> 출시를 앞둔 2020년 10월에도 크런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외신 블룸버그의 제이슨 슈라이어는 다수의 CDPR 직원과 만나  "개발자들이 몇 달 동안 주 6일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E3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크런치 모드로 일했다"고 보고했습니다.

​▲ 논란이 일자 아담 바도스키(Adam Badowski) CDPR 스튜디오 헤드는 트위터에 "지난 6주는 우리에게 마지막 스퍼트였다"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추가 근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회사 연수익 10%를 직원에게 분배할 것"이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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