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GIGDC2023] 전화기 하나로 건너편 호텔에서 일어나는 살인을 막아라!

그리던 (신동하) | 2023-10-17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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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디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이하 GIGDC)가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GIGDC는 한국콘텐츠협회와 게임개발자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게임 공모전입니다. 수상자에는 '대상'의 수상자에게는 500 만원의 상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됩니다. 그렇기에 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게임은 '국가대표 인디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TIG에서는 올해 GIGDC에서 수상한 스무 곳의 개발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개발자는 '염정우' 개발 총괄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GIGDC에 탈락했던 염정우 총괄은 다이얼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건너편 호텔의 살인사건을 막는 게임 <랜드라인>을 개발하여 이번 GIGDC에서 제작부문 대학부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창>, <패닉 룸>, <디파티드>, <아이리시 맨> 등 서스펜스 스릴러 명작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와 사건 사이에 거리를 두고 오직 '전화기'로만 소통하게 한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게임명: <랜드라인>

개발사: 염정우
장르: 퍼즐
플랫폼: PC

게임소개: 오직 다이얼 전화기만을 활용하여 건너편 호텔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막는 게임입니다. 살인마가 그의 타겟을 보고 있을 때 같은 층에 목격자가 없다면 살인을 자행합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호텔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살인마를 방해해야 합니다. 


호텔에 있는 사람들은 플레이어의 전화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데요. 이러한 점을 이용해 호텔 직원에게 룸 서비스를 요청하거나, 투숙객들에게 로비로 나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범인이 1층에 있는데, 범인의 타겟이 2층에서 1층으로 가려고 한다면, 플레이어는 2층에 있는 범인에게 전화를 걸어 1층으로 가는 것을 막는 방식입니다.


수상경력

- 2023 GIGDC 제작부문 대학부 동상​




Q. 자기 소개 및 수상작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염정우 총괄: 안녕하세요. 염정우입니다. 전화기로 살인 사건을 막는 게임 <랜드라인>으로 올해 GIGDC 제작부문 대학부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랜드라인>은 로터리 다이얼 전화기로 살인 사건은 막는 게임이에요. 플레이어는 길 건너편 호텔의 살인마를 방해해야 해요. 호텔은 두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살인마가 그의 타겟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같은 층에 목격자가 없다면 사건이 일어나게 돼요. 그래서 전화를 걸어 1층에 있던 호텔 직원을 2층으로 보내거나, 살인마가 반대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하죠.



Q. 수상 이후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염정우 총괄: 대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밴드 활동도 하면서 새 게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워크룸 프레스에서 출간된 <게임: 행위성의 예술>이라는 책을 대학 친구에게 선물받아 읽고 있는데, 게임이라는 매체에 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다음 게임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명확한 틀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사진 촬영과 관련된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있어요. 이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플롯이나 설정을 가져온 것은 아니고요. 이 소설이 세상을 탐구하며 보여준 섬세함을 게임으로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인디게임의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A. 염정우 총괄: 어린 시절부터 보드 게임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과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 초등학교 3학년 즈음, 무작정 파워포인트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파워포인트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만들 수 있는 게임의 종류는 한정적이었지만, 그 제한 내에서 생각해가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더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2018년에 개발한 <원 불렛>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일곱 편의 게임을 출시했어요. 게임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문학, 영화,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매체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어요.



<랜드라인>을 개발한 염정우 총괄


Q. <랜드라인>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어요?


A. 염정우 총괄: 지난해에 <언더라이너>라는 퍼즐 게임을 출시했어요. <언더라이너>는 조너선 블로우의 <더 위트니스>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다양한 규칙이 적용된 롤리팝 사탕 사이로 탄환의 궤도를 미리 설정한 뒤 총알을 발사하는 게임이었어요. 각각의 퍼즐마다 여러 개의 사탕이 설치되어 있는데, 총알 한 발에 모든 사탕을 맞춰서 활성화 시켜야 해요 여러 번 맞춰야 하는 사탕도 있고, 순서에 따라 맞춰야 하는 사탕도 있고요. 이런 규칙들을 염두에 두고 탄환의 궤적을 설정하며 퍼즐을 푸는 게임이었어요.


완성된 게임은 나름 마음에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퍼즐 하나 하나의 디자인에 있어서 다른 퍼즐 게임들을 많이 참고했다보니 뭔가 너무 많이 빌려온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제 독창성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랜드라인>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 아이디어는 2년 전에 처음 떠올린 것인데, 어떻게 게임으로 제작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프로토타입을 끊임없이 만들어보다가 지금의 <랜드라인>을 만들게 되었어요.



Q. <랜드라인> 개발 과정 중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A. 염정우 총괄: 다이얼 전화기의 구현이 조금 어려웠어요. 단순히 버튼을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이얼을 마우스로 돌려서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제가 찾아본 게임 중에서는 다이얼 전화기가 구현된 게임이 거의 없어서 레퍼런스를 삼기도 어려웠고요. 특히, 다이얼 각도를 정확히 계산해서 실제 전화기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골치아팠고요. 요즘은 다이얼 전화기 사용법을 아는 사람이 적어서 사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도 따로 제작해야 했어요.



Q. <랜드라인>을 개발할 때 참고했던 게임이 있을까요?


A. 염정우 총괄: 제가 좋아하는 게임 중에 디컨스트럭팀의 <슈퍼컨티넌트 LTD>라는 것이 있어요. 전화기를 매개로 진행되는 독특한 내러티브 게임이에요. 게임은 여러 인물의 전화번호를 하나씩 알아가며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야 해요. 전화기는 게임의 주된 요소이긴 했지만, 전화기 자체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않아요. 그저 대화를 시작하는 수단이나 이야기를 한 장씩 넘치는 장치에 머무는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더 나아가서 전화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고, 그게 바로 <랜드라인>이에요.



Q. 그렇다면 반대로 <랜드라인>만의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인가요?


A. 염정우 총괄: 제가 세상의 모든 게임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 비슷한 게임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랜드라인>은 최대한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예요. 대부분의 게임과는 달리 <랜드라인>은 플레이어를 게임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뜨려 오직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공간의 단절이 <랜드라인>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랜드라인>을 보면 '다이얼 전화기'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메인 이미지로 '다이얼 전화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염정우 총괄: 먼저 다이얼 전화기가 주는 고전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동시에 다이얼 전화기를 돌리는 과정이 버튼식 전화기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개성있고 감각적으로 느껴졌고요. 다이얼 전화기의 외형만 가져와서 버튼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좀 더 개성있는 게임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전화기처럼 다이얼을 직접 돌리는 방식을 택했어요. 동시에 플레이어가 더 신중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고 싶기도 했고요. 



Q. 전화를 이용해 상황을 지휘한다는 점이 독특해요. 이런 구조를 만들어낸 이유가 있을까요?


A. 염정우 총괄: 대부분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어떤 상황 속의 캐릭터를 조작해야 합니다. 그게 전장의 병사가 되기도 하고요. 테트리스 블록이 되기도 하고요. 거리를 활보하는 범죄자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프랭크 란츠는 "대부분의 게임은 캐릭터가 3차원 공간을 움직이며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답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나 동시에 정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지만 상황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간접적인 영향만 줄 수 있는 <랜드라인>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Q. 영화 <이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하셨어요. <랜드라인>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나요?


A. 염정우 총괄: <기생충>을 계기로 영화에 대해 이전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카데미 수상작들과 후보작들을 쭉 관람하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인 히치콕 감독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50편이 넘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중에서 <이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독특한 설정 때문이에요. <이창>에서 주인공은 집 안에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 창 밖을 봐요. 그러다가 살인 사건으로 보이는 일을 목격하게 되면서 영화의 긴장감있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요. 매우 제한적인 공간적 배경에서 엄청난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것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창밖으로 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점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Q. <이창>외에 영감을 받은 다른 작품이 있을까요?


A. 염정우 총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패닉 룸>에서도 영향을 받았어요. 이 영화 역시 '뉴욕 한가운데에 있는 저택'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화려한 영상미가 기억에 남아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나 <아이리시 맨>에서는 범죄 영화의 분위기와 특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요. 조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랜드라인>의 살해 장면은 <디파티드>에서 따온 거예요.



Q. GIGDC에서 동상을 수상하셨어요.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염정우 총괄: 몇 년 전부터 간절히 받고 싶었던 상이어서 정말 기뻐요. 제 게임의 가치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심사위원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이 순간을 오래도록 돌아볼 것 같아요.


GIGDC 부상 중에는 '도쿄 게임쇼 참가 자격'도 있어서 다녀올 수 있었어요. 세계 각국에서 모인 게임 제작자들로부터 느껴지는 열정 덕분에 지쳤던 마음을 극복하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 여정에 함께 한 다른 수상자분들과 게임에 관해 깊이 이야기할 수도 있었고요. 제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눈부신 순간 중 하나였어요.


예비 접수자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출품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사실 작년과 재작년에는 탈락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기록마저도 뿌듯함을 주거든요.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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