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GIGDC2023] 기숙사 물건들로 리듬게임을 만든 여고생들

그리던 (신동하) | 2023-10-19 13: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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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디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이하 GIGDC)가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GIGDC는 한국콘텐츠협회와 게임개발자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게임 공모전입니다. 수상자에는 '대상'의 수상자에게는 500 만원의 상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됩니다. 그렇기에 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게임은 '국가대표 인디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TIG에서는 올해 GIGDC에서 수상한 스무 곳의 개발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팀은 'HBB'입니다. 경기 게임마이스터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우수안' 팀장과 '신예린' 팀원은 일상 속 소리를 활용한 리듬게임 <라이프 인 뮤직>을 개발하여 올해 GIGDC 제작부문 중고등부 금상을 받았습니다. 


이 두 짝꿍은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기도 합니다. 게임 속 음악을 제작할 때에는 녹음용 마이크를 기숙사로 들고 와서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만지고 두드려가며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우수안 팀장은 "이제까지 개발한 것들 중에 가장 애정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말도 많고 꿈도 많은 두 여고생은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까요?







게임명: <라이프 인 뮤직>

개발사: HBB

장르: 퍼즐 리듬 게임

플랫폼: PC


게임소개:​ 취업 준비생인 주인공이 음악으로 우울한 감정을 극복한다는 내용입니다. 플레이어는 과거에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며 사진 속 오브젝트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채보 노트를 활용하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일상의 풍경을 보며 박자를 외우고 마우스와 스페이스바로 리듬을 따라 치는 방식입니다. 미완성인 곡에 화음을 차곡차곡 쌓아 음악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수상경력

- 2023 GIGDC 제작부문 중고등부 금상





Q. 자기 소개 및 수상작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A. 우수안 팀장: 안녕하세요. 저는 팀 HBB의 팀장 우수안입니다.


신예린 팀원: 저는 신예린이에요. 게임 속 등장하는 모든 곡은 제가 쓴 거예요.


<라이프 인 뮤직>은 스토리 기반의 힐링 리듬게임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한 고등학생이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자신의 음악스타일이 입시체제에 맞는 스타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자퇴하게 돼요. 이후 공무원을 준비하지만 몇 년 째 시험에 붙지 못해서 우울해 지고 마는데요. 우연히 어릴 적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속 추억을 발견하고, 그 사진들과 음악을 결합하여 우울한 마음을 극복하는 게 목표입니다.


메인 메뉴 화면이자 주인공의 방 화면에서 사진을 눌러 스테이지를 정할 수 있고요. 스테이지 안에서는 간단히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스페이스 바를 눌러 리듬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요.



Q. 게임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 특별한 사건이나 사연이 있나요?


A. 우수안 팀장: 원래 중학생 때는 제과제빵사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버워치>와 <발로란트>를 알게 되었고, 그 둘을 하면서 재미도 많이 느끼고 스트레스도 많이 푼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문득 제가 사랑하는 이 게임은 누가 어떻게 만든건지 궁금해졌고, 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제가 만든 게임을 누군가가 플레이하고 재미를 느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로를 정하게 되었죠.



Q. 'HBB'의 팀원 둘은 어떻게 처음 만났어요?


A. 우수안 팀장: 1학년 때까지는 같은 방도 아니고, 같은 반도 아니어서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학년 막바지에 함께 밥을 먹게 되었는데요. 밥 먹으면서 대화도 많이 하다 보니 친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새벽에 예린이의 기숙사 방에 몰래 놀러가서 놀기도 하고요. 야자 시간에도 함께 작업하기도 했어요. 이후 2학년 때 게임 개발동아리를 함께 하게 되면서 단짝이 되었고요. 같이 방을 쓰자고 정했고 자연스럽게 졸업작품도 같이 만들었어요.



Q. 룸메이트이기에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A. 우수안 팀장: 밤마다 자유롭게 회의할 수 있었던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 때나 회의를 할 수 있으니, 자기 전에 누워서도 이야기할 때가 많았는데요. 저희가 워낙 친하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다른 방향으로 새기도 했어요. 그것을 제외하면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라이프 인 뮤직>의 메인 콘셉트 자체가 방에서 수다를 떨다가 나온 이야기들이기도 하고요.



<라이프 인 뮤직>을 개발한 'HBB'의 우수안 팀장과 신예린 팀원


Q. <라이프 인 뮤직>은 절망에 빠진 취업준비생이 음악을 통해 활기를 되찾는다는 내용이에요. 이런 주인공과 스토리 설정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어요?


A. 우수안 팀장: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회의를 거쳤는데요. 결국에는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우울을 극복한다는 스토리를 큰 틀로 삼았어요. 그리고 개발을 시작하던 당시는 저희가 취업 준비로 한창 힘들 때였어요. 그래서 취업 준비생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생각을해서 주인공을 취업 준비생으로 설정을 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악기를 쭉 배워와서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상태였고, 예린이는 작곡을 공부하고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이라는 요소가 들어갔고요.



Q.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듬게임은 매니아 층이 많이 즐기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잖아요. <라이프 인 뮤직>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아요. 


A. 우수안 팀장: 매니악한 게임도 좋지만, 저희는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라이프 인 뮤직>은 스트레스를 크게 주지 않는 게임이 되어야 했고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발전하게 된 것 같아요.



Q. <라이프 인 뮤직>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A. 우수안 팀장: 리듬 게임을 만드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확장성있게 코드의 구조를 짜는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초기에는 게임의 틀을 짜는 게 문제였고요. 이후에는 리듬게임 에디터를 직접 만들면서 에디터프로그래밍도 배웠고요.


신예린 팀원: 저희 둘은 모두 게임개발과에서 개발을 전공하고 있어요. 그래서 두 명이서 기획부터 작곡까지 모두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작곡은 저 혼자 연습한 거였고요. 팀장인 수안이는 아트를 제대로 그려본 적도 없었어요. 그래도 게임 리소스들을 하나 둘 그리면서 실력이 점점 늘었고요. 기획 회의는 저희가 기숙사 룸메이트다 보니 밤마다 진행할 수 있었어요. 고생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뿌듯해요.



Q. <라이프 인 뮤직>을 만들 때 어떤 게임을 참고했나요?


A. 우수안 팀장: 여러 리듬게임을 분석했는데요. 채보가 내려오는 게임은 피하면서 찾아봤어요. 새로운 걸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 중에 생각나는 건 닌텐도의 <리듬세상>이에요. 사물을 이용해서 리듬을 진행하는 게 너무 와닿았거든요. 그때, 일상 생활의 소리들로 음악을 연주하는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고, 비슷한 게임을 만들자고 기획의 방향성이 잡혔어요. 이후로 실제 녹음용 마이크를 기숙사로 들고 와서 사물함 속 물건들을 전부 두드려 가며 하나씩 가상 악기 샘플로 만들었고요. 그것들로 곡을 작곡했어요.



Q. 반대로 <라이프 인 뮤직>만이 가진 독창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요?


A. 우수안 팀장: 유저가 원하는대로 음악을 만들어나가며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거예요. 일반적인 리듬게임은 완성된 음악으로 게임을 진행하는데요. <라이프 인 뮤직>은 피아노, 드럼, 기타 등의 요소들을 유저가 원하는 순서대로 쌓아나가고요. 그걸로 하나의 음악을 완성시킬 수 있어요. 






Q. 외부 리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우수안 팀장: 저희만의 색이 담긴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회사로 취업을 나가게 되는데요. 그 전에 마지막으로 애정을 가득 담아서 저희만의 특색이 녹아든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작권 문제도 있었고요. 


직접 리소스를 전부 만드니 지금까지 만들었던 게임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요. 물론 <라이프 인 뮤직>의 모든 부분을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스테이지 1의 아트인 것 같아요. 제가 아트를 할 때 제일 처음 그린 거거든요. 해당 그림에는 개복치가 나오는데요. 그 물고기가 귀여워서 좋아요.



Q. <라이프 인 뮤직>의 기획서에는 '노션'을 통해 프로젝트를 관리했다고 쓰여있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어요?


A. 우수안 팀장: 처음 브레인스토밍은 'Miro'라는 협업툴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달력으로 일정 관리를 하고, 리스트로 업무를 분담하고 기록하는 것은 노션이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무할 때 꼭 노션을 켜두고 일을 마칠 때마다 노션에 작성했어요. "기록을 미루지 마라"는 원칙에 따라서 회의나 멘토링이 끝나고도 바로 바로 작성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페이지가 1000개 넘게 쌓였네요.


작성한 페이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토리 기획 회의록이에요. <라이프 인 뮤직>은 음악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게임이어서 모든 요소마다 스토리가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저희 둘 모두 기획자가 아니었고요. 평소 스토리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짜 녹여내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하니 이후로는 술술 풀리더라고요.



Q. 수상작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나요?


A. 우수안 팀장: 수상 이후에 인게임 스토리와 리듬게임을 진행할 때 시각적인 요소, 디테일 등등을 추가로 개발했어요. <라이프 인 뮤직>을 다시 보는데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부 아트는 아예 전면 수정했어요.


스토리 부분도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선택 형식으로 바꾸었고요. 예전에는 판정을 UI로 볼 수 없었는데, 판정도 추가하고 퍼펙트 클리어도 넣었어요. 그러다보니 리듬의 맛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현재 75~80%는 개발되었어요. 올해 지스타 전시회까지 스테이지 3을 추가로 만들어서 완성시킬 예정이에요.




(출처: <라이프 인 뮤직> 요약 기획서)



Q. 수상 이후 'HBB'의 근황을 알려주세요.


A. 우수안 팀장: 사실 <라이프 인 뮤직>은 저희 HBB 팀의 졸업작품인데요. 지난 9월 말에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진시를 했어요. 모든 손님들이 재미있게 플레이 해주시고, 특히 아린아이들이 좋아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어떤 학부모님은 게임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메일로 보내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개발한 게임을 타인이 플레이한다는 점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결실을 맺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반응이 좋으면 언제나 행복하고요!


그리고 이번 달에는 첫 출근을 했어요. 학교 외에 다른 곳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 설레요. 그런데 생각보다 직장인은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출근길이 가장 힘들어요. 매일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와 사람이 엄청 많은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는데, 덩치가 작아서인지 몸이 붕 뜰 때도 있고요. 아예 타지 못한 적도 많아요. 그래도 학교보다 자유로은 환경에서 코딩하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출근한지 한 달도 안돼서 회사 사람들과는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얼른 적응해서 친해지고 싶어요!


예린이와 저는 각자 다른 회사에 취직하게 되어서 HBB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어요. 그래도 가끔은 볼 거예요.



Q. GIGDC에서 금상을 수상하셨어요.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우수안 팀장: 사실 저희가 수상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서로 의지하면서 저희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제작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도움을 주신 교내 선생님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수상자 멘토링이 정말 좋아요. 현재 저와 예린이 둘 다 참여하고 있는데요. 내용이 굉당히 흥미롭거든요. 저는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계신 박준후 멘토님의 수업을 듣고 있어요. 저희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한 회사의 대표님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요. 존경하던 분들을 실제로 뵈니 너무 재미있어요. 상금은 따로 쓰진 않을 것 같아요. 자취를 시작하려면 열심히 아껴야 하거든요!


여러분도 겁내지 말고 무조건 도전해보세요! 일년에 딱 한 번씩만 있는 기회잖아요. 저도 고등학교 3년 내내 제작부로 제출을 했었어요. 그때마다 수상여부와는 관계 없이 더 성장하는 것을 느꼈고요. 올해는 결과까지 좋아서 너무 뿌듯하고 날아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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