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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게임위와 스팀 미심의게임,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자

우티 (김재석 기자) | 2020-06-04 17:48:08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평어체로 썼음을 밝힙니다.

무슨 일들이야?

 

2일 일부 해외 업체로부터 한국에 서비스 중인 게임에 대해 심의를 받지 않았을 경우 게임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스팀에서 통보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등급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도 서비스는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불법게임물이 돼서 처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거야.

 

 

등급분류? 불법게임물?

 

영화, TV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전체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처럼 등급을 구분해야 해. 한국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되는 게임은 '불법게임물'로 규정돼. (제32조) 이걸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돼. (제44조)

 

문화체육관광부 아래에서 이 등급분류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은 게임물관리위원회야. 정확히 말하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과 아케이드게임물 심의만 담당하고 있어. 전체이용가 및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은 이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라는 완전 민간기구가 심의하지.

 

모바일게임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자율심의로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 본다면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물은 모두 등급심의를 받아 적절한 연령대에 서비스를 하고 있지. 단 이를 법령으로 규정한 나라는 극히 일부야.

 

[update: 06-05 12:25]

애플은 iOS의 별도 등급분류 시스템을 사용하고, 구글은 구글플레이의 별도 등급분류를 진행해오다가, IARC를 사용해.

 

미국, 유럽, 일본도 게임을 서비스할 때 등급분류 심의를 해.​ ('페기 씩스틴'하는 아저씨 목소리 알지?) 지역마다 사정이 조금 다른데, 유럽의 PEGI랑 미국의 ESRB는 민간주도의 공공기관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하지만 심의를 받지 않으면 사실상 유통이 불가능해. 대리점이나 소매점에서 취급을 아예 안하기 때문이지. 심지어 소송도 각오해야하지. (알지? 미국은 소송의 천국이라는 거)

 

일본의 CERO도 게임사들이 만든 민간기구지만 지방 자치단체에서 구속력을 발휘하는 편이야. 그외에 단체 내부의 처분도 꽤 강력하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심의를 받지 않으면 유통이 거의 불가능해. 이런 상황에서 "왜 한국만 법적인 제재를 가하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자율적인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

 

'페기 씩스틴'


그럼 스팀에 올라가던 게임들은 죄다 '불법게임물'이라는 거야?

 

스팀에 올라갔는데 등급분류를 안 받았다? 그럼 일단 법적으로는 불법이 맞아. (혹여나 그런 게임을 플레이한 이력이 있다고 벌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죄다'까지는 아니야.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중 대형 게임사의 AAA급 타이틀은 대체로 '불법게임물'이 아니야.​ 그런 게임은 한국 내 유통사를 통해서 심의를 받은 케이스가 많아. 한국 법인이 있는 회사들 게임도 등급분류를 잘 받고 있지.

 

또 작년에 하나의 게임을 플랫폼마다 따로 심의받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 개선됐어. 이미 다른 플랫폼 등급분류를 받았으면, 스팀에서 등급분류를 따로 받지 않아도 돼.

 

관련기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 기종별 심의 폐지 (바로가기)

[update: 06-04 18:19]

다른 플랫폼 심의가 면제되려면 PC판으로 심의를 받아야 해. 모바일 버전으로 심의를 받으면, PC 버전으로 다시 심의를 받게 돼.

 

 

그래서 어떤 게임이 내려가는데?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물어보니까 '국내 시장 유통을 목적으로 한 스팀 게임' 중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들이 제재 대상이야. 그런데 스팀은 세계적인 플랫폼이잖아? '국내 시장 유통'을 특정할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위원회는 그 기준으로​ ⓐ 한국어화 여부 ⓑ​ 다운로드 수 ⓒ 사용자 수를 제시했어.​ 

 

저 기준을 바탕으로 예를 들어보자. <스타듀밸리>는 스팀에서 절찬리에 서비스 중이지. 한국 유저들도 무지 많고. 작년부터는 공식 한국어도 지원하고 있어. 그런데 한국에서 등급 분류는 받지 않았거든.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거야.

 

 

또 요즘 뜨는 <마운트 & 블레이드 2: 배너로드>. 나도 재밌게 했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어. 카페에서 회원들이 한국어 패치 만들어서 적용한 다음에 즐기고 있지? 왜 <배너로드>에 한패 넣다가 뻑난 사람들 많잖아. 근데 <배너로드>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어. <디스코 앨리시움>은 유저 한국어 패치를 개발사가 공식 적용하기로 했지? 그런데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서비스할 수 없어.

 

딱 잘라 말하자면, 유명한 스팀 게임인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 확인' 페이지에서 검색이 안 된다? 그럼 제재 대상이야. (바로가기) 정말 많은 해외 인디게임을 예시에 올릴 수 있겠지? 이러한 미심의 게임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밸브가 공지한 거야.

 

 

그러면 게임사는 어떻게 대응한대?


이번에도 딱 잘라 말하자면, 둘 중 하나지. ​심의를 받고 서비스를 하거나, 한국 게임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기존에는 한국의 등급심의 비용과 행정절차 문제로 많은 불만이 있었어. 이는 한국의 인디 개발사들도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던 부분이야. 그럼에도 요즘 한국의 등급분류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서 꽤 편해진 상황인 건 맞아.

 

특히 2017년에 IARC(국제등급분류연합)이라는 곳이랑 협약을 해서 여기서 등급을 획득하면 한국에서도 등급 분류를 받은 효과를 낼 수 있어. 구글의 자율등급심사가 바로 이렇게 진행되고 있거든. 이런 방식으로 해외 개발사나 플랫폼 업체가 등급을 받아.

 

스팀의 경우, 이런 과정에서 게임물 1개당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상당의 심의료를 지불해야겠지? 소규모 업체들에게는 이 돈이 부담이 되겠지만, 해외 민간기구에 비해서 금액이 높게 측정된 편은 아니라고 해. 한국의 등급 심의는 의무기 때문에, 심의료도 의무 비용이라는 차이는 있지.

 

다만 이 심의료를 게임물관리위원회에만 지불하는 건 아니야. 앞서 이야기 했지만 자율등급분류 체계가 되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성인게임과 아케이드 게임만 분류를 담당하거든. 청소년, 전체 이용가라면 별도의 민간업체에 하겠지만 스팀 정도의 플랫폼 사업자라면 자체적으로 시스템만 도입하면 되겠지.

 

thank you :)

실제로 몇몇 업체들이 한국에서 스팀 서비스를 계속하기 위해서 심의를 준비 중이야.  스팀이 자체 심의 시스템도 없고 심의를 위한 IARC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가입하지도 않았으니까. 실제로 ESRB(미국), PEGI(유럽), 게임물관리위원회(한국), USK(독일), ACB(호주) 등의 등급분류기관은 모두 IARC에 가입되어 있어.

 

게임 번역사로 이름난 바다게임즈의 임바다 대표가 최근 이 작업을 돕고 있는 거지.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어. 

 

"한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싶은 업체는 위원회가 '해라' 하면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략) 

이달 말이면 실제로 스팀에서 내려가는 게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경우의 수도 있어. 2014년에 밸브가 게임사&유통사들에게 '야, 니네 한국에서 게임 서비스하려면 뭐 따로 받아야 된대'라고 공지한 적이 있거든? 그때 <디펜더즈 퀘스트>와 <미니 메트로>가 한국에 게임을 서비스 안 하겠다고 하고 공식 적용됐던 한국어를 내려버렸어.

 

그 일로 한참 시끄러웠는데, 관심이 살짝 멀어진 뒤에 얘네들이 한국어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놔뒀어. 지금 보면 스팀 스토어에서 구매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고 말이야. 

 

말하자면 칼을 뽑아들 때는 움추려있다가, 게임위와 스팀의 레이더에서 잠시 멀어지면 다시 한국어 UI 같은 걸 '쓸 수 있도록 놔둘' 수도 있다는 거지. 한국 인디 개발자들도 심의 과정이 부담스러워서 한국어 미지원을 한 상태로 먼저 게임을 내기도 했잖아?

 

이 게임은 사실 한국어를 지원해

 

어떤 방식으로 스팀 게임이 막히는 거야? 내가 산 게임 없어져? 스팀 한국에서 섭종하는 건 아냐?

 

스팀에 입점한 업체들에게 일종의 공지가 된 걸로 보이는데,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입장문이 나온 상황은 아니야. 그러니까 아직은 어떻게 된다고 단정지을 순 없어. 이 입장문을 대략 요약하면 "스팀에서는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하지 않으니 각 개발사는 알아서 해당 서비스 국가의 등급분류를 받아라"에 가까워.

 

그렇다면 밸브가 말을 안 듣는 업체에게 어떤 제재를 가할지 가정해보자. 지금으로서는 개인의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게임을 날리기보다는 지역 락을 걸어서 새로운 유입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제재가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봐. 밸브가 기존에 구매한 게임들을 환불시켜주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희박하거든. 밸브는 스팀 라이브러리가 유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거야.

 

물론 과거 페이스북 게임처럼 아예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긴 해. 하지만 스팀이 한국에서 아예 발을 뺄 확률은 낮다고 생각해. 한국은 스팀에 있어서 아주 큰 시장이야. 스팀스파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스팀 사용률은 전 세계 10위권이야.

 

다양한 게임 플랫폼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스팀이 철수한다면 그 반발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거야. 당장 한국 메이저 게임사들도 스팀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물론 '라이브러리에 게임이 날아가거나, 밸브가 한국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밸브의 갈등은 스팀에서 한국어가 지원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어. 이 10년의 역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게.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보자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스팀을 서비스 중인 밸브에게 "너희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준비하라"고 바통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어.

 

 

밸브의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던데 왜 그런 거야?

 

요약하자면 한국에서 게임 플랫폼 사업자를 하려면 법을 따라야 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로 무시만 하고 있다는 거지. 스팀에 입점한 게임들이 한국에서 서비스되려면 밉든 곱든 한국 현행 법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야.

 

자율심의제도라는 게 있어. 기존 등급분류 시스템으로는 담을 수 없는 영역이 계속 나오니까 민간에게 심의 권한을 주는 거야. 구글, 애플, 소니, MS가 (게임물관리위원회 바깥의) 자율심의를 하고 있고, 에픽게임즈와 닌텐도가 자율심의 사업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

 

게임위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 중 99%가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진행한 자율심의 게임이야. (물론 여기에 스팀 게임은 빠졌겠지?) 밸브는 위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한국 법인이 없고, 자율심의제도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어.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밸브가 한국에만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지 냉정하게 따질 시점이긴 해.

 

중국에는 '스팀 차이나'를 만들었듯 한국에서 '스팀 코리아'를 만들까? 글쎄. 사안을 철저하게 밸브 입장에서 보면, 한국 시장에서 계속 장사하려고 2014년에 이어서 이번에도 안 해도 되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어.

 

스팀 게임 단속을 규제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스팀이 한국의 등급분류 체계를 우회하고 있는 거야. 심지어 이 제도가 복잡하고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구글, 애플, 삼성, SKT, KT, LGU+ 등의 업체들은 다 지키고 있어. 최근 후발주자로 뛰어든 에픽게임즈도 법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스팀만 그레이 존에서 이리저리 회피 중인 상황인 셈이야.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격도 얻고 세금도 내면서 장사하는데 왜 스팀만 토스(Toss) 결제 지원처럼 자기들 유리한 것만 추가하고 책임은 안 지느냐"라고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지. 스팀이 한국에서 떳떳하게 장사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야. 지사를 내고 자율심의 사업자가 되면, 스팀이 10년 째 겪던 특별한 문제는 사라지는 셈이거든.

 

그런데 스팀은 위에서 말한 IARC 가입도 안하고 자체적인 등급분류 체계도 없어. 계속 우리는 유통업체가 아닌 게임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여기에는 세금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얽혀있는데. 너무 복잡하고, 직접적인 내용도 아니니까 일단 넘어갈게!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팀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단해. 실질적으로 게임을 유통하고 있음에도 명확하게 세금도 내고, 실정법도 지켜가고 제대로 유통 서비스(심의 등)도 해야 하지만 안 하고 있단 거야.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

 

이 문제는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는 한국 게이머에게 분명 큰 일이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중요해. 어떤 게이머들은 발빠르게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하고 거기에 동참했어. 내 생각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야.

 

하나는 관련 법을 수정해서 등급분류 시스템을 더 쉽고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거고, 두 번째는 스팀이 IARC에 가입하거나 자율등급심사 체계를 마련해서 스스로 등급분류를 해주면 돼. 하지만 이 두 개 모두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나는 등급분류제도 자체를 유연하게 고치는 데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등급분류제도 자체는 쉽고 유연한 방향으로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이를 더 빠르게 가속하려면 21대 국회에서 다루어질 게임법 전부개정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겠지. (계속)

 

이해를 돕기 위해 평어체로 썼음을 밝힙니다.

무슨 일들이야?

 

2일 일부 해외 업체로부터 한국에 서비스 중인 게임에 대해 심의를 받지 않았을 경우 게임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스팀에서 통보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등급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도 서비스는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불법게임물이 돼서 처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거야.

 

 

등급분류? 불법게임물?

 

영화, TV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전체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처럼 등급을 구분해야 해. 한국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되는 게임은 '불법게임물'로 규정돼. (제32조) 이걸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돼. (제44조)

 

문화체육관광부 아래에서 이 등급분류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은 게임물관리위원회야. 정확히 말하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과 아케이드게임물 심의만 담당하고 있어. 전체이용가 및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은 이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라는 완전 민간기구가 심의하지.

 

모바일게임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자율심의로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 본다면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물은 모두 등급심의를 받아 적절한 연령대에 서비스를 하고 있지. 단 이를 법령으로 규정한 나라는 극히 일부야.

 

[update: 06-05 12:25]

애플은 iOS의 별도 등급분류 시스템을 사용하고, 구글은 구글플레이의 별도 등급분류를 진행해오다가, IARC를 사용해.

 

미국, 유럽, 일본도 게임을 서비스할 때 등급분류 심의를 해.​ ('페기 씩스틴'하는 아저씨 목소리 알지?) 지역마다 사정이 조금 다른데, 유럽의 PEGI랑 미국의 ESRB는 민간주도의 공공기관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하지만 심의를 받지 않으면 사실상 유통이 불가능해. 대리점이나 소매점에서 취급을 아예 안하기 때문이지. 심지어 소송도 각오해야하지. (알지? 미국은 소송의 천국이라는 거)

 

일본의 CERO도 게임사들이 만든 민간기구지만 지방 자치단체에서 구속력을 발휘하는 편이야. 그외에 단체 내부의 처분도 꽤 강력하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심의를 받지 않으면 유통이 거의 불가능해. 이런 상황에서 "왜 한국만 법적인 제재를 가하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자율적인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

 

'페기 씩스틴'


그럼 스팀에 올라가던 게임들은 죄다 '불법게임물'이라는 거야?

 

스팀에 올라갔는데 등급분류를 안 받았다? 그럼 일단 법적으로는 불법이 맞아. (혹여나 그런 게임을 플레이한 이력이 있다고 벌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죄다'까지는 아니야.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중 대형 게임사의 AAA급 타이틀은 대체로 '불법게임물'이 아니야.​ 그런 게임은 한국 내 유통사를 통해서 심의를 받은 케이스가 많아. 한국 법인이 있는 회사들 게임도 등급분류를 잘 받고 있지.

 

또 작년에 하나의 게임을 플랫폼마다 따로 심의받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 개선됐어. 이미 다른 플랫폼 등급분류를 받았으면, 스팀에서 등급분류를 따로 받지 않아도 돼.

 

관련기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 기종별 심의 폐지 (바로가기)

[update: 06-04 18:19]

다른 플랫폼 심의가 면제되려면 PC판으로 심의를 받아야 해. 모바일 버전으로 심의를 받으면, PC 버전으로 다시 심의를 받게 돼.

 

 

그래서 어떤 게임이 내려가는데?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물어보니까 '국내 시장 유통을 목적으로 한 스팀 게임' 중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들이 제재 대상이야. 그런데 스팀은 세계적인 플랫폼이잖아? '국내 시장 유통'을 특정할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위원회는 그 기준으로​ ⓐ 한국어화 여부 ⓑ​ 다운로드 수 ⓒ 사용자 수를 제시했어.​ 

 

저 기준을 바탕으로 예를 들어보자. <스타듀밸리>는 스팀에서 절찬리에 서비스 중이지. 한국 유저들도 무지 많고. 작년부터는 공식 한국어도 지원하고 있어. 그런데 한국에서 등급 분류는 받지 않았거든.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거야.

 

 

또 요즘 뜨는 <마운트 & 블레이드 2: 배너로드>. 나도 재밌게 했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어. 카페에서 회원들이 한국어 패치 만들어서 적용한 다음에 즐기고 있지? 왜 <배너로드>에 한패 넣다가 뻑난 사람들 많잖아. 근데 <배너로드>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어. <디스코 앨리시움>은 유저 한국어 패치를 개발사가 공식 적용하기로 했지? 그런데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서비스할 수 없어.

 

딱 잘라 말하자면, 유명한 스팀 게임인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 확인' 페이지에서 검색이 안 된다? 그럼 제재 대상이야. (바로가기) 정말 많은 해외 인디게임을 예시에 올릴 수 있겠지? 이러한 미심의 게임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밸브가 공지한 거야.

 

 

그러면 게임사는 어떻게 대응한대?


이번에도 딱 잘라 말하자면, 둘 중 하나지. ​심의를 받고 서비스를 하거나, 한국 게임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기존에는 한국의 등급심의 비용과 행정절차 문제로 많은 불만이 있었어. 이는 한국의 인디 개발사들도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던 부분이야. 그럼에도 요즘 한국의 등급분류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서 꽤 편해진 상황인 건 맞아.

 

특히 2017년에 IARC(국제등급분류연합)이라는 곳이랑 협약을 해서 여기서 등급을 획득하면 한국에서도 등급 분류를 받은 효과를 낼 수 있어. 구글의 자율등급심사가 바로 이렇게 진행되고 있거든. 이런 방식으로 해외 개발사나 플랫폼 업체가 등급을 받아.

 

스팀의 경우, 이런 과정에서 게임물 1개당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상당의 심의료를 지불해야겠지? 소규모 업체들에게는 이 돈이 부담이 되겠지만, 해외 민간기구에 비해서 금액이 높게 측정된 편은 아니라고 해. 한국의 등급 심의는 의무기 때문에, 심의료도 의무 비용이라는 차이는 있지.

 

다만 이 심의료를 게임물관리위원회에만 지불하는 건 아니야. 앞서 이야기 했지만 자율등급분류 체계가 되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성인게임과 아케이드 게임만 분류를 담당하거든. 청소년, 전체 이용가라면 별도의 민간업체에 하겠지만 스팀 정도의 플랫폼 사업자라면 자체적으로 시스템만 도입하면 되겠지.

 

thank you :)

실제로 몇몇 업체들이 한국에서 스팀 서비스를 계속하기 위해서 심의를 준비 중이야.  스팀이 자체 심의 시스템도 없고 심의를 위한 IARC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가입하지도 않았으니까. 실제로 ESRB(미국), PEGI(유럽), 게임물관리위원회(한국), USK(독일), ACB(호주) 등의 등급분류기관은 모두 IARC에 가입되어 있어.

 

게임 번역사로 이름난 바다게임즈의 임바다 대표가 최근 이 작업을 돕고 있는 거지.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어. 

 

"한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싶은 업체는 위원회가 '해라' 하면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략) 

이달 말이면 실제로 스팀에서 내려가는 게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경우의 수도 있어. 2014년에 밸브가 게임사&유통사들에게 '야, 니네 한국에서 게임 서비스하려면 뭐 따로 받아야 된대'라고 공지한 적이 있거든? 그때 <디펜더즈 퀘스트>와 <미니 메트로>가 한국에 게임을 서비스 안 하겠다고 하고 공식 적용됐던 한국어를 내려버렸어.

 

그 일로 한참 시끄러웠는데, 관심이 살짝 멀어진 뒤에 얘네들이 한국어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놔뒀어. 지금 보면 스팀 스토어에서 구매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고 말이야. 

 

말하자면 칼을 뽑아들 때는 움추려있다가, 게임위와 스팀의 레이더에서 잠시 멀어지면 다시 한국어 UI 같은 걸 '쓸 수 있도록 놔둘' 수도 있다는 거지. 한국 인디 개발자들도 심의 과정이 부담스러워서 한국어 미지원을 한 상태로 먼저 게임을 내기도 했잖아?

 

이 게임은 사실 한국어를 지원해

 

어떤 방식으로 스팀 게임이 막히는 거야? 내가 산 게임 없어져? 스팀 한국에서 섭종하는 건 아냐?

 

스팀에 입점한 업체들에게 일종의 공지가 된 걸로 보이는데,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입장문이 나온 상황은 아니야. 그러니까 아직은 어떻게 된다고 단정지을 순 없어. 이 입장문을 대략 요약하면 "스팀에서는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하지 않으니 각 개발사는 알아서 해당 서비스 국가의 등급분류를 받아라"에 가까워.

 

그렇다면 밸브가 말을 안 듣는 업체에게 어떤 제재를 가할지 가정해보자. 지금으로서는 개인의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게임을 날리기보다는 지역 락을 걸어서 새로운 유입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제재가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봐. 밸브가 기존에 구매한 게임들을 환불시켜주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희박하거든. 밸브는 스팀 라이브러리가 유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거야.

 

물론 과거 페이스북 게임처럼 아예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긴 해. 하지만 스팀이 한국에서 아예 발을 뺄 확률은 낮다고 생각해. 한국은 스팀에 있어서 아주 큰 시장이야. 스팀스파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스팀 사용률은 전 세계 10위권이야.

 

다양한 게임 플랫폼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스팀이 철수한다면 그 반발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거야. 당장 한국 메이저 게임사들도 스팀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물론 '라이브러리에 게임이 날아가거나, 밸브가 한국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밸브의 갈등은 스팀에서 한국어가 지원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어. 이 10년의 역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게.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보자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스팀을 서비스 중인 밸브에게 "너희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준비하라"고 바통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어.

 

 

밸브의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던데 왜 그런 거야?

 

요약하자면 한국에서 게임 플랫폼 사업자를 하려면 법을 따라야 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로 무시만 하고 있다는 거지. 스팀에 입점한 게임들이 한국에서 서비스되려면 밉든 곱든 한국 현행 법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야.

 

자율심의제도라는 게 있어. 기존 등급분류 시스템으로는 담을 수 없는 영역이 계속 나오니까 민간에게 심의 권한을 주는 거야. 구글, 애플, 소니, MS가 (게임물관리위원회 바깥의) 자율심의를 하고 있고, 에픽게임즈와 닌텐도가 자율심의 사업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

 

게임위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 중 99%가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진행한 자율심의 게임이야. (물론 여기에 스팀 게임은 빠졌겠지?) 밸브는 위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한국 법인이 없고, 자율심의제도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어.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밸브가 한국에만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지 냉정하게 따질 시점이긴 해.

 

중국에는 '스팀 차이나'를 만들었듯 한국에서 '스팀 코리아'를 만들까? 글쎄. 사안을 철저하게 밸브 입장에서 보면, 한국 시장에서 계속 장사하려고 2014년에 이어서 이번에도 안 해도 되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어.

 

스팀 게임 단속을 규제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스팀이 한국의 등급분류 체계를 우회하고 있는 거야. 심지어 이 제도가 복잡하고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구글, 애플, 삼성, SKT, KT, LGU+ 등의 업체들은 다 지키고 있어. 최근 후발주자로 뛰어든 에픽게임즈도 법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스팀만 그레이 존에서 이리저리 회피 중인 상황인 셈이야.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격도 얻고 세금도 내면서 장사하는데 왜 스팀만 토스(Toss) 결제 지원처럼 자기들 유리한 것만 추가하고 책임은 안 지느냐"라고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지. 스팀이 한국에서 떳떳하게 장사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야. 지사를 내고 자율심의 사업자가 되면, 스팀이 10년 째 겪던 특별한 문제는 사라지는 셈이거든.

 

그런데 스팀은 위에서 말한 IARC 가입도 안하고 자체적인 등급분류 체계도 없어. 계속 우리는 유통업체가 아닌 게임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여기에는 세금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얽혀있는데. 너무 복잡하고, 직접적인 내용도 아니니까 일단 넘어갈게!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팀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단해. 실질적으로 게임을 유통하고 있음에도 명확하게 세금도 내고, 실정법도 지켜가고 제대로 유통 서비스(심의 등)도 해야 하지만 안 하고 있단 거야.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

 

이 문제는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는 한국 게이머에게 분명 큰 일이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중요해. 어떤 게이머들은 발빠르게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하고 거기에 동참했어. 내 생각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야.

 

하나는 관련 법을 수정해서 등급분류 시스템을 더 쉽고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거고, 두 번째는 스팀이 IARC에 가입하거나 자율등급심사 체계를 마련해서 스스로 등급분류를 해주면 돼. 하지만 이 두 개 모두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나는 등급분류제도 자체를 유연하게 고치는 데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등급분류제도 자체는 쉽고 유연한 방향으로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이를 더 빠르게 가속하려면 21대 국회에서 다루어질 게임법 전부개정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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