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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칼럼] 데바데는 왜 ‘한국인 아이돌 살인마’를 만들었을까?

4랑해요 (김승주 기자) | 2021-03-06 16:32:15

새로운 살인마가 케이팝 아이돌 출신 살인마라구요? 왜요?

 

3월 3일, 공포 서바이벌 게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가 신규 살인마 ‘트릭스터’를 출시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과 ‘싸이코 살인마’라는 설정이 절묘하게 얽인 이색 캐릭터는 공개되자마자 화제였죠.

 

호평하는 유저도 있지만, 기존 캐릭터들과 이질감이 느껴진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내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비헤이비어 게임즈는 왜 케이팝 배경의 ‘트릭스터’를 출시했을까요? 여기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4랑해요)


케이팝 아이돌 출신 살인마 '트릭스터’


 

핵심 타깃은 케이팝 유저, 즉 서로 연결된 글로벌 라이트 게이머다

 

<데바데>는 5명이 하는 술래잡기 게임이다. 네 명의 생존자는 살인마를 피해다니며 맵을 탈출해야 한다. 게임 콘셉트가 단순해 2016년 출시 이후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스팀DB에 따르면 2020년 11월에 7만 7,590명의 동접을 기록했다.

 

<데바데>는 공포 장르인 만큼, 공포 영화와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꾸준히 유저를 늘렸다. <할로윈> 시리즈의 ‘쉐이프’나 <쏘우> 시리즈 ‘아만다 영’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제 케이팝까지 덧붙였다.

 

케이팝의 글로벌 위상은 압도적이다. 2019~2020년 이뤄진 글로벌 설문조사(아래 이미지)에 따르면 세계인 중 42.3%가 케이팝이 일반인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추정한 자체 팬덤 경제 규모는 7조 9,000억 원이다.

 

 

2021 해외한류 실태조사 (출처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팬덤이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는 손’으로 떠오른 데에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팬들의 연결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5~6년 사이 팬들은 유튜브, 트위터 등의 홍보를 통해 아티스트의 활동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광고, 굿즈 등 다양한 형태로 관련 소비를 넓혔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아이돌과 유명인 광고는 2015년 231건에서 2019년 2,166건으로 4년 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상당수 광고주는 중국인 등 해외 팬들이다.

 

글로벌 유저 확장이 목표인 <데바데> 입장에서는 케이팝 팬덤은 신규 유저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 세계 곳곳의 케이팝 팬 일부가 게임에 접속한다면, 소셜미디어의 바이럴를 타고 그와 연결된 주변의 수많은 케이팝 팬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하지만, 케이팝 캐릭터를 게임에 옮겨 놓는다고 케이팝 팬덤이 무조건 호응할 것이라고 여긴다면 순진무구한 생각이다.  

 

케이팝 팬은 바보가 아니다. 케이팝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무조건 그 게임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어설픈 케이팝 흉내나 구색 맞추기는 전 세계적인 몰매를 맞기 쉽다. 케이팝 팬들에게 긍정적 입소문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고증’이 필요하다. 또한 게임과 케이팝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중요하다.

 

‘트릭스터’와 그 주변을 들여다 보면 이를 위해 ‘특별히’ 공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 아이돌 출신 살인마는 <데바데>의 기존 살인마들과 외모부터 다르다. 괴기한 생김새를 가진 다른 살인마들과 달리 인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캐릭터 모델링도 말끔하게 나왔다는 평가다.

 

트릭스터(좌)와 기존 살인마 캐릭터 중 하나인 레이스(우)

 

또한 ‘트릭스터’(한국명 학지운)는 한국인 캐릭터인 만큼 한국어로 대사를 내뱉는다. 순수한 외국 게임임에도 더빙이 꽤 자연스럽다. 전용 퍽(능력)에서도 ‘덕통사고’라는 초월 번역이 등장한다.  

 

함께 추가된 생존자 이윤진은 학지운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프로듀서다. 단순히 캐릭터 하나를 추가한 게 아니라, 콘텐츠에 녹여내기 위해 생존 캐릭터까지 합류시켰다. 캐나다 개발사가 케이팝 아이돌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꽤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관련기사 : “K-POP 아이돌 살인마?” 인기 스팀게임 한국인 캐릭터 2개 공개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내놓은 가상의 걸그룹 ‘K/DA’도 캐릭터 고증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케이팝을 철저히 고증해 만든 ‘K/DA’의 첫 곡인 <POP/STAR>는 유튜브 조회 수 4억을 달성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잘 몰라도 ‘K/DA’는 아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라이엇은 KDA 제작을 위해 케이팝 고증에 큰 공을 들였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글로벌 대중문화의 핫 타깃이 된 케이팝
 
케이팝을 통한 마케팅으로 글로벌 인기를 끈 경우는 게임뿐만이 아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BTS’와 모델 계약을 맺은 코카콜라는 ‘BTS’ 멤버들이 인쇄된 스페셜 패키지 제품을으로 대박을 쳤다. 국내에서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팬들이 BTS 멤버가 그려진 스페셜 패키지를 모두 모으기 위해 찾아다닐 정도였다.
 
경쟁사 펩시도 반격을 선언했다. 2021년 1월 걸그룹 ‘블랙핑크’를 아시아태평양 홍보대상으로 임명하고, 블랙핑크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지하철역에 입간판 및 광고를 대거 설치에 팬들의 만족감을 올리고,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SNS를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해외 팬들은 블랙핑크가 인쇄된 지하철역에 찾아가 사진을 찍고, 한정판 펩시 제품을 구매한 후 SNS에 공유하는 등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퍼트리며 펩시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였다.

한정판 블랙핑크 펩시 (출처 : 펩시)

펩시의 전략은 특정 케이팝 아티스트 활용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 뒤편의 문화까지 연결돼 있다. 2020년 한글, 풍물놀이, 탈춤 등을 담은 모티브로 한 대한민국 컬처 에디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에디션을 모으러 다니는 외국인이 많았다. 이는 2018년 MMA에서 BTS의 매력적인 국악 퍼포먼스가 미친 영향을 연상시킨다. 이 공연 이후 세계 각국의 팬들은 퍼포먼스와 관련 영상과 자료를 검색하며 한국 문화를 배우고 공유했다.



# 한국 게임사와 가장 가까운 케이팝, 하지만...


엔씨, 넥슨, 펄어비스 등 국내 메이저 게임사는 <프로젝트 TL>,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붉은 사막> 등 콘솔게임을 개발 중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국내 모바일게임은 서구권에서는 안 통하고,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은 성장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팝은 ‘인지도 약한’ 국내 게임이 해외에 나갈 때 버스를 태워줄 수 있는 꽤 괜찮은 파트너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넷마블은 2019년 ‘BTS’를 주체로 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BTS 월드>를 출시했다. 출시 전부터 전 세계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BTS 월드>가 제공하는 독점 콘텐츠가 아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다.


후속작인 <BTS 유니버스 스토리>도 출시 2주 만에 양대 마켓 인기 순위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나며 고전했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각자 팬픽을 만들어 공유하는 ‘스토리 제작’ 모드를 내세웠는데, 아미라고 해서 모두 BTS 팬픽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관련 기사 :  BTS 유니버스 스토리, 흥행 저조의 이유는?

 

케이팝의 성공에는 한국 게임의 역할이 은근히 있었다. 빅히트 등은 유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MMORPG 개발사 출신 직원들을 뽑았고, 실제 세계관 등에서 MMORPG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빅히트는 2020년에는 박지원 전 넥슨 코리아 CEO까지 영입했다.

 
반면, 아직까지 한국 게임은 케이팝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는 드물다. 아티스트들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전 세계 케이팝 팬덤을 유인하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인기는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은 충분히 있다. 시행착오도 좋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가 그랬듯, 팬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한국 게임과 케이팝의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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