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국내 출시될 밸브의 '스팀덱', 먼저 사용해 봤습니다

4랑해요 (김승주) | 2022-08-04 0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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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에서 소포가 왔습니다. 그 구하기 어렵다는 스팀덱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성능과 확장성으로 해외 시장에서 큰 이슈가 된 밸브의 UMPC(휴대용 PC) '스팀덱'이 아시아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스팀덱을 해외 구매한 얼리 어답터와 유튜버가 있지만, 아직 국내에 스팀덱을 사용해 보지 못한 사람은 많죠. 

디스이즈게임이 스팀덱을 체험해 봤습니다. 밸브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스팀덱은 포장부터 기능까지 모두 한국에 발매할 기기와 동일한 제품입니다. 전달받은 스팀덱 사양은 아래에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충전 어댑터는 110V 버전이지만, 한국 출시 버전에서는 이 또한 220V에 맞는 충전기를 제공합니다) 

과연 스팀덱은 "살 만한" UMPC일까요? 정말 저 조그마한 기기에서 AAA 게임이 무리 없이 구동되는 걸까요? 소음과 발열은 어떨까요? 길지는 않지만 약 1주일 동안 스팀덱을 체험하며 얻은 감상을 정리했습니다. 미리 결론을 귀띔하자면,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기기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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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될 밸브의 '스팀덱', 먼저 사용해 봤습니다 (현재 기사)

 


 

# 전체적인 마감은 확실하다. 언박싱과 외형

배송된 스팀덱 패키지의 모습
심플한 구성입니다. "할머니 댁에서"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구성은 간단한 설명서, 충전기, 휴대용 케이스, 본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식 출시 버전은 220v 충전기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충전 후 실행하면 익숙한 스팀 로그인 화면이 나옵니다

 

- 체험한 스팀덱(Steam Deck) 주요 사양

 

화면 : 7.0인치 IPS LCD, 1280 x 800, 60hz, 안티 글레어(512GB 기종)

CPU : Zen 2 4코어 8스레드, 2.4-3.5GHz (최대 448GFlops FP32)

GPU : 8 RDNA 2 CUs, 1.0-1.6GHz (최대 1.6TFlops FP32)

RAM : 16GB LPDDR5 온보드 RAM(5500MT/s 쿼드 32비트 채널)

저장장치 : 64GB (eMMC PCIe Gen2) ~ 512GB NVMe SSD(PCIe Gen 3 x4)

배터리 : 40WHr (약 2 ~8 시간)

크기 : 298mm x 117mm x 49mm

무게 : 669g

OS : SteamOS 3.0 (윈도우 10 설치 가능)


스팀덱 패키지의 구성은 가격만큼이나 심플합니다. 간단한 안내 책자, 충전기, 본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자의 경우에는 아직 한국 판매 이전이기 때문에 110V 충전기가 제공됐지만, 국내 정식 출시될 스팀덱은 220V충전기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먼저 스팀덱을 처음으로 보고 얻은 인상은 간단합니다. 큽니다. 이미 해외 매체나 유튜브를 통해 스팀덱의 크기를 어림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실물을 보자 '확실히 크다'라는 반응이 절로 나왔습니다. PSP나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타 휴대용 게임기를 사용하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크기 비교

겹치면 이 정도입니다

많은 버튼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외형은 심플한 편입니다. 먼저 전면 양 옆에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십자 키, AB/XY버튼이 존재합니다. 각 조작 버튼 옆에는 퀵뷰와 메뉴 버튼이 위치해 있습니다.

아래로는 스팀 컨트롤러에서 선보였던 트랙 패드, 스팀 메뉴 버튼과 설정 버튼이 있습니다. 외에도 기기 후면에는 그립 버튼이 4종류 존재합니다(Xbox 엘리트 패드를 사용해보신 분이라면 익숙할 그 버튼입니다). 그립 버튼에는 사용자가 별도로 명령어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팀덱의 상단에는 전원과 볼륨 조절 버튼, USB type C 단자, 3.5mm 이어폰 단자가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이어폰 단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소하지만 감동적(?)인 부분입니다. 물론, USB 단자에 이어폰을 연결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블루투스도 지원하기에,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무선 게임 패드 또한 스팀덱에 원활히 연결됩니다.

쿨링을 위한 흡기와 배기 구멍은 기기 후면과 상단에 있습니다. 후면 오른쪽 아래에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상단 가운데에서 뜨거운 공기를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배기 구멍은 컨트롤러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기에, 스팀덱을 사용하며 발열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 할 때는 발열이 있었지만 큰 편은 아니며, 발열이 컨트롤러까지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한 느낌입니다.

뜨거운 바람은 여기서 나옵니다

 

스팀덱 하단부에 SD 카드를 꽂아 용량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무게는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스팀덱의 공식 무게는 약 669g입니다. 조이콘을 포함한 닌텐도 스위치의 공식 무게가 약 398g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 차이가 있죠. 

그 대신, 편하게 컨트롤러를 잡을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으며, 무게 또한 적절히 분산되기에 스위치와 비교해 '너무 무겁다'는 인상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스위치를 오랜 기간 사용한 동료 기자도 비슷한 감상을 내놓았죠. 물론, 장시간 기기를 들고 게임을 플레이하기에는 약간 부담이 있습니다. 책상에 손목을 거치하거나, 엎드린 자세로 플레이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게임 체험 문단에서 후술하겠지만, 플레이하는 게임의 종류에 따라 기기의 무게 체감은 꽤 달라지는 편입니다. 많은 조작이 필요 없는 게임은 무게가 크게 부담되지 않았지만, 버튼 조작이 많은 리듬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컨트롤러의 그립감이 좋습니다. 덕분에 무게가 상쇄되는 느낌이네요

 

스팀덱의 프로토타입들. 밸브에서 그립감에 얼마나 신경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블루투스 기능도 지원합니다. 무선 이어폰, 게임패드 전부 문제없이 연결됩니다


# 3가지 제품군, 뭘 사야 좋을까?

 

보다 본격적인 설명으로 넘어가기 전에 스팀덱의 제품군을 알아봅시다. 스팀덱에는 총 세 가지 제품군이 존재합니다. 사양은 동일하지만, 저장 장치의 성능이 다릅니다.

가장 저렴한 제품군은 64GB의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eMMC 규격을 사용합니다. 다음으로는 256GB 제품군이 있으며, 해당 제품군부터는 NVMe SSD가 있어 보다 빠르게 게임을 로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상위 기종이라 할 수 있는 512GB 기종은 별도로 커버를 붙이지 않아도 지나친 빛 반사를 방지해 주는 반사 방지 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일 공개된 스팀 덱의 정식 출고 가격

기자의 사견으로는, 어떤 용도로 스팀덱을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제품군 선택이 중요해 보입니다. 주로 인디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64GB 기종으로도 무리가 없으나, AAA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보다 용량이 큰 상위 기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다수의 AAA 게임은 높은 볼륨만큼 많은 저장 용량을 필요로 합니다. 가령 <엘든 링>은 51GB, <에이스 컴뱃 7>은 60GB, <데스 스트랜딩>은 63GB를 필요로 합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은 100GB에 달하는 용량을 가지고 있죠. 또한, 이런 게임은 '로딩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SSD가 설치된 256GB 이상의 기종을 사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내장 드라이브는 생각보다 금방 찹니다

 

하지만 헤비 게이머라면 512GB 용량으로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별도의 SD 카드를 통해 추가 저장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장성을 강점으로 삼은 만큼 마치 노트북처럼 기기를 분해해 보다 고용량의 SSD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기기마다 성능 자체에는 차이가 없는 만큼, 하드웨어 분해 및 개조에 충분한 지식을 가진 게이머라면 가장 저렴한 모델을 구매한 후 부품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법합니다.

 

 

# 그래서, 사용해 보니 어떤가요?

 

스팀덱을 켜면 친숙한 스팀 로그인 창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스팀덱은 UMPC지만 윈도우 기반이 아닙니다(별도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대신 밸브에서 개발한 리눅스 기반 운영 체제인 '스팀 OS'(SteamOS)로 작동합니다. 스팀 OS에 대해 간단히 평가하자면, 평소 여러분이 사용하시던 스팀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 스크린샷 관리, 스팀 프로필 관리, 채팅 등 모든 기능을 똑같이 지원합니다. 스팀이 이전부터 빅 픽처 모드 등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 왔기 때문인지 UMPC 환경에 맞는 깔끔한 메뉴 구성과 UI도 장점입니다. 사용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그 스팀입니다

스팀 OS의 장점은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먼저 UMPC임에도 타 게임 전용 콘솔처럼 기기를 절전 모드로 놓고 잠시 게임을 중단한 후 나중에 이어서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게임 성능 오버레이도 스팀덱에서 그대로 작동합니다. 덕분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스팀덱에서 지원하는 오버레이만으로도 충분히 기기 성능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30프레임 제한, TDP 제한, GPU클럭 제한, AMD의 DLSS 기능인 FSR 기능 활성화 등을 스팀덱에서 직접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사용자 입맛에 맞게 프레임을 끌어올리고 배터리를 아끼거나, 반대로 배터리와 프레임을 희생하는 대신 고품질 그래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많은 옵션을 지원합니다. 성능 오버레이도 스팀덱에서 곧바로 출력됩니다

 

그리고 스팀 OS의 핵심은 '프로톤(Proton) 변환 레이어'입니다. 프로톤은 게임 개발자가 기기에 게임을 이식하기 위해 포팅을 진행하지 않고도 대다수의 윈도우 게임을 스팀 OS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기에 개발사가 별도로 작업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스팀 게임이 스팀덱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물론, 아직 스팀덱과 완벽히 호환되지 않는 게임도 있습니다. 이에 밸브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게임을 직접 테스트한 후, 4가지 호환성 등급을 통해 스팀덱에서 게임이 원활히 실행 가능한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검증됨(Verified) : 스팀덱과 잘 호환됨

 

플레이 가능(Playable) : ​스팀덱에서 구동되지만, 추가적인 설정이 필요함

 

지원하지 않음(Unsupported) : 스팀덱에서 구동되지 않거나, 실행 가능하나 원활한 게임플레이가 어려움

 

미검토 게임(Unknown) : ​아직 호환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음

 


 

먼저 검증됨은 말 그대로 잘 작동하는 게임입니다. 스팀덱 컨트롤러와 해상도(1280x800 또는 1280x720), 치트 방지 시스템, 그리고 프로톤과 완벽하게 호환되는 게임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검증됨 등급이 붙어 있는 게임은 설치한 후 즉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플레이 가능 등급 게임은 원활한 플레이는 가능하나 추가 설정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다만, 채팅을 입력할 때에는 온스크린 키보드를 불러와야 하거나, 화면이 작아 텍스트를 읽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등 사소한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플레이 가능 등급 게임 또한 대다수가 원활히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현재 4,000여 개 이상의 게임이 스팀덱에서 문제없이 구동 가능하며,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검증됨과 플레이 가능 등급을 받은 게임은 대부분 최적화된 조작 체계를 찾아 주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조작에 대한 불편함을 느낄 확률도 적습니다. 스팀덱은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조작 체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별도의 화면을 통해 안내합니다.

 

 

 

이게 돼? 싶은 게임도 '플레이 가능' 등급이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잘 작동합니다. 조작 체계도 나름 할 만한 수준까지 구현해 놨습니다. 사진은 <이터널 리턴>

 

지원하지 않음 등급은 스팀덱에서 플레이가 불가능한 게임입니다. 3Dmark 같은 특수한 프로그램이나(윈도우를 설치한 후, 윈도우 환경에서 실행하면 가능하다는 해외 커뮤니티의 사례가 있긴 합니다) 프로톤과의 문제로 실행되지 않는 게임이 해당 항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프로톤과 안티 치트 프로그램의 호환성 문제로 공식적으로 스팀덱에서 플레이를 금지한 <데스티니>나 <레인보우 식스 시즈> 또한 해당 등급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검토 게임은 아직 밸브에서 검증을 하지 못한 게임입니다. 보통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 게임이 해당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검증을 받지 않았더라도 해당 게임이 패드 환경을 지원할 경우에는 플레이 가능 등급이라도 봐도 좋습니다. 

다만, 마우스를 주로 이용하는 게임이라면 실행은 되지만, 화면 터치로 마우스 기능을 대체해야 하기에 플레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밸브는 자체 게임 기기를 제작하고자 하는 제조업체도 스팀 OS를 사용할 수 있는 작업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여담으로 미검토 게임을 실행하면 소소한 유머를 보여줍니다. F

 

 

# AAA급 게임 즐기기에 무리 없는 기기 성능

 

 

다음으로 스팀덱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은 감상입니다.

먼저, 올해의 게임으로 손꼽히는 <엘든 링>입니다. <엘든 링>은 중옵 기준 30 ~ 50 프레임을 유지했습니다. 효과나 파티클이 다수 등장하거나, 거대 보스를 만나는 경우에는 프레임이 부분 부분 떨어지기도 했지만, 옵션을 타협할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플레이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일부러 프레임 하락의 주범 중 하나인 '문드러진 나무령'이 세 명 등장하는 장소에 찾아갔을 때도 프레임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엘든 링>은 퀄리티를 원하면 중옵, 보다 부드러운 게임을 원하면 하옵에서 플레이하면 될 듯합니다. 상옵의 경우에는 필드 탐색에서는 30 프레임을 유지했지만, 다수의 적이 등장할 경우 프레임이 떨어지기도 해 가능하면 중급 옵션 이하로 플레이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중~하옵 기준 일부러 프레임이 떨어질 만한 장소에 찾아가도, 급격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따금 3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긴 하지만, 크게 체감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에이스 컴뱃 7>은 스팀덱에서 플레이했던 게임 중 가장 쾌적한 게임이었습니다. 조작 체계가 스팀덱 컨트롤러와 완벽히 맞아떨어지며, AAA 게임이지만 많은 파티클이 등장하지 않는 등 최적화가 잘 잡혀 있는 게임이기에 상옵에서도 50~60 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에이스 컴뱃> 시리즈가 이전부터 휴대용 기기로 발매됐지만 조작감 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단 점을 생각하면, 드디어 플라이트 슈팅 게임을 휴대용 기기에서 완벽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에이스 컴뱃 7>은 정말 쾌적하게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어릴 적, PSP로 아둥바둥 <에이스 컴뱃 X>를 플레이했던 기억을 생각하니 새삼 기술의 발전이 놀랍네요

 

<메트로 엑소더스> 또한 중옵에서 30에서 50 프레임 정도로 원활히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종종 프레임이 급락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장을 주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감을 보여주는 게임인 만큼, 사무실의 밝은 환경에서 플레이할 때 최대 밝기에서 게임을 플레이했음에도 잠입 구간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와 같은 리듬 게임도 원활히 플레이 가능했습니다. 십자 키와 AB/XY 버튼이 같은 높이에 존재하며,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 편리한 기기 끝단에 위치하기에 버튼을 누르는 데 불편함은 없습니다. 

하지만, 버튼의 크기가 약간 작으며, 스팀덱의 무게가 리듬 게임을 할 때는 확실히 체감됩니다. PSP와 비교하면 조작감에 있어 약간 아쉽지만, 스팀덱의 핵심이 리듬 게임은 아닌 만큼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보다 원활한 조작을 위해 십자 키 기준 버튼 배치를 좌, 상, 우가 아닌 좌, 하 우 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해볼 법합니다. 아니면 별도로 PS4 패드를 무선 연결해 플레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팀덱이 공개되었을 때 몇몇 게이머들이 '휴대용 인디 게임 머신'의 가능성에 주목한 만큼, 많은 인디 게임이 호환 등급에 올라 있기도 합니다.

 

특히 콘솔로 발매된 인디 게임이라면 패드 환경에서의 조작을 신경 쓴 경우가 많기에, 조작 체계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스팀덱으로 플레이하고 싶은 인디 게임이 콘솔이나 스위치 포팅을 준비 중인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하데스>를 플레이했을 때는, 탑 뷰 형식의 인디 액션 게임을 즐기기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UMPC이기 때문에 옵션을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으며, 그래픽 퀄리티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문제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호환되지 않음' 등급의 게임도 플레이해 봤습니다. 가령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mark'는 스팀덱에서 실행되지 않았습니다(윈도우 프레임워크를 선행 프로그램으로 요구하기에, 윈도우 환경에서는 실행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몇 호환되지 않음 등급의 게임은 실행은 됐지만 조작 체계의 미비로 플레이할 수 없었습니다. 가령 인디 디펜스 게임인 <용철의 마르푸샤>는 마우스로 적을 조준하고 사격하는 조작을 화면 터치로 컨트롤해야 했기에 게임 플레이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게임은 이용자가 별도로 조작 체계를 수정하거나 추후 패치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문명>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경우가 그랬습니다. '플레이 가능함' 등급임에도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는 게임인 만큼 스팀덱으로 플레이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스팀덱 후면의 버튼에 조작 체계를 할당하고 트랙 패드를 활용하면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이는 '포팅' 면에서 스팀덱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위치 등 다양한 콘솔 기기로 인디 게임이 이식되고 있지만 개수는 많지 않으며, 가끔은 팬을 뒷목 잡게 만드는 '저질 이식'으로 가격 대비 퀄리티를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스팀덱은 UMPC이며 프로톤으로 대부분의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수준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퀄리티가 담보됩니다. 플레이어가 그래픽, 조작 체계 등 사용자 환경에 맞게 게임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한 게임도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죠.

 

다른 사용자가 스팀덱이나 컨트롤러에 맞춰 수정한 커뮤니티 레이아웃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사양이 충분한 데스크탑을 가지고 있다면 리모트 플레이 기능인 '스팀링크'를 사용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을 때, 스팀 링크를 통해 데스크탑과 스팀덱을 연결해 놓은 경우 리모트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별도로 안내해 줍니다. 

리모트 플레이를 사용하면 당연히 스팀덱에 직접 설치하는 것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나, 보다 안정적인 프레임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지연 시간도 거의 없는 편이기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스팀덱을 컨트롤러처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화질을 희생하고 리모트 플레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 소음과 발열은 어때요?

 

대략적인 성능은 확인했으니, 배터리 사양과 소음, 발열을 알아봅시다.

배터리는 사용자의 스팀 오버레이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AAA급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충전기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이나 <하데스> 같은 중, 저사양 게임은 약 3~5시간, 저사양 2D 인디 게임은 약 5시간에서 7시간 정도 사용 가능합니다.

AAA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엔 배터리가 실시간으로 닮아가는 것이 느껴질 만큼 아쉬운 지속 시간이지만, 제한된 무게에서 40WHr 배터리를 사용했단 점을 고려하면 감안 가능한 수준입니다. 배터리에 지나치게 집중했다간 무게가 너무 늘어나 UMPC라는 의의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팬이 최대 속도로 돌아갈 경우 소음은 약 50db에서 70db입니다. 소리에 신경을 적게 쓰는 사람이라면 넘어갈 수 있지만, 민감한 사람이라면 신경이 쓰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스팀덱의 기본 스피커 성능도 상당한 편이기에 OST나 효과음이 많은 게임을 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소음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팬 소리가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보다는 확실히 큽니다

 

발열은 AAA 게임을 할 때 50도 ~ 60도 정도가 나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발열이 나는 위치와 컨트롤러의 위치가 충분히 이격 되어 있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신경 쓰일 정도의 발열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기기가 크게 노후화되지 않는 이상 발열 문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좋을 듯합니다.

 


 

# 높은 확장성,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스팀덱은 확장성이 높은 기기입니다. 

 

공식 안내 책자에서 "개조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하드웨어입니다"라고 서술할 정도죠. 시스템 소프트웨어 또한 개방형으로, 원하는 대로 개조가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공구만 있어도 후면을 분리할 수 있으며, 공식 채널에서 동영상 가이드를 통해 이를 안내해 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팬 소음이 거슬린다면 별도로 커스텀 냉각 팬을 설치할 수 있으며, 윈도우 환경에서 스팀덱을 실행하고 싶다면 SD 카드에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조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이용자의 책임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동영상에서도 분해 방법을 설명하면서 해당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가 아닌 UMPC인 만큼, 데스크톱 모드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 가능하단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현재 리눅스 에뮬레이터를 통해 다른 기종의 게임이나 고전 게임이 실행 가능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윈도우를 설치한다면 앱 플레이어까지 실행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용자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UMPC인 만큼 일종의 휴대용 PC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네요.

여담으로 리눅스 환경인 만큼 명령어를 입력해야 할 일이 많기에
데스크탑 모드를 사용하실 예정이면 반드시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시길 권장합니다.

 

 

# 미래가 기대되는 UMPC

 

 

총평하자면 스팀덱은 가능성으로 가득 찬 UMPC입니다. 밸브의 첫 UMPC 기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죠. AAA 게임 구동에 큰 무리가 없으며, 이용자의 다양한 환경과 취향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편의 기능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밸브 또한 스팀 OS에 대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사후 지원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해 및 개조가 쉽기에 원하는 대로 기기를 개조할 수 있으며, 데스크톱 모드를 통해 PC처럼 운용할 수 있다는 UMPC의 강점도 있습니다. 이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기가 보안 등의 문제로 하드웨어건, 내부 소프트웨어건 유저 커스터마이징이 어려웠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스팀덱은 UMPC가 가질 수 있는 '개방성' 측면에서 분명 강력합니다.

그리고 스팀덱의 가장 큰 메리트는 가격입니다. 

대부분의 UMPC에 100만 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최상위 등급이라 할 수 있는 스팀덱 512GB 기종이 98만 원에 판매된다는 것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만약 데스크탑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가의 게이밍 노트북 구매도 꺼려지는 게이머라면 스팀덱은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수준의 최적화를 보여주는 UMPC는 많지 않습니다.

이미 데스크톱이 있는 게이머라도, 서브용 게이밍 PC로의 활용을 고려해볼 법합니다. 게임을 하는데 앉아 있기 피곤해졌다면, 스팀덱을 들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PC에서 하던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스팀 클라우드에 게임 데이터를 저장해 스팀덱에서 이어 하거나, 스팀 링크를 통해 리모트 플레이를 하는 등 방식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도 없습니다.

밸브는 2022년 8월부터 스팀덱 예약 구매를 받고 올해 안으로 배송할 계획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이 밸브 본사에 찾아가 스팀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으니 관심 있으시다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추천 포인트
1. 타 UMPC 대비 메리트 있는 가격
2. AAA 게임 플레이에도 무리 없는 성능
3, 좋은 조작감,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
4. 스팀 링크, 환경에 맞는 게임 옵션 조절 등 스팀 OS를 통한 다양한 기능 지원
5. 프로톤을 통한 대다수 스팀 게임과의 호환
6. 고전 게임 에뮬레이트, 개조를 통한 쿨링 성능 향상 등 개방형 UMPC의 확장성

▶ 비추 포인트
1. 약간 아쉬운 배터리와 무게
2. 작은 해상도로 인한 게임 시인성 문제
3. 데스크톱 모드는 리눅스 환경이기에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지식이 필요
4. 데스크톱 모드는 화면 터치 조작감이 다소 불편함

5. 윈도우 OS를 원한다면 별도로 설치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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