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비대면 NDC가 남긴 것

우티 (김재석) | 2021-06-15 15: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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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가 1년 만에 다시 열렸다. 2020년 행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면 취소됐다. 백신은 꿈도 못 꿨던 시절이니, 돌이켜보면 아쉬워 할 겨를도 없었다.

지금도 판데믹의 그늘에서 완전 벗어나지는 못했다. 넥슨은 올해 NDC를 100%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했다. 아침이 되면 그날 강연을 일괄 공개하는 방식. 등록 절차의 불편함을 없애는 한편, 사전 녹화 방식으로 영상을 찍어 PPT와 강연자의 설명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돌아온 NDC를 보니 반가웠다. 기자는 3일 동안 10개가 넘는 강의를 듣고 정리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급변한 미디어 이용의 변화라던지, 포토그래메트리 같은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넥슨이 <듀랑고>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도 있었다. 역시 알아야 할 게 많았다.

게임 생태계 주변을 맴돌며 취재하는 기자야 어디 나가서 "이 녀석이 이것도 몰라?" 당하지 않을 만큼 아는 척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런 콘퍼런스가 고마울 수밖에. 그보다도 지망생을 비롯한 업계인들은 언제든지 유튜브에 남아있는 클립을 돌려보며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최 측이 과거 강연을 남겨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NDC 강연은 유튜브 채널에 아카이브됐다

온라인으로 지식 정보를 공유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NDC로 다시 확인했다. 누군가는 강의를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진 기획자"나 "콘솔 로그라이트 제작기"에 대한 지식을 얻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와 비교되는 부분이 없진 않았다. 옛날 NDC에선 하루에만 30개에 가까운 강연이 열리곤 했지만, 올해는 15개로 강연의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분량도 대부분 20분 안팎이라 빠르게 짚고 가기는 좋았지만, 깊게 들여다보는 느낌은 덜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자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클립을 눌러보면, 과거와 다르게 시청자들이 보기 좋게 자르고 붙인 티가 난다.

NDC 강연 "TRPG 아이디어로 유저가 주인공이 되는 시나리오 만들기"

내년 NDC는 다시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었으면 좋겠다. 온라인 콘퍼런스의 가능성과 실용성 등을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아무래도 현장감이 없었다. '싸강'(사이버강의) 듣는 대학생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같은 수업인데 재미가 덜하다. 

질의응답, 강연 이후 삼삼오오 만나서 떠드는 이야기, 강연을 빌미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까지가 NDC가 아닐까? 온라인 NDC는 정제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그런 현장감이 제외됐다는 것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문제다. 그저 내년은 노트북과 카메라를 짊어지고 강연 시간표를 살피며 건물 안을 돌아다니길 바랄 뿐이다. 넥슨 김정욱 부사장은 "내년에도 더욱 알찬 정보들로 가득한 NDC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약속했다.

'밖에 나가지 못해서 클럽하우스를 하던 사람들이 친해지더니 결국 약속을 잡고 만나더라'는 농담을 들었다. (여러 의미에서) 안전하다는 믿음만 있으면, 우리는 결국 만나게 되어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NDC를 통해서도 그런 만남의 중요성을 다시 느낀다.
 

2019년 NDC 모습. 강연자 입장에서도 앞에서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발언할 재미가 생길 테다.

사족. 백신 접종율이 올라가고 집단 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가 피어나면서 업계는 '콘택트'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11월 지스타의 오프라인 전시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행사 기간을 5일로 확대하는 한편, 부산시와 협력해 벡스코 외 부산 시내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관객을 분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월드 클래스 이름값의 E3에서도 멀뚱멀뚱 (대체로 시네마틱) 트레일러만 봐야 했는데, 지스타가 오프라인 전시를 성공한다면 그건 꽤 멋진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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