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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기자수첩] 넥슨 피파 온라인 4, 추석 연휴의 '피버남' 사태가 남긴 것

우티 (김재석 기자) | 2021-09-23 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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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추석 연휴 동안 가장 뜨거웠던 사건은 <피파 온라인 4(피온 4)>의 '피버남' 사태 같다. 

 

올해 이벤트 상황을 이해하려면 '버닝'의 유래를 먼저 알아야 한다. '버닝'은 <피온> 유저들에게 유서 깊은 이벤트다. 기자가 처음 '버닝'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2013년 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피온 3> 오픈을 기념해 접속 시간에 따라서 포인트와 선수팩을 줬는데, 당시 버닝 이벤트의 광고 모델은 무려 레버쿠젠의 손흥민이었다. 

 

연휴나 연말에 마음 놓고 게임을 즐기면 보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이 기획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렸던 2014년에는 소위 'PC방 대란'이 일기도 했는데 PC방에서 게임을 접속해 게임만 켜놓고 나가는 유저들이 속출한 탓에 다른 게임을 즐기러 온 이들이 제대로 된 이용을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온라인게임의 기간제 버닝 이벤트는 여러 형식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버닝'은 특별히 <피온> 유저들에게 문자 그대로 '불타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2019년 겨울, 1,500명을 일산 킨텍스로 불러 모은 <피온 4> 행사 이름도 버닝 페스티벌이었다. 

 

2021년 추석 연휴, 넥슨은 또다시 '버닝'이라는 이름을 소환했다. 익숙한 마케팅 용어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인기 인터넷 방송인(BJ)들을 여럿 섭외해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추석 버닝을 만든다는 웹 예능을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였기 때문이다. 

 

넥슨이 유튜브에 공개한 '피버남' 웹 예능

 

두 편의 웹 예능은 '전략 버닝 사업실'을 만들어서 두 팀이 각각 다른 옵션의 버닝을 제공한다는 모큐멘터리였는데, 이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얼마나 잘 뜨는지' 시연도 해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겠다"라는 프레젠테이션도 선보였다. 그런데 연휴 내내 시간을 썼지만, 원하는 BP와 카드를 얻지 못했다는 유저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대치는 한 껏 끌어올렸지만, 유저 입장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았다는 것. 이 불만이 상대적 박탈감인지, 아니면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들 중 불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1년 전 <피온 4> 불매 운동 때로 돌아간 듯하다.

 

당시 지상파 저녁 뉴스는 "거리두기 와중에 PC방 이용 이벤트"라며 <피온 4>를 저격했고, 유저들은 "다시는 <피온>을 하지 않겠다"라며 분노했다. 넥슨 <피온> 사업실은​ 과거의 부정적인 상황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때 운영진은 소통의 부재를 자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유저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도배했던 '눕는 이모티콘'(●▅▇█▇▆▅▄▇)을 조형물로 제작해 보여주기도 했다. 더불어 유저들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박정무 사업실장이 연이어 방송에 출연했고, 방송인들은 그 앞에서 넥슨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러한 포맷은 몇 달간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해당 방식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넥슨은 방송인들을 유저 전체의 대리자이자 메신저로 기용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은 전략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넥슨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피상적인 마케팅으로 오늘날의 장면을 자초했다.

 

넥슨의 이번 기획에 참가한 한 방송인이 "이럴 줄 몰랐다"라며 사과한 뒤 "이런 식이라면 <피온> 예능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미지를 잘 가꿔나가야 할 방송인들도, 그들을 신뢰하며 이벤트에 참가한 유저들도 난감한 처지.

 

<피온 4>의 추석 버닝 이벤트

이번 이벤트에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올해 초부터 불거진 확률에 관한 불만도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확률은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단순히 이벤트 운이 없는 '똥손'인 것인지, 아니면 신규 클래스 출시를 앞두고 시세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인지, 기대치에 근접하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게임에서 대형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확인할 수 없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넥슨은 이미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5일, 넥슨은 뽑기는 물론 강화, 합성의 확률도 전부 공개하기로 하면서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저가 직접 검증에 나서서 게임 내 균형을 유지하고 원활한 플레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각종 확률 요소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확률 내용은 유저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요소가 발견될 경우 빠르게 조치할 수 있겠다"고 넥슨은 선언했다. 오픈 API로 구축되는 이 시스템은 연내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발표된 지 반년이 지나도록 업데이트된 사항이 없다. 바로 이러한 조건 속에서 유저들은 또다시 돈과 시간을 들였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거래가 가능한 게임의 시세는 날마다 변동되니 이른바 '푸짐한 보상'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온라인게임에서 유저의 목소리란 백이면 백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추석 버닝에서 먹은 사람은 '꺼억'할 것이고, 못 먹은 사람은 '박정무 실장 나오라' 할 것이다. 이마저도 게임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안 하는 사람은 '망겜 왜 하느냐'라며 혓바닥을 차고 있을 테다. 

 

그렇게 역사와 전통의 '버닝' 이벤트를 경유하면서 <피온 4>의 PC방 점유율은 다시금 상승했다. (게임트릭스, 더로그 데이터 종합) 넥슨은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1년 만에 돌아온 분노를 제대로 바라보기 바란다. 방송인들을 방패처럼 내세우면서 기존의 방식을 유지해서는 신뢰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2019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버닝' 페스티벌. 1,500여 명의 <피온 4> 유저들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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