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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잡상] 뉴월드의 경제위기가 ‘디플레이션’이라 더 위기인 이유

음마교주 (정우철 기자) | 2021-10-21 16:34:04

아마존게임즈의 신작(이자 도전)인 MMORPG <뉴월드>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볼만한 그래픽과 세력 간의 다툼, 이를 위한 오픈월드, 그 세상을 꽉 채워주는 콘텐츠는 게임의 제목처럼 ‘신세계’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 신세계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연재해도 아니고, 경제위기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경제위기가 온 걸까요? 일반적으로 MMORPG라면 한 번쯤은 경제위기를 겪습니다. 멀게는 <리니지>의 아데나 파동, 가깝게는 <로스트아크>의 골드 인플레이션까지.

디플레이션 현상은 온라인게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올해 초 게임난민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 게임에서 저 게임으로 이탈하면서 유저들이 이탈하는 게임의 재화를 모두 처분한 게임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이동한 게임에서는 대량으로 재화를 풀면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졌죠. 

이제 게임에서 마이닝은 기본적인 재력 확보 수단이 되었습니다.

#일반적 MMORPG의 경제위기는 ‘인플레이션’

크고 작은 모든 MMORPG는 시간이 지나면 한 번씩은 겪을 수밖에 없는 어쩌면 당연한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 경제위기는 ‘인플레이션’ 현상이기도 합니다. 보통 물가상승이라 말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은 통화가치가 하락해서 구매력 약화를 가져오는 상황을 말합니다.

즉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되면서 너무나 많은 게임 내 재화(이를 편의상 화폐라 부르겠습니다)가 풀렸고 이를 회수하지 못해서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따라서 과거 100 골드를 주고 사던 물건은 지금 120, 또는 200까지 거래를 하는 게 보편적인 게임 속 인플레이션입니다.

사실 게임 속에서 인플레이션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게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금의 수익원이나 규모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소모처를 더 만들어 지속적으로 인게임 재화를 소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게임의 업데이트가 있을 때 고 가치의 아이템이 등장하거나 새로운 화폐 활용 수단이 생겨나는 이유입니다. 계속 만들어지는 게임 속 화폐를 회수하지 않고 누적시켜버리면 나중에 짐바브웨 화폐처럼 1,000억 달러로 달걀 3개를 사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요.

이런 소비성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게임 속 화폐를 소모하고 회수하는지 여부가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운영을 얼마나 잘하는지 척도가 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쌀 먹’이 일반화된 요즘엔 더 민감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1천억 짐바브웨 달러로 살 수 있는 달걀 3개는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

 

 

# <뉴월드>의 경제위기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이상현상


그런데 아마존의 <뉴월드>도 당연하게 인플레이션이겠거니, 그런데 엄청 빨리 위기가 찾아왔네? 역시 사람 많아 파밍도 많이 하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디플레이션’

MMORPG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아니 일반적으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고, 덕분에 적은 화폐로 더 많은 양의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저 입장에서는 좋은 일 같아 보이죠?

그런데 아닙니다. <뉴월드>의 디플레이션은 화폐가 너무 부족해서 화폐의 가치가 너무 올라간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세력 간 상황에 따라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뉴월드>에서는 화폐의 가치가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화폐 자체의 수급이 잘 안되어 가치가 올라가는게 마치 암호화폐의 가치와 비슷한 논리입니다.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 <뉴월드>라는 게임의 전체를 설명해야 하니 간단하게 말하면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회수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보니, 역으로 게임에서 재화가 부족해진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고정 비용이기도 합니다.

결국 화폐가 돌지 않다 보니 일부 서버에서는 물물거래를 합니다. 화폐 대신 광물, 또는 채집이나 수렵의 결과물을 가지고 거래를 진행합니다. <디아블로 2>에서 골드 대신 조던 링이 화폐를 대신했던 사례를 기억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서버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아직까진 큰 문제없이 <뉴월드>의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개인이 모아둔 화폐가 있고, 이 화폐 가치가 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유저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보이죠? 시간도 비교적 이릅니다 서버를 오픈한 지 2주가 지났을 뿐이니까요.

MMORPG가 실제 사회의 경제와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비춰보면 이는 결국 위기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당연히 아이템의 가치는 바닥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무료 나눔을 통해 경제가 흘러갈 수는 없으니까요. 
1971년도에는 50원이었던 새우깡. 2021년에는 1,300원 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일반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뉴월드>에 적용하면 원래 1300원을 받아야할 새우깡이 게임에서는 50원에 판매되는 상태인 디플레이션 상황이 되었습니다.


# 뭐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에서는 상품의 공급처가 존재합니다. 즉 기업이 원자재를 들여와서 물건을 생산하고 공급을 하면서 최저가를 책정해서 시장에 내놓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과 개인이 아닌 일반적인 경제활동에서 최저가라는 게 존재하고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하한가는 무너질 이유가 생각보다는 없습니다. 

그런데 <뉴월드>의 상황은 다릅니다. 게임 안에서는 수요와 공급 모두 유저 개인에서 시작합니다. 개인이 아이템을 거래소 등에 공급하고 이를 개인이 구입합니다. 그런데 화폐 가치가 커진다는 것은 물건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100 골드를 주고 샀던 검 하나가 나중에는 게임 내 최저가인 1 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게임 내에서는 보통 내구도가 존재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다 보면 수리도 해야 하고 가끔 강화도 해야 합니다. 검을 사는 데는 1 골드인데, 수리비는 30, 40 골드라면 누가 수리를 합니까 그냥 돈을 주고 구입하죠. 그리고 이 아이템이 희귀 아이템인데도 불구하고 화폐보다 가치가 없다면…

비슷한 사례가 자동차 사고입니다. 수리비가 중고차 가격보다 비싸면, 또는 새차 가격이 더 싸면 누가 수리를 할까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은행처럼 화폐를 축적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뉴월드>는 고정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여기에 화폐를 시스템적으로 수거해갑니다. 다시 말해서 겜푸어가 되는 겁니다. 거래도 제대로 안 이루어지니 유저들은 파밍 등을 통해서 화폐를 벌 수도 없고요. 즉 파밍의 이유가 없게 됩니다.

레딧의 한 게시물에 다르면 레벨 60에서 아이템 1개 수리 비용은 오리하르콘 광석 2500개와 동일한 수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철괴 20개 가격이 오리하르콘 2500개의 가치와 동일하다고 하고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오리하르콘이 더 비싸야 하는데 이상하지요? 오리하르콘은 공급이 넘치는데 수요는 없고, 철괴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들은 이해하기 힘들 테니 비유를 하면, 게임 내 경제는 유저가 원자재를 파밍 또는 거래를 통해 구입하고, 이를 통해 아이템을 생산해서 거래소에 적당한(원자재 구입보다 높은) 가치로 판매하면서 구현됩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상품 판매 가격보다 현저하게 높은데, 아이템은 또 사냥을 하면 계속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자재를 구입할 이유가 없고, 아이템을 생산할 이유도 없고, 경제는 멈추게 되겠죠.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사냥을 나가고 채집을 나가고 이렇게 얻은 물건을 물물 교환합니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뉴월드>라는 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이었습니다. 이상 현상의 모습은 게임 내에 재화가 모자란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뉴월드>는 세력전이 중심이고 이 전쟁에 필요한 재화는 그 규모가 꽤 큼니다. 근데 돈이 없어요...



#아마존게임즈는 보이지 않는 손을 어떻게 작동시킬까?

경제학에서 유명한 국부론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는 “시장 가격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효율성을 가지며,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메커니즘으로 동작한다. 즉 일부 소수가 아닌 전체에 의해 자원은 효율적으로 거래된다”고 말합니다.

이 이론의 기반은 분업과 교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즉 사람들이 교환을 통해 자기 이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의도된 거래가치가 아닌, 3자의 중재도 아닌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흥정에서 나오는 과정을 뜻합니다. <뉴월드>에서는 현재 이 과정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생산 가격은 높은데 판매 가격이 낮아서 아이템을 만들 이유도, 판매할 이유도 없죠. 판매를 안 하고, 물건을 안 만드니까 경제가 돌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존게임즈는 손을 놓고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닙니다. 

게임이라서 가능한 행위도 있습니다. 바로 ‘패치’를 통한 강제 흐름을 만들어 주는 거죠. 원자재 가격이 상품 가격보다 높다면 원자재를 얻을 루트를 다양하게 해서 공급해주면 됩니다. 극약처방으로는 드랍하는 화폐를 (나중에 인플레이션을 생각 안 하고)대량으로 공급하면 됩니다.

실제로 상자 등에서 루팅할 수 있는 정제 시약의 양을 늘리는 패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효과는 즉각적이었죠. 철괴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이를 안정화라 말하고, 일부는 이를 경제의 붕괴라 말합니다...

그런데 또 이게 문제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원자재를 통해 이익을 보던 유저들이 있을 테니까요. 이들은 게임사가 개입해서 경제, 혹은 자기들의 이익을 차단했다고 보게 될 겁니다. 당연히 반발하게 될 거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마존게임즈의 운영능력입니다. 서비스 시작 2주일 만에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고. 이 현상은 일반적인 MMORPG에서는 보기 힘든 이상현상입니다. 그리고 일부 유저들은 알파테스트 때 디플레이션 현상을 예상하고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게임이지만 제대로 테스트를 한 게 맞는지, 그리고 MMORPG라는 것이 단순히 좋은 콘텐츠 외에 운영능력과 경제 시스템을 상당히 세밀하게 짜고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걸 이론이 아닌 실전에서 보여주는 보기 드문 사례가 <뉴월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MMORPG 서비스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아마존게임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이 과정과 결과가 매우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잘 해결되면 되는대로, 게임이 망해버리면 또 망한 이유도 역대급이 될 겁니다.

게임에서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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