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잡상] 요즘 게임회사에게 게임은 무엇일까?

음마교주 (정우철) | 2022-02-24 17: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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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어느새 2월을 지나 3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 2월과 3월은 꽤 중요한 기간입니다. 지난해를 결산하고 올해를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로 2월까지 2021년 연간 결산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따른 실적발표도 계속됐고요. 그리고 올해 실적발표는 재미있게도 특이한 패턴이 눈에 보였습니다. 

 

“매출은 대폭 감소했지만 순익은 증가해 흑자 전환을 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순익은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경신했다”

“창사이래 최대 실적 기록했다”

 

등등이지만 자료를 모두 검토해보면 공통적으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영업이익 부분에서 게임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이 아닌 암호화폐, 즉 코인이나 NFT 등의 거래와 M&A를 통한 과외수입이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사례도 상당했습니다.

 

사실 게임업체 입장에서 수익은 게임을 판매 또는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수익으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게이머가 수익의 원천이며 이 게이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게이머는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 돈을 기꺼이 지불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게임회사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그 콘텐츠가 게임성이나 BM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를 위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던 것은 분명했고요. 그런데 이런 패턴이 깨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가 화두가 되면서 더더욱 말이죠.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둔 게임업체들의 실적과 달리 주식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게임의 매출은 줄었지만 회사의 순익은 늘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재밌게도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업체를 보면 실제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가 보입니다. 그런데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게임 외적인 매출에서 기인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게임으로 얻은 매출은 반토막일지언정, 그 외의 이슈로 얻어가는 그 매출과 실적이 너무 좋습니다. 게임회사의 게임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실적은 최대를 찍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앞으로의 전망도 좋을까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낙관하기 힘들다입니다.

 

일단 가상화폐 쪽으로 실적이 기울면서 게임회사의 공략대상은 게이머가 아닌 가상화폐를 통한 투자자들로 바뀝니다. 게이머를 끌어들일 콘텐츠에 집중하기 힘듭니다. 게임회사가 게이머를 등한시하는 케이스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게임회사로서는 그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것이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면 더 암울합니다. 결국 암호화폐의 가치는 해당 게임의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지만 당장의 실적은 콘텐츠 경쟁력이 아닌 암호화폐라는 트렌드 때문이고 그 결과는 이미 1세대 암호화폐 게임들의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의 콘텐츠는 소비를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P2E로 정의되는 향후 게임들은 소비가 아닌 소득을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게임이라는 대표적인 소비성 콘텐츠를 시간으로 치환해 시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게임은 아직 개인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막연히 정리하면 지금까지의 게임은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소비를 하는 콘텐츠였다면, 최근의 그리고 향후의 게임들은 게이머가 아닌 대상을 노려서 ‘수익’을 얻게 하는 콘텐츠로의 변화라고 보여집니다.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놀이 문화였던 또는 취미의 영역인 게임의 정의가 투자와 자산 증식을 뜻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이머가 떠난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는 뻔하겠지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순간 취미나 놀이가 아니게 됩니다. 문화 콘텐츠로의 자리도 위태롭게 됩니다. 

 



 

# 게임의 가치는 재미인가 수익인가?

게임이 재미가 있어서 사람이 몰라는 것이 아닌, 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이 몰리면 게임은 놀이일까요 아니면 생존의 수단일까요? 이제는 게임회사가 재미를 제공하는 게 아닌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이때 즈음의 게임잡상에서 한국의 게임은 PC와 콘솔이 아닌 온라인과 모바일로 발전하면서 이용자는 게이머에서 고객으로, 게임회사는 창작자에서 사업자로 비중이 이동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런 토양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지금의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게임들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들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과거와 비교해 게임회사들의 매출은 급증했지만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급락했고요.

 

게임회사가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수익을 위해서 게임의 제1목표인 재미를 위한 콘텐츠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요? 재미보다 수익을 먼저 추구하는 게임회사에게 게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규제는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규제를 푼다고 다 해결될까요? 필요한 수단과 기술은 받아들이고 이를 막는 규제는 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본질이 되어선 안 됩니다. 

 

한 때 NFT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성과를 올렸다는 게임들. 막상 규제 때문에 서비스를 못하게 되니까 성적은 추락합니다. 왜 추락했을까요? 아마도 재미가 있어서 사람들이 온 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까 왔기 때문일 겁니다. 

 

 

재미있는 게임이었다면 돈 못 번다고 썰물처럼 빠지진 않았을 테고요. 아... 들어온 사람들이 게이머가 아닌 돈벌기 위해 온 사람이었겠네요. 게임의 가치를 재미가 아닌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 온 사람들이 대상이기에 규제의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다시 2021년 실적발표를 정리하면 숫자로만 보면 어떻게든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위기입니다. 좋은 게임 다시 말하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게임회사의 역량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건 아닐까요.

 

게임회사들의 연말결산 리포트를 정리하다 들었던 잡스러운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카툰을 다시 봤습니다. [원사운드 TIG 카툰: 호드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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