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FT게임] 뜬금없이 등장한 2D 운동화, P2E 구원할까

invaderDAO (인베이더다오) | 2022-05-09 09: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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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기반 P2E 게임은 '미래'일까요, '거품'일까요? 올해 많은 게임이 쏟아질 예정이지만 공론장에서는 겉핥기식 기대나 비판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정적인 낙관이나 냉소를 넘어 본 기획이 P2E 게임의 기회와 허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기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본 연재물 내용은 디스이즈게임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퀄리티는 저희가 담보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스테픈(STEPN)>을 아는가?

최근 크립토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앱이다. NFT로 만든 신발을 스마트폰에 넣고 돌아다니면 암호화폐를 주는 콘셉트인데, 최근 전반적인 암호화폐 폭락 장세에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3월 9일 895만 달러(약 114억 원)였던 시가총액이 약 두 달 만에 19억 5,000만 달러(약 2조 4,800억 원)로 217배 가량 불었다.

게임을 하면 돈을 준다는 P2E(Play to Earn)에 이어 걸어 다니면 돈을 준다는 개념의 M2E(Move to Earn)까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주로 평균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인기를 끌던 P2E 게임과 달리, <스테픈>은 프랑스, 한국 등 선진국 사용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세계 각국의 <스테픈> 커뮤니티에 집계된 글로벌 사용자만 50만 명에 육박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 서비스에 대해 “건강 기능에 중점을 둔 서비스로 게임이 아니다”로 결론을 내려 국내 앱스토어에서도 다운 가능합니다. _편집자 주) 
 
스니커즈 NFT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 (출처=<스테픈> 라이트페이퍼)


실제 신발처럼 내구도가 떨어지는 스니커즈 NFT라니!

 

크립토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법하다. 내가 NFT 신발을 갖고 돌아다니는 게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이득이 되길래 이런 사업이 가능한 것일까? 그나마 애호가층이 두터운, 게임 기반의 P2E 서비스들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있는 판에 말이다. 많은 P2E 게임은 론칭 몇 달 만에 인플레이션으로 코인 가치가 폭락하며 서비스에 위기를 겪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스테픈>은 ▲NFT ▲암호화폐 ▲암호화폐 채굴 행위가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P2E와 일견 비슷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서비스 생태계 전반에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감가상각이란 자산을 사용할수록 그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스테픈>의 신발 NFT는 일반(common)부터 전설(legendary)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공통적으로 사용자가 많이 걸어다니면 마치 실제 신발처럼 그만큼 내구도가 감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NFT의 내구도가 감소해 0이 되면 걸어 다녀도 더 이상 토큰이 채굴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히 NFT 수리와 관리를 해줘야 한다. 걸어 다니면서 받은 암호화폐가 이 과정에서 상당량 소모된다. NFT 레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월 6일 기준으로는 대략 걷기로 벌어 들인 토큰의 30% 정도가 유지, 보수에 사용된다.

크립토 서비스 설계에서 이런 식의 토큰 소각은 전체 암호화폐의 인플레이션(화폐 가치 하락) 속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주식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가가 상승압력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스테픈>의 경우에는 소각 시스템이 토큰 가격만 부양시키는 게 아니라 NFT의 가치 상승에도 기여한다. 사용자가 수리를 거듭할수록 NFT의 레벨이 오르면서 더욱 희소한 재화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X2E로 진화하는 P2E…이제는 게임 내 인플레이션 잡기가 관건

 

엄밀히 말하면 <스테픈>을 게임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스테픈>의 구조는 최근 한 두 달 동안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난항에 빠진 P2E 업계에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현존하는 P2E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P2E 게임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구조라서, 시간이 지나고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코인 가격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코인 가격이 더 이상 게임으로 돈벌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하면 P2E 게임은 생명력을 잃는다.

국내 게이머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P2E 특유의 낮은 게임성도 인플레이션 문제와 깊게 연결된다. 최근 1년 간 출시된 P2E 게임들을 보면, <엑시 인피니티> 등 매우 소수의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토큰 인플레이션 때문에 채 2~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통상 양질의 게임을 만드는 데 많은 돈과 연 단위 이상의 시간, 다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P2E의 낮은 게임성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 상식적으로 출시 2달 만에 서버 종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게임에 작품성을 높이는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P2E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게임성이 좋은 작품을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 내 재화의 감가상각과 토큰 소각 기능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굴지의 게임사들이 NFT 도입과 P2E 서비스 론칭을 공언했다. (단, 엔씨소프트는 NFT 도입은 지향하나 P2E는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주무기는 지적재산(IP)이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기존 대작 게임을 P2E로 바꿔서 흥행시키겠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에 각각 NFT를 도입할 계획이다. 게임업계 일각에는 이렇게 나오는 게임들이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는 대상일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명 게임 IP에 블록체인을 붙이고 코인과 NFT를 넣으면 막대한 돈을 버는 P2E가 될 수 있을까?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간 것 같다. 이제는 지속성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그것이 <스테픈>의 흥행이 발신하는 신호다. 

 

<스테픈>이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키기 위해 코인 소각하는 방법 (출처=<스테픈> 라이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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