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FT게임] 메이플스토리 N, 또 한 번의 '넥슨 천하' 가능할까

invaderDAO (인베이더다오) | 2022-06-20 09: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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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와 경기 긴축 등으로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수많은 NFT게임이 나올 예정입니다. 상당수 국내 게임사들이 제작 중이죠. 본 기획을 통해 단정적 기대나 냉소 대신 NFT게임의 기회와 허들, 변수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 관점과 다를 수 있지만 퀄리티는 담보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한탕주의' 없는 넥슨 NFT게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 매출 1위 게임사 넥슨이 뒤늦게 NFT게임에 뛰어들었다. 6월 8일 넥슨은 NDC(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MMORPG <메이플스토리 N>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게임 사용자가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용자에 의한 자유 시장 경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NFT가 등장하는 P2E류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는 지금 눈살부터 찌푸릴 것이다. 게이머가 아닐지라도 최근 급락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과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추이를 보면 ‘굳이 이런 시기에 코인을 사용하는 블록체인 게임으로 확장을?’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그러나 넥슨이 공개한 계획을 차근차근 뜯어보면 그동안의 국내 게임사와 달리 정교한 안배가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넥슨의 NFT게임 생태계에는 단순히 '메이플스토리'라는 오래된 대형 지식재산물(IP)를 활용한다는 점 외에도, 크립토 업계의 최신 트렌드가 다수 반영돼 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핵심은 ‘이익 공유’

 

넥슨 블록체인 게임 계획이 다른 게임사의 블록체인 이식 계획과 차별화하는 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회사의 핵심 자산이자 확실한 대형 IP <메이플스토리>를 투입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면서 기존 IP를 가져다가 이식하는 방식은 흥행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생태계 개발 과정이 간소해 비용이 줄어들고, 친숙한 이미지에 힘입어 기존 팬층을 다수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는 IP 확장을 위해 게임 내 캐릭터들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아케인>(Arcane)을 제작한 바 있다. 글로벌 IP 강자인 디즈니 또한 오는 6월 23일, 디즈니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수집형 RPG <디즈니 미러 가디언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메이플스토리>는 1,700여 개의 역대 NFT게임 프로젝트 중 가장 강력한 게임 IP다.

둘째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 획득한 NFT를 기반으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Software Development Kit)다. SDK가 있으면 기존 <메이플스토리>의 분위기를 차용한 다른 방식의 게임들을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SDK를 활용한 게임 흥행 사례도 일찌감치 검증된 바 있다. <워크래프트 3>의 맵 에디터로 만들어진 <도타>는 AOS 장르의 기틀을 잡았으며, <도타>의 커스텀 유즈맵으로 만들어진 <오토 체스>는 온라인 워 체스게임의 기반이 되었다. '메이플스토리 SDK'는 여기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NFT를 연계함으로써 기존 생태계 게이머가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기 쉽게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N>의 수익 분배 구조 (출처 : 넥슨)


세 번째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기반이 되는 <메이플스토리 N>의 수익 분배 구조를 들 수 있다. 기존의 NFT게임이나 P2E게임은 초기에 게임사가 NFT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이 온전히 회사 몫으로 떨어졌다.

 

초기 NFT 판매를 통해 일찌감치 돈을 벌어버린 P2E게임 개발사의 개발 의욕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N>의 경우 게임 사용자가 NFT 기반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NDC 2022에서 함께 공개된 <메이플스토리> 샌드박스 제작 플랫폼 ‘MOD N’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나중 일은 알 수 없겠지만 일단 게임 내 캐시샵도 제외했다. 강대현 넥슨 COO는 “우리는 NFT의 소유권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자유 시장 경제를 만들기를 바란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N> 내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중 일부를 보상으로 받아가고, 나머지는 생태계 기여자들에게 분배된다”라고 설명했다. 

 

 

넥슨에서 보이는 ‘루트’와 ‘트레저다오’의 그림자

 

사용자가 직접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UGC(User Generated Content) 게임이 세계적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P2E 분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런 모델은 몇몇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1년 8월 말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NFT 프로젝트 ‘루트'(Loot)다.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단순한 구조로 출시됐다. 초기 설정은 판타지 세계관, 장비 등에 대한 줄글(text)이 전부였다. 이미지, 심지어는 능력치도 따로 정해진 게 없었다.

 

'루트' 최초의 NFT (출처 : 루트)

'루트' 제작자들은 초기에 7,777개의 루트 NFT를 이더스캔(etherscan)을 통해 이더리움 수수료만 있으면 누구나 발행(minting) 가능하게 만들었다. 파생 프로젝트도 허용했다. 그러자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출시 열흘 만에 확장된 루트 생태계

루트가 출시된 지 열흘 정도가 지난 2021년 9월 1일경, 루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하위 NFT, 게임 프로젝트, 토큰이 출시됐다. 이렇게 조성된 집단은 곧 탄탄한 커뮤니티로 진화했다. 0원으로 시작한 루트 최초 NFT는 2주 만에 최저 24ETH(약 1억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커뮤니티 기반 게임 생태계 플랫폼인 '트레저다오'(TreasureDAO) 역시 초기 수익 극대화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택한 넥슨의 블록체인 전략을 설명하기에 좋은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P2E계의 스팀’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레저다오' 이전까지의 P2E게임은 대부분 이론적인 설계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구조였다. 초기에 사용자를 모으기에는 좋지만, 게임 사용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기 때문에 보상으로 받는 토큰을 바로 팔아버린다. 그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토큰 가격이 떨어지고, 토큰 가치가 어떤 특이점을 지나면 결국 게임이 망하고 모든 사람이 떠나버리는 일이 실제로 반복됐다. 

'트레저다오'는 거대한 연합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망하지 않는 P2E 게임 하나를 만드는 게 어렵다면, 계속 새로운 P2E게임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지속성을 확보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고방식이다. 

'트레저다오'에서는 플랫폼과 게임들이 다오(DAO, 탈중앙화 자율조직) 구조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 게임들은 P2E 과정에서 '트레저다오'의 게임 토큰을 사용하며, '트레저다오'의 NFT를 구매해 가지고 있으면 새로 출시되는 게임의 NFT를 공짜로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 플랫폼의 사용자들도 게임을 해서 받은 토큰을 판매한다. 대신 이 플랫폼에 게임을 올리는 게임사들이 그만큼 토큰과 NFT를 구매해 가격을 지탱하게 된다. 

 

 

# '한탕주의' 결별한 넥슨의 블록체인 UGC 실험, 성공할까

 

'루트'와 '트레저다오'는 초기 토큰 판매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신 사용자들이 NFT를 거래할 때마다 나오는 수수료 중 일부를 프로젝트 개발사들이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둘 다 아직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계속 성실한 개발과 플랫폼 유지·보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NFT 업계 특유의 ‘한탕주의’가 여전히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N>을 통해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내놓은 점은 고무적이다. 게이머들에게 막연한 꿈과 희망을 팔아 돈을 벌기보다는 책임감있는 운영과 커뮤니티를 향한 이익 공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물론 넥슨의 블록체인 게임 계획은 아직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들이 실제 계획처럼 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것 말고도 기존 게임에서도 잡기 어려웠던 게임 내 재화 인플레이션 문제, 시스템 안정성 유지 문제, 가장 근본적으로는 게임의 재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게임 기업인 넥슨이 자본력과 핵심 IP, 개발 역량을 가지고 새로운 NFT게임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것이 초유의 성공 모델이 될지, 국내 P2E게임의 거대한 무덤이 될지는 게이머들도 편견을 접어두고 함께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출처 :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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