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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터뷰] ‘레인보우 식스 시즈’ 프로팀 클라우드 나인 선수들의 삶

체리폭탄 (박성현 기자) | 2020-09-30 1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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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나인의 이야기는 ‘맨티스 FPS’에서 시작된다. 2017년, 열정만 가득했던 아마추어들은 맨티스 FPS를 창단했다. 이들은 2019년 <레인보우 식스 시즈>(이하 시즈)의 국제대회 ‘식스 인비테이셔널’ 참가자격을 얻으며 2년만에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경험과 실력이 아직 미천한 아마추어에게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들은 최강팀으로 평가받던 ‘G2’와 같은 조에 배정됐다. 두 팀의 체급과 환경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국과 아시아 지역은 프로팀도 몇 없었고 제대로 된 대회도 적었다. 반면 유럽에는 쟁쟁한 프로팀이 넘쳐났으며 대회도 풍족했다. 

 

이변이 생겼다. 경기 자체는 0:2 완패였지만 최강의 G2에게 1세트를 뺏을 뻔한 상황을 만들었다. 모든 것이 풍족했던 프로팀을 상대로 코치도, 감독도 게이밍 하우스도 없는 아마추어가 그들의 자존심을 구길 수 있었다. 

 

‘한국 출신 최약체’가 보여준 패기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프로게임단 클라우드 나인(이하 C9)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시작을 원했던 C9은 곧바로 맨티스 FPS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많은 일이 있었다. C9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 최강자로 거듭났다. 최약체 시절은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제 C9에게서 맨티스의 흔적을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C9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C9이 걸어온 지난 1년간의 여정, C9의 노바(Nova) 이시헌 선수와 샤일(SyAIL) 송동선 선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인터뷰는 체온 측정과 소독 절차를 거친 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노바(Nova) 이시헌 선수와 샤일(SyAIL) 송동선 선수

 

 

디스이즈게임: 1~2년전보다 국내에서 시즈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확 늘어난 것 같아요. 인기가 체감 되시나요?

 

노바: 확실히 대회 시청자가 늘어났어요. 신규 유저도 많이 유입됐어요. 새로운 선수도 등장했어요. 원래는 판이 작다보니 선수끼리 다 아는 사이였거든요. 그런데 처음 보는 선수들이 대회에 나온 걸 보고 판이 커졌다는 게 체감이 되더라고요. 당연하지만 개인 방송에서도 절 알아보는 사람도 늘어났죠.

 

샤일: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식스 메이저 8월 대회(Six August 2020 Major: APAC)를 이기고 트위터 팔로워 수가 700명에서 3,600명 정도로 확 늘었어요. 그러고보니 하루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친한 동생이 저의 팬이라고, 다음에 고향에 놀러가면 사인 좀 부탁한다고 하더라구요. 

 

노바: 샤일 선수가 팬이 많긴해요. 화끈하고 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포지션이라 주목도 많이 받아요. 게다가 실력까지 좋아서 더 그럴거에요. 대회 채팅이나 해외 스트리머들도 부러워할 정도예요.

 

 

이제는 게이밍 하우스도 생기셨어요. 숙소 분위기는 어떤가요?

 

노바: 샤일 선수가 제일 웃겨요. 스크림을 진행하면 보통 진지한 각오로 임하잖아요? 샤일 선수는 스크림을 즐겨요. 수류탄이 날아오면 전쟁 영화처럼 “수류탄!”이라고 외치거나, 죽을 때면 비명을 지르고 그래요. 샤일은 언제나 저래요. 게이밍 하우스에 모일 때나 아닐 때나 한결같아요. 

 

물론 게이밍 하우스에 모이면 저희도 스크림을 즐기면서 하죠. 대회장처럼 일자로 앉아 진행하니깐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는 일이 자연스레 많아요. 잘 될 때는 하이파이브도 하고 질 때는 서로 격려도 하고.

 

샤일: 서로 물리적으로 모일 수 있는 게 큰 거 같아요. 장난칠 수 있으니 분위기가 훨씬 좋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멤버 모두가 똑같아요. 연습에 끼치는 영향도 커요. 집에 있을 때와 숙소에 있을 때 일정 자체가 달라져요. 자연스레 연습도 더 많이하고, 더 집중해서 하게 되더라구요.

 

 

# C9의 강점

C9의 승리 비결은 단순하다. 더 많은 연습과 철저한 연구다. 이는 C9이 아시아 최강팀이라 평가받은 자이언츠 게이밍(Giants Gaming)을 상대로 식스 메이저 8월 대회에서 완승을 따낼 수 있던 비결이다. 그야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인 셈이다.

 

C9 대 자이언츠 게이밍 하이라이트 출처: 시즈GG 

 

 

C9의 경기를 볼 때마다 전략 연구를 많이 하는 팀인걸 느껴요.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노바: 전략 연구는 주로 코치님이 맡아요. 상대팀 플레이 영상을 보며 특징을 분석해요. 코치가 정리한 걸 다 같이 보면서 의견을 나누죠. 코치님이 머리가 진짜 좋아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걸 잘 뽑아내거든요.

 

샤일: 코치님 도움이 확실히 많이 되죠. 식스 메이저 8월 우승도 코치님 덕이 커요. 특정 오퍼레이터 밴이라거나, 맵 픽 같은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노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상대가 선호하는 맵이에요. 그 맵에서 상대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생각하며 밴픽을 계획해요. 식스 메이저 8월 결승전 마지막 세트를 예로 들게요. 맵은 도스토예프스키 카페였어요. 저희는 자이언츠 게이밍의 히스테릭스 선수를 파악했어요. 그 선수가 카페 맵에서 애쉬를 선호하는 걸 알고 저격밴을 했어요. 저희가 3:1로 완승할 수 있는 쐐기를 꼽은 밴픽이였죠.

 

 

그럼 하루 연습 시간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노바: 하루 총 9시간을 연습해요. 랭크만 따로 4시간, 스크림과 피드백이 5시간 정도네요. 일정은 유동적이에요. 스크림을 더 하기도 하고, 없는 날에는 랭크를 더 하죠. 대회가 다음 날이면 랭크 대신 상대팀 VOD를 시청하기도 하고요.

 

샤일: 오전은 자유시간으로 둬요. <오버워치>나 <롤>은 낮에 스크림이 될지 몰라도, 저흰 낮에 스크림을 하는 팀이 많이 없어요. 가령 가까운 일본 프로팀은 ‘준프로’에요. 실력이 아니라 여건이 문제에요. 일본 선수들은 프로게이머가 부업이에요. 낮에는 각자 직업에 종사하고 평일 밤에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어요. 

 

노바: 국내 팀들도 상황이 다르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리그 규모가 작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해외 프로팀과 스크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죠. 해외팀과 하다보면 시차도 고려해야 하니 일정도 더 늦어지죠. 보통 새벽 1시쯤에 끝났던 것 같네요. 일과가 끝나면 보통 2~3시까지 개인 연습을 진행하거나 피곤하다 싶으면 잠을 자고 그래요.

 

 

 

스크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특히 핑(Ping)문제도 있을텐데.

 

노바: 스크림 일정은 코치랑 제가 잡아요. 웬만하면 스크림 상대로 식스 메이저 아시아 출전팀을 골라요. 그 팀들은 각 나라의 상위권 팀이에요. 상대가 안 구해질 때는 2티어 팀과 진행을 하구요. 2티어 팀은 1티어 팀에서 상대를 잘 안 해주려고 해요. 개인 연락으로 2티어 팀에서 스크림 요청이 올 때가 많아요.

 

핑 차이는 괜찮아요. 식스 메이저 아시아 대회는 홍콩 서버에서 따로 진행되거든요. 스크림을 진행할 때도 홍콩 서버에서 진행해요. 대신 북미나 유럽 팀과는 진행이 불가능해요. 아무래도 핑 차이가 십 단위도 아니고 백 단위씩 나오니깐요. (웃음)



다른 지역팀과는 국제 대회가 아니면 서로 붙어볼 일이 없는 거네요. 그럼 다른 지역팀을 분석하기 어렵지 않나요?

노바: 지역별로 메타가 다르지는 않아요. 그런데 성향은 달라요. 북미는 안전을 중시하고 아시아는 공격적이에요. 게임 시간이 3분인데, 북미는 2분 40초 동안 공격과 수비 아무도 죽질 않아요. 반면 아시아는 1분만 지나도 양쪽에서 2명이 죽어있어요. 

지역별 성향을 생각하면 대처하기도 쉬워져요. 아시아 지역은 공격적으로 나오니, 저희는 이걸 안전하게 받아치려고 해요. 여기에 팀 특성도 잘 생각해야 되요. 


# 큰 구단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노바 선수는 게이밍 하우스가 생겼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큰 구단’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그 대신 유니폼에 붙은 스폰서 로고의 개수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제는 과정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했다.

맨티스 FPS의 '식스 챌린지 2019' 우승 당시 모습


노바 선수는 꽤 예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맨티스 시절과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노바: 맨티스 시절과 체감되는 변화도 커요. 구단에서 지원을 받으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받는 눈치도 심했고, 아르바이트와 선수 생활을 병행해야 했어요. 이걸로 받은 스트레스가 결코 적지 않아요. 하지만 구단이 구해지며 팀원들의 날카로웠던 모습도 많이 줄어들었고, 성격도 많이 두루뭉술해졌어요.

C9과 계약을 맺었을 때는 다들 좋아했어요. 모두들 ‘와, 내가 이런 구단에 들어갈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었죠. 그리고 구단 명성에 먹칠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1년 동안 먹칠을 해버렸네요. 중압감이 조금 컸던 것 같아요. 맨티스 시절과는 다른 중압감이였어요. “못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대회 도중에 손도 떨리더라고요.



그럼 계약 소식을 듣고 누구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나요?

노바: 지금은 해설자이신 여름장마님이 당시 맨티스 팀 매니저로 있었어요. 하루는 그분이 갑자기 C9 연락이 왔다고 하는 거에요. 당연히 부모님에게 먼저 말했죠. 

부모님과 얽힌 스토리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어 대학을 휴학했어요. ‘이 팀을 들어가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죠. 멘티스를 들어가며 부모님과 협상을 했어요. “나는 이 게임에 재능이 있는데 나이 먹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는 걸 강조했어요.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인데 더 늦으면 못할 게 뻔하거든요. 힘들었지만 그렇게 허락을 받아냈어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게임에 관심이 많아지셨어요. 물론 게임은 볼 줄 모르세요. 하지만 해설자들이 제 이름을 외칠 때 엄청 기뻐하시고 그러죠.

샤일: 저는 입단 소식을 가족 전부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엄마, 아빠, 누나에게 고마웠어요. 거의 전적으로 절 믿어 줬으니까요. 

사실 전 학교생활도 소홀하고 그랬어요. 게임 때문에 학교를 안 간 적도 많죠. 이 문제로 아버님과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장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는 프로게이머를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제 인생 목표는 C9 입단이었어요. 처음에는 <글로벌 오펜시브> 프로게이머들처럼 되고 싶었어요. 특히 C9 <글로벌 오펜시브>팀의 최전성기를 이끈 Stewie2K와 슈라우드 선수를 동경했죠. “나도 저 선수들처럼 C9이란 구단에서 활약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더라구요. 중학교 2학년, 인생에서 가진 첫 꿈이었죠. 

그러다 하루는 <시즈>를 플레이하고 있는데 C9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거예요.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 그 생각만 들었죠. 그러다 디스코드에 알림이 온거에요. 스태틱 선수와 노바 선수가 “팀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꿈만 같았어요.



# 아시아 1등을 넘어 세계 최강으로


지난 식스 메이저 8월 우승을 평가한다면?


샤일: C9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노바: 저에게는 1년 반 만에 올린 성과에요. 우승하고 울었어요. 1년 반 만에 맛보는 해외 대회 승리가 너무 값졌어요. 하지만 절 더 슬프게 만든 건 전 팀원들 생각이었어요. 팀을 떠난 선수들도 이 승리를 같이 맛봤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샤일: 저도 울었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C9을 들어온 뒤 근 6개월 정도 대회가 없었어요. 스크림과 연습만 반복되니 어느 순간 지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대회에서 결실을 보자 기쁨의 눈물이 나왔어요.


‘아시아 최강팀’ 평가가 붙은 자이언츠 게이밍을 이긴 게 대단했어요. 당시 결승전을 앞두고 팀 내 분위기는 어땠나요?


샤일: 그때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 그거였어요. “지더라도 부끄럽게 지지 말자.” 저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 우리가 이렇게 결승까지 올라올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죠. 

 

 

 

그렇다면 올해 식스 인비테이셔널도 목표에 두고 계시나요?

노바: 팀원 모두 같은 목표일 것 같아요. 저는 낮게 보면 8강 진출, 높게 보면 우승을 꿈꿔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잖아요? 맨티스 때와는 다른 기분이에요. 이제는 해외팀의 경기를 봐도 느낌이 달라요. 맨티스 시절에는 ‘와, 진짜 잘한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해볼 만한데?’라는 느낌이죠.

샤일: 당연히 저도 우승이 목표에요. 전년도 우승자라 하더라도, 타지역 1등팀이라 하더라도 무섭지 않아요. 다른 팀을 보면 ‘얘들은 이길 것 같은데?’라는 생각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독자분께 인사를 전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노바: 저희 <시즈> e스포츠에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레인보우 식스 월드컵이든 식스 인비테이셔널이든 뽑히게 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 된다는 거잖아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샤일: C9을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항상 저희를 언급해주시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디스코드나 트위터 DM으로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으셔요. 언제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마음뿐입니다.


클라우드 나인의 이야기는 ‘맨티스 FPS’에서 시작된다. 2017년, 열정만 가득했던 아마추어들은 맨티스 FPS를 창단했다. 이들은 2019년 <레인보우 식스 시즈>(이하 시즈)의 국제대회 ‘식스 인비테이셔널’ 참가자격을 얻으며 2년만에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경험과 실력이 아직 미천한 아마추어에게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들은 최강팀으로 평가받던 ‘G2’와 같은 조에 배정됐다. 두 팀의 체급과 환경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국과 아시아 지역은 프로팀도 몇 없었고 제대로 된 대회도 적었다. 반면 유럽에는 쟁쟁한 프로팀이 넘쳐났으며 대회도 풍족했다. 

 

이변이 생겼다. 경기 자체는 0:2 완패였지만 최강의 G2에게 1세트를 뺏을 뻔한 상황을 만들었다. 모든 것이 풍족했던 프로팀을 상대로 코치도, 감독도 게이밍 하우스도 없는 아마추어가 그들의 자존심을 구길 수 있었다. 

 

‘한국 출신 최약체’가 보여준 패기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프로게임단 클라우드 나인(이하 C9)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시작을 원했던 C9은 곧바로 맨티스 FPS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많은 일이 있었다. C9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 최강자로 거듭났다. 최약체 시절은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제 C9에게서 맨티스의 흔적을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C9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C9이 걸어온 지난 1년간의 여정, C9의 노바(Nova) 이시헌 선수와 샤일(SyAIL) 송동선 선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인터뷰는 체온 측정과 소독 절차를 거친 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노바(Nova) 이시헌 선수와 샤일(SyAIL) 송동선 선수

 

 

디스이즈게임: 1~2년전보다 국내에서 시즈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확 늘어난 것 같아요. 인기가 체감 되시나요?

 

노바: 확실히 대회 시청자가 늘어났어요. 신규 유저도 많이 유입됐어요. 새로운 선수도 등장했어요. 원래는 판이 작다보니 선수끼리 다 아는 사이였거든요. 그런데 처음 보는 선수들이 대회에 나온 걸 보고 판이 커졌다는 게 체감이 되더라고요. 당연하지만 개인 방송에서도 절 알아보는 사람도 늘어났죠.

 

샤일: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식스 메이저 8월 대회(Six August 2020 Major: APAC)를 이기고 트위터 팔로워 수가 700명에서 3,600명 정도로 확 늘었어요. 그러고보니 하루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친한 동생이 저의 팬이라고, 다음에 고향에 놀러가면 사인 좀 부탁한다고 하더라구요. 

 

노바: 샤일 선수가 팬이 많긴해요. 화끈하고 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포지션이라 주목도 많이 받아요. 게다가 실력까지 좋아서 더 그럴거에요. 대회 채팅이나 해외 스트리머들도 부러워할 정도예요.

 

 

이제는 게이밍 하우스도 생기셨어요. 숙소 분위기는 어떤가요?

 

노바: 샤일 선수가 제일 웃겨요. 스크림을 진행하면 보통 진지한 각오로 임하잖아요? 샤일 선수는 스크림을 즐겨요. 수류탄이 날아오면 전쟁 영화처럼 “수류탄!”이라고 외치거나, 죽을 때면 비명을 지르고 그래요. 샤일은 언제나 저래요. 게이밍 하우스에 모일 때나 아닐 때나 한결같아요. 

 

물론 게이밍 하우스에 모이면 저희도 스크림을 즐기면서 하죠. 대회장처럼 일자로 앉아 진행하니깐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는 일이 자연스레 많아요. 잘 될 때는 하이파이브도 하고 질 때는 서로 격려도 하고.

 

샤일: 서로 물리적으로 모일 수 있는 게 큰 거 같아요. 장난칠 수 있으니 분위기가 훨씬 좋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멤버 모두가 똑같아요. 연습에 끼치는 영향도 커요. 집에 있을 때와 숙소에 있을 때 일정 자체가 달라져요. 자연스레 연습도 더 많이하고, 더 집중해서 하게 되더라구요.

 

 

# C9의 강점

C9의 승리 비결은 단순하다. 더 많은 연습과 철저한 연구다. 이는 C9이 아시아 최강팀이라 평가받은 자이언츠 게이밍(Giants Gaming)을 상대로 식스 메이저 8월 대회에서 완승을 따낼 수 있던 비결이다. 그야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인 셈이다.

 

C9 대 자이언츠 게이밍 하이라이트 출처: 시즈GG 

 

 

C9의 경기를 볼 때마다 전략 연구를 많이 하는 팀인걸 느껴요.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노바: 전략 연구는 주로 코치님이 맡아요. 상대팀 플레이 영상을 보며 특징을 분석해요. 코치가 정리한 걸 다 같이 보면서 의견을 나누죠. 코치님이 머리가 진짜 좋아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걸 잘 뽑아내거든요.

 

샤일: 코치님 도움이 확실히 많이 되죠. 식스 메이저 8월 우승도 코치님 덕이 커요. 특정 오퍼레이터 밴이라거나, 맵 픽 같은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노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상대가 선호하는 맵이에요. 그 맵에서 상대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생각하며 밴픽을 계획해요. 식스 메이저 8월 결승전 마지막 세트를 예로 들게요. 맵은 도스토예프스키 카페였어요. 저희는 자이언츠 게이밍의 히스테릭스 선수를 파악했어요. 그 선수가 카페 맵에서 애쉬를 선호하는 걸 알고 저격밴을 했어요. 저희가 3:1로 완승할 수 있는 쐐기를 꼽은 밴픽이였죠.

 

 

그럼 하루 연습 시간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노바: 하루 총 9시간을 연습해요. 랭크만 따로 4시간, 스크림과 피드백이 5시간 정도네요. 일정은 유동적이에요. 스크림을 더 하기도 하고, 없는 날에는 랭크를 더 하죠. 대회가 다음 날이면 랭크 대신 상대팀 VOD를 시청하기도 하고요.

 

샤일: 오전은 자유시간으로 둬요. <오버워치>나 <롤>은 낮에 스크림이 될지 몰라도, 저흰 낮에 스크림을 하는 팀이 많이 없어요. 가령 가까운 일본 프로팀은 ‘준프로’에요. 실력이 아니라 여건이 문제에요. 일본 선수들은 프로게이머가 부업이에요. 낮에는 각자 직업에 종사하고 평일 밤에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어요. 

 

노바: 국내 팀들도 상황이 다르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리그 규모가 작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해외 프로팀과 스크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죠. 해외팀과 하다보면 시차도 고려해야 하니 일정도 더 늦어지죠. 보통 새벽 1시쯤에 끝났던 것 같네요. 일과가 끝나면 보통 2~3시까지 개인 연습을 진행하거나 피곤하다 싶으면 잠을 자고 그래요.

 

 

 

스크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특히 핑(Ping)문제도 있을텐데.

 

노바: 스크림 일정은 코치랑 제가 잡아요. 웬만하면 스크림 상대로 식스 메이저 아시아 출전팀을 골라요. 그 팀들은 각 나라의 상위권 팀이에요. 상대가 안 구해질 때는 2티어 팀과 진행을 하구요. 2티어 팀은 1티어 팀에서 상대를 잘 안 해주려고 해요. 개인 연락으로 2티어 팀에서 스크림 요청이 올 때가 많아요.

 

핑 차이는 괜찮아요. 식스 메이저 아시아 대회는 홍콩 서버에서 따로 진행되거든요. 스크림을 진행할 때도 홍콩 서버에서 진행해요. 대신 북미나 유럽 팀과는 진행이 불가능해요. 아무래도 핑 차이가 십 단위도 아니고 백 단위씩 나오니깐요. (웃음)



다른 지역팀과는 국제 대회가 아니면 서로 붙어볼 일이 없는 거네요. 그럼 다른 지역팀을 분석하기 어렵지 않나요?

노바: 지역별로 메타가 다르지는 않아요. 그런데 성향은 달라요. 북미는 안전을 중시하고 아시아는 공격적이에요. 게임 시간이 3분인데, 북미는 2분 40초 동안 공격과 수비 아무도 죽질 않아요. 반면 아시아는 1분만 지나도 양쪽에서 2명이 죽어있어요. 

지역별 성향을 생각하면 대처하기도 쉬워져요. 아시아 지역은 공격적으로 나오니, 저희는 이걸 안전하게 받아치려고 해요. 여기에 팀 특성도 잘 생각해야 되요. 


# 큰 구단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노바 선수는 게이밍 하우스가 생겼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큰 구단’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그 대신 유니폼에 붙은 스폰서 로고의 개수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제는 과정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했다.

맨티스 FPS의 '식스 챌린지 2019' 우승 당시 모습


노바 선수는 꽤 예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맨티스 시절과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노바: 맨티스 시절과 체감되는 변화도 커요. 구단에서 지원을 받으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받는 눈치도 심했고, 아르바이트와 선수 생활을 병행해야 했어요. 이걸로 받은 스트레스가 결코 적지 않아요. 하지만 구단이 구해지며 팀원들의 날카로웠던 모습도 많이 줄어들었고, 성격도 많이 두루뭉술해졌어요.

C9과 계약을 맺었을 때는 다들 좋아했어요. 모두들 ‘와, 내가 이런 구단에 들어갈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었죠. 그리고 구단 명성에 먹칠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1년 동안 먹칠을 해버렸네요. 중압감이 조금 컸던 것 같아요. 맨티스 시절과는 다른 중압감이였어요. “못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대회 도중에 손도 떨리더라고요.



그럼 계약 소식을 듣고 누구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나요?

노바: 지금은 해설자이신 여름장마님이 당시 맨티스 팀 매니저로 있었어요. 하루는 그분이 갑자기 C9 연락이 왔다고 하는 거에요. 당연히 부모님에게 먼저 말했죠. 

부모님과 얽힌 스토리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어 대학을 휴학했어요. ‘이 팀을 들어가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죠. 멘티스를 들어가며 부모님과 협상을 했어요. “나는 이 게임에 재능이 있는데 나이 먹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는 걸 강조했어요.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인데 더 늦으면 못할 게 뻔하거든요. 힘들었지만 그렇게 허락을 받아냈어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게임에 관심이 많아지셨어요. 물론 게임은 볼 줄 모르세요. 하지만 해설자들이 제 이름을 외칠 때 엄청 기뻐하시고 그러죠.

샤일: 저는 입단 소식을 가족 전부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엄마, 아빠, 누나에게 고마웠어요. 거의 전적으로 절 믿어 줬으니까요. 

사실 전 학교생활도 소홀하고 그랬어요. 게임 때문에 학교를 안 간 적도 많죠. 이 문제로 아버님과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장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는 프로게이머를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제 인생 목표는 C9 입단이었어요. 처음에는 <글로벌 오펜시브> 프로게이머들처럼 되고 싶었어요. 특히 C9 <글로벌 오펜시브>팀의 최전성기를 이끈 Stewie2K와 슈라우드 선수를 동경했죠. “나도 저 선수들처럼 C9이란 구단에서 활약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더라구요. 중학교 2학년, 인생에서 가진 첫 꿈이었죠. 

그러다 하루는 <시즈>를 플레이하고 있는데 C9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거예요.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 그 생각만 들었죠. 그러다 디스코드에 알림이 온거에요. 스태틱 선수와 노바 선수가 “팀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꿈만 같았어요.



# 아시아 1등을 넘어 세계 최강으로


지난 식스 메이저 8월 우승을 평가한다면?


샤일: C9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노바: 저에게는 1년 반 만에 올린 성과에요. 우승하고 울었어요. 1년 반 만에 맛보는 해외 대회 승리가 너무 값졌어요. 하지만 절 더 슬프게 만든 건 전 팀원들 생각이었어요. 팀을 떠난 선수들도 이 승리를 같이 맛봤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샤일: 저도 울었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C9을 들어온 뒤 근 6개월 정도 대회가 없었어요. 스크림과 연습만 반복되니 어느 순간 지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대회에서 결실을 보자 기쁨의 눈물이 나왔어요.


‘아시아 최강팀’ 평가가 붙은 자이언츠 게이밍을 이긴 게 대단했어요. 당시 결승전을 앞두고 팀 내 분위기는 어땠나요?


샤일: 그때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 그거였어요. “지더라도 부끄럽게 지지 말자.” 저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 우리가 이렇게 결승까지 올라올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죠. 

 

 

 

그렇다면 올해 식스 인비테이셔널도 목표에 두고 계시나요?

노바: 팀원 모두 같은 목표일 것 같아요. 저는 낮게 보면 8강 진출, 높게 보면 우승을 꿈꿔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잖아요? 맨티스 때와는 다른 기분이에요. 이제는 해외팀의 경기를 봐도 느낌이 달라요. 맨티스 시절에는 ‘와, 진짜 잘한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해볼 만한데?’라는 느낌이죠.

샤일: 당연히 저도 우승이 목표에요. 전년도 우승자라 하더라도, 타지역 1등팀이라 하더라도 무섭지 않아요. 다른 팀을 보면 ‘얘들은 이길 것 같은데?’라는 생각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독자분께 인사를 전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노바: 저희 <시즈> e스포츠에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레인보우 식스 월드컵이든 식스 인비테이셔널이든 뽑히게 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 된다는 거잖아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샤일: C9을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항상 저희를 언급해주시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디스코드나 트위터 DM으로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으셔요. 언제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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